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1장: 북명검파의 약점 一
“두변, 북명검파라는 관문은 어차피 넘어야 해요. 이번에 도망치면, 또 다음번이 있을 거고, 당신이 죽지 않는 한 우리의 추살은 계속될 테니까요.”
북명 사자의 말이 맞았다.
그러니, 한 번은 철저하게 매듭을 지어야 했다.
꼬박 10분 뒤, 두변이 눈을 떴다.
“사흘 이내에 제남부의 표돌천에 도착하겠습니다.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북명 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봐요.”
“예상 한 명으론 부족합니다. 계청주, 이도진도 돌려주시죠.”
일단 세 사람이 돌아오게 된다면, 대종사급 강자를 세 명을 갖게 되는 셈이다.
“좋아요.”
사실 북명 사자는 두변이 어떤 조건을 낼지 이미 알고 있었고, 북명 종주 영도현도 일찍이 그 조건에 응하라고 지시했었다.
“우리가 예상, 계청주, 이도진을 제남부 표돌천으로 데려갈게요. 셋 다 혼수상태로요. 내가 다시 말하는데, 거기서 당신을 맞이할 사람은 북명검파 대장로 기천구와 대종사급 은포 집행자 네 명이에요. 당신이 제남성으로 가는 건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아요.”
“나도 압니다. 내가 사흘 이내에 제남성에 도착할 거라고 그쪽 종주에게 전하세요.”
“사흘 뒤, 당신이 해가 떨어지기 전까지 나타나지 않는다면, 예상 선자, 계청주, 이도진은 전부 처형당할 거예요.”
북명 사자가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도착할 겁니다. 북명검파와의 악연을 끝낼 때가 됐어요.”
두변도 단호하게 대답했다.
“알겠어요. 그럼 제남부에서 당신이 도착하기를 기다릴게요.”
“주군, 가시면 안 됩니다.”
부홍빙이 말했다.
영설 공주는 두변이 예상 선자와 잤다는 걸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조급한 마음으로 말했다.
“부군, 가면 안 돼요. 그들은 진짜로 예상 선자와 배 속의 아이를 죽이지 못할 거예요. 인질이 죽어버리면, 미끼 역할을 못 하니까요.”
어느 모로 보나, 두변이 제남부로 가는 것은 죽을 길이었다.
북명검파 대장로 기천구의 무공이 어마어마한 건 차치하고, 두변 혼자 대종사 네 명을 상대하는 것도 버거울 것이다.
문어 괴수의 보호가 없다면, 이 다섯 명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 외에 무슨 방법이 있을까.
“그래도 가야만 해요. 예상 선자와 배 속의 아이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북명검파와의 은원 관계를 깨끗하게 정리할 때가 돼서예요. 이렇게 죽을 때까지 그들의 추살을 당할 순 없잖아요. 천 일 동안 도둑질하는 놈을 천일 내내 막고만 있을 순 없으니까요.”
“그럼 나도 같이 가요.”
영설 공주의 말에 두변이 고개를 저었다.
“안 돼요. 나 혼자 가야 해요.”
부홍빙이 두변을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제지하려 했지만, 두변은 단호하기만 했다.
“기천구가 여여해만큼 무공 수준이 높은 것도 알고 있고, 대종사 네 명이 함께 있다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절대로 준비 없는 싸움을 시작하진 않아요. 이번엔 문어 괴수의 보호와 도움이 없겠지만, 그래도 난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어요. 저번보다 훨씬 더 가뿐하게요.
난 아주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올 거고, 예상을 안전하게 데려올 거예요.”
영설 공주가 눈물을 머금은 눈빛으로 두변을 바라보았다.
“맹세해요? 당신은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에요. 나는 당신의 부인이고, 당신은 대녕 제국의 희망이에요.”
“맹세해요. 난 이 싸움에서 이길 자신이 있고, 북명검파에게 매운맛을 제대로 보여줄 거예요.”
두변이 다정하게 말했다.
영설 공주가 두변에게 입맞춤을 한 뒤, 애써 밝게 웃어보았다.
“당신을 믿어요. 부군은 세상에서 제일 대단한 사람이니까요.”
한 시진 뒤, 두변은 변이 마랑 한 마리를 타고 산해관을 떠나 남쪽으로 향했다.
제남부 표돌천.
엄청난 무공 고수 북명검파 대장로 기천구, 대종사급 은포 집행자 네 명이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고, 예상 선자, 계청주, 이도진이 정자 안에 있었다.
예상 선자가 회임한 지 아직 3개월이 안 됐지만, 자세히 보면 그녀의 배가 살짝 나온 게 보였다.
그녀가 정말 임신한 것이다.
기천구가 하늘의 태양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말했다.
“예상, 만약 두변이 해가 지기 전까지 도착하지 못한다면, 내 매정함을 탓하지 말아라. 너도 알다시피 나는 너를 내 며느리로 삼고 싶을 정도로 네 능력을 높이 샀지만, 때가 되면 너를 죽일 수밖에 없다.”
북명검파, 성화 총교, 천계(天啓)십자회는 세계의 3대 지존 무도 세력으로, 어떤 정도에서는 이 세 집단이 전 세계 무도 문명의 기준과도 같은 존재였다.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세 개의 집단이 더 이상 초탈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이미 타락하고 있었다.
천계십자회는 이미 성로마 제국 연맹과 굳게 결속되어있었고, 성화교는 아예 직접 십여 개의 왕국을 통치하고 있었다.
북명검파는 나름 세속과 거리를 두었는데, 최근 수십 년 동안 대녕 제국의 권세에 스며들더니, 이제는 고상하고 초탈한 가면을 벗어 던지고 대놓고 동방 연합 왕국이라는 세속 패권과 거의 한 몸이 되었다.
하지만 타락했다고 해도 북명검파는 강했다.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의 수준 높은 무도 세력을 갖추고 있으며, 아직도 3대 무도 패주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었다.
두변 혼자서 북명검파라는 거물을 상대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두변은 사명의 주인이니, 다른 사람과는 달랐다.
계속해서 남쪽으로 향하던 두변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는 곧장 제남부로 가지 않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곳을 먼저 들렀다.
다시 한 번 북명검파에 잠입한 것이다.
북명검파의 영지는 무척 거대하고, 특수한 수단을 이용해서 지리적 은폐를 한 터라, 예전의 두변이었다면 마음대로 북명검파에 드나들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두변은 자신의 기운을 자유자재로 숨길 수 있어서 북명검파의 장벽을 손쉽게 넘을 수 있었다.
‘숙주, 진, 진짜로 이렇게 할 거냐? 이번 행동은 위험성이 크진 않지만, 엄청나게 미친 짓이다.’
꿈속 시스템이 말했다.
‘내가 북명검파와 정면으로 부딪치기에는 그들의 무도 수준이 너무 높아요. 하지만 이미 북명검파의 명백한 적이 된 이상, 꼭 한 번은 확실히 이겨야 해요. 미친 짓이어도 어쩌겠어요. 북명검파가 무지막지하게 강한 건 맞지만, 누구나 약점이 있기 마련이죠. 아무리 건장한 장성이어도, 아랫도리가 붙잡히면 속수무책이거든요. 투항하지 않으면 환관이 될 테니까요.’
‘그건 북명검파의 근간을 파괴하는 짓이다. 그들은 너와 목숨 걸고 싸울 것이고, 너에 대한 적대감이 절정에 이를 것이다.’
‘적대감은 이미 극에 달해 있어요. 여기서 적대감이 더해진다고 해도 별 상관없고요.’
두변이 능청스럽게 말했다.
두변은 북명검파의 금지 구역인, 세계 갈라진 균열의 변두리에 도착했다.
꿈속 시스템이 물었다.
‘숙주, 지옥의 문을 정말 완전히 닫은 거 맞아? 그 안에 있는 매마도 전부 다 죽었고?’
‘확실해요.’
‘세계의 균열에 들어가면, 나는 네 몸에서 분리될 것이다. 나는 단지 에너지체일 뿐이라서 아주 미약해질 것이라고. 만에 하나 매마가 한 마리라도 살아있다면, 그놈이 아주 쉽게 나를 파괴할 수 있다. 아예 소멸당한다고.’
‘걱정 붙들어 매요. 진짜 한 놈도 없어요.’
‘하. 예전에는 우리가 너를 데리고 미친 짓을 했다만, 이제는 네가 우리를 데리고 미친 짓을 하는군. 우린 준비 됐으니, 네가 준비됐을 때 내려가면 된다.’
두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곧바로 세계의 갈라진 균열로 뛰어들었다.
슈우우욱.
두변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것처럼 세계의 갈라진 균열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꿈속 시스템이 두변의 머릿속을 비집고 나왔다. 두변의 머릿속에서 나온 꿈속 시스템은 붉은색과 금색 빛으로 서로 엉켜 있었다.
두변이 말했다.
“새삼스럽지만, 몸 밖에서 보긴 처음이네요.”
두변은 두 불빛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꿈속 시스템이 도대체 어떤 건지 알고 싶었다.
‘이게 에너지 덩어리인가? 아니면 데이터 덩어리?’
불빛이 곧바로 앞으로 날아갔다.
불빛이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고, 두변은 불빛의 뒤를 따라갔다.
“이곳의 공간은 지상과 달리 층층이 겹쳐져 있고 왜곡되어 있다.”
꿈속 시스템이 말했다.
두변은 이곳의 공간이 바깥 세계의 공간과 다르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저번엔 이곳에서 그리 멀리 이동하지 않은 것 같은데, 바깥세상으로 돌아가 보니 몇만 리 밖의 유경 왕국에 도착했지 않았나.
그때 족히 반년을 항해한 뒤에야 대녕 제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꿈속 시스템 불빛이 갑자기 흩어지더니, 거대한 3D 화면으로 바뀌었다.
이 3D 화면은 특정 공간의 구조를 나타내는 듯했다.
그리고 꿈속 시스템이 미친 듯이 계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 시간 뒤, 꿈속 시스템이 말했다.
“계산 완료! 북명검파가 강대한 이유는 이곳에 이계의 기운이 엄청 왕성하기 때문이고, 이곳의 현기 농도가 바깥 세상의 수십 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화아아악.
이어서 꿈속 시스템 불빛이 북명검파의 입체 지도로 바뀌었다.
“이곳의 현기 농도가 이렇게 높은 이유는 바로 운석 때문이다. 이 해역에 이계의 거대한 운석 11개가 떨어졌는데, 그 운석의 직경이 무려 몇 킬로미터가 넘는다. 이계 운석 11개가 산속에 파묻히거나, 바닷속에 가라앉거나, 둥둥 떠다니는 작은 섬이 되었다. 아무튼 이 이계 운석 11개가 각각의 위치에서 북명검파의 거대한 에너지 진을 형성했다.”
꿈속 시스템이 허공에다 거대한 에너지 진을 그렸다. 11개 점으로 이루어진 오성(五星) 에너지 진을.
꿈속 시스템이 말을 이었다.
“이계 운석 11개는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서로를 끌어당기기도 하고 서로를 밀어내는 힘도 있다는 뜻이지. 아무튼 아주 복잡한 작용을 거쳐서 이 오성 진 안에 있는 사람이 놀라운 속도로 무도 수준을 향상할 수 있다. 바깥세상 사람들보다 몇 배나 더 빠르게 말이지. 게다가 오성 에너지 진은 지상 최대의 방어 진으로. 이게 바로 오성 에너지 진의 핵심 역할이다.”
두변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방어 진이요?”
“그래. 너희 지구의 핵우산 같은 것이지. 오성 에너지 진은 북명검파의 명맥 핵심이자, 북명검파가 이토록 강대할 수 있는 이유다. 북명검파가 서방의 천계십자회나 성화교 같은 강적의 침략을 당했을 때, 영도현은 이 오성 에너지 진을 가동해서 이 범위 내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을 소멸시킬 수 있다. 이 에너지 진의 위력은 인간의 무도로 절대로 넘을 수 없는 수준이야.”
직경 몇 킬로미터에 달하는 운석이라니. 그 운석이 품고 있는 에너지가 얼마나 강할까.
직경 몇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에너지 진을 가동하게 되면, 그 위력이 순간적으로 하늘을 치솟을 것이다.
그 위력은 아무리 강한 적이 침범한다고 해도 즉시 소멸될 정도일 것이다.
두변이 물었다.
“그럼 성화교나 천계십자회에도 이런 방어 진이 있나요?”
“당연하지. 그래서 천년 넘는 시간 동안 이들이 계속 치고받고 싸워도 서로를 완전히 없앨 수 없었던 것이다.”
“만약 북명검파의 오성 방어 진이 효력을 잃으면 어떻게 될까요?”
“아주 치명적인 타격을 입겠지. 천계십자회와 성화교는 아마 연합해서 북명검파를 멸하려고 하겠지. 그리고 이곳을 절반씩 나눠 가질 테고.”
상황을 알게 된 두변은 왠지 이 오성 방어 진을 핵우산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이건 북명검파의 약점 수준이 아니라, 급소 수준이었다.
꿈속 시스템이 말했다.
“이 세계에는 이 오성 에너지 진을 파괴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데, 넌 가능하다. 오성 에너지 진은 아주 강력하고 정밀한 대진이야. 각종 기운이 절대적인 균형을 이뤄야만 하지. 만약 어떤 지점에서 균형을 잃게 된다면, 오성 에너지 진은 곧바로 효력을 상실하고, 북명검파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하게 돼.”
꿈속 시스템이 오성 에너지 진의 입체 도안을 확대하고, 이계 운석 하나를 두변의 눈앞에 보여줬다.
“이건 11개 운석 중 가장 작은 운석이다. 직경은 1천 3백 미터이고, 이곳의 심해에 묻혀있다. 이 운석만 파괴해도 오성 에너지 진은 균형을 잃게 돼. 아주 정밀한 기계에서 나사가 하나 빠지면, 기계가 통째로 먹통이 되는 것처럼 말이야.”
“이 운석을 파괴하는 방법은 무척 간단하겠군요. 이 운석을 지옥불로 불태우면 되겠네요? 북명 오성 에너지 진의 중요한 한 축이 파괴되면, 에너지 진 전체가 실효된다는 거 맞죠?”
“그래. 그리고 세계의 갈라진 균열에 불을 붙여야만 해. 그래야 세계의 갈라진 균열까지 와서 지옥불을 못 끄지. 이 세계에서 지옥불을 끌 수 있는 사람도 오직 너뿐이니, 오성 에너지 진을 복구할 수 있는 사람도 너밖에 없다는 뜻이다.”
“오성 에너지 진을 아예 파괴하는 건 아니죠? 나도 동방 세계의 일원이니까 이 패주의 땅을 서방 세계나 성화교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거든요.”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운석의 직경이 1천 3백 미터에 달하니까, 작은 지옥불로 1만 년 이상 태워야 없어질 것이다. 네가 세계의 균열 깊은 곳에서 봤던 지옥불은 전부 몇백 년, 천 년 이상 불타고 있는 것들이다.”
“그럼 다행이고요. 자, 이제 시작해볼까요?”
꿈속 시스템이 다시 하나의 불빛으로 뭉치더니, 어느 한 지점을 비췄다.
“바로 이곳이다. 북명검파의 11번째 이계 운석이 있는 좌표가 바로 이곳이지. 네가 지옥불을 피우면, 이 벽을 통과할 수 있고, 바로 운석에 불을 붙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