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458화 (458/648)

458장: 멸룡결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두변이 다시 깨어났을 때 저도 모르게 이 말을 내뱉고 말았다.

“짐은 황금대제 태무진, 세계 제일강자, 세계의 주인, 만왕의 왕이다!”

두변은 세차게 고개를 저으면서 황금대제 태무진의 느낌을 떨쳐냈다.

정신적 계승은 견사 대사처럼 두변 뇌 영역의 일부분을 차지할 뿐, 두변의 생각이나 대뇌를 지배하거나 어떠한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두변이 황금대제의 정신적 계승을 받으려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첫째. 황금대제의 잔여 세력이 아직도 강력하기 때문이었다. 준격이간국, 와나간국은 자신들이 황금대제의 계승인이라고도 말하고 있었다.

두 번째가 가장 중요한 이유기도 한데, 바로 항룡십팔장을 익혀서 전장에서의 신이 되기 위함이었다.

셋째는 황금대제의 무덤에 갇힌 군단 때문이었다.

그해 진시황도 자신이 죽은 뒤에 천하를 호령하기 위해 지하 무덤에 거대한 궁전을 만들고, 강력한 군대를 만들어 두었다.

태무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진시황 무덤 속에 있는 군대는 가짜 군대, 병마용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태무진이 무덤 속에 숨겨둔 군대는 진짜 군대였다.

두변은 정확히 그게 어떤 군대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절대로 병마용이 아니라 진정한 군대라고 생각했다.

이 세상의 태무진은 다른 지구의 태무진과 달라서, 이계의 기운 덕분에 정말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황금 혈맥을 타고난 자였다.

황금 혈맥은 만물을 조종하고 거느릴 수 있는 혈통이고, 그 덕에 세계 제일 강자가 된 것이다.

황금대제의 무덤이 어디에 있을까?

황금대제의 무덤이 어디 있는지는 태무진 혼자만 알고 있었다.

이 무덤을 만들었던 수십만 명 사람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 건지도 모른 채 죽음을 맞이했다.

황금대제의 정신적 계승을 받은 두변은 태무진의 기억을 샅샅이 파헤쳤다.

태무진의 기억은 온통 전쟁, 전쟁, 그리고 또 전쟁이었다.

그리고는 여인, 여인, 또 무궁무진한 미인이었다.

황금대제는 정말 수만 명에 이르는 미인을 제 아래에 두었다.

하지만 두변이 지금 급선무로 찾아야 할 건 항룡십팔장의 행방이었다.

한참 동안 어지러운 기억을 헤매던 두변은 드디어 항룡십팔장 두루마리가 어디 있는지 찾아냈다.

하지만 이내 경악하고 말았다.

황금대제가 진짜 대단한 사람이긴 하네. 항룡십팔장 비급을 이런 곳에 숨겨두다니. 이러니 세상 사람들도, 시스템조차도 이걸 찾아내지 못하지.

설령 이 비급의 행방을 안다고 해도, 이걸 꺼낼 엄두조차 못 냈겠지.

황금대제 혼자만 항룡십팔장, 정확히 말하면 멸룡결(滅龍訣) 비급을 꺼낼 수 있을 것이다.

이 비급은 북명대법처럼 피동적으로 익히는 것으로, 공법을 알아봤자 소용이 없고 꼭 비급 실물을 찾아야 했다.

그 비급은 이계의 두루마리로, 천지의 힘을 집어삼켜서 엄청난 힘을 축적한 상태이고, 두루마리를 펼침으로써 그 기운이 곧장 두루마리를 펼친 사람의 체내로 들어가서 근맥과 단전을 개조하고, 두루마리를 펼친 자가 따로 학습할 필요 없이 무공을 익히게 되는 방식이다.

북명대법 두루마리는 60년 치 기운을 축적해야 한 번 학습할 수 있지만, 항룡십팔장은 놀랍게도 300년의 기운을 축적해야 한 번 학습할 수 있었다.

게다가 오직 황금 혈맥인 사람만 이 무공을 익힐 수 있었다.

황금 혈맥이 아닌 사람은 이 무공 비급을 손에 넣게 되어도, 이 비급의 기운을 견디지 못하고 소멸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 무공은 전장의 신기인 만큼, 자신의 내력 현기가 아니라 천지의 힘을 응축한 후 폭파해서 엄청난 살상력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시스템. 이제 나가야겠어요.’

두변의 말에 시스템이 두변의 머릿속에 지도 경로를 하나 띄워줬다.

두변은 복잡한 미궁처럼 얽히고설킨 주마대 내부를 돌고 돌아서 소용돌이 형태의 장벽 앞에 도착했다.

‘지옥불을 피워라.’

시스템의 말에 두변이 손바닥에 지옥불을 피워내자, 소용돌이 모양의 장벽에 구멍이 생겼다.

두변이 구멍을 향해 돌진한 순간, 풍덩!

두변은 주마대 내부 공간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바다에 빠지고 말았다. 지금은 해가 이미 진 깜깜한 밤으로, 주마대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다.

두변은 잠시 넋을 놓았다.

‘이곳에서 항룡십팔장 비급이 있는 곳까지 무려 2천 리가 넘어. 내가 이대로 거기까지 바다 수영을 해서 갈 순 없잖아?’

그때, 거대한 상어 두 마리가 두변의 옆을 지나갔다.

꿈속 시스템이 말했다.

‘상어에게 멈추라고 명령하고, 상어를 타고 목적지까지 가라.’

두변은 흠칫 놀랐다.

‘그래도 되는 건가?’

놀랍게도 두변은 상어와 소통이 가능했다.

황금대제 태무진의 황금 혈맥은 만물을 통제할 수 있고, 정신적으로 온갖 생물과 교류할 수도 있으며 명령을 내릴 수도 있었다.

두변이 황금대제의 정신력으로 거대한 상어 한 마리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두변의 옆을 지나가던 상어가 갑자기 방향을 틀더니 두변에게 헤엄쳐왔고, 경의를 표하는 것처럼 고개를 숙였다.

두변은 상어 등에 올라타서는 북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상어의 속도는 시속 50킬로미터에 달할 정도로 무척이나 빨랐다.

꼬박 20시간 뒤.

두변은 상어를 타고 2천 미터를 북상해서 어느 신비한 해역에 도착했다. 상어가 갑자기 멈추더니 두변을 향해 애원하는 것처럼 신호를 보냈다. 상어는 더는 앞으로 가지 못하겠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출하고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이 해역에는 수천 마리에 달하는 해저 생물이 있지만, 이곳에는 상어도, 문어도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해역의 깊은 곳에 역대급 해저 패왕이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공격력을 갖춘 해저 생물은 해저 패왕의 영역 근처에도 다가가지 못했다.

두변이 상어의 몸에서 내려온 뒤, 상어의 머리를 다독이면서 말했다.

“고생했다. 이제 그만 돌아가라.”

상어가 두변을 향해 짧게 울음소리를 낸 뒤, 이곳을 빨리 벗어나려는 것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헤엄쳐 사라졌다.

멸룡결(항룡십팔장) 비급이 바로 이 해역의 깊은 곳에 숨겨져 있었다.

두변은 바닷속으로 잠수한 뒤, 더욱 깊은 곳으로 끊임없이 내려갔다.

깊은 곳으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해양 생물이 보이지 않게 되었고, 해저 패왕과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아직 해저 패왕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무시무시한 기운은 느낄 수 있었다.

이 해역의 해저 깊이는 1천 미터가 넘어서, 수압이 너무 강해 아무리 강력한 무인이어도 이 깊이까지 잠수하긴 어려웠다.

두변은 계속해서 더욱 깊은 곳으로 잠수했다.

은은하게 느껴지던 기운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패왕의 기운과 함께 수압이 더해져서 두변을 압박해왔고, 이대로 가다가는 몸이 압살될 것만 같았다.

그때, 두변의 눈앞이 갑자기 환해졌다.

드디어 해저에 도착한 것이다.

원래 해저는 암흑같이 어둡겠지만, 지금은 꼭 무수히 많은 등불이 켜진 것처럼, 두변의 눈을 멀게 할 정도의 불빛이 그의 눈을 파고들었다.

이건 인위적인 탐조등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눈알이 동시에 두변을 쳐다보고 있었다.

환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발작이라도 일으키지 않았을까.

그것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이계 문어로, 촉수마다 수많은 눈이 달려있었고, 흡판에는 이빨 달린 입이 벌렁이고 있었다.

딱 봐도 엄청나게 강력한 이 이계 문어가 바로 해저 패왕이었다.

으오오오!

문어처럼 생긴 이계 괴수가 두변을 향해 촉수를 뻗었다.

수백 쌍 눈알, 수백 개의 입, 수천 개의 이빨이 두변을 향해 날아왔다.

이계 문어가 몸집을 부풀리면서 두변을 향해 그물망처럼 촉수를 펼쳤다.

촉수에 달린 입의 직경은 최소 10미터가 넘었고, 입속에는 만 개가 넘을 것 같은 이빨이 층층이 쌓여 있었다.

문어처럼 생긴 이계 괴수는 너무도 징그러워서, 누구든 한 번이라도 보게 되면 매일 악몽을 꿀 것 같았다.

게다가 문어 괴수가 내뿜는 정신력은 두변이 압박감을 느낄 정도로 강력했다.

“팔조(八爪)야, 너 벌써 이렇게 컸구나. 그새 나를 못 알아보는 것이냐?”

두변이 황금대제의 정신 기운을 내뿜자, 거대한 이계 괴수가 갑자기 멈칫하더니 황금대제의 기억을 떠올린 듯, 금세 모든 눈을 감고 입을 닫았다.

그리고 동그란 두 눈만 남겨둔 뒤, 거대하지만 평범한 문어의 모습으로 두변을 쳐다보았다.

문어의 촉수 하나가 두변을 감싸서 들어 올린 뒤, 자신의 머리를 두변에게 비비적거렸다.

놀랍게도 이 장면은 거대한 이계 괴수가 두변에게 애교를 부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순둥순둥한 태도로 애교를 부리는 모습은 조금 전의 끔찍하고 징그러운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이 거대한 문어 괴수는 황금대제가 키우던 애완 동물이었다.

“그래. 그래. 내가 돌아왔다. 많이 기다렸지? 미안하구나.”

두변이 이계 괴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두변은 황금대제 태무진과 외적으로는 닮은 점이 하나도 없지만, 이계 괴수로서는 기운으로만 사람을 알아볼 뿐이었다.

그래서 두변이 미친 짓을 하면서까지 태무진의 정신적 계승을 받으려고 했던 것이었다.

“두루마리는 어디 있지?”

두변의 물음에 문어 괴수가 촉수로 자신의 몸을 툭툭 건드리더니, 몸을 돌려서 토악질을 했다.

잠시 후, 문어 괴수가 상자 하나를 토해내더니 촉수로 조심스럽게 상자를 감아서 두변에게 건넸다.

두변이 태무진의 정신적 계승을 받았을 때 놀랄 수밖에 없던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다.

황금대제 태무진이 항룡십팔장 비급을 이계 괴수의 뱃속에 숨겨두었으니, 설령 몇백 년 만에 이 비급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이 비급을 얻을 수 없었던 것이다.

두변이 상자를 열자, 금빛 광선이 터져 나왔다.

두루마리 하나가 상자 안에 놓여 있는데, 상자를 연 것만으로도 엄청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두루마리는 3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천지의 힘을 흡수했고, 게다가 이계의 기운이 가득한 해저에서 천지의 힘을 흡수했다.

이 두루마리는 육맥신검보다 훨씬 더 강력했고, 황금 혈맥인 자만이 이 비급을 익힐 수 있었다.

‘시스템, 나도 황금 혈맥인가요?’

두변이 묻자, 시스템이 대답했다.

‘네가 황금 혈맥을 타고난 사람은 아니지만, 넌 교룡의 피를 통해 황금 기운을 얻게 되었고, 열양용단까지 복용했다. 이미 눈치챘을 수도 있는데, 네 피부를 갈랐을 때 흐르는 피에서 황금색 실 같은 게 보였을 것이다. 그러니까, 아마도 지금의 너는 황금 혈맥이라고 할 수 있지.’

아마도라니?

만약 황금 혈맥이 아닌 사람이 이 두루마리를 펼치게 되면, 바로 이 세상에서 소멸된다며?

‘그러니까, 당신도 내가 멸룡결을 배우게 되면 내가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는 거죠?’

‘음. 80퍼센트 정도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내가 장담하건대, 내가 어느 날 죽게 된다면 분명 당신들 때문인 겁니다.’

‘숙주, 말은 똑바로 해야지. 이번에 모험하기로 한 건, 숙주의 선택이니까.’

두변이 눈을 감았다.

몇 초 뒤, 두변은 결심한 듯 눈을 뜨고 두루마리를 한 번에 펼쳤다.

화아아악!

태양광보다 족히 몇백 배는 더 밝게 느껴지는 불빛이 두변의 눈을 찔렀다.

이어서 엄청나게 강한 기운, 황금빛 기운이 두변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콰과과광!

강력한 황금빛 기운이 두변의 근맥 안에서 폭발하기 시작하더니, 두변의 피부가 1촌씩 갈라지면서 선혈이 사방으로 튀었다.

멸룡결의 기운은 정말 어마어마해서, 두변의 모든 근맥이 전부 찢어지고 파괴될 것만 같았다.

두변에게도 상당한 황금 혈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변의 신체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고 온몸이 으스러져서 소멸되는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몸 곳곳이 갈라지고 있었다.

이때, 거대한 문어 괴수가 두변이 위험하다는 걸 감지하고는 제 모든 촉수를 뻗어 두변을 꽁꽁 감쌌다. 그리고 두변이 입는 상해를 줄여주기 위해서 자신의 기운을 내뿜어서 그를 보호했다.

콰과과광!

깊은 해저 속에서 금빛 폭발이 계속되었다.

멸룡결 비급이 두변의 근맥을 미친 듯이 한 조각씩 개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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