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6장: 두변의 신법 二
이문회와 여담 등은 물론이고, 경성, 주위의 여러 성, 그리고 방계 사람들까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서남 지역에서 일어난 대전이 끝난 지 얼마 안 됐으니, 서남 지역의 민생을 되살리려면 적어도 2, 3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서남 세 성의 사대부, 대지주, 나름 걸출한 인물들이 전부 서남에서 빠져나간 터라, 세간에서는 이 사람들 없이 오합지졸들끼리 서남을 말아먹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두변이 데리고 온 사람들은 과거 시험을 본 적도, 합격한 적도 없었고, 수재조차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지방 민정을 다스릴 수 있단 말인가.
사람들은 이 오합지졸이 서남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서남 백성들의 삶이 고단해지는 건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서남의 군대와 엄격한 율법, 그리고 몇천 명의 행정 관리들의 합심 덕분에, 두변의 신법은 1년이 채 안 된 시간에 이렇게 폭발적인 성과를 내게 되었다.
경악하다 못해 황공할 지경이었다.
서남을 떠났던 사대부들은 문득 두려워졌다.
자신들이 없어도 서남 지역이 여전히 흥성하고 활달할 수 있다는 건가?
그래선 안 되지. 그럴 순 없지.
무수히 많은 사대부와 서생들이 서남 세 성의 신법을 공격하고, 신법의 성과를 인정사정없이 헐뜯었다.
그들은 서남 세 성을 인간 지옥처럼 묘사했고, 두변을 몇천 년에 한 번 나오는 악인, 지옥에서 기어 나온 악령, 천벌을 받아서 죽어야 하는 대역무도한 간신으로 묘사했다.
때마침 그때, 두변이 죽었다는 소식이 대녕 제국 전역에 퍼졌다.
그들은 박장대소하며 두변의 죽음에 기뻐했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들은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서 두변의 죽음을 만천하에 알렸고, 영설 공주와 첫날밤을 보내는 날 천벌을 받아서 죽은 것이라고 모함했다.
두변이 이미 죽었다는 소식은 몇 개월 동안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고, 덕분에 지금은 대녕 제국의 거의 모든 사람이 두변이 이미 죽었다고 믿을 정도였다.
뒤이어 경성의 관리들이 대량으로 서남에 유입되기 시작했다.
호광 총독 왕건속이 광서에 눌러앉았고, 그러면서 경성에서 온 관리들과 두변 쪽의 관리들 사이에 엄청난 갈등이 생겼다.
관리들끼리 부딪히는 상황이 잦아지다 보니, 서남 세 성의 발전 속도가 더뎌지면서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특히 두변에게 충성스러운 관리들 대부분이 절세 지하성 출신이거나, 두변의 동창 직속 사람들이었다.
두변이 이미 죽었다는 소문이 파다하니, 그들의 사기도 끊임없이 떨어졌고, 어떤 이들은 아예 목표 의식을 잃어버렸다.
두변은 후계자조차 없이 실종되었다.
만에 하나 두변이 정말 죽은 거라면, 그들은 누구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는 것이며, 어딜 향해 가는 것인지 대답해줄 사람이 없는 상태였다.
밤이 깊어질 무렵, 두변의 교룡호 전열함이 염주항에 정박했다.
항구를 지키던 수위군은 적군이 몰려온 건 줄 알고 경계 태세를 갖추다가, 두변을 보고 깜짝 놀라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후작 대인께서 돌아오셨습니다!”
“주군께서 돌아오셨습니다!”
반년 동안, 두변의 군대를 제외한 모두가 두변이 죽었다고 말했고, 모두가 그 말을 믿었다.
두변의 군대는 두변이 얼마나 놀라운 신화를 만들어냈는지 직접 목격했던 자들이라서, 두변이 죽었다는 말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이때 두변이 몸 안에서부터 밖까지 환골탈태한 듯한 자세로 사람들의 눈앞에 나타났다.
병사들의 눈엔 두변의 한 걸음 한 걸음이 꼭 용행호보(龍行虎步)와 같았다.
몇천 군대가 흥분한 목소리로 두변을 반기면서 무릎을 꿇고 그의 귀환을 환영했다.
“주군께서 돌아오셨다!”
“주군 만세, 만세!”
옥진 군주가 두변을 본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의 두 눈을 믿지 못했다.
이어서 그녀는 눈물을 왈칵 쏟아내면서 본능적으로 두변을 향해 달려갔다. 그녀는 두변 바로 앞까지 달려가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마음속에서 휘몰아치는 기쁨과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다들 당신이 죽었다고 했지만 난 믿지 않았거든. 어라? 키가 많이 컸네?”
두변이 옥진 군주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가만히 안았다.
재빨리 마음을 가다듬은 옥진 군주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두변, 서둘러. 어서 남녕부로 가서 진평을 구해야 해.”
두변이 화들짝 놀랐다.
“진평이 왜요?”
“호광 총독 왕건속 대인이 진평을 잡아갔어. 지금쯤 공개 심판을 하고 있을 거야. 진평의 목을 자르겠대.”
일순간, 두변은 머리끝까지 부아가 치밀어올랐다.
왕건속! 멀쩡한 내각 대신 자리를 놔두고 굳이 서남까지 와서 나랑 권력 쟁탈을 하겠다 이거냐? 그것도 모자라서 내가 아끼는 심복까지 죽이겠다고?
이런 미친 놈들. 진짜 이미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거냐?
두변이 눈을 번뜩이면서 말했다.
“진평은 진서 후작부의 주부이자, 내 직계 심복입니다. 후작부에서는 호광 총독이 마음대로 진평을 잡아가게 내버려 둔 겁니까? 군대는 어디 가고요?”
정말로 화가 날 수밖에.
제게 수십만 대군이 있는데 대낮에 자신의 직계 심복이자 후작부의 주부를 잡아가서 목을 자른다니, 이게 말이 되냔 말이다.
호광 총독 왕건속이 진평을 어떻게 잡아간 거지? 내 군대는 한가하게 그걸 구경하고만 있었던 건가?
옥진 군주가 말했다.
“이문회 대인께서 군대를 동원하지 말라고 하셨어. 쌍방의 갈등을 더욱 극대화하면 안 된다고.”
두변이 경악했다.
“아니, 진평이 뭘 했길래요?”
“경성에서 파견온 지부 1명, 지현 3명을 죽였거든.”
두변은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진평, 그 유약한 천재 소년이? 중독되어서 용모가 망가진, 과거 시험도 못 치르게 된 그 부끄럼 많은 소년이 지부 1명에 지현 3명을 죽여?’
“왜요?”
두변이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물었다.
“진서 후작부의 관리들이 이미 백성들에게 세금을 한 차례 거뒀었는데, 오주 지부와 지현 몇 명이 또 농민들에게 세금을 걷겠다고 했지. 백성들이 항의하자 오주 지부가 무력으로 그들을 진압했고. 진평이 오주 사람이다 보니, 오주 사람들이 그에게 억울함을 호소했고, 진평이 동창 무사들을 이끌고 오주부로 가서 조사를 벌였어. 그때 그곳 관아와 격렬한 충돌이 일어났고, 그때 지부 1명과 지현 3명이 죽었어.”
엄청난 사건인 셈이었다. 조정 관리 4명을 죽였으니. 그중 1명은 심지어 4품 고관이었다. 이 정도 사건이면 반역을 꾀한다는 죄목으로 처형당할 수 있었다.
“당시에 경성에서 서남으로 관리를 파견 보내겠다고 할 때, 왜 의부께서 제지하지 않으셨을까요?”
두변의 물음에 옥진 군주가 그를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성지가 있어서야. 이문회 대인은 폐하의 충신이니, 당연히 제지할 수가 없지.”
호광 총독부 안.
이문회가 언성을 높였다.
“총독 대인! 당신이나 나나, 다 제국을 위해 헌신하는 건 똑같소. 당신이 수백 명 관리를 데리고 광서에 들어왔을 때, 내가 제지한 적 있소? 몇 개월 동안 나는 제국을 위해서 군대를 동원하지 않았고, 당신들과 격렬한 충돌을 피해왔소. 하지만 당신이 감히 진평을 처형하겠다면, 그에 따른 뒷감당은 해야 할 것이오”
내각 대신, 호광 총독 왕건속이 격앙된 모습으로 대꾸했다.
“문회 공, 우리가 개인적으로 알게 된 지 벌써 십수 년이 지났소. 그 정도 세월이면 나름 친한 지인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소? 난 자네가 충신이란 건 익히 알고 있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 왕건속이 간신이오? 서남 세 성은 대녕 제국의 것이지, 두변 후작의 독립 왕국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마시오. 진평이 두변 후작의 심복이라는 이유로 사람들 앞에서 공공연히 조정 명관을 죽여도 되는 것이오? 이는 역모를 꾀하는 죄에 해당하는것이니, 필히 처형당해야 마땅하오. 진평을 처형하지 않으면, 조정의 존엄은 어디서 찾겠소? 설마 진평이 두변 후작의 심복이라는 이유로 마음대로 불법을 저지르고 다녀도 되는 것이오?”
왕건속이 이문회를 향해 삿대질하면서 소리쳤다.
“문회 공, 자네는 조정의 관리이지, 두변 후작의 개인 관사가 아니오. 자네는 스스로의 입장을 명확히 보일 필요가 있소. 광서는 제국의 행성이지, 두변 후작의 사유지가 아니란 말이오!”
이어서 왕건속이 수하를 향해 외쳤다.
“여봐라. 본독의 관복과 관모를 가져오너라. 진평 사건을 공개 심판하겠다.”
왕건속이 다시 이문회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문회 공, 나 왕건속이 여기 목을 내놓고 있겠소. 자네가 반역을 일으키겠다면, 얼마든지 내 목을 잘라가시오.
그리고 진평! 난 무슨 수가 있어도 네놈을 처형해야겠다. 네놈을 처형하지 않는다면, 조정의 법도가 어디 있단 말이냐.”
호광 총독 왕건속이 관포를 입고 관모를 쓴 뒤, 대당으로 자리를 옮기고 공개 심판을 준비했다.
어린 진평은 쇠사슬에 묶인 채, 중독 때문에 망가진 얼굴을 숙이고 조용히 자리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호광 총독 왕건속이 경목을 세게 내리치면서 소리쳤다.
“죄인 진평! 조정 명관을 살해한 것은 역모를 꾀하는 죄이다. 죄질이 몹시 악하여 용서할 수 없어 참살형에 처한다. 네 죄를 인정하느냐.”
이때, 두변은 수백 명 기마병을 이끌고 남녕부 호광 총독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일순간, 남녕부의 하늘에 거센 바람이 불어오고, 무거운 먹구름이 까맣게 몰려왔다.
호광 총독부의 대당 안팎으로 거의 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경성에서 온 관리 수십 명, 그 관리들의 막료, 그리고 남녕부 서생 몇백 명, 그리고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장사꾼들까지.
진서 후작부의 주부 진평이 대당 중앙에 서서 냉담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
“죄인 진평, 본독이 묻는 말에 대답하라. 네놈이 조정 명관을 죽인 게 사실이냐?”
호광 총독 왕건속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호통쳤다.
진평이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총독 대인, 제가 이미 여러 번 말씀드렸다시피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광서 순무 오삼석이 말했다.
“그럼 어디 한 번 천천히 말해보시게.”
“우선, 황제 폐하께서 내리신 지의는 왕건속 대인을 호광 총독에 임명하되, 두변 후작이 서남 3성을 대리 관리하고 호남 군무를 맡아 하는 겁니다. 제 말이 맞습니까?”
호광 총독 왕건속이 말했다.
“그렇다. 천하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제국의 서남에는 율법이란 게 부재하고, 백성들이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하였다. 두변 후작은 생사도 모른 채 실종되었고, 서남의 일부 사람들이 지역을 봉쇄하고 왕으로 군림하겠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니 본독이 경성에서의 청귀(淸貴)를 내려놓고, 친히 호광으로 와서 총독직에 부임한 것이다. 본독은 천자의 지의를 따라 이곳으로 온 것인데, 설마 본독이 이곳에 오면 안 되고, 이곳에 와선 안 됐다는 것인가?”
“하관은 총독 대인께서 이곳에 오시면 안 된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사실상 감군 이문회 대인께서도 총독 대인의 호광행을 제지하지 않으셨지요. 심지어 제국을 이익을 위하여 많은 것을 양보하셨습니다. 그 덕에 총독 대인과 다른 관료들이 이곳에 부임할 수 있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대인들께서 오신 뒤로 진서 후작부의 세력은 즉시 호남 행성에서 물러났고, 현재 여담 장군이 호남에 남겨둔 주둔군은 1만에 불과하고, 문관 관리들도 전부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러니 저희 진서 후작부는 총독 대인께서 이곳에 오신 것을 무척이나 협조해드렸고, 더 나아가 많은 권력을 양보해드렸습니다. 저희가 이러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두변 후작께서 조정과 폐하께 충성을 다한다는 이유를 따르는 것이지요.”
호광 총독 왕건속이 콧방귀를 뀌면서 냉소를 지었다.
진평이 말을 이었다.
“두변 후작이 폐하께 충성을 다한다는 이유로, 저희가 많은 것들을 계속 양보하고 재차 물러섰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당신들은 두변 후작부와 진서 변진 총독부의 법령을 뒤집을 수 없습니다. 저희가 이미 광서 행성의 농민들에게 세금을 한 차례 거뒀으니, 당신들이 또 한 번 세금을 징수하는 건 잘못된 것입니다. 백성들이 오주 지부 관아에 가서 억울함을 호소하는데, 당신들은 그 자리에서 수십 명의 백성을 때려죽였습니다. 중요한 건, 맞아 죽은 그 수십 명이 전부 진서 변진 군속(軍屬)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진서 후작부, 진서 변진 총독부의 주부로서, 그 사건을 조사할 권리가 있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