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418화 (418/648)

418장: 초대규모 결전이 발발할 것이다!

그 말이 떨어지자 여경사 무사 한 명이 앞으로 나와서 강씨 목에 밧줄을 건 뒤, 단단히 조였다.

“아악!”

강씨는 끊임없이 발버둥 치느라 얼굴이 새빨갛게 부풀고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

이곳까지 오는 길에 그녀는 계속 스스로에게 말했다. 절대로 두변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절대로 그놈을 득의양양하게 만들지 말자고, 설령 죽더라도 두려워하지 말자고.

하지만 막상 죽음이 닥쳐오니, 공포로 덜덜 떨리면서 용감했던 기세가 전부 연기처럼 흩어졌다.

강씨가 눈빛으로 두변에게 필사적으로 애걸하면서, 손을 흔들어서 자신이 할 말이 있다는 표시를 했다.

두변이 손을 들자 여경사 무사가 밧줄을 풀어줬다. 강씨는 입을 벌리고 필사적으로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죽음에서 벗어나는 순간, 너무나 소중한 기분이 들었다.

강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두변, 죽, 죽이지 말아다오…….”

“선택하십시오. 교살당하겠습니까, 관기로 전락하겠습니까?”

두변의 말에 강씨가 온몸을 떨며 말했다.

“나, 난 죽고 싶지 않다.”

관기가 되겠다는 말은 도저히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자신은 당당한 후작부 소저이자 두씨의 정실 부인이 아닌가?

두변이 물었다.

“말을 제대로 하세요. 교살당하겠습니까, 관기가 되겠습니까? 다른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시고요.”

강씨는 죽을 듯이 치욕스러워하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관기가 되겠다.”

그 말을 입 밖에 낸 그녀는 완전히 탈진해버렸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치욕의 한계를 넘어선 탓이었다.

두변이 웃으며 말했다.

“이제 보니, 당신은 긍지니 기개 같은 건 없는 사람이군요. 죽음 앞에서 창기로 전락하길 원한다니.”

강씨는 땅에 구멍이라도 파서 들어가지 못하는 게 한이 될 정도였다.

두변이 계속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이곳은 경성이 아니라서 아직 관기라는 게 없습니다. 그냥 계속 갈 길 가시지요.”

이윽고 그 무사가 다시 강씨의 목에 밧줄을 걸고 힘껏 잡아당겼다.

이번에 더는 풀어주는 일은 없었다.

강씨가 다시 발버둥 치며 손발을 마구 휘둘렀음에도 밧줄이 풀리는 일은 없었다.

두변은 강씨가 자신을 더할 나위 없이 원망하는 눈빛으로 바라볼 것이라 생각했다. 두변이 그냥 죽이려고 한 게 아니라, 그녀의 존엄성을 철저히 짓밟고 죽였으니까.

그렇지만 강씨의 마지막 눈빛은 애걸과 두려움의 눈빛이었다.

죽을 때까지 계속 그렇게!

죽음 앞에서 그녀는 두변을 원망하는 용기마저 사라졌다.

옆에 있는 검각후 장문소가 그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고스란히 쳐다봤다.

그가 두변을 바라보는 눈빛은 몹시 복잡했다. 그는 사실 두변에게 욕지거리를 퍼부으면서 두려움 없는 용감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검각후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달랐다.

“두변, 나를 돌려보내라. 보증하건대 돈을 배로 돌려주겠다. 그리고 앞으로 자네의 군무에 협조하겠다.”

검각후의 말투는 여전히 자존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두변이 아랑곳하지도 않자, 장문소가 얼굴을 흠칫 떨며 말했다.

“두변, 내 죽음은 자네에게 조금도 이득이 되지 않고 내 군대는 방계의 수중에 떨어질 것이다. 자네가 충분히 똑똑하면 내게 군곤 서른 대를 내린 뒤, 나를 돌려보내면 그만이다. 그렇게 하면 자네도 체면을 차릴 수 있을 테니까.”

두변이 여전히 아랑곳도 하지 않자 장문소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두변, 내가 자네 앞에서 무릎 꿇고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고, 통곡하며 눈물을 흘리는 건 불가능하다. 나는 제국의 유서 깊은 공신이라고. 진남공 송결도 나를 형님이라고 부른다네.”

두변은 더는 말하지 않고 곧바로 뒤돌아 그곳을 떠났고, 무사들이 장문소를 끌고 어떤 장소로 걸어갔다.

“어디 가는 거냐, 지금 어디에 가는 거냐고?”

“소리 지르지 마십시오. 곧 도착합니다.”

무사의 말에 장문소가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며 내력을 운용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는 무공이 충분히 고강했고 준종사급이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첩실에게 독을 당한 나머지, 지금은 온몸에 조금도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곧 목적지에 도착한 장문소는 시체 한 구를 보았다. 그건 자신이 거세시켜서 백색성에 돌아가기 전에 죽인 두변의 사자였다.

그 시체 앞에 단두대가 하나 있었다.

“너희는 날 죽일 수 없다! 날 죽일 수 없어! 나는 제국의 후작이니 황제 폐하의 성지가 없이는 나를 죽일 수 없다!

가서 두변 대인께 고하거라. 날 죽이지 말라고 해! 날 죽이면 모반에 해당한다고!

두변 대인, 제가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오직 당신의 지휘만을 따르며, 제 8만 대군은 전적으로 당신의 지시에 따르겠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검각후 장문소는 소리 지르며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목은 무참히 단두대에 올려지고 말았다.

솩! 단두대의 칼이 그대로 떨어졌다.

장문소의 수급이 굴러떨어졌다. 죽기 전 그의 두 눈은 여전히 공포로 가득하고 생존에 대한 갈망이 가득했다.

이 두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척을 하는 자들이었다. 이들과 비교하면 여여해는 효웅에 속하다 할 만했다.

경성.

전 내각 수보 방탁과 두회가 광활한 운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군 전하의 성지가 왔소이다.”

방탁의 말에 두회가 물었다.

“우리를 욕하셨소?”

“욕은 하지 않으시되 몹시 실망하셨소. 그저 이렇게 여덟 자만 쓰셨소. ‘우단사련(藕斷絲連), 당단부단(當斷不斷)’.”

(※우단사련藕斷絲連: 연뿌리는 끊어져도 그 가운데에 실은 끊어지지 않았다. 겉으로는 끊어졌으나 중심은 이어졌다는 말.

당단부단當斷不斷: 결단을 내릴 때 우유부단해서는 안 된다.)

두회가 무릎을 꿇고 동쪽 방향을 바라보며 머리를 조아렸다.

“신, 삼가 전하의 가르침을 따르겠습니다.”

방탁이 그를 힐끗 본 뒤, 그도 따라서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신, 삼가 전하의 가르침을 따르겠습니다.”

“입궁합시다!”

이윽고 두 사람은 또다시 진격하여 황제를 알현했다.

두회가 말했다.

“신, 폐하께 간청드립니다. 남경을 배도(陪都: 제2의 수도)로 정해주시고, 또 남경에 육부 등 기구를 조직해주십시오. 내각을 제외하고, 경성에 있는 것을 남경에도 만들어주십시오.”

전 내각 수보 방탁이 말했다.

“여진 제국이 곧 전력을 다해 우리 대녕 제국의 북방을 공격할 테니, 그 일을 사전에 방비해야 합니다. 노신은 남경에 육부 등 조정의 기능을 하는 기구를 조직해주시기를 청합니다.”

두회가 말했다.

“앞으로 수로 운송이든 해상 운송이든, 식량이 조금도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2천 5백만 냥도 한 푼도 줄지 않고 경성에 호송될 겁니다.”

사실 황제가 승낙할지 여부는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황제의 승낙과 상관없이 그 일은 이미 기정사실이 되었다.

두회도 그런 건의를 제시할 권한이 없었다. 그저 소군의 뜻이었다.

그건 방계가 완전히 대녕 제국의 북쪽에서 물러나서 전력을 다해 강남 등의 몇몇 성을 경영하겠다는 뜻이었다.

황제는 한참을 침묵한 뒤 한숨을 쉬었다.

“허한다!”

방탁이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신들은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폐하, 보중하십시오.”

두회는 말없이 공수만 한 뒤, 뒤돌아서 그곳을 떠났다.

태자의 소매 속에서 두 손이 떨리고 있었다.

방금 일어난 모든 장면은 평온해 보였지만 몹시 두려운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건 제국이 철저하게 분열된다는 뜻이었다.

대명 왕조가 멸망하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가 남경에 남명(南明) 왕조를 성립한 것이나 마찬가지 의미였다.

황제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태자, 알겠느냐?”

태자가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들이 완전히 북방에서 물러나는 건, 바로 북방 전체를 피로 씻어내고 싶어서입니다. 여진 제국의 힘을 빌려서 우리 대녕 제국을 완전히 소멸시킨 뒤, 연왕이 떳떳하게 남경에서 황제로 등극할 겁니다.”

“지켜보자. 원등 공작의 반응을 두고 보자꾸나. 보름 안에 원등 공작이 와서 나를 알현하지 않으면, 그건 상대쪽 소군이 아직 그 결심을 굳히지 않았다는 뜻이다. 원등이 나를 보러 온다면 그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들이 원등까지 포기하려고 한다는 뜻이다.”

태자의 얼굴이 실룩거렸다.

동방 연합 왕국의 소군은 정말 결단력이 있지 않은가.

이미 대녕 제국을 완전히 해체할 준비를 하고 있었구나!

황제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준비해라. 두변이 입경할 것이다.”

두변은 군대를 출동시키는 것도 과감했지만 병사를 물리는 건 더더욱 과감했다.

하루도 지체하지 않고 그의 7만 대군이 전부 사천에서 철수했다.

그런 뒤 2만 대군은 귀양부에 주둔했고, 5만 대군은 진서성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여담의 2만 대군은 도리어 호남에서 완전히 철수하지 않고서 광서와 호남 경계에 있는 영주부(永州府)에 주둔했다.

긴급한 서신을 받은 여담은 즉시 휘하의 대장군 두 명을 불렀다. 대장군은 그와 마찬가지로 참장 직함을 가진 이도전, 또 다른 한 명은 유격장군 이위였다. 이위는 사실 두변의 직계여서, 여담의 군대에 찔러둔 못 같은 존재였다.

여담이 말했다.

“고모부, 이위 장군. 주군께서 부르시니 나는 돌아가야 합니다. 군대는 당분간 당신들에게 맡기겠습니다. 반드시 한 가지를 기억하세요. 계속 호남의 평범한 백성과 어울려야 하고, 권력가와 대부호들을 탄압해야 합니다.”

“명 받들겠습니다!”

이도전과 이위가 답했다.

“소주,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이도전이 묻자 여담이 말했다.

“고모부, 저를 소주라 부르지 마세요.

제 예상이 틀리지 않다면 곧 진정한 대규모 결전을 맞이할 겁니다. 심지어 국운이 달린 전쟁이 될 겁니다. 저는 단지 전장이 우리 서남까지 퍼지지 않고, 주군께 충분한 발전의 시간이 주어지기를 바랍니다.”

두변은 중요한 군사회의를 염주부에서 진행하기로 했고, 휘하의 모든 고위층이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전부 자리했다.

“방계가 이번에 깨끗하게 철수했습니다. 수로뿐 아니라 해상 운송도 회복되었고요.

방계의 모든 세력이 북방에서 완전히 철수했습니다. 방탁과 두회는 연왕을 데리고 남경으로 향해서 남경에 육부 등 조정의 기능을 하는 기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경성에서 온 밀서를 막 받았는데, 원등 공작이 쉬지도 자지도 않고 경성으로 달려와서 폐하를 알현한 뒤, 떠날 때 피가 흐르도록 땅에 이마를 박았다고 합니다.”

서북의 준격이칸국(汗國)이 이미 북달에 침입했습니다. 두 나라 모두 자신이 황금 제국의 직계 계승자이며, 황금 제국의 영광을 회복할 것이라고 선포했습니다.

그것들은 모두 우연이 아닙니다. 이 소식들이 한데 모인 건 한 가지 일만을 말하고 있습니다.

진정 초대규모 결전이 발발할 것이며, 그건 대녕 제국의 국운이 달린 전쟁이라는 걸 말입니다.”

두변이 여담을 바라보며 물었다.

“당신의 예측에 따르면 그 전쟁 규모는 어떨 것 같습니까?”

“여진 제국은 여러 전쟁을 통해 군대가 매우 막강해졌습니다. 아마도 30만 이상의 군대를 출동시킬 겁니다.”

이 세계의 여진 제국은 또 다른 지구 역사의 후금(後金)보다 더 강력했다.

그러니 이번 대결전의 규모는 또 다른 지구 역사상의 살이호지전(薩爾滸之戰: 사르후 전투. 명나라와 누르하치의 후금이 벌인 대전)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다.

여담이 말했다.

“요동에 있는 대녕 제국의 군대도 30만 정도가 될 겁니다. 거기에 선화진(宣化鎮), 통주진(通州鎮)의 대군을 합치면 50만에 달할 겁니다. 이번에 방계는 경성에 대한 봉쇄를 해제하며, 2천 5백만 냥의 돈을 황제에게 한 푼도 적게 주지 않았습니다. 그건 방계가 황제에게 이번 결전을 준비하도록 내버려둔다는 뜻입니다. 원등 공작, 선화 공작 모두 급하게 경성에 들어왔으니, 방계가 이미 대녕 제국의 최대 두 군벌을 완전히 포기했다는 걸 설명합니다. 대녕 제국이 여진 제국과 이번 국운이 달린 전쟁을 준비하게 두기 위해서 말입니다.”

“동방 연합 왕국이 그 틈에 양광에 상륙해서 우리 서남을 공격하지는 않겠습니까?”

두변의 말에 여담이 잠시 침묵하다니 입을 열었다.

“소관, 차마 판단을 내릴 수 없습니다.”

두변이 의부 이문회를 바라봤다.

“차마 판단을 내릴 수 없구나. 만약 우리 서남이 동방 연합 왕국에서 전략적인 등급이 비교적 높다면 방계의 동방 연합 왕국이 그 틈에 양광에 상륙해서 우리 서남을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한데 그들에게 대녕 제국의 전략적인 등급이 더 높다면 그들 대군은 강남에서 집결해서 북방의 어지러운 국면을 수습할 준비를 할 가능성이 크구나.”

두변이 말했다.

“명령을 내리겠다. 모든 병기 공장은 전력으로 12방 화포의 모방품을 만들고, 사공엽의 실험실은 전력으로 성화교 화약 모방품을 만든다. 호남, 광서에서 식량을 모으고, 더 나아가서 군대를 확충하고, 병사를 훈련시킨다. 강력한 군대를 집결시켜서 염주부, 오주부, 계림부를 수비한다.”

두변이 옥진 군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옥진 군주께서는 즉각 남하해서 안남 왕국으로 향하십시오. 우리와 안남 왕국이 즉시 교류할 수 있는 경로, 즉 물자, 무기, 정보를 교류할 경로를 만들어야 합니다. 게다가 여창 국왕과 진남공께 전해드리세요. 앞으로 공전절후의 대규모 전쟁을 맞닥뜨릴 수 있다고요.”

“예!”

옥진 군주가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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