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411화 (411/648)

411장: 선성후의 최후 五

“두변, 넌 날 죽이면 안 된다! 날 죽이면 안 돼!. 나는 제국의 후작이야! 황제 폐하의 성지가 없이는 넌 날 죽일 수 없다!”

선성후 육전은 이미 아주 깨끗하게 옷이 벗겨진 후였다. 어차피 지금은 여름에서 가을 사이의 계절이라 덥지도 춥지도 않았다.

그런 뒤 그물로 묶어놔서 크고 하얀 돼지처럼 보였다. 이제 모든 사람들 앞에서 능지를 당할 것이다.

어쩌면 이 시대의 사람들이 우매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참수나 능지를 흥미진진하게 구경하고는 했다.

지금 두변 수하에 인재가 즐비한데, 그중 한 명은 전문적인 망나니였고 그 망나니는 능지를 행하는 솜씨가 무척이나 뛰어났다.

게다가 옆에서는 계속해서 삼탕을 끓여서 시시각각 선성후 육전의 목숨을 이어주려고 준비했다.

어쨌든 천 번을 채우기 전까지 절대로 이자가 죽게 둘 수는 없었다.

“악!”

첫 번째 칼날, 선성후 육전은 더할 나위 없이 처참하게 비명을 질렀다.

“두변 나으리, 두변 할아버님,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두변 할아버님, 제가 환관이니 당신 곁에 남아서 노비가 되겠습니다. 죽이지 마세요!”

선성후 육전이 필사적으로 울부짖었다.

그에 비해 백색성 안에 있는 병사의 가솔들은 간식을 먹거나 해바라기씨를 까먹으면서 흥미진진하게 구경 중이었다.

그와 같은 시각.

또 다른 쪽 성벽의 공터에서도 처참한 비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기세, 이문회, 이릉, 임계년 네 명이 병사들을 고르고 있었다.

젊고 순박한 농촌 출신을 우선적으로 선발해서 두변 휘하의 제3군단에 편입했다.

나머지 악질 병사들은 붉게 달군 인두를 곧바로 얼굴에 눌러서 노비 노(奴)자를 찍어냈다.

날카로운 쇠갈고리를 견갑골에 찔러넣은 뒤 밧줄로 족쇄와 한데 엮어버렸다. 백 명을 한 줄로 묶어서 가축들을 내쫓듯이 그들을 철광, 비금 광산, 정염 광산의 노비로 보냈다.

포로가 된 방계 군대 1만 명은 몹시 오만해서 설령 투항했다고 한들 살려달라는 말도 전혀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두변에게 투항할 의사는 더욱더 보이지 않았다.

더할 나위 없이 강한 뒷배를 가지고 있으니, 애초에 아무도 그들을 건드릴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설령 포로가 되더라도 잘 먹고 잘 마시고 있다가, 방계의 사자가 오면 조건 없이 석방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 것이라 짐작하고들 있었다.

그런데 두변이라는 자가 저토록 흉악한 데다, 애초에 자신들에게 항복을 권유할 생각조차 없었다니.

결국 동방 연합 왕국의 병사들도 마침내 참지 못하고 처참하게 비명을 질렀다.

너무 아파서가 아니라, 그 노비 ‘노’자가 한 번 얼굴에 찍히면 다시는 그 글자를 없앨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마음속에 있던 자부심이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굴욕을 겪어 보지 못한 그들에게서 곧바로 반항의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는 이미 갑옷도 무기도 없었다.

반항한 모든 이에게는 가장 피비린내 나는 잔인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자신들이 폭군과도 같은 적을 만났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들이 걸어가는 길은 피와 눈물이 가득했고, 백골들이 가득 쌓여갔다. 포로 수만 명은 발가벗겨진 상태로 족쇄와 밧줄에 묶여서 각지의 광산으로 내쫓겼다.

이게 바로 전쟁이었다.

전장에서 인도주의를 찾는다?

미안하지만 여기는 춘추시대도 아니고, 현대 지구도 아닌 18세기였다.

승자는 왕, 패자는 도적이 되는 게 이 시대의 절대적인 법칙이었다.

그날 밤, 두변은 낭기병을 거느리고 대룡보로 향했다. 성화군단의 수장 네 명도 그들과 함께 떠났다.

지금 대룡보에는 포로 4, 5만 명이 남아 있었다.

그날 두변이 파멸의 화살을 마구 발사하면서 지옥의 꽃을 피웠을 때, 그 장면은 마치 세상 최후의 날이 강림한 것만 같았다. 여씨의 20여만 대군은 전멸하다시피 했지만 이 4, 5만 명은 바닥에 꿇고 기도하면서 마지막까지 살아 남았다.

며칠 전, 두변이 대룡보를 떠나면서 그 포로들에게 대룡보 안에 남고 떠나지 말라고 했고 그러면서 사흘 치 식량만을 남겨 주었다.

지금 이미 이레가 지난 후였다.

만약 그 포로 4만여 명이 아직도 그곳에 있으면, 그들은 두변을 완전히 경외한다는 의미였다.

경외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언제든지 그곳에서 떠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을 지키는 이가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식량이 끊긴 지 이미 나흘이나 됐으니, 분명히 먹을 것이라도 찾기 위해 그곳을 떠났을 것이다.

두변이 성화군단의 네 수장과 낭기병 수백 명을 거느리고 대룡보에 들어가는 순간, 곳곳에서 수만 쌍의 푸르스름한 눈이 반짝였다.

4, 5만 명은 굶주림으로 기력이 다 빠진 후였다.

그렇지만 그들은 정말로 대룡보 안에 앉아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식량이 끊긴 지 사흘이나 된 데다, 아무도 그들을 지키지 않았는데도 정말 한 사람도 떠나지 않았다.

아, 떠난 사람들이 있긴 했다.

바닥에 시체 천 구가 누워있었다.

그들은 도저히 배고픔을 참을 수 없어서 그곳을 떠날 준비를 하다가, 남아 있는 몇만 명에게 죽임을 당했다.

왜냐하면 두변이 그들에게 여기에 남아서 움직이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떠나려고 한 사람은 두변의 명령을 거스른 자들이었다.

두변이 누구인가?

지옥의 꽃을 피워서 찰나에 10여만 명을 죽인 신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러니 그들이 보기에 두변의 명령을 거스른 사람들이 다른 이들에게도 해를 끼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도망치려는 자들을 전부 죽여버렸다.

두변은 곁에 있는 성화군단의 네 수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들을 성화군단의 신병으로 받아들이면 어떻겠습니까?”

두변의 제2군단(성화군단)의 네 수장이 눈빛을 빛났다.

너무 좋았다.

이들 4, 5만 명은 최고의 병사들이나 다름없었다. 왜냐하면 이들은 두변을 두려워하면서도 열광적으로 믿고 있어서 따로 세뇌할 필요도 없었다. 훈련을 더 시키면 더할 나위 없이 뛰어난 성화군단이 탄생할 것이다.

두변은 굶주림에 지쳐있는 포로들에게 물었다.

“너희는 내게 충성을 바치겠나?”

포로 4, 5만 명이 눈빛이 환하게 빛나더니 더할 나위 없이 흥분해서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주인을 뵙습니다.”

“주인 만세!”

“화신, 만세!”

지금 이 순간부터 두변의 성화군단은 곧바로 7만이 되었다.

비록 이 포로들은 아직은 전투력이 충분히 강하지 않지만 두변을 믿고 두려워했으니 그걸로 충분했다.

머지않은 미래에 그들은 가장 뛰어나고 열광적인 성화군단으로 변할 것이다.

이문회, 기세 소성주, 이릉 등은 선성후 군대 포로에서 7천 명을 선발해서 제3군단 안에 편입시켰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제3군단은 여전히 고작 1만 1천 명에 불과했다.

본래 제3군단에 속했던 막씨 병사 1만 5천 명이 모조리 죽은 데다가, 나머지 제3군단의 병사 6천 명이 백색성 대전에서 과반이 죽은 때문이었다.

두변의 제1군단, 절세 지하성 무사 군단은 무려 5만이나 됐다. 2군 무사 2만 명은 사상자가 과반이나 났지만 그들의 갑옷이 너무 뛰어나서, 부상자 1만 명 가운데 7천여 명이 상처가 완쾌되면서 순조롭게 복귀할 수 있었다.

제2군단인 성화군단은 7만 명으로 확충되었으니, 제3군단이 1만 1천 명만으로는 분명히 부족할 것이다.

두변이 여담을 찾아갔다.

“여담, 내 제3군단에 사망자가 너무 많이 나와서 현재 1만 1천뿐입니다. 당신 여씨들 가운데 마지막에 투항한 군대는 얼마나 됩니까?”

두변이 묻자 여담이 고했다.

“주군께 말씀드립니다. 총 9만 1천 명이 있습니다. 그들은 저희 여씨와 서남 토사 연맹의 최후의 정예병들입니다.”

“그 9만여 명을 재편성해서 4만을 기세와 이릉의 제3군단으로 떼어주려고 하는데 그에 대해 의견이 있습니까?”

여담이 즉시 무릎 꿇으며 말했다.

“그들은 주군의 병사들이니, 모든 건 주군의 뜻대로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좋습니다. 나머지 5만여 명은 제4군단으로 편성해서 당신이 통솔하세요!”

여담이 머리를 조아렸다.

“주군의 두터운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제4군단은 목숨을 바쳐서 주군의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이로써 두변은 휘하에 4군단을 보유하면서 총 병력이 20여 만에 달하게 되었다.

이 20만 군대만 있으면 두변이 서남 여러 성에서 종횡무진하며 그를 당해낼 자가 없게 된다.

여담의 방 안.

여담은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며 수련을 하는 중이었다.

절세미녀 한 명이 방 안에 들어오는데, 그의 사촌 동생인 이능어였다.

이능어가 말했다.

“오라버니, 우리 군대를 절반이나 떼어내다뇨? 게다가 여씨의 최정예 4만을 기세와 이릉의 제3군단에 준다고요? 오라버니가 거느린 제4군단은 대부분이 서남 토사 연맹의 군대잖아요? 더군다나 두변의 심복 이위가 제4군단에 들어와 만호를 맡게 된다고요?”

여담이 담담하게 대꾸했다.

“너는 군의 사정을 함부로 엿듣지 말아라. 주군의 명령이 없이는 나는 한마디도 누설할 수 없다.”

이능어가 곧바로 앉아서 말을 이었다.

“오라버니, 우리 여씨는 이미 충분히 했지 않아요? 우리는 그때 반항할 힘이 없었던 게 아니었잖아요. 우리는 방계에 충성을 바치는 걸 선택하지 않았고, 또 성화교를 선택하지도 않고, 두변에게 충성을 바치는 걸 선택한 거예요. 우리는 그렇게 많은 대가를 지불했어요. 우리가 투항해서 충성을 바치지 않았다면 두변이 이렇게 쉽게 서남 토사 연맹의 영지 전체를 얻을 수 있었겠어요? 이렇게 쉽게 서남을 휩쓸 수 있었겠냐고요? 우리 여씨는 그에게 은혜를 베풀었건만, 그는 어째서 우리에게 이렇게 대하는 거죠?”

여담이 냉랭하게 말했다.

“닥쳐라! 죽고 싶지 않으면 닥쳐라. 네가 똑똑할까, 아니면 우리 부친이 총명하실까? 우리 여씨가 투항할 때 주군이 우리를 받아들인 것만 해도 이미 도량이 넘치신 거다. 그분이 설령 10만 대군을 전부 내게 맡긴다고 해도, 나는 차라리 죽을지언정 감히 받을 수가 없다.”

“오라버니, 여기에는 우리 둘만 있으니 가식 떨 필요 없어요. 나에게만 진심을 말해줘요. 오라버니는 대체 무슨 생각이에요?”

“나는 네가 무슨 생각인지 안다. 너는 어릴 적부터 몹시 총명했지만 지나치게 총명해. 내가 알려주마. 부친께서는 부친의 목숨을 대가로 두변이 천명을 받은 주인이란 것을 증명하셨다. 내 모친께서는 두변 주군이 더할 나위 없이 강한 암흑의 왕으로 변한 걸 직접 보셨다. 너는 내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묻고 싶은 거냐? 그럼 너에게 알려주마. 우리 여씨가 이번에 완전히 멸망한 것에 나는 하늘에 대단히 감사드린다. 게다가 이번 기회를 붙잡아서 나는 여씨 가문을 또다시 궐기하게 만들어서 선조께서 도달하지 못하셨던 휘황찬란한 업적을 만들어낼 것이다. 나와 주군은 일종의 묵계를 맺었으니, 너는 절대로 그걸 깨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고모께 말씀드려라. 홍하회의 모든 돈과 식량, 조직을 하나도 남기지 말고 주군께 넘기라고 말이다. 오늘부로 너와 고모는 나와 지나치게 밀접하게 왕래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너희는 주군의 돈주머니가 될 테니, 군부의 장교들과 지나치게 사적으로 가까워지면 안 된다.”

이능어가 새빨개진 눈으로 물었다.

“오라버니, 진심이에요?”

“그래, 나는 진심이다. 이 밑천은 부친께서 목숨으로 바꿔주신 것이다. 나는 이걸 꽉 잡고 있을 테니, 어떠한 사고도 나서는 안 돼.”

“그럼 알겠어요. 하지만 주군이 일정 정도까지 강해져야만 우리 여씨는 진짜로 믿을 수 있을 거예요.”

“내가 말했지. 너는 몹시 총명해. 계속 그런 총명함을 유지하고, 다른 잔꾀를 부려서는 안 돼.”

이능어가 방에서 나섰다.

여담은 계속 눈을 감고 수련에 매진했다.

여담은 본래도 몹시 뛰어났지만 여여해가 죽은 뒤 더욱더 빠른 속도로 성숙해지고 있었다.

“아버지, 안심하세요. 절대로 당신을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하늘에서 저를 지켜봐주십시오. 저는 반드시 여씨 가문을 또다시 휘황찬란하게 부흥시킬 겁니다. 저는 주군이라는 동풍(東風)을 붙들고서 우리 여씨를 동방 세계에서 정점의 호족 가문으로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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