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417화 (417/648)

417장: 강씨의 치욕

그러고 보니 두변을 제외하고, 그의 수하인 여담과 이문회 모두 민심을 매수하는 데 달인이었다.

여담의 대군이 지나가는 길에는 정말 수많은 백성이 그들을 지지했다.

두변이 부주성에 있을 때, 사람들마다 저놈을 때려죽여야 한다고 외쳤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여담은 두변처럼 거드름을 피우지 않았다. 그는 종종 사람들 틈에 깊이 들어가서 살뜰히 보살폈고, 밭일이든 뭐든 다 도왔다.

고작 보름여 만에 여담의 군대는 호남에서 명성이 자자해졌고, 수많은 가난한 백성들이 여담이 군대를 거느리고 자신들이 사는 곳을 지나가기를 고대했다.

어쨌든 여담의 대군은 호남에서 뿌리를 내릴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그런 행동이 호남의 방계를 미친 듯이 자극했다. 호남성에 있는 모든 주부에서 심지어 순무 대인의 편지까지 포함해서 매일 세 통씩 경성과 천진으로 날아가서 방탁과 두회의 탁자 위로 올라갔다.

빨리, 즉시, 당장 여담의 군대를 내보내야 한다고 하면서.

그렇지 않고 반년만 더 지나면 호남 전체가 다 두변의 천하가 될 것 같다면서.

두변의 성화군단 7만 대군은 화포 30대를 가지고, 위풍당당하게 북쪽으로 출발해서 열흘 뒤에 귀양부(貴陽府)에 도착했다.

귀양부에 도착한 두변은 귀주성의 모든 주부 관료를 접견했다. 그중에는 몹시 난감한 귀주 포정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왜냐하면 귀주 포정사는 처음엔 대녕 제국의 관원이었다가 나중에 여씨에게 투항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또다시 대녕 제국으로 귀순했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두변 대인에게 귀순했다고 해야 할까?

귀양부에 하루 머문 두변은 수십 명을 죽였다. 귀주성의 관원들은 혼비백산해서는 이마를 땅에 계속 찧으면서,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내면서, 황제 폐하께 충성을 다하고, 제국과 두변 대인에게 충성을 다하겠노라 맹세했다.

이어서 대군은 또다시 북상했다.

십여 일 행군하여 준의부(遵義府)에 도착해서 하루 머무른 뒤, 다시 북상했다.

사흘 뒤, 두변이 대군을 거느리고 정식으로 사천성 경내에 진입했다.

꼬박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모든 이가 두변이 허세를 부리는지, 아니면 정말로 사천에 진입하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결국 두변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곧바로 대군을 거느리고 서주부(敘州府)에 주둔했다.

그 순간 사천 순무는 미칠 지경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최근 한 달간 그는 황제에게 상주서를 하루에 세 부씩이나 보냈다.

황제더러 두변의 발걸음을 멈추게 해달라 했지만, 그의 상주서는 전부 바다에 빠진 돌멩이처럼 아무런 영향을 발휘하지 못했다.

다시 방탁과 두회에게 밀서 수십 통을 썼지만 마찬가지로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사천의 군무는 당연히 검각후 장문소가 하는 말이 장땡이겠지만, 정무는 사천 순무인 그의 말대로 해야 했다.

두변의 대군이 사천에 진입하게 놔두고, 심지어 검각후 장문소와 싸워서 이기기라도 한다면 두변을 사천에서 내보내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윽고 그는 다시 직접 두변에게 친필 서신 수십 통을 썼다.

수많은 조건에 승낙하겠다고 했지만 두변은 전혀 답이 없었다.

두변이 사천 순무의 서신을 불속에 던져 넣으면서 웃었다.

“내 조건은 몹시 간단한데 말이지. 검각후 장문소가 감히 내 사자를 거세하고, 감히 내 군령을 거슬렀으니 반드시 죽어야지. 검각후 장문소를 내놓기만 하면 나도 즉시 병력을 물릴 것이고. 내가 모반하려는 것도 아니고…….”

말을 끝맺기도 전에, 눈앞이 새까맣게 변하더니 온몸이 끝없는 심연 속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잠시 후, 두변은 혼절하고 말았다.

옆에 있던 계표표가 가장 먼저 달려가서 모든 문을 전부 닫았다. 그런 뒤 두변을 안아서 침상 위에 올려놓은 뒤, 두 사람이 서로 껴안고 자는 척했다.

이렇게 갑자기 혼절하는 경우가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였다.

지난번 암흑 물질을 마시고 여여해를 참살한 뒤, 이렇게 실신하게 되는데, 매번 아무런 조짐도 없이 순식간에 인사불성이 되었다.

게다가 혼절하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졌다.

두변은 다음날 오전 9시가 되어서야 겨우 깨어났다.

검각후 장문소는 보검을 뽑아서 방 안의 모든 걸 전부 엉망이 되도록 베어버린 뒤, 사천 순무의 친필 서신을 가루가 되듯이 찢어버렸다.

“꿈 깨라! 내가 두변, 그 환관 놈에게 머리를 찧으며 사죄하라고? 꿈도 야무지지!

그놈이 7만 대군을 거느리고 왔다면, 내게는 성도가 있고, 8만 대군과, 수십만 백성이 있다. 싸우면 싸우는 거지, 내가 설마 그놈을 무서워할 것 같으냐?”

그 아름다운 첩실이 차를 한 잔 건네며 다정하게 말했다.

“노야, 두변은 여여해의 수십만 대군과 싸워서 이기지 않았습니까?”

검각후가 노여워하며 말했다.

“네 말은 내가 질 거라는 얘기냐? 내가 제국에서 종횡무진할 때, 두변, 그 소환관 놈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 불알 한쪽도 없는 놈이 내게 사죄를 바래? 꿈 깨라고 해라!”

첩실은 미간을 찌푸렸다. 같은 말을 이미 수십 번 이상 들었다.

검각후가 천둥이라도 칠 것처럼 크게 성을 내며 소리쳤다.

“게다가 두변 그 환관 놈은 성지 없이 감히 사적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사천을 공격했다. 그건 모반이야! 황제에게 상주서를 올리겠다. 나는 다른 군부들과 연합해서 함께 그를 섬멸할 것이다!

그놈이 무슨 대수라고? 스물도 안 된 환관에 불과해. 황궁에서 황제에게 꼬리나 흔들어댈 것이지, 변진을 통솔해? 어째서 그럴 수 있는 거야? 그런 놈은 천 번, 만 번 베어 죽여야 해. 나는 조정에 있는 다른 공신들과 연합하고, 진북공, 선화공과 연합할 것이다. 나는 백만 냥을 군비로 내서 그 환관 놈을 없애버릴 것이다!”

그는 격노하는 동시에 두려워하고 있었다.

첩실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노야, 제 생각에는 노야가 두변에게 가서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노야가 두변이 사천에 들어올 명분을 주시면 안 되지 않겠어요. 두변은 여씨를 집어삼킨 뒤, 이미 귀주, 운남, 광서 세 성을 손에 넣었잖습니까. 다른 한 손은 호남에 뻗치고 있고, 이제는 또 사천에 진입하려고 하잖아요. 우리는 절대로 그가 이렇게 미친 듯이 확장하는 걸 원하지 않잖아요. 우리의 이익을 위해서, 노야께서 두변에게 무릎 꿇고용서를 비셔야 해요.”

검각후 장문소가 그 말에 놀라 소리쳤다.

“네가 지금 내게 반기를 들려는 게냐?”

검각후 장문소가 첩실의 귀싸대기를 힘껏 후려치려는 순간, 휘청거리며 바닥에 자빠져버렸다.

그 미모의 첩실이 검각후의 목을 가볍게 친 것이다.

순간 검각후는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보고 들을 수는 있어도 제 몸 어디 하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가 아끼던 이 첩실은 뜻밖에도 무도 고수였다.

‘네, 네가 방계였구나, 네가 무공이 있어서…….’

검각후 장문소는 입도 열지 못하고 눈빛으로만 그렇게 말했다.

그 첩실이 다정하며 웃어 보이며 말했다.

“첩은 영원히 노야의 여인이에요.”

이윽고 첩실은 검각후 장문소를 가볍게 안고서 마차에 올랐다. 그리고는 마차 안의 비밀 공간에 장문소를 밀어 넣고 성도를 떠나 두변의 군영으로 질주했다.

이틀 후!

사내 하나, 여인 하나가 두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여자는 점잖고 아름다운 중년으로, 광서 순무 두강의 아내이니 두변의 숙모인 셈이었다.

그리고 사내는 검각후 장문소였다.

그는 두변의 사자를 다치게 했고, 두변의 황금 1만 냥을 꿀꺽해버렸다. 게다가 두변의 친필 서한을 엉덩이 닦는 데에 사용하고, 심지어 두변의 사자를 거세했다. 수없이 망언을 던지며, 두변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심지어 대녕 제국에 있는 각지의 군벌들과 연합하겠다고 했고, 두변을 토벌하는 데 백만 냥의 돈을 내겠다고 했다.

그 완고하기 짝이 없는 자가 다른 이의 수에 당해 두변 앞에 무릎을 꿇게 되었다.

그건 서남 전체의 투쟁이 당분간 완전히 종결됐다는 의미였다.

방계가 철저히 타협하며 물러난다는 의미였다.

예상 밖의 사고가 없다면 방계는 사흘 안에 경성에 대한 봉쇄를 해제할 것이다.

두변은 이곳의 일을 마무리 지은 다음 경성에 들어가야 했다. 어떤 놀라운 일이, 혹은 의외의 일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까.

“두변, 네가 뭘 믿고 나를 체포하지?”

광서 순무 두강의 부인 강씨의 물음에, 두변이 그 앞에 웅크려 앉아 덤덤하게 말했다.

“넷째 숙모. 우리가 못 본 지도 1년여가 된 것 같습니다.”

강씨가 냉랭하게 말했다.

“나는 두씨의 정실부인이자 복양 후작부 적녀다. 너는 즉시 나를 풀어주거라. 네 신분으로는 애초에 나를 잡을 권한이 없다.”

두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죠. 규범대로 하면 변진의 최고 수장인 내가 당신을 잡을 권한이 없죠. 한데 규범이라는 게, 이미 당신들에 의해 파괴되지 않았습니까? 규범에 따르면 당신들은 순무 장양명을 죽일 권한이 있었습니까? 계왕의 두 다리를 부러뜨릴 권한이 있었어요? 당신들이 계왕을 핍박해 죽일 권한이 있었습니까?”

두강 부인 강씨가 냉랭하게 말했다.

“승자는 왕이 되고, 패자는 도적이 되는 게 당연한 이치거늘, 또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당신이 지금 또 나와 승자 패자를 논하자고요? 그럼 지금은 내가 왕이고, 당신은 도적입니다.”

두강 부인 강씨가 냉소했다.

“너는 우물 안 개구리로구나. 너는 방계가 얼마나 강한지 모른다. 네 승리는 한시적인 것이다. 우리 방계의 대군이 대녕 제국에 상륙하면 너는 처참히 죽을 것이다.”

두변이 웃으며 물었다.

“넷째 숙모, 지금이 어느 땐데 이럽니까? 당신은 이미 죄수가 되었는데 이렇게 고집을 부리다뇨? 복양 후작부의 어린 소저 티나 내다니요?”

강씨는 두변의 말에 도리어 턱을 치켜들었다.

강씨는 성격이 몹시 강했다. 복양 후작부는 진작 몰락했으니, 그녀가 두가에 시집온 건 어떻게 보면 자신보다 신분이 높은 사람과 연을 맺은 셈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기필코 자신보다 신분이 더 낮은 남자에게 시집온 여자처럼 하고 다녔다. 두가에서도 줄곧 후작부 소저 티를 내면서 좀처럼 기세가 꺾이는 법이 없었다.

두강 부인 강씨가 냉소했다.

“두변, 네가 무슨 의도인지 안다. 예전에 너는 두가에서 폐물이라서 모든 이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모든 이가 너를 업신여겼지. 하지만 이제 스스로 출세했다고 생각하고는, 사람들에게 과시를 하고 싶은 게로구나. 내가 너에게 비위 맞추는 모습이 보고 싶고, 내가 너에게 빌면서 환심을 사기를 바라고 있지. 너에게 알려주마. 꿈도 꾸지 말아라. 설령 지금 같은 때라도 내 안중에 너는 예전과 똑같이 선천적인 고자이며, 두가의 개만도 못한 자이다.”

두변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

“정말 아닙니다. 내가 당신을 잡은 건 단지 두강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였죠. 더 나아가 방계의 진정한 의도를 탐색하는 데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넷째 숙모, 당신이 굳이 나를 격노하게 만들어서 모욕을 당하고 싶다면 나도 당신 뜻을 이뤄줄 수밖에요.”

이어서 두변이 냉랭하게 말했다.

“강씨, 너는 제국의 전략 물자를 밀수하는 데 가담했으며, 함대의 이익을 점유했다. 그 일에 가담하길 원하지 않는 해상들은, 네가 강제로 하옥시켜서 타인의 선함을 강점했다. 그런 일이 있더냐?”

두강 부인 강씨는 냉소하면서, 하찮다는 듯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봐라.”

두변이 두꺼운 공문서를 가리켰다.

그 문서에는 강씨가 어떤 해상에게 이익금을 얼마나 받았는지, 또 제국이 운송을 금지한 전략 물자를 얼마나 암거래했는지 꼼꼼히 적혀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강씨가 받은 뇌물이나 다른 사람의 선함을 강점한 문서까지, 확고한 증인과 물증이 고스란히 있었다.

강씨는 그걸 보고 깜짝 놀랐다. 본래 두변이 자신을 잡아와서 위세나 부리고 말 것이라고 생각했건만, 이제 보니 모든 절차가 준비되었을 뿐 아니라, 물증까지 완벽했다.

“강씨, 네 죄는 클 수도 작을 수도 있다. 크면 교살이요, 작으면 관기(官妓)로 전락하는 것이다.”

강씨의 안색이 변했다.

“강씨, 하나를 선택해라. 관기로 전락할 것이냐, 아니면 교살이 더 좋으냐?”

“네가 감히, 네가 감히…….”

두변이 손짓했다.

“두 부인을 보내 드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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