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432화 (432/648)

432장: 새로운 기술

거대한 매마가 움찔하더니, 그 그림자가 찢어질 듯한 기세로 심하게 꿀렁거리기 시작했다.

“네, 네놈이 어떻게 안 거지?”

“오애지 어르신은 자결하시지 않았어. 네게 혼백을 잡아먹혔을 뿐이지.”

매마가 처참한 비명을 지르더니, 매마의 몸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으아아. 아아악.”

매마는 자신의 정신력으로 어떻게든 버티려고 했지만, 두변과의 머리싸움에서 진 뒤로는 가차 없이 흔들리는 의지를 걷잡을 수가 없었고, 오애지의 혼백을 누르고 있을 정신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오애지의 혼백은 매마에게 잡아먹힌 뒤로 의욕을 완전히 상실해서 아무런 반항력이 없었지만, 두변이 나타나고, 두변이 매마를 이기는 것을 보고는 의지력이 급상승했다.

오애지가 있는 힘껏 발버둥 치면서 매마를 떨쳐냈다.

“안 돼. 으아악. 안 돼.”

오애지의 혼백이 매마의 포효 속에서 매마의 그림자에서 빠져나왔다.

드디어 오애지가 매마의 조종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두변, 어서 가라. 세계의 균열에서는 지옥불이 한 번 꺼질 때마다 아주 잠깐 틈이 생기는데, 그 틈을 통해서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 매마가 너에게 사명의 주인이라는 신분을 증명하라고 지옥불을 삼키라고 했을 때, 틈이 하나 생겨났다. 그러니 서둘러 떠나라. 틈은 금방 닫힐 테니.”

오애지가 다급하게 외치자 매마가 소리를 질렀다.

“내가 있는 한, 저놈은 어디에도 못 가!”

“그래? 그렇게는 안 되지.”

오애지가 냉랭한 어조로 말한 뒤 검을 뽑았다.

콰광.

오애지와 매마가 미친 듯이 싸우기 시작했다.

“두변, 서둘러라. 바깥 세계를 향한 틈이 금방 닫힌다. 내가 너를 위해 매마를 막아줄 수 있으니 날 믿어라.”

두변이 능파미보를 시전해서 밖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두변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속해서 뛰면서, 몇 시진 전에 지옥불을 삼켰던 그곳을 향해 달려갔다.

두변은 능파미보를 이용해서 세계의 균열의 중간 부분인 암흑교를 지났고, 핏빛으로 뒤틀린 죽음의 동굴도 따라 달렸다.

이곳은 보고만 있어도 토가 나올 지경으로 역겨웠다.

곳곳이 뒤틀린 핏빛이었고, 꼭 세상 전체가 피를 흘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두변은 쉬지 않고 미친 듯이 달렸다.

몇백 리를 달리던 두변은 드디어 지옥불을 삼켰던 곳에 도착했다. 온통 암흑이었던 곳은 지금은 다시 핏빛이 되어있었다.

두변은 이곳에 반 미터가 넘지 않는 틈이 생긴 걸 발견했다.

틈이 생긴 곳에는 원래 지옥불이 있었는데, 두변이 지옥불을 삼킨 뒤에 암흑의 소용돌이처럼 생긴 틈이 벌어진 것이다.

이 틈이 바깥세상으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두변이 틈을 향해 몸을 던지려던 순간, 그의 뒤에서 오애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변, 잠시만!”

두변이 고개를 돌리자,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희미해진 오애지의 혼백이 그를 향해 오고 있었다.

오애지의 손에는 아주 투명한 수정체가 있었는데, 계속 회전하는 수정체는 액체 같기도, 고체 같기도 했다.

“이건 매마의 피로 응집된 결정이다. 아주 진귀한 것이지. 매마는 이미 죽었고, 내겐 아직 기운이 조금 남았으니, 전부 너에게 남기고 가겠다.”

두변이 매마의 피로 만들어진 결정체를 받는 순간, 오애지의 혼백이 두변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쾅, 쾅, 쾅, 쾅.

엄청난 기운이 두변의 몸속으로, 그의 근맥과 단전으로 들어왔다.

그의 무도 수준이 미친 듯이 향상하면서,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돌파하고 있었다.

역사적인 무도 돌파였다.

두변은 자신의 무도 수준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그때, 두변의 눈에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틈이 점점 더 작아지는 게 보였다.

두변은 재빨리 달려가서 암흑의 소용돌이 같은 틈 속으로 몸을 던졌다.

두변의 몸이 세계의 균열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두변의 단전은 이 와중에도 계속해서 폭발했고, 그의 무도 수준은 계속해서 더 높은 급을 향해 돌파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두변은 천천히 눈을 떴다. 사실 그는 자연스럽게 깨어난 게 아니라, 추워서 깬 것이었다.

두변은 뼈마디까지 시린 추위에 화들짝 놀라면서 눈을 퍼뜩 떴다. 그리고는 자신이 경치가 굉장히 아름다운 곳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끝도 없이 펼쳐진 짙고 푸른 바다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이 두변의 시야에 들어왔다.

하늘과 바다가 이어진 광경이라면 바로 이런 광경을 뜻하지 않을까.

먼 곳에는 새하얀 빙하와 설산이 보였고, 바다 곳곳에 크고 작은 빙산이 둥둥 떠다녔다.

여기가 어딜까.

무수히 많은 부빙과 빙산이 떠다니는 이곳은 어디일까. 남극일까, 북극일까.

두변은 이곳이 어딘지 빠르게 생각했다.

‘지금이 대략 11월이니까, 남극은 여름일 거야. 그런데 지금 이곳의 온도는 최소 영하 수십 도고, 바다가 얼어붙기 시작한 걸 보니까 이곳은 북극해 구역이겠군.

아놔 미치겠네. 세계의 균열에서 간신히 빠져나왔더니, 이번엔 북극까지 왔어?

젠장. 나더러 어떻게 돌아가라고?

두변의 무공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것도 맞고, 능파미보도 할 줄 안다.

하지만 아무리 무공이 뛰어나다고 해도, 능파미보로 몇백 리 정도 달릴 순 있지만, 더 달리다가는 현기 내력이 다 닳아서 바다에 빠져버리고 말 것 아닌가.

능파미보는 내력으로 중력을 맞바꾸는 무공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곳의 온도는 뼈마디가 시릴 정도로 낮아서, 두변도 얼어 죽지 않으려면 내력으로 열기를 내뿜어야 하기 때문이다.

두변이 떠다니는 빙산 하나를 발견하고 그 빙산 위로 가볍게 뛰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으려고 했지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인지라 자신의 엉덩이가 걱정되어 자리에 앉지는 않았다.

두변은 작은 빙산 위에 올라서서 피부를 찢을 듯한 바람을 맞으며 생각에 잠겼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 때문에 아랫도리가 잘려나갈 것처럼 차가웠다.

세계의 갈라진 틈에서 보낸 여정은 정말 구사일생이라고 할 수 있다.

두변은 이제야 알게 되었다.

암흑 물질을 마시고 여여해를 죽인 그 순간부터 언제 한 번은 분명히 목숨이 끊어질 것이라고, 그리고 그 이유 때문에 꿈속 시스템이 그에게 북명검파로 가라고 재촉했다는 것을.

사실상 꿈속 시스템은 그때부터 두변이 세계의 균열에 가야 한다는 계획이 있었을 것이다.

꿈속 시스템은 북명검파의 다섯 종주의 혼백이 그 갈라진 균열에 있다고 생각했고, 오직 그들의 기운으로만 두변의 구멍을 채울 수 있고, 그를 되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꿈속 시스템도 북명검파의 다섯 종주가 세상의 갈라진 균열에서 거의 전멸했음을 알지 못했고, 두변이 다섯 종주가 아닌 교활한 매마 다섯 마리와 마주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두변으로서는 전화위복인 셈이었다.

다섯 매마의 기운으로 제 단전이 채워지고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제12대 북명 종주가 마지막 순간에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기운을 전부 두변에게 준 점이 그러했다.

그나저나, 북명대법은 어디로 갔을까?

어떤 의미에선 북명대법이 곧 북명 종주를 의미했다.

두변이 눈을 감자, 뇌리에서 제12대 북명 종주 오애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명의 주인 두변! 나, 구양노, 축천한이 오랜 시간을 들여서 북명대법을 복기해냈다. 그리고 우리는 아주 강력한 기운을 축적해서 북명대법 비급 두루마리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 막중한 임무를 끝내고는, 우리는 끝도 없는 공허함에 빠지게 되었고, 그래서 매마들에게 혼백을 빼앗겼다. 북명대법 비급 두루마리는 매마 한 마리가 빼앗아갔는데, 그 매마는 이미 우리 세계에 침입했고 치명적인 첩자가 되었다.’

두변의 두피가 저릿해졌다.

매마 한 마리가 북명대법을 들고 인간 세계로 들어왔다고? 그렇다면, 언젠가 그 매마가 북명검파의 종주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잖아!

북명검파는 어떤 곳이던가.

천하 삼대 성지 중 하나이고, 동방 세계를 주름잡는 무도의 주역이자, 세계의 균열의 수호자 아닌가.

대녕 제국에는 대종사급 고수가 손에 꼽을 만큼 적지만, 북명검파 내부에는 이미 세 명의 대종사가 목숨을 잃었는데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만약 이도진의 배신이 아니었다면, 이연정은 벌써 북명검파에게 처단당했을 것이다.

이연정은 무려 대종사급 고수이자, 대녕 제국 거물 중 하나인데 북명검파가 처단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처단할 수 있는 대상인 것이다.

북명검파는 그만큼 대녕 제국에서 막강한 힘을 가진 집단이다.

그런데 만약 매마가 북명검파를 손에 넣게 된다면, 정말 끔찍한 재앙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제12대 북명 종주 오애지의 목소리가 이어서 들려왔다.

‘두변, 북명검파에는 아주 심각한 분열이 일어났었는데, 그때 북명대법이 두 부분으로 나뉘었었다. 절반은 행방조차 알 수 없게 되었고, 나머지 절반은 북명검파의 내부에 있지.

그러니 어서 북명검파로 돌아가라. 내가 정신력을 아주 조금이나마 네 머리에 남겨두었으니, 네가 북명 종주와 장로회를 만나러 갈 때 내가 현신해서 북명 종주에게 절반 남은 북명대법을 너에게 전하라고 명해주겠다. 그리고 북명 장로회와 현임 북명 종주에게 너를 다음 북명 종주로 봉하라고 명령해주겠다.’

두변으로서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를 다음 북명검파 종주로 세운다고? 내가 이 세계에서 제일 강한 무도 세력의 주인이 된다는 건가?’

두변은 오애지가 무얼 우려하는지 깨달았다.

오애지는 매마가 두변보다 한 발자국 더 앞서서 북명 종주 자리를 꿰찰까 봐 염려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슉, 슉, 슉, 슉.

아름다운 불빛이 유성우처럼 하늘을 가르더니, 쏜살같이 두변의 머릿속으로 들어갔다.

화아아악.

두변의 머릿속에서 찬란하고 눈부신 빛이 폭발하더니 차츰 어두워졌다.

한참이 지난 뒤, 두변의 머릿속에서 기이한 불빛이 나타났다. 꿈속 시스템이 돌아온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꿈속 시스템은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꿈속 시스템은 두변의 머리로 돌아오자마자 그가 세계의 갈라진 균열에서 겪은 일들을 재빨리 파악했고, 두변의 대처 능력에 크게 놀랐다.

교활하고 위험한 매마들을 상대로 머리싸움에서 이겼고 성공적으로 되살아났으며, 지옥의 문을 완전히 닫고, 매마 다섯 마리를 전부 무찌른 것이 아닌가.

두변은 시스템의 도움 없이 온전히 혼자서 이번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꿈속 시스템은 자신들에게 신체가 없음에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고 생각할 정도로 놀라면서, 자신들이 그간 두변을 과소평가했음을 깨달았다.

한참이 지난 뒤, 꿈속 시스템이 말했다.

‘숙주. 정말로 성숙해졌군. 어쩌면, 언젠가 우리가 사라지더라도 너는 최종 사명을 다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어서 꿈속 시스템이 탄식했다.

‘하지만 상황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해졌다. 원래 너는 다섯 종주의 힘을 빨아들인 뒤에 되살아나는 거였는데, 지금 너는 매마들의 힘으로 되살아났다. 그래서 네 몸속에는 악마의 힘이 존재해. 그 힘은 우리의 절대 원수인 셈이지.’

두변도 이러고 싶진 않았겠지만, 매마의 힘이라도 흡수하지 않으면 그대로 죽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두변은 살기 위해서 매마의 힘, 아니, 진정한 악마의 힘이라도 빨아들였을 것이다.

두변이 말했다.

‘내 몸에 들어온 이 힘은 아주 신비롭고 기이합니다. 어디 쓸 데가 있지 않을까요.’

‘쓸 데야 많지. 가시적으로 유용하게 쓰이는 것을 예로 들자면, 매마의 능력 덕분에 이제 가면 같은 건 안 써도 된다.’

두변이 깜짝 놀라면서 되물었다.

‘무슨 뜻입니까?’

‘네가 스스로 다른 얼굴로 변용(變容)할 수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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