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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무제-470화 (470/648)

470장: 황금대제의 비밀 군단 二

두변은 서둘러 거대한 용의 머리 위로 기어 올라갔다.

그의 예상대로 이 용의 머리에는 눈알이 없었다.

두변은 자신의 손가락을 벤 뒤, 자신의 피를 거대한 용의 눈알 위치에 발랐다.

두변이 화룡점정을 끝내자, 양쪽 눈알에 남았던 혈흔이 감쪽같이 사라지더니 거대한 용이 천천히 눈을 뜨면서 찬란한 금빛을 내뿜었다.

바로 다음 순간.

쿠구구구궁.

굉음이 들리고, 용의 입 안에 있던 대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곳이 바로 300년 동안 봉해졌던 황금대제의 무덤으로, 심해이니 사방이 바닷물인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무덤의 입구는 꼭 무슨 경계가 처져 있는 것처럼, 바닷물이 무덤 속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았다.

두변은 천천히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가 묘 안으로 발을 들이자, 그의 발 아래에서 형광색 빛이 났다.

익숙한 장면 아닌가?

묘 안은 특수한 이끼가 빽빽하게 자라고 있었는데, 이끼는 열심히 호흡하면서 공기를 만들어 냈다.

두변의 발끝이 이끼에 닿으려고 하자, 이끼는 낯을 가리는 미모사처럼 잎을 수그렸다.

두변은 길을 따라 계속해서 지하로 내려갔고, 400미터 정도 걸었을 때쯤 길의 끝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은 큰 문제 없이 안전했고, 특별한 장치를 발견하지 못했다.

길의 끝에는 문이 하나 있었다. 두변이 문을 밀어서 열려고 할 때, 문틈 사이에서 작은 뱀 두 마리가 나타났다. 두 마리 뱀 모두 온몸이 황금색으로 빛났고, 전체 길이가 2척 정도로 몸집이 작았다.

황금빛 뱀 두 마리가 두변의 목을 휘감더니, 작고 얇은 눈으로 두변을 쳐다보았다.

두변이 황금대제 태무친의 정신 기운을 방출하자, 황금빛 뱀 두 마리는 그 기운을 느낀 듯했다. 황금빛 뱀 두 마리가 두변의 이마를 깨물고는, 두변의 피 맛을 보더니 목을 풀어주고는 다시 문틈 사이로 돌아갔다.

쿠구구궁.

잠시 뒤, 두 번째 대문이 열렸다.

만약 두변의 피가 황금 혈맥이 아니었다면, 황금빛 뱀에게 물린 순간 독살당했을 것이다. 두 뱀은 두변이 황금 혈맥이라는 걸 확인한 뒤에야 스스로가 열쇠가 되어 두변을 위해 문을 열어준 것이다.

두 번째 문이 열리자, 두변의 시야 안에 들어오는 건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

이때, 어디선가 불꽃이 피어나면서 석실 안이 순식간에 대낮처럼 밝아졌다.

무덤 전체가 거대한 거울들로 이루어졌는데, 거울들은 유리나 수정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황금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황금 거울들은 어디선가 켜진 불빛을 서로 반사하여 무덤 안을 휘황찬란하게 밝혔다.

두변은 눈앞의 광경에 놀라서 할 말을 잃었다.

거대한 무덤 안엔 정체를 알 수 없는 병사들이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빽빽하게 서 있었다.

거의 2미터 높이의 키, 마랑(魔狼) 갑옷으로 완전무장한 병사들은 늑대 두개골 모양에 날카로운 송곳니가 달린 투구를 쓰고 있었다.

두변은 자칫하면 이들이 정말로 환상적인 늑대 인간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총 4만 명의 병사들이 이곳에 있었다.

두변은 대단한 군단이 이곳에 있을 것이라 짐작은 했지만, 실제로 직접 눈으로 보게 되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상상해보라.

2미터가 넘는 신장에 마랑 투구와 갑옷으로 완전무장한 근육질 병사가 4만 명이나 있는 광경을.

두변의 키가 1.9미터인데, 이 병사들 앞에 서 있으니 왠지 자신의 키가 줄어든 기분이었다.

두변은 병사들의 투구를 벗겨보았다.

투구 안의 얼굴은 진짜 사람처럼 보였다.

황색인, 흑인, 백인 등, 다양한 인종이 전부 폭발할 것 같은 쇠붙이 같은 근육질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이 무사들은 누군가에 의해 개조당한 것이고, 분명히 엄청난 힘과 민첩성이 있을 것이다.

두변이 무사들의 근육과 근맥을 자세히 관찰해보았는데, 몸 전체가 절대적인 힘으로 가득 차 있었다.

‘황금대제의 비밀 군단은 절세 지하성의 무사보다 훨씬 강력하다. 힘이든, 속도든, 뭐하나 빠지는 게 없지. 만약 이 4만 명의 무사가 살아있었다면, 자신들의 몇 배에 달하는 적군을 죽일 수 있었을 것이다.’

꿈속 시스템이 말했다.

만약 이들이 살아 있었다면이라는 것은?

이들이 전부 죽었다는 의미였다.

심장 박동도, 호흡도, 맥박도, 그 어떤 생명 신호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시신이 이렇게 완벽하게 유지될 수 있었을까.

황금대제 무덤에 있는 비밀 군단은 육안으로만 보아도 엄청난 군단이었고, 이들이 지상으로 올라갈 수만 있다면 천하를 휩쓸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전부 죽은 사람이라면, 아무리 살아있을 때 강력했다고 해도 무용지물 아닌가.

그러면 두변이 산해관 전투를 무슨 수로 이길 수 있을까.

두변은 비밀 군단을 가로질러서 묘실의 반대편으로 걸어왔다.

이곳에는 두 개의 상자가 놓여 있는데, 왼쪽 검은색 상자에는 ‘사(死)’라는 글자가, 오른쪽 붉은 상자에는 ‘변(變)’이라는 글자가 쓰여있었다.

상자에는 잠금장치가 없었고, 딱 손가락 하나 정도가 들어갈 크기의 구멍이 하나씩 있었다.

두변은 먼저 검은색 상자 구멍 사이로 검지를 끼워 넣었다.

손가락을 넣는 순간, 따끔 하면서 무언가에 찔리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더니, 그의 검지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찰칵, 상자가 열렸다.

상자 안에는 사악한 검은색 액체가 든 수정관으로 가득했다. 이건 파멸의 화살을 제조할 때 쓰이던 물질은 아니고, 또 다른 끔찍한 물질이었다.

도대체 무슨 용도로 쓰이는지는 알 수 없었다.

두변은 똑같은 방법으로 붉은 상자도 열었다. 이 상자 안에도 붉은 액체가 든 수정관으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이 붉은 액체는 검은 액체보다 움직임이 있어서, 이 낮은 기온에도 끓어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액체들의 쓰임새가 뭘까.

살상력이 엄청난 비밀 무기일까. 아니면 이곳 비밀 군단과 연관이 있는 건가.

만약 이 무사들이 죽지 않았다면, 분명히 절세 지하성의 무사들보다 강했을 것이고, 아마 어떤 물질을 통해서 신체를 개조했을 가능성이 크지.

그 물질이 바로 이 검은 액체와 붉은 액체인 건가?

뭐가 됐든 이 액체들이 무척 위험하다는 건데.

황금대제의 지하 비밀 군단을 찾긴 찾았는데, 다 죽어있으니 아무런 수확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잖아.

두변이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그 어떤 촉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주위가 온통 암흑으로 뒤덮였다.

이 묘실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긴 게 아니라, 대금 제국에 충성을 다하는 주술사 사제들이 온 것이다.

주술사 사제 수십 명이 거대한 묘실 안으로 들어왔다.

다른 지구의 명나라 말기 때도 몽골 초원에는 무의(巫醫)에 가까운 주술사들이 있었다.

이 세계의 주술사 사제는 동아시아 대륙에서 가장 신비로운 집단으로 꼽힌다.

이들은 다른 사람이 모르는 지식을 알고 있고, 이계의 에너지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정신력을 가진 자들이었다.

주술사 사제 전부가 견사 대사에 버금가는 정신 대사라고 볼 수 있었다.

그해 황금대제 태무친도 수백 명 강력한 주술사 사제에 의지해서 꿈속 시스템의 조종에서 벗어났고, 꿈속 시스템을 아예 자신의 뇌역 밖으로 격리시켜 버렸다.

지금, 두변은 주술사 사제들의 정신술에 의해서 환각에 빠진 것이다. 이는 견사 대사, 천기도주 강노귀가 만들어 냈던 것과 비슷한 정신 환각이었다.

누구든 주술사 사제들의 정신 환각에 갇히게 되면, 이들이 먼저 풀어주지 않는 한 환각에서 영영 헤어나오지 못하게 된다.

두변은 지금 주술사 사제들이 만들어 낸 암흑 환각에 빠져서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게 되었다.

수십 명 주술사 사제들이 기괴한 모양의 지팡이를 짚으면서 묘실 안을 둘러보았다. 이들도 4만의 마랑 군단을 보고 두피가 저릿할 정도로 놀란 터였다.

“정말 아쉽게 되었군. 비밀 군단이 다 죽은 사람이라니. 이들이 살아있었다면 천하를 휩쓸 수 있었을 텐데. 황금대제의 계산이 결국 틀렸을 줄이야.”

주술사 사제 중 한 명이 말했다.

“아니지. 이들이 죽어서 다행인 게지. 이들이 살아있었다면, 두변에게 충성을 바쳤을 테니.”

다른 주술사 사제가 대꾸했다. 연로한 주술사 한 명이 두변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두변, 참으로 고맙소. 당신이 없었다면 우리는 영원히 황금대제의 무덤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을 것이오.”

이 주술사 사제도 역시나 백 세가 넘은 노인이었다.

두변은 암흑 환각에 빠져 있는 터라, 주술사 사제의 말에 아무런 반응을 할 수 없었다.

젊은 주술사 한 명이 검은 액체가 든 수정관 한 병을 꺼내 들어서 물었다.

“이게 뭘까요?”

이 젊은 주술사의 나이는 예순이었다.

“국사께서 말씀하신 흑마액과 홍마액이겠지.”

또다른 연로한 주술사 사제가 말했다. 이들이 말하는 국사가 바로 금태극의 최측근인, 150세가 넘은 주술사 국사였다.

젊은 주술사 사제는 흑마액의 기운을 느끼려고 수정관을 열어서 향을 맡았다.

“안 돼!”

연로한 주술사 사제가 황급히 소리쳤다.

수정관을 열었던 젊은 주술사가 중얼거렸다.

“냄새가 아주 이상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춥죠? 너무 춥습니다. 추워요.”

이어서 주술사들의 눈앞에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젊은 주술사의 온몸이 검은 얼음에 뒤덮이더니, 온몸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인지라, 누가 반응할 새도 없었다.

옆에 있던 다른 주술사가 젊은 주술사를 툭 밀었다.

“안 돼! 만지면 안 되는데…….”

하지만 너무 늦었다.

젊은 주술사를 건드렸던 주술사의 오른손이 순식간에 검은 얼음에 휘감기더니, 무서운 속도로 그의 팔까지 집어삼키려고 했다.

서걱.

연로한 주술사가 재빨리 그 주술사의 오른쪽 팔을 잘라버리고 칼을 바닥에 내던졌다.

“으아악!”

별안간 팔이 잘린 주술사가 고통스럽게 신음을 뱉었다.

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연로한 주술사가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그자도 눈앞의 사제처럼 검은 얼음에 휩싸여서 얼음 인간이 되었을 것이다.

“아무것도 만지지 말아라. 아무것도. 상자 안에 있는 것이든, 이미 얼어버린 25 사제든. 25 사제는 이미 죽었다. 누구든 그를 만지면, 그의 뒤를 따라 죽게 될 것이다. 이 두 가지 마액은 우리가 이해하거나 다룰 수 있는 게 아니니, 국사께 가져다드려야 한다.”

연로한 주술사가 조심스럽게 흑마액 수정관을 밀봉하고 상자 안에 넣었다.

“19 사제, 21 사제. 두 사람은 상자를 각자 하나씩 안고 가거라. 조심, 또 조심해야 하고, 흔들림도 없어야 한다.”

연로한 주술사가 말했다.

예순 정도의 주술사 두 명이 앞으로 걸어 나와서 폭탄을 다루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상자를 하나씩 품에 안았다.

“우리가 원하는 걸 이미 손에 넣었으니, 국사께 돌아가자.”

연로한 주술사가 말했다.

“두변은 어떡합니까?”

다른 주술사가 물었다.

연로한 주술사가 다른 주술사에게서 검을 받아오더니, 얼음 인간이 된 사제를 향해 검을 찔렀다.

쩌억.

얼음 인간이 되어 버린 젊은 주술사는 얼음이 깨지면서 그의 몸도 산산조각이 되어 바닥에 흩뿌려졌다.

연로한 주술사는 얼음 인간을 찔러 검 끝에 흑마액을 살짝 묻히고는 그대로 그 검을 두변의 가슴을 향해 찔러 넣었다.

푸슉.

눈 깜빡할 사이에 모든 동작이 끝났다.

두변은 순식간에 검은 얼음에 둘러싸여서 깨지기 전의 젊은 주술사와 똑같은 얼음 인간이 되어버렸다.

“두변, 길을 안내해줘서 고맙소. 대신 당신에게는 완전한 시신을 남겨드리리다.”

연로한 주술사가 그렇게 말하고는, 수십 명 주술사를 데리고 묘실 밖으로 나갔다.

주술사들은 묘실을 나간 뒤, 황금대제의 무덤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쿠구구궁.

황금대제의 묘실로 향하는 문과 무덤의 입구가 닫혔다.

수십 명 주술사 사제들은 상자 두 개를 조심스럽게 보호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갔다.

흑마액 한 상자와 홍마액 한 상자를 획득한 주술사들은 빠르게 대금 제국 성도를 향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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