409장: 선성후의 최후 三
“어둠을 버리고 밝은 길로 들어서자!”
“환관 패거리를 죽여라!”
막씨의 구세력 1만여 명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이문회가 그들을 무장 해제시키고 전장에 서지 못하게 한 후, 처음에는 병사 수백 명을 보내 이들을 감시했지만 나중에는 전황이 격렬해지면서 싸울 병사들이 너무나 부족한지라 감시 인원을 없애버렸다.
더군다나 막씨 구세력들이 전장에서 그들의 다리를 잡아끌긴 했으나 몹시 말을 잘 들었고, 심지어 아주 찌질할 정도였다. 무장을 해제하라고 하면 그대로 따르면서, 모든 갑옷을 벗으라는 말도 그대로 따르며 조금도 반항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문회와 기세 소성주는 그들에 대한 경계심을 그만 풀어버렸던 것이다.
그러니 뜻밖에도 이들이 중요한 순간 감히 배반할 줄이야.
두변이 판단을 잘못한 것이 있다면, 병사 수가 너무 적어서 막씨 구세력 부대를 몹시 중시했다는 점이다. 그래도 이들이 적군과 싸워본 경험이 많은 노병(老兵)이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두변은 한 가지 사실을 등한시했다. 이 노병들은 이미 10년 가까이나 도적질을 하던 사람이라는 점을 말이다.
10년 가까이 도적질을 하던 자들은 뼛속까지 탐욕과 게으름, 교활함이 박혀 있어서 그 습성들을 단시간에 바꿀 수 없었다.
달려나온 막씨 구세력 도적 중 일부는 대담하게 곧바로 성벽으로 달려가서 이문회 군대에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려고 했다.
희한한 것은, 그들은 평소에는 간이 콩알만 한데 나쁜 짓만 하려고 하면 간덩이가 부었다. 게다가 백색성 수비군 전체가 1만도 안 되는지라, 한쪽 성벽을 담당하는 병사들은 2천 명도 되지 않았다. 자신들 수천 명이 달려가서 바깥에 있는 사람들과 안팎으로 협공하면 반드시 저들이 손을 쓸 틈이 어디 있을까 싶었다.
어제 막씨 구세력 가운데 어떤 이가 비밀통로로 나가서 성 밖 적군과 접촉했고, 그런 뒤 곧장 두쟁 앞으로 끌려갔다.
두쟁이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비밀통로를 통해 대군이 성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내 곧 그 생각을 버렸다. 막씨의 구세력이 빠져나온 그 비밀통로는 많은 곳이 허물어진 상태여서 혼자서 드나드는 것도 몹시 어려웠다. 만약 군대가 그 비밀통로를 통해 성에 들어가려고 든다면 반드시 그 속에 파묻혀버릴 것이다.
결국 두쟁은 막씨 구세력 부대에게 한 가지 조건을 약속했다. 두변 군대를 한 명 죽이는 데 은자 10냥을 바꿔주기로 말이다. 열 명 수급을 가져오면 군관을 맡을 수 있다고 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막씨 구세력 도적들이 간덩이가 부어서 몰래 이문회의 군대를 기습하려 드는 것이다.
쓸데없이 간덩이가 커진 막씨 구세력 도적들은 우선 몰래 성안 거주민 구역으로 파고들었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군대의 가솔들과 여인이 있을뿐더러, 그들의 집에는 돈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 백색성 대전이 벌어졌으니, 약탈을 하고 성에 불을 지르고 여인을 겁탈하기에 좋은 때였다.
“기억해라. 아무리 예쁜 여인이라도 그 짓을 한 뒤에는 죽여버려야 해. 데리고 갈 생각은 하지 말고.”
“집에 들어가면 그 짓을 할 여인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전부 죽여버려. 노인이든 아이든 상관 말고 전부 죽인 뒤, 돈과 물건을 약탈해라.”
막씨의 도적 소두목이 끊임없이 명령을 내렸다.
“예!”
“빌어먹을. 두변이 우리를 얼마나 죽였지?”
“두변이 악룡채에서 죽인 사람들은 죽어도 마땅해. 하지만 두변 그 환관 놈은 우리에게 굴욕을 주지 말아야 했어. 그날 우리를 바닥에서 얼마나 오래 무릎 꿇게 했어? 몇 시진이야?”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건 체면이지. 두변 그놈이 우리 체면을 밟아버렸으니, 복수해야지!”
“맞아, 복수해야 해. 백색성 안의 모든 이를 전부 죽여버리고, 모든 여편네를 먼저 겁탈하고 죽여버리자.”
“모조리 죽이고, 불태워버리고, 뺏어버리자.”
막씨 도적들이 음산한 눈빛을 빛내며 거주민 구역으로 달려들었다.
그런데 이자들보다 더 교활한 사람들이 있었으니, 좀더 늙은 도적 수백 명이었다. 그들은 죽는 게 두려워서 차마 이문회 군대의 배후를 기습하지는 못했다. 또한 그들도 여인을 좋아하긴 했지만 그보다 돈과 관리 노릇 하는 걸 더 좋아했다.
그러니 그들이 공격하기로 고른 곳은 부상자 병영이었다. 그 안에는 부상병이 무려 1만 명이 누워 있었다.
부상병은 힘도 없을 뿐 아니라 무기나 갑옷도 입지 않았을 것 아닌가.
하지만 그들도 두변의 병사가 맞으니, 그들의 수급으로 돈을 바꿀 수 있고, 관직을 딸 수도 있지 않은가.
“가자, 가서 두변의 모든 부상병을 죽여버리고, 그들의 수급을 돈으로, 관직으로 바꾸자.”
막씨의 늙은 도적들 수백 명이 부상자 병영으로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선성후 육전은 진정 득의양양했다.
“죽여라, 죽여. 두변 환관 놈의 군대를 모조리 죽여버려라!”
한 시진도 필요 없이 백색성이 곧 함락될 것이다!
은자 오백만 냥에, 대단히 아름다운 옥진 군주라니!
광서성의 절반과 공작 자리를 손에 넣을 수 있다니!
곧 내 인생의 최고봉에 도달하겠구나!
비록 그는 사내와도 놀아나지만 역시 여인을 가장 좋아했다. 때마침 이 사내 창기의 생김새가 두변과 조금 닮았기에 사들였을 뿐이다.
쾅, 쾅, 쾅.
수많은 공성전용 사다리가 또다시 성벽 네 방향에 걸쳐지고, 6만 대군이 파도처럼 성벽으로 밀려들었다.
그런 뒤, 흉악할 정도로 싸우고 죽이는 시간이 또다시 반복되었다.
두변의 수비군은 더할 나위 없이 용감했지만 양쪽 병력차가 너무나 현저했다. 6대 1의 싸움이었다.
거기에 막씨의 도적들이 끊임없이 뒤쪽에서 기습을 하고 있었다.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백색성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온몸의 피가 뜨겁게 들끓은 선성후 육전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사내 창기를 향해 미친 듯이 채찍을 내리쳤다.
사내 창기가 필사적으로 울부짖으며 살려달라고 외치면서 크게 소리 질렀다.
“나는 두변이다. 나는 환관 두변이다. 나으리, 노비를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선성후는 그 말에 흥분해서 더욱더 매섭게 채찍을 내려쳤다.
두변으로 분장한 사내 창기는 순식간에 피범벅이 되더니, 마지막에는 바닥에 엎어져 움직이지 않았다. 무참히 때려죽인 것이다.
“하하하, 오백만 냥과 내 공작 자리가 곧 손에 들어오겠구나!
두변, 네가 너무 빨리 죽은 느낌이란 말이지? 내 창기가 맞아 죽었는데 네가 죽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았겠나?
혼군! 두변이 죽고 백색성이 함락되었으니, 당신도 이제 가도 되겠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땅이 떨리고, 저쪽 지평선에 검은 점 몇 개가 나타났다.
이윽고 검은 점의 개수가 점점 더 많아지더니, 결국에는 파도처럼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기병들이었다!
낭기병 300명, 절세 지하성의 기병 4천 명, 여담이 거느린 막씨 정예 기병 3천 명이었다.
따그닥 따그닥.
그 기병 7천 명이 모든 걸 파멸시킬 기세로 쏜살같이 돌격했다.
선성후 육전이 그 장면을 보고는 놀라서 넋이 나갔다.
‘저, 저건 누구의 기병이지?’
기병 7천 명이 돌진하는 기세가 3, 4만 대군을 넘어섰다.
그들이 가진 깃발을 살펴보니, 대녕 제국의 깃발, 진서 백작의 깃발, 또 여씨 가문의 깃발까지 섞여 있었다.
두변의 깃발과 여씨 가문의 깃발이 어째서 한데 섞여 있을까?
설마? 두변이 아직 안 죽었나?
선성후는 머리가 저릿해지면서 손발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소리 높여 외쳤다.
“진형을 갖춰서 적을 맞이하라!”
명령이 떨어지자, 아직 성벽으로 달려갈 새도 없었던 병사들이 황급하게 대열을 늘어서며 집결했다.
방계 해외 제국의 군대, 정확히 말하면 동방 연합 왕국의 군대는 대단히 뛰어나서, 반대편에서 기병들이 달려오는 걸 보는 순간 즉시 최단 시간 만에 수비 진형으로 집결했다.
쿵, 쿵, 쿵, 쿵.
수많은 견고한 방패가 방패 장벽을 만들었고, 수많은 장창이 방패 틈새로 찌르고 나와서 철통 고슴도치 진형을 만들었다.
“진을 쳐라!”
선성후 육전이 군마에 올라 큰소리로 외쳤다.
그의 휘하 군대는 동방 연합 왕국의 군대처럼 뛰어나지는 못해서 황망하게 진을 치는데, 진형이 어지러웠다. 게다가 급하게 진형을 치는 탓에 그들은 치명적인 잘못을 범하고 말았다.
방계의 동방 연합 왕국의 군대가 그토록 뛰어난데 그들의 후방이 아니라 전방에 나서서 진형을 배치한 것이다.
선성후 육전의 2만여 대군은 그렇게 뛰어나지도 않으면서 도리어 전방에 버티고 선 모양새가 되었다.
“죽여라!”
부홍빙이 검을 뽑으며 미친 듯이 돌격했다.
“적군을 죽여라!”
여씨의 새로운 주인 여담이 검을 뽑고, 휘하 무사들을 거느리며 더욱더 미친 듯이 돌격했다. 그는 말의 힘을 아끼지 않고 전력으로 달렸다.
이것이 바로 여씨 가문의 생존 철학이었다.
일단 새로운 주인에게 의탁하면 그 주인의 가장 매서운 충견이 되어서, 시시각각 자신의 가치를 미친 듯이 보여야 했다.
두변의 충견이 되어서 치르는 이번 첫 번째 전투에서, 그의 군대는 절세 지하성의 무사들처럼 뛰어나지는 않더라도 반드시 휘황찬란한 성과를 얻어야 했다.
때문에, 주군 두변이 아직 돌격하지도 않았는데 부홍빙 부대와 여담 부대가 미친 듯이 돌격한 것이다.
콰과과광.
또다시 화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것 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선성후 2만 대군이 모래성처럼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쾅, 쾅, 쾅, 쾅.
수많은 적군이 부딪쳐 날아가면서 근골이 부러지고 피를 뿜으며 죽어 나갔다. 두변의 기병 7천 명이 미친 듯이 돌격하면서 그들을 밟고 깔아뭉갰다.
방계 동방 연합 왕국의 군대는 몹시 뛰어나서 절세 지하성의 무사들에 버금가고 성화교군 주력 대군 수천 명과는 막상막하 상태였지만, 멍청한 전우들에게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선성후 육전의 군대가 허물어지면서 병사들이 미친 듯이 도망치다가 방계의 정예 부대를 흐트러뜨린 것이다.
방계의 정예 병사들은 곧바로 검을 들어 선성후의 도망병들을 매섭게 내려쳤다.
방계의 대군은 역시나 뛰어나서, 두변의 기병 7천 명은 중간까지 달려가서 무참히 막히고 말았다.
방계의 2만 대군에도 사상자가 많이 나기는 했으나, 두변의 기병들이 돌진하는 기세를 꺾어 버렸다.
이윽고 양쪽은 매서운 격전을 벌였다.
“적군을 죽여라, 죽여.”
부홍빙의 검이 미친 듯이 적군을 쪼개고 베었다.
그녀가 지나간 곳마다 시체가 가득 쌓였다.
여담의 왼쪽은 이도전, 오른쪽은 이능어, 뒤는 최정예 여씨의 직계 무사 천 명이 따랐다.
전 대염 왕국의 왕태자는 시종일관 가장 앞에서 돌진하며 미친 듯이 피로 목욕하며 격전을 치렀다.
그에게는 단 하나의 신념이 있었다. 자신의 전공이 부홍빙보다 적어서는 안 된다는 것.
일전에 운남과 귀주성을 공격할 때, 여담은 왕태자로서 항상 직접 출전하지는 않았다. 여여해가 30만 대군을 거느리고 직접 두변을 정벌하러 간 전투에서도, 왕태자인 여담은 출전해서 적군을 참살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여담은 도리어 가장 용맹한 장수가 되어 있었다.
그는 무공은 여완완보다 떨어지지만 전장에서의 기세와 전투력은 심지어 여완완보다 강했다.
두변의 기병 7천 명과 방계의 정예 대군 1만여 명이 미친 듯이 맞붙어 격전을 펼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저 멀리 지평선에 또다시 수많은 검은 점이 나타났다. 대룡보 전장에서 달려온 2만여 대군이 도착한 것이다.
“주군을 위해!”
“대성주를 위해!”
“적군을 죽여라!”
정예 대군 2만여 명이 쏜살같이 전장으로 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