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5장: 할포단의
옥진 군주가 떠난 뒤, 이문회가 두변을 찾아왔다.
“두변, 이 아비는 네가 반역하리라고는 절대로 믿지 않는다. 지난번에 네가 호광 총독을 몰아냈던 건, 신법을 펼치기 위해서였지. 누구든 신법을 파괴하는 자가 있다면, 역사를 역행하려는 자가 있다면 필시 죽여야지. 아비도 그 점은 이제 이해한다.
하지만 이 아비가 충고 한마디 하건대, 사천과 호남은 그대로 놔두거라. 네가 사천과 호남에 출병하면, 정말 우리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적에게만 좋은 일을 해주는 것이다.”
“의부, 제가 사천과 호남을 빼앗으려는 건, 제 사리사욕 때문이 아니라 동방 연합 왕국과의 대전을 위해서입니다.”
“그래도 폐하의 지의를 받아야지. 폐하의 지의도 없이 임의로 군대를 이끌고 제국의 행성을 치는 건 안 된다. 게다가 하필 사천과 호남이 방계 세력의 땅이 아니라 폐하의 땅 아니냐.”
폐하의 지의라.
두변은 이미 황제와 좋게 말해보려고 했다.
자신의 모든 전력을 요동과 북방에서 철수했지만, 황제는 국토는 교환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만약 선황이었다면, 두변이 입을 열기만 하면 곧장 지의를 내려서 두 행성을 두변에게 줬을 것이다.
심지어 두변이 사전에 말도 없이 출병해서 두 행성을 공격하는 한이 있어도, 선황은 두변이 자신의 지의를 받은 것이라고 거짓말까지 해줄 것이다.
하지만 영덕제는 선황과 달랐다.
영덕제는 겸허하게 최고의 예우로 두변을 대했다. 사실상 군주가 신하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전부 했다고 볼 수 있었다. 심지어 선황보다 영덕제가 두변에게 더 후했다.
하지만 선황과 두변은 친근함이 우선이었다.
선황은 두변이 아무리 큰 공로를 쌓아도 그에게 허리 숙여 예를 올리지 않았고, 아주 자랑스러운 얼굴로 그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두변이 많이 컸구나.’
그러나 영덕제는 계속 두변과 기싸움을 하고 있었다.
예상이 영덕제가 방계와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지만, 두변은 영덕제가 그저 고집이 센 거라고 믿었다.
“아들아, 아비는 네가 무슨 짓을 해도 너만의 이유가 있어서라는 걸 안다. 하지만 난신적자라는 오명을 절대로 얻어선 안 된다.”
다음날.
두변이 진남 공작 송결의 서신을 받았다.
‘두변 조카, 지난번에 영덕제께서 광서에 관리를 보내서 호광 총독이 신법을 파괴하게 둔 건 폐하의 잘못이다. 하지만 이번에 폐하께서 자네를 열토봉왕 하였고, 천하 백성들도 폐하께서 자네에게 베푼 은덕에 감탄하고 있다. 그러니 사천과 호남에 출병하는 것은 절대로 하면 안 될 짓이다.’
이어서 두변은 안남 국왕 여창의 친필 서신을 받았다.
‘진서왕 두변 아우, 최근 안남국에 곡식이 대풍년을 이뤘네. 아우가 혹시 필요한 게 있다면, 이 형님이 최선을 다해 마련해주겠네. 동방 연합 왕국이 만약 서남을 공격한다면, 이 형님의 힘이 미약하긴 하나, 내가 직접 지원군과 함께 북상해서 아우와 함께 싸우도록 하겠네.’
진남공 송결, 여창 국왕도 두변의 출병 생각에 반대했다.
여창 국왕은 마음이 여려서 그런지, 두변에게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완곡하게 만류했다.
하지만 송결은 자신의 반대 의지를 그대로 드러냈다.
현재까지 두변과 가장 가깝고 대녕 황실에 가장 충성스러운 송결, 여창 국왕, 의부 이문회가 전부 두변의 계획을 반대했다.
그들의 시각에서는 두변이 조정 번왕의 신분으로 제국의 영지를 공격하는 건 반역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두변의 손바닥에 정석(晶石) 두 개가 올려져 있었다.
하나는 파란색, 하나는 붉은색으로 별다른 특이점이 없어 보였다.
‘시스템, 동방 연합 왕국의 증기 기관함, 유탄 강선포, 후장 수발총, 고미산 폭탄은 이 세계보다 백 년은 앞선 것들입니다. 얼마 전에 그들은 미주에서 엄청난 대전을 벌였는데, 대승을 거뒀어요. 이건 동방 문명이 백 년 만에 강대한 서방 세계를 이긴 거죠. 동방 연합 왕국은 유경 왕국의 철갑전함까지 부숴버렸어요.’
꿈속 시스템이 말했다.
‘그렇다.’
‘만약 우리가 전쟁을 치른다면, 제 모든 군대, 그러니까 마혈 무사, 변이 마랑 군단, 모든 화포와 병사를 포함한 전투력이 그들의 몇 퍼센트 정도 될까요?’
‘아마 10퍼센트? 음, 1퍼센트가 될 수도 있겠군. 이건 문명의 차이라서 정확히 측정할 수가 없다. 하지만 내가 이것 하나는 알려주지. 만약 지금 전쟁을 벌인다면, 동방 연합 왕국은 5만 대군, 화포 5백 대, 1만 곤륜노 무사만으로도 네 서남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다. 동방 연합 왕국은 이제 해상과 육상이 협조 체계를 이루고 있고, 포병과 육군이 협업하는 체계를 갖췄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초대형 구경의 대포를 가지고 있어서, 포탄 한 발이면 성벽에 구멍이 커다랗게 날 것이다.’
그 전투 장면을 상상해보라.
화포 500대로, 그것도 위력이 엄청난 유탄포로 일단 성벽을 부순다. 아무리 견고한 성벽이어도 그 많은 유탄포를 견디긴 힘들 것이다.
1만 곤륜노 무사가 두변의 5천 마혈 기병을 상대할 것이고, 5만 신식 화총 군대가 두변의 40만 대군을 상대할 것이다.
열병기 군대는 냉병기 군대를 줄 세워서 총살할 것이다.
‘동방 연합 왕국의 과학 문명은 우리를 한참 앞서갔다. 지금 와서 그들을 따라잡는 건 불가능해.’
꿈속 시스템이 말했다.
두변이 정석 두 개를 자세히 들여다보았지만, 여전히 별다른 특이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이 정석 두 개가 바로 내가 새로운 문명을 시작할 열쇠라고요? 동방 연합 왕국의 과학 기술을 빠르게 추월할 수 있는? 그들의 대형 화포와 증기 전함, 신형 화총, 강력한 곤륜노 무사를 한 방에 무찌를 수 있는?’
‘그래. 맞다. 이 정석 두 개는 이계의 에너지를 대표하는 것이다. 에너지 문명이 시작된다면, 넌 어떤 문명이든 압살할 수 있는 엄청난 위력을 과시하게 될 것이다. 동방 연합 왕국의 과학 문명도 마찬가지고.’
‘그러니까 이 정석 두 개가 이계의 운석인데, 붉은 건 사천에, 파란 건 호남에 있다는 거죠?’
‘맞다. 최단 시간 내에 두 행성을 차지하고 너의 문명 시대를 열어야 한다.’
‘근데 왜 예전엔 나한테 이런 게 있다고 말 안 해줬어요?’
‘그야 당연히 예전엔 너에게 매마의 피 결정체가 없었으니까.’
두변이 호남과 사천 두 행성을 가지게 되면 전략 방어진을 완벽하게 칠 수 있게 되고, 새로운 문명이 부상하게 된다.
‘만약 새로운 문명이 시작되면, 동방 연합 왕국의 강대한 군대를 무찌를 수 있다는 거죠? 확실히?’
‘두고 봐라. 새로운 문명의 폭발적인 위력은 천지를 뒤바꿀 정도이다. 하지만 그런 무기를 제조한다는 것과 두 정석이 사천과 호남에 있다는 정보는 그 누구에게도 말해선 안 된다. 네가 이 비밀을 잘 간수하지 못한다면, 파멸을 맞이할 수도 있다. 동방 연합 왕국과 북명검파가 이 정석을 손쉽게 파괴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네 새로운 문명은 빛을 보기도 전에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튿날, 두변은 회의를 소집했다.
이문회와 옥진 군주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두변을 빤히 바라보았다.
두변은 황제의 지의 없이 사천과 호남에 출병하게 된다면, 정말 반역자로 몰릴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정말로 그 계획을 실천하게 된다면, 여론의 홍수가 그를 집어삼킬 기세로 몰려올 것이다.
황제가 열토봉왕까지 해줬는데, 두변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서 황제가 통치하는 두 행성을 빼앗아가려고 하다니.
이게 반역이 아니라면 뭐가 반역이란 말인가?
두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주먹을 탁자에 세게 내리쳤다.
그가 명령했다.
“여담은 8만 대군을 이끌고 호남 행성으로 들어가고, 부홍빙은 8만 대군을 이끌고 사천 행성으로 들어간다.”
두변은 큰 소리로 말하지 않았지만, 그의 목소리는 흡사 천둥 번개와도 같았다.
“알겠습니다!”
여담과 부홍빙이 대답했다.
옥진 군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두변을 빤히 바라보다가 눈물을 흘렸다.
그녀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진서왕, 말장은 서남에 있는 모든 직무에서 물러나고 서남을 떠나겠습니다.”
“허락한다.”
두변이 대답했다.
“말장이 데려왔던 모든 병사를 데려가고 싶습니다.”
“허락한다.”
“제 어머니, 형제들, 그리고 진남 공작부에 있는 모든 이와 함께 떠나겠습니다.”
“허락한다.”
이틀 뒤, 옥진 군주, 진남 공작 부인, 진남 공작 세자가 이곳에 올 때 데려왔던 1천여 명 병사와 함께 서남을 떠나 안남 왕국으로 향했다.
1천여 명 병사는 수차례 두변을 따라 전장에서 싸웠고, 서남을 보호하기 위해 피를 흘렸었다.
뒤이어 진남공작이 두변에게 서신 한 통을 보냈는데, 봉투에는 누더기 천 한 조각만 들어있었다.
‘할포단의(割袍斷義: 절교의 뜻으로 천을 찢는 의미)를 의미하는 건가?’
사흘 후, 두변의 대군이 사천과 호남에 진입했다.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정오가 될 무렵, 의부 이문회가 두변을 찾아왔다.
“두변, 서남에 인재가 넘치다 보니, 이 아비가 이곳에서 더는 쓸모가 없을 것 같구나. 아비는 경성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옥진 군주가 떠난 뒤, 두변과 가장 가깝던 의부 이문회도 두변을 떠나려고 했다.
“의부께서도 저를 버리고 가시려는 겁니까?”
두변이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이문회가 두변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나는 네 의부이기 전에 대녕 제국의 신하다. 폐하께서 나를 경성으로 부르시니, 도의상 거절할 수가 없구나.”
두변은 새로운 문명에 관한 일을 이문회에게 말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새로운 문명을 시작하기 위해선, 사천과 호남에 있는 정석을 가져야만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두변은 결국 충동을 참아냈다.
이번 일은 너무 중대하기에, 아주 작은 착오도 생겨선 안 되니까.
이문회가 말했다.
“두변, 아비가 일찍이 말했잖느냐. 난신적자라는 오명은 절대로 뒤집어써선 안 된다고. 아비도 네가 착한 아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만에 하나 네가 폐하와 무력으로 대적하는 날이 온다면, 그날은 이 아비의 제삿날이 될 것이다.”
이문회는 혼자서 말을 타고 경성으로 떠났다.
여여해의 부인이자, 대염 제국의 왕후였던 여황이 말했다.
“대왕, 우리 여씨는 무슨 상황이어도 대왕을 지지하고 따를 겁니다.”
기세 소성주가 말했다.
“절세 지하성은 주군께 영원히 충성을 바칠 것입니다.”
연로한 주술사 국사가 말했다.
“우리 주술사 사제들은 영원히 주군께 충성을 다할 것입니다.”
두변이 말했다.
“난 이미 많은 대가를 치렀습니다. 국사와 사공엽은 실험에 좀 더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주술사 국사가 대답했다.
“명 받들겠습니다, 주군.”
며칠 뒤.
“주군,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사공엽이 갑자기 찾아오더니, 싱글벙글한 얼굴로 두변을 밖으로 잡아끌었다.
“주군, 저를 따라오세요.”
두변은 곧장 난쟁이 선지자, 천재 연금사 사공엽의 지하 비밀 실험실로 들어갔다.
“주군, 절대로 믿기지 않으실 겁니다. 진짜로요.”
사공엽이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두변의 손목을 붙잡고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실험실로 향했다.
“주군, 저한테 주신 그 마법의 결정체가 정말 너무나도 강력합니다. 이건 암흑의 물질보다, 파멸의 화살보다 더 강하다고요.”
사공엽이 말한 마법의 결정체는 매마의 피 결정체였다.
두변이 사공엽의 실험을 위해서 아주 작게 조각을 도려내어 줬었다.
사공엽의 머릿속에는 온갖 천재적인 생각이 있었지만, 이 생각들을 풀어낼 올바른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주술사 국사를 만난 뒤, 국사는 사공엽의 정신적 스승 역할을 하게 되었다.
사공엽의 머릿속에는 천재적인 생각이 늘 넘쳐서, 항상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여태까지 그의 말을 알아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에게 방향을 가르쳐 줄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그런데 주술사 국사는 사공엽이 한 말을 모두 알아들었고, 그에게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금세 서로의 지음이 되었고, 함께 연구한 지 며칠 만에 성과를 내게 된 것이다.
사공엽이 크기가 주먹만 한 크기의 정석 장치를 꺼내서 두변에게 보여줬다.
장치의 구조가 무척 복잡해 보였는데, 각종 비금과 정석, 그리고 파란색 정석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서 말한 파란색 정석이 꿈속 시스템이 말했던 이계의 문명의 기원으로 칭송 받는 그 정석이었다.
하지만 사공엽이 만든 이 장치는 아무 반응이 없었고, 육안으로 보았을 때도 특별할 게 없었다.
“자, 이제 기적을 볼 시간입니다.”
사공엽이 말하고는 매마의 혈정체 조각을 꺼냈다. 그 조각은 잠자리 날개보다 더 얇았고, 1밀리그램도 안 되는 무게일 정도로 아주 작고 얇았다.
사공엽이 그 혈정체를 작은 장치 안에 꽂는 순간.
파팟! 파지지직!
일순간 장치에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매마의 혈정체와 파란색 정석이 서로 부딪히면서 끊임없이 번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번개의 길이는 무려 십여 미터에 달했고, 사람을 산 채로 지져서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수만 볼트의 전압일 듯했다.
장치 안의 파란색 정석이 겨우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크기인데도 이렇게 엄청난 위력을 보여주다니.
사공엽이 말했다.
“이 파란색 정석은 원래 아무런 쓸모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법의 결정체와 함께 쓰게 되면, 엄청난 위력을 폭발시키거나 놀라운 번개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주군께서 예상 부인에게 부탁해서 받아온 오성 진의 구조도를 보았는데,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하늘을 거스를 정도의 무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건 정말 천지를 파괴할 힘을 가지고 있고, 북명검파는 이 오성 진이 있기에 천하무적이 될 수 있었던 겁니다. 제 미래의 목표는 계속 연구해서 이동할 수 있는 소형 오성 진을 만드는 겁니다. 만약 제가 성공적으로 개발해낸다면…….”
성공적으로 개발해낸다면, 그 위력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 화포는 그 어떤 유탄포보다 강력할 게 분명했다.
두변이 말했다.
“오성 진 무기는 일단 나중에 얘기하시죠. 일단 조금 전에 내게 보여준 번개 장치를 얼른 무기화해야 합니다.”
사공엽이 말했다.
“제 머릿속에서는 벌써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이렇게 해서 번개 검을 만들 수도 있어요. 주군, 한 번 상상해보십시오. 마혈 무사들이 번개 검을 휘두르면서 근접전을 펼치게 될 때, 이들의 적수가 과연 존재할까요? 아무리 튼튼한 갑옷을 업었다고 한들, 상대가 얼마나 강력하든, 모두 1초 만에 죽을 겁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어서 붉은 정석을 연구할 건데, 분명히 더 큰 기쁨을 가져다드릴 수 있을 겁니다. 아무튼, 주군께서 제게 주신 마법의 결정체는 모든 종류 정석의 기운을 폭발시키는 촉매제입니다.
그리고 유경 왕국의 철갑전함에 설치된 비밀 동력 핵심 중,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주인님께서 주신 마법의 결정체가 아닐까 추측됩니다.
주군, 어쨌든 이 마법의 결정체를 가졌다는 건, 하늘을 거스를 무기를 가졌다는 뜻입니다.”
두변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매마의 피 결정체가 강력한 물건이라는 건 눈치채고 있었지만, 이렇게 대단할 줄 어찌 알았을까.
모든 이계의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촉매제라니.
유경 왕국의 대경매에서, 아주 작은 매마의 피 결정체가 무려 수십만 금화에 팔린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붉은 정석과 파란 정석의 양이 많이 남아 있습니까?”
“아니요. 아주 적습니다. 실험으로 쓰기엔 적당한 양인데, 대규모 무기 제조는 불가능합니다.”
사공엽이 대답했다.
꿈속 시스템이 말했다.
‘이 두 정석이 사천과 호남의 대지 균열 깊은 곳에 박혀 있다. 둘 다 일종의 운석이니 대규모 채석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