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489화 (489/648)

489장: 금태극의 죽음 二

1천 화총병을 몰살한 뒤, 두변의 수백 마혈 무사는 진열로 돌아오지 않고 성벽 위에 있던 여진 병사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이쪽은 서쪽 성벽으로, 성벽 너머에 바로 두변의 4만 대군이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성벽 위에 있는 화포 70대가 두변의 대군을 조준하고 있어서 두변의 대군이 돌진하지 못하고 있었다.

서쪽 성벽은 약 6리 길이로, 화포 70대 외에 1만 여진 무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여진 무사 1만 명과 6백 명 마혈 기병이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

마혈 기병들이 지나가는 곳마다 여진 무사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고, 그들의 사지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마혈 기병은 일각 만에 6리에 달하는 서쪽 성벽을 깨끗하게 정리했고, 서쪽 성벽 위의 전투는 여진 무사들의 처참한 패배로 끝났다.

동방 연합 왕국의 화총병과 싸울 때는 마혈 기병에도 출혈이 있었지만, 냉병기로 싸우는 여진 무사들은 마혈 기병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수백 명 마혈 기병은 서쪽 성벽 전체를 휩쓸면서 아무런 부상을 입지 않았다.

마혈 기병이 서쪽 성벽을 장악한 뒤, 곧바로 성벽 너머의 대군을 향해 손짓했다.

부홍빙이 검을 뽑아 들고 외쳤다.

“돌격하라. 우리는 주군과 함께 싸운다!”

두변의 4만 대군이 돌격하기 시작했다.

은빛 파도가 거침없는 속도로 심양성 안으로 몰아쳤다.

심양성 안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여진 제국에게 가망이 없는 전투였다.

마혈 기병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무기는 오직 화총과 화포뿐인데, 이 두 가지 무기가 전부 사라졌으니, 여진 무사들은 냉병기로만 그들을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여진 제국의 병사들은 정말 용감했다.

통고사 출신의 무사들, 대지의 균열에서 나고 자란 무사들은 태생부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여진 대군은 쉬지 않고 마혈 기병들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모든 게 다 헛수고였다.

그야말로 죽을 걸 알면서도 달려드는 나방떼의 현장이었다.

마혈 기병은 두변이 생각했던 것보다, 금태극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했다.

금태극의 예상대로라면, 5천 마혈 기병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1 당 10, 1 당 20이 가능하다고 해도, 대금 제국의 30만 대군이라면 5천 마혈 기병쯤은 물리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너무도 달랐다.

여진 무사들은 그저 죽으러 달려오는 나방에 불과했고, 마혈 기병에게 그 어떤 타격도 주지 못했다.

마약 덕택에 신체와 정신이 개조된 마혈 무사들은 힘이 장사인 데다 속도까지 빠르고 지칠 줄을 몰랐다.

혼자서 수백 번, 수천 번 검을 휘둘러도 속도는 느려지지 않고 동일했다.

여진 제국의 병사들은 태양에 녹아 눈처럼 끊임없이 쓰러져갔다.

부홍빙이 4만 대군을 이끌고 심양성에 들어오자, 두변이 명령을 내렸다.

“부 장군! 대군을 방어진으로 진열해서 주술사 사제들을 보호하라!”

5천 마혈 기병이 일사불란하게 길을 터주자, 부홍빙 대군은 곧장 방어진 안으로 들어가서 주술사 사제들을 보호했다.

“마혈 기병은 마랑을 타고 적군을 향해 돌격하라!”

마혈 무사들이 재빨리 마랑의 등 위로 올라탔다.

마혈 기병들은 수십 명 단위로 부대를 쪼개서 심양성 대학살을 시작했다.

마혈 기병은 폭발적인 전투력으로 여진 대군을 휩쓸었다. 수십 명 마혈 기병이 수백, 심지어 수천 여진 병사를 추살했다.

콰직, 콰드득.

성안의 나무로 지어진 집들이 꼭 장난감 집처럼 힘없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부서졌다.

마혈 기병들은 여진 병사들을 도살하는 동시에 강력한 힘으로 성 전체를 파괴하고 있었다.

대금 제국의 황제 금태극은 그 광경을 보면서 눈이 새빨갛게 충혈됐다.

그의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다 붉은색이었다. 하지만 온몸은 얼음장만큼 차가웠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힘들었다.

‘모든 게 끝났구나. 다 끝이구나.’

화포와 화총을 잃은 뒤, 그의 30만 대군은 마혈 기병에게 아무런 저항력이 없었다.

이건 전투가 아니라, 일방적인 도살이었다.

금태극에게 투항했던 한군 병사, 몽골 병사들은 전부 아랫도리가 흥건해진 채 무릎을 꿇고 몸을 벌벌 떨었다.

이들은 다시 한 번 두변에게 투항했다.

용감한 여진 병사들은 투항하는 사람 하나 없이 마혈 기병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전군이 전멸하는 결말밖에 없었다.

‘여진 제국이 끝장났구나!’

이원은 지옥 같은 광경을 보면서 절망했다.

‘왜? 하늘은 도대체 두변을 이리도 편애하는 겁니까? 두변 저놈은 어째서 이런 국면까지도 뒤집어엎는 겁니까? 세상에 천도라는 게 존재하긴 하는 겁니까?

제발 벼락이라도 내리쳐서 두변 저놈을 죽여주십시오!’

이원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울분을 토했다.

그는 너무 분하고 비통한 나머지, 그 어떤 대가를 치러도 좋으니 두변을 죽이고 싶었다.

그 어떤 말로도 두변을 향한 증오와 원한을 표현할 수 없었다.

특히 두변이 패배에서 승리를 향해 걸어갈 때, 특히 지금처럼 하늘이 두변만을 편애할 때, 질투심은 독사처럼 이원의 마음을 미친 듯이 갉아먹었다.

이원은 이내 현실을 직시하기로 했다.

눈앞의 국면은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여진 대군의 전군 전멸은 시간 문제였다.

이원이 금태극에게 달려가서 소리쳤다.

“폐하, 어서 가셔야 합니다. 이대로 계시다간 늦습니다.”

대금 황제 금태극이 사방에 널브러진 여진 무사들의 시신을 바라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가라고? 짐이 어딜 갈 수 있겠느냐?”

“동방 연합 왕국으로 가시면 됩니다. 두쟁 대인의 전함이 아직 안동항에 있을 것이고, 이곳 성도에서 7백 리만 가면 됩니다.”

이원이 다급하게 대답했다.

금태극이 눈가에 눈물이 고인 채 헛웃음을 터트렸다.

“짐의 대금 제국은 이미 끝났다. 짐이 동방 연합 왕국으로 간다고 한들, 뭐가 바뀔까.”

이원이 설득했다.

“폐하, 폐하께서도 보셨잖습니까. 두변의 마혈 기병은 정말 막강합니다. 하지만 신식 화포와 신식 화총은 저들의 적수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동방 연합 왕국의 영토가 워낙 넓기도 하고, 폐하께서는 무공 수준이 굉장히 높으시니, 나중에 필시 여진왕으로 봉해지실 겁니다.”

금태극은 넋이 나간 표정을 지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원이 버럭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폐하, 두변의 실패를 보지도 않고, 두변의 죽음을 보지도 않고 포기하실 겁니까.”

금태극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원이 더욱 크게 외쳤다.

“폐하, 지금 여기서 죽는다면, 폐하의 마지막 기억에는 두변 저놈이 안하무인으로 미쳐 날뛰고, 무적인 모습일 겁니다. 정말 그걸 원하시는 겁니까? 저놈이 능지처참당하는 꼴을 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놈이 참혹하게 죽는 꼴을 보셔야 하지 않냐고요.”

금태극의 눈빛이 차차 바뀌었다.

이원이 목에 핏대를 세워가면서 말했다.

“두변이 보기에는 무척 강해 보이지만, 사실 우리 동방 연합 왕국에게는 그저 개미에 불과한 놈입니다. 소군 전하께서는 지금 전략의 중심을 신대륙으로 정하셔서 서방 세계와 대전을 치르실 겁니다. 산속에 호랑이가 없으니, 두변 저 원숭이 같은 놈이 왕 행세를 하는 거지요. 소군 전하께서 다시 시선을 대녕 제국으로 돌리셨을 때, 두변 저놈은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죽게 될 겁니다. 그때가 된다면, 폐하께서는 군대를 이끌고 직접 두변의본거지를 파괴하실 수 있습니다.

대한 폐하, 두변의 마혈 무사가 강하다고 생각하시죠? 하지만 저들이 우리 동방 연합 왕국의 곤륜노 무사보다 강할까요? 두변에게는 마혈 무사가 5천 밖에 없지만, 우리 동방 연합 왕국에는 곤륜노 무사가 10만 넘게 있습니다. 심지어 이 숫자도 몇 년 전의 숫자이고요. 폐하, 상상해보십시오. 폐하께서는 곧 수만 곤륜노 전사를 이끌고 두변의 서남을, 산해관을 짓밟으실 것이고, 그의 여인들을 마음대로 취하실 수 있습니다. 얼마나 통쾌한 일입니까? 두변의 손에 죽은 여진 무사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이 복수를 하지 않으신다면, 어찌 영웅호걸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다마곤 친왕, 완안영도 친왕 등이 금태극을 향해 달려왔다.

이들은 이원이 금태극에게 도망치라고 설득하는 게, 정말로 금태극을 위한 게 아니라 스스로가 살려고 설득한다는 걸 알아챘다.

이원이 여기서 혼자서 도망친다면, 분명히 살아남을 가망이 없을 것이다.

그나마 무공 수준이 높은 금태극, 다마곤 등과 함께 도망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폐하, 이원의 말이 맞습니다. 청산이 있는 한 땔감 걱정은 하지 않는다 했습니다. 폐하, 어서 가셔야 합니다. 신이 폐하를 위해 뒤를 끊어드리겠습니다.”

완안영도가 소리쳤다.

“황형, 어서 움직이십시오. 어서요.”

다마곤 친왕도 금태극을 향해 소리쳤다.

금태극은 너무도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전장을 한 번 쳐다보았고, 공사를 막 끝낸 임시 황궁을 쳐다보았다.

원래 그는 경성을 점령한 뒤에 즉위식을 치르려고 했다.

경성의 자금성과 황금 옥좌가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었는데, 어느새 모든 게 다 환영이 되고 말았다.

“가자. 통고사 고수들도 짐과 함께 움직인다. 다마곤, 완안영도, 호과도 짐을 따라오거라.”

금태극이 정신을 차리고 명령했다.

금태극은 재빨리 거대한 군마에 올라타서 성 밖을 향해 달려갔다.

금태극의 장자 대패륵 호과와 예친왕 다마곤, 숙친왕 완안영도가 말에 올라타서 금태극의 뒤를 따랐고, 3천 명 최강 통고사 무사들도 군마에 올라서 금태극의 탈출을 호위했다.

“폐하를 엄호하라.”

“폐하를 위해 뒤를 끊어라.”

점점 더 투지를 잃어가던 여진 대군이 갑자기 눈을 번뜩이면서 마혈 기병을 향해 달려들었다.

‘금태극이 도망가게 둬선 안 돼. 이원 저놈은 더더욱.’

두변이 서둘러 마혈 기병을 불러들였다.

심양성 안에서 치러지는 전투, 아니 대살육은 끝나지 않았지만, 1천 5백 명 마혈 기병이 두변의 곁으로 빠르게 집결했다.

정신없이 지휘하던 두변의 앞으로 이도진이 뛰어올랐다. 혼자서 변이 마랑 한 마리를 타도 될 텐데, 굳이 두변과 함께 타려고 그의 품에 뛰어든 모양이었다.

150세의 주술사 국사가 큰소리로 외쳤다.

“최강 주술사 사제 30명은 나를 따르라.”

30명의 최강 주술사 사제가 마혈 기병과 함께 마랑의 등 위에 탔다.

“주인, 금태극의 무공 수준이 몹시 높고, 다마곤, 완안영도도 정상 고수들입니다. 저들을 호위하는 3천 명 통고사 무사도 만만찮습니다. 저희도 주인을 따라갈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주술사 국사가 정중하게 말했다.

“허락한다.”

두변이 대답했다.

잠시 뒤, 두변이 1천 5백 명 마혈 기병을 이끌고 심양성 밖으로 달려갔다.

심양성 안에는 3천 5백 명의 마혈 기병, 부홍빙의 대군이 남아 있었다.

금태극 등이 30분 정도 일찍 성을 빠져나오긴 했지만, 그들이 탄 군마의 속도는 마랑에 비할 바가 못 됐다.

두변이 이끈 1천 5백 마혈 기병은 몇십 리 안 가서 금태극 등을 따라잡았다.

여진 공작 한 명이 갑자기 멈춰서서 소리쳤다.

“1천 명 형제들은 나와 함께 이곳에서 폐하를 위해 뒤를 끊는다!”

1천 명 통고사 무사가 자진해서 멈추더니, 즉시 방어진을 치고 두변 등을 막아섰다.

그 사이, 금태극 등과 2천 명 통고사 무사는 계속해서 안동항을 향해 달렸다.

두변이 이끈 마혈 기병 부대는 1천 명 통고사 무사가 방어진을 친 걸 보고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더욱 거세게 돌진했다.

“폐하를 위하여, 대금 제국을 위하여, 죽여라!”

여진 공작이 통고사 무사들을 이끌고 맹렬하게 돌격했다.

두 기병 부대가 점점 더 가까워졌다.

두변의 마혈 기병들도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달려왔고, 두 부대는 거세게 부딪히면서 전투를 시작했다.

쾅, 쾅, 쾅, 우지끈.

둔탁한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여진 제국의 통고사 기마병들은 손 쓸 새도 없이 튕겨 나갔다.

통고사 무사들은 무척 강했지만, 그들이 탄 군마가 너무 허약했다. 군마들은 강력한 정면충돌을 견디지 못하고 근맥이 끊기고 피를 토하며 죽어버렸다.

군마에서 떨어진 통고사 무사들은 보병이 되어서 칼을 뽑아 들었다.

슉, 슉, 슉, 슉.

두변이 육맥신검을 거침없이 쏘아냈다.

두변의 육맥신검은 기관총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통고사 무사들을 명중했고, 순식간에 수십 명, 백여 명을 쓰러트렸다.

1천 5백 명 마혈 무사가 거대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통고사 무사들은 정말 용감했다. 하지만 10분 뒤, 전투가 끝나버렸다.

여진 공작과 1천 명 통고사 무사가 전멸했다.

두변은 쉬지 않고 다시 금태극 등을 추격했다.

일각 뒤, 두변의 마혈 기병이 다시 금태극 등을 따라잡았다.

또 한 명의 여진 공작이 제자리에 멈춰 서서 1천 통고사 무사와 함께 방어진을 쳤다.

이들은 죽을 걸 알면서도 용감하게 맞서 싸웠지만, 또 10분 뒤에 전투가 끝났다.

두변은 통고사 무사들을 한 명도 남김없이 죽인 뒤, 다시 금태극의 뒤를 쫓았다.

세 시간 뒤, 금태극이 도망치는 걸 엄호하던 3천 명 통고사 무사가 전멸했다.

금태극의 곁에 남은 사람들은 수십 명에 불과했고, 전부 여진 제국의 최고위층이었다.

금태극의 사람이 수십 명에 불과했지만, 두변은 도리어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그들 전부 무도 고수이기 때문이었다. 금태극을 포함해서 저들은 대종사 두 명, 종사가 열 명이었다.

만약 저들의 꼬리를 너무 바짝 쫓으면, 마혈 무사가 크게 다칠 수 있었다. 무도 강자들을 상대할 땐, 그들의 현기 내력을 충분히 소진해야만 했다.

두변은 1천 5백 명 마혈 기병을 이끌고 너무 가깝지 않게, 또 너무 뒤떨어지지 않게 금태극을 쫓기만 했다.

군마의 체력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 세계의 군마들은 다른 지구의 군마보다 훨씬 더 체력이 좋았지만, 3백 리를 쉬지 않고 달린 금태극의 군마는 거의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금태극 등 수십 명은 어쩔 수 없이 군마를 버리고 두 다리로 뛰기 시작했다.

여진 제국의 최고위층 인원들은 전부 무공 수준이 높은지라, 거의 군마와 비슷한 속도의 경공으로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경공을 이렇게 고속으로 시전하게 되면, 현기 내력의 소모 속도 또한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게 바로 두변이 바라던 바였다.

금태극은 이렇게 낭패스럽게 도망치기보다는, 도망치는 걸 멈추고 두변의 군대와 무공 결투를 벌이고 싶었다.

금태극이 이런 생각을 수십 번 하는 사이, 이원은 오로지 항구까지 곧장 달려가서 동방 연합 왕국의 전함을 타고 도망칠 궁리만 했다.

“폐하, 절대로 그런 생각을 하셔선 안 됩니다. 두변의 곁에는 대종사급 강자 이도진이 있고, 수십 명 주술사 사제까지 있습니다. 게다가 이대로 마혈 기병 1천 5백 명을 상대했다간, 우리의 현기 내력이 전부 닳을 겁니다.

폐하, 동방 연합 왕국으로 도망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상상해보십시오. 언젠간 폐하께서 수만 곤륜노 무사를 이끌고 두변의 본거지를 없애게 되실 때, 얼마나 통쾌하실지요. 두변의 여인들을 마음대로 농락하는 상상을 해보시라고요!”

이원이 소리쳤다.

그렇게 금태극 등 수십 명은 또 3, 4백 리를 달렸고, 두변의 부대도 그들을 놓치지 않고 쫓고 있었다.

금태극 등이 드디어 안동항에 도착했다.

안동항까지 수십 리가 남았을 때, 이원은 속으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두쟁 대인의 화물선이 아직 항구에 남아있게 해주십시오! 제발!’

두쟁은 여진 제국에게 화포와 포탄, 그리고 1천 화총병을 데려다주는 임무만 있을 뿐, 전투 임무는 따로 없었다.

그래서 그는 전함이 아닌 배수량이 2천 5백 톤에 달하는 대형 화물선을 이끌고 왔다.

혹시나 바다에서 동방 연합 왕국의 함선을 건드리는 멍청한 해적이 있을까 봐, 화물선의 갑판 위에 임시로 화포 20대가 설치해서 대비했다.

두쟁은 자신에게 전투 임무가 떨어질 일이 있으리라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눈 감고도 두변의 군대를 전멸시킬 수준이니까.

다만 두쟁이 아직 항구를 떠나지 않은 이유는 두변의 군대가 전멸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에 기분 좋게 떠나기 위함이었다.

이원 등이 안동항에 도착했을 때, 동방 연합 왕국의 화물선이 있는 걸 보고는 너무 기뻐서 눈물이 찔끔 났다.

이원은 하늘이 아직 자신을 버리진 않았다고 생각했다.

두변의 비열한 여섯째 숙부 두쟁은 갑판 위에 서서 여유롭게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때, 두쟁의 시야에 안동항을 향해 뛰어오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두쟁이 눈을 게슴츠레 뜨고 보니, 이쪽으로 뛰어오는 사람은 금태극, 이원 등이었다.

두쟁이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이어서 금태극 등을 쫓아오는 두변의 마혈 기병들이 보였다.

순간,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내, 내가 지금 헛것을 보고 있는 건가? 저 마혈 기병들이 왜 두변을 따르는 거야? 대금 제국의 마혈 무사 아니었던가? 제일 강한 여진 무사만 골라서 개조했다고 들었는데? 그리고 저놈들은 우리 동방 연합 왕국에서 보내준 갑옷을 입고 있잖아?

설마 여진 제국이 진 건가? 두변이 또 이겼어?’

그 가능성을 떠올리자마자 두쟁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두쟁은 두변과 직접 싸워본 적은 없지만, 간접적으로 수차례 싸웠었다.

그가 지지하던 선성후 육전, 검각후 장문소가 두변에게 패배했고, 두변에게 죽었다 .

그런데 이번에도 두변이 이겼을 것이라 생각하니, 심장을 송곳이 찌를 듯이 아파왔다.

화물선까지 1천 미터가 남았을 때, 이원이 있는 힘껏 소리쳤다.

“두쟁 대인! 화포와 화총병을 준비하십시오. 항구를 떠날 준비를 하라고요!”

이원 등이 더욱 속도를 붙여서 달리기 시작했다.

두변의 마혈 무사와 마랑 군단이 아무리 막강하다 하더라도, 바다로 뛰어 들어가진 못할 것이다!

배에 타기만 하면, 두변은 절대로 그들을 잡지 못한다!

게다가 이곳은 문어 괴수의 영역도 아니란 말이다!

“모든 화포를 준비하라.”

두쟁이 다급하게 명령을 내렸다.

선박 갑판 위에 있던 화포 20대가 해안가를 조준했고, 포병들이 엄청난 살상력의 유산탄을 장전했다.

유산탄에 맞게 되면, 아무리 강한 마혈 기병도 큰 상해를 입게 된다.

수백 명 화총병도 일제히 해안가를 조준했다.

두변 등이 사격 범위 안에 들어오기만 하면, 화포와 화총이 즉각 발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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