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440화 (440/648)

440장: 환양단 三

비록 3천 금화만 더한 값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두변이 얼마든지 더 값을 외칠 여유가 있어 보였다.

천국탑 상회 주인도 그 점을 느꼈는지, 흥분을 가라앉히고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25만 3천 금화! 25만 3천 금화가 나왔습니다. 이보다 더 높은 입찰가를 제시하시는 분이 계실까요?”

“셋!”

“둘!”

“하나!”

페르시아어를 구사하던 사내는 정말로 25만 금화가 가진 돈의 전부였는지 더 높은 입찰가를 외치지 못했다.

“13번 귀빈, 축하드립니다. 이 위험하고 진귀한 열양용단을 얻으셨군요. 이 단약을 드실 때 몸이 폭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 정확히 말하면 공공장소에서 이 단약을 드시지 마십시오.”

글렌의 말을 듣고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두변은 드디어 귀하디귀한 열양용단을 얻었지만, 이 단약 한 알을 위해서 내야 할 돈이 어마어마했다.

리아나 군주가 이를 부득 갈면서 말했다.

“줄리앙 선생, 일단 내가 25만 3천 금화를 대신 내드리죠. 하지만 천랑호 전함은 이제 내 거예요. 아오, 진짜. 또 흡혈귀한테 가서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겠네.”

두변이 어깨를 으쓱 하면서 말했다.

“어쩌면 제가 올린 마법 수정이 엄청난 값에 팔릴 수도 있죠.”

“정말 황당하군요. 유경 왕국 사람들은 헛소리에 맞장구치지 않아요.”

환양단을 위해서 25만 3천 금화를 내야 하지만, 그에게는 지금 땡전 한 푼 없었다. 20분의 1 매마 피 결정체는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이 맞지만, 대부분 사람은 이 결정이 얼마나 귀한 건지도 알지 못했다.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평범한 붉은 보석이기 때문에 두변이 얼마를 벌어들일지도 모르고, 이게 팔리긴 할지도 의문이었다.

이어서 두 번째 경매품이 등장했다.

천국탑 상회 주인 글렌이 말했다.

“두 번째 물건은 모두가 익숙한 물건이고, 모두가 열광하는 것이지요. 이걸 먹으면 사람이 신선경에 오른 듯이 황홀함을 느낄 수 있고, 만병통치가 되는 악마의 열매입니다. 아유 참. 누가 악마의 열매라고 이름을 지었을까요? 천국의 열매라고 불려야 할 것을요.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여러분께 안 좋은 소식을 하나 알립니다. 악마의 열매의 원산지가 대녕 제국의 파렴치하고 우매한 환관에 의해 파괴되었습니다. 그 사람의 이름을 똑똑히 기억하십시오. 그 사람의 이름은 두변입니다.”

두변은 자신의 이름을 듣는 순간, 갑자기 태국에서 홍수가 난 탓에 하드디스크 값이 올랐던 게 떠올랐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두변이라는 환관은 끔찍한 죄악을 저질러서 동방 연합 왕국이 그를 전 세계적으로 지명 수배하였습니다.”

두변이 깜짝 놀랐다.

‘내가 전 세계적으로 지명 수배되었다고? 난 왜 모르고 있었지? 동방 연합 왕국 이놈들 진짜 제멋대로구나. 이 세계에서 돈과 권력만 있으면 못 할 게 없긴 하겠지.’

“부패한 대녕 제국의 환관 두변이 악마의 열매 생산지를 파괴한 탓에, 5년 이내에는 새로운 열매가 출고되지 않을 겁니다. 이번 경매에 오른 악마의 열매가 마지막 물량이고, 총 5백 톤입니다.

악마의 열매 5백 톤! 입찰 시작가는 50만 금화입니다!”

악마의 열매 주인이 동방 연합 왕국이라는 건 묻지 않아도 알 만했다.

‘소군 전하도 참 대단하군. 원래 지구의 역사상으로는 서방 세계가 청나라에 대량의 아편을 팔아서 아편 전쟁이 일어났는데, 여기선 동방 연합 왕국이 서방 세계로 대량의 아편을 팔다니. 게다가 이렇게 비싼 값에!’

두변이 속으로 뭘 생각하든, 곧이어 경매장에서는 가장 치열한 장면이 펼쳐졌다.

귀빈석의 절반 이상이 입찰에 참여한 것이다.

‘아편이 서방 세계에서 이렇게 열렬한 사랑을 받는다고? 서방 세계엔 없나? 에이, 설마. 아편의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을 텐데.’

두변이 속으로 생각하는 사이, 5백 톤 아편의 입찰가는 점점 더 높아졌다.

“70만 금화!”

“71만 금화!”

“73만 금화!”

“73만 금화까지 나왔습니다. 더 높은 입찰가가 있습니까? 하나, 둘, 셋. 입찰 성공!”

두변은 최종 입찰가에 놀라서 혀를 내둘렀다.

5백 톤이면 1백만 근으로, 이곳에서의 경매가가 곧 도매 가격인 셈이다.

도매가 평균 가격이 아편 1근에 10냥 은자이니, 다른 지구의 아편 가격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비싼 편이었다.

두변은 동방 연합 왕국에 아편 생산지가 딱 한 곳만 있진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동방 연합 왕국이 얼마나 돈이 많은지 이제 실감 나요? 그들은 유경 왕국에 악마의 열매를 두 번 판매하는데, 그 판매금만 해도 2천만 은화가 넘어요. 심지어 악마의 열매는 그들 주요 수출품 중 하나에 불과하고요.”

리아나 군주의 말에 두변은 속으로 욕설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동방 연합 왕국에 비해서 대녕 제국의 천윤제는 돈 한 푼 없는 비렁뱅이 아닌가.

‘이러니 동방 연합 왕국이 대녕 제국의 문관 무장을 매수하기 위해서 그 많은 돈을 쓰는 데도 눈 한 번 깜빡이지 않는 거로군.’

이어서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경매품 모두 동방 연합 왕국의 품목이었다.

세 번째 품목은 천문학적 숫자의 값을 자랑하는 비단이었는데, 슬프게도 비단의 생산지는 대녕 제국의 강남이었다.

네 번째 품목은 대녕 제국에서 생산된 자기였는데, 똑같이 엄청난 값으로 입찰되었다.

다섯 번째 품목은 밀금 10톤이었는데, 그중 절반의 출처가 대녕 제국이었다.

두변은 동방 연합 왕국이 대녕 제국에서 최소 몇천만 은화에 가까운 돈을 건져간다는 걸 이제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동방 연합 왕국 소군의 정인이 왜 유경 왕국에서 초특급 귀빈 대접을 받는 건지, 서방 세계의 슈퍼스타인지 알 만했다. 소군과 그의 정인은 동방 세계와 서방 세계의 모든 무역을 끊어버린 셈이었다.

이어서 여섯 번째 경매품이 나왔는데, 놀랍게도 함대 하나가 통째로 경매장에 올라왔다.

함대는 전열함 한 척, 1등 순항함(巡航艦) 세 척, 경순항함 네 척으로 이뤄져 있었다.

이 함대는 ‘중고’ 함대였는데, 어떤 강국에서 쓸모가 없어 버린 건지 포화가 전부 철거되어 있었다.

두변은 침을 줄줄 흘릴 기세로 경매장을 노려보았다.

서방 세계와 대녕 제국 간의 엄청난 문명 차이에 속상하기만 하지만, 자신이 이 함대를 사게 되면 대녕 제국의 모든 수군을 압살하지 않겠는가.

이 함대가 중고이든 말든, 이 함대만 있으면 해군 부대가 하나 생기는 셈인데!

하지만 두변은 입찰할 돈이 없었고, 돈이 있다고 해도 이 군함을 사서 대녕 제국으로 가지고 갈 수 없다. 천국탑 상회 주인이 대녕 제국, 북안남 왕국 등은 여섯 번째 경매품에 입찰할 수 없다고 공지했기 때문이었다.

이건 정말 노골적인 패권주의 아닌가.

동방 연합 왕국이 대녕 제국과 잠재적으로 우호적인 관계인 국가에 함대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패권을 행사한 것이다.

대녕 제국이 전 세계적으로 버림받은 기분이었고, 하등 국가 취급을 받는 느낌이었다.

두변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생각에 잠겼다.

‘동방 연합 왕국이 이렇게 막강하면서, 왜 바로 병사들을 이끌고 대녕 제국을 침략하지 않는 거지? 작은 지출로 큰 수확을 얻으려는 건가? 비둘기가 까치집을 차지하는 것처럼?’

이때, 중고 함대의 입찰가가 140만 금화까지 치솟았다.

두변은 정말로 이 함대를 살 돈이 없었다.

“함대를 사간 쪽은 동방 연합 왕국이에요.”

리아나 군주가 두변에게 작게 귓속말했다.

“동방 연합 왕국에는 해군이 충분할 텐데, 왜 이 중고 함대를 산 겁니까?”

“동방 연합 왕국의 부속 왕국에 이 함대를 팔고, 그 왕국으로부터 수십 년 동안 세금을 걷을 요령인 거죠. 동방 연합 왕국에 속해있지만, 낙후된 왕국들은 이 강한 함대를 얻는 대신, 경제권을 동방 연합 왕국에 뺏기는 꼴이고요.”

리아나 군주가 대답했다.

‘소군 전하라는 자가 진짜 수완이 대단하구나. 경제 수단이든 정치 수단이든 군사 수단이든 삼박자를 두루 갖추다니. 정말 대단해!’

그 사이 일곱 번째 경매품이 올라왔다. 무려 몇천 제곱킬로미터 크기의 섬이었다.

그리고 여덟 번째 경매품은 군사 부대 하나였다.

정확히 말하면 군사 고용병인데, 부대의 우두머리가 이 부대를 더는 먹여 살릴 능력이 없어서 지휘권을 판매하는 것이었다.

아홉 번째 경매품은 식민지화되어 있는 인도의 한 성이었다.

두변은 대녕 제국보다 더 처참한 국가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다른 지구의 17세기 말쯤, 무굴 제국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긴 했지만, 이렇게 경매장에 성 하나가 식민지로 올라올 만큼 처참하진 않았다.

“이건 동방 연합 왕국과 성화교 세력이 해전을 한 번 치른 결과물이에요. 동방 연합 왕국이 항선 하나를 내주는 대신, 인도양에서의 상륙 기지를 만들기 위해서 인도의 식민지를 얻는 거죠.”

리아나 군주가 설명했다.

“그러니까, 동방 연합왕국이 식민권을 경매장에 올린 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이 조약에 대한 증인이 되어달라는 뜻으로 올린 거라고요?”

“맞아요.”

리아나 군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변으로서는 유경 왕국에서 여러모로 견문을 넓히는 기분이었다.

‘동방 연합 왕국의 소군이 영토 확장 욕구가 엄청 강한가 보네. 성화교 세력과 전투를 할 정도라니.’

이러니 대녕 제국이 우물 안 개구리처럼 느껴질 수밖에.

시간이 흘러 드디어 두변의 결정체 차례가 되었다.

마지막 경매품으로, 두변이 열양용단을 살 돈을 마련할 수 있는지가 이번 경매의 관건이었다.

천국탑 상회 주인 글렌이 말했다.

“이어서 열 번째 경매품입니다. 경매에 앞서서, 여러분께 먼저 알려드릴 게 있습니다. 제가 이 경매품을 마지막 순서로 내놓은 건, 이게 엄청나게 진귀해서 대미를 장식하려고 한 게 아닙니다. 전 여러분이 시간을 낭비할까 싶어 마지막 순서로 놓은 것이죠.

이 경매품은 제가 거절할 수 없는 분께서 부탁하셔서 경매품으로 올린 건데, 이 물건의 주인이 유경 왕국의 친구입니다.

그분께서 이 물건을 마법의 수정이라고 부르시는데, 제 수십 년 경매 경험을 걸고 보았을 때, 전 이 물건이 진귀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유경 왕국의 명예, 천국탑 상회의 명예, 그리고 제 명예를 위해서 확실히 밝히는 겁니다. 저는 도저히 이 마법의 수정이라는 것의 특별한 점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글렌이 마지막 경매품, 두변의 마법의 수정을 꺼내 들었다.

“입찰 시작가는 10만 금화입니다.”

사람들이 놀라서 헉 소리를 냈다.

누가 보아도 이 물건은 평범하디 평범한 붉은 보석이었다. 굳이 특이한 점을 찾자면, 아주 붉고 손가락 한 마디 정도로 작다는 것 정도?

딱 봐도 쓰레기고만! 기껏해야 은화 한 닢 정도 하려나? 10만 금화로 입찰을 시작하다니. 미친 거 아니야?

누가 저딴 걸 팔아? 아무리 돈에 미쳤다고 해도!

자리에 있던 귀족과 부호들이 웅성거리면서 경매품을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참나. 웃기지도 않는군. 내 신발에 박힌 보석도 저것보단 크다.”

“내 장원 안에 가면, 아니지, 마당 바닥에도 저것보다 큰 보석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내가 사는 곳에선 저런 붉은 보석은 빈민촌에서나 볼 수 있다고.”

리아나 군주가 두변을 바라보면서 냉소를 지었다.

“봤죠? 당신의 저 보잘것없는 돌멩이는 은화 한 닢 값어치라고요. 나한테 천랑호 철갑전함을 되돌려줄 마음의 준비나 해요.”

천국탑 상회 주인이 말했다.

“10만 금화입니다. 입찰하시는 분 계실까요? 숫자를 다 셀 때까지 입찰하시는 분이 없다면 바로 유찰 처리하겠습니다.”

“셋.”

“둘.”

“하나.”

“10만 금화!”

이때, 누군가가 입찰가를 외쳤다.

놀랍게도 입찰한 사람은 조금 전 두변과 입찰 경쟁을 했던 페르시아어로 말하던 사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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