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4장: 영창제도 고자가 되고
사실 두변은 방검지에게서 얻어낸 후장 강선포 100대가 있었고, 대금 제국에서 200대, 그리고 화포 제조장에서 만들어낸 화포 100대까지 합하면, 그에겐 총 400대 후장 강선포가 있는 셈이었다.
하지만 두변에게는 신식 포탄이 부족했다.
두변의 화포 제조장에서 유탄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성화교의 화약 개발 수준이라 동방 연합 왕국의 고미산 폭탄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래서 두변이 만든 유탄은 위력이 약하고, 발포 거리가 가까웠다.
두변은 꿈속 시스템의 도움 덕에 고미산, 초화감유 제조법을 얻었지만, 아직 각종 장비가 미비했다.
고미산이나 초화감유는 아직 실험실에서 실험 개발하는 단계인지라, 대량 생산까지 거리가 있었다.
이게 바로 두변의 서남과 동방 연합 왕국의 국력 차이였다.
두변은 과학 문명에서 이미 많이 뒤처졌고, 지금 당장은 동방 연합 왕국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두변에게 남은 유일한 방법은 에너지 문명이라는 길을 따라 추월하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대전이 곧 시작될 텐데, 에너지 무기는 아직도 준비되지 않았다.
전호검 외에, 나머지 무기들은 아직도 실험실에서 완성작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고, 전호검도 대량 생산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두변은 어깨에 태산을 짊어진 느낌이었다.
그는 순화부의 전투가 어떻게 치러졌는지 이미 전해 들었다. 동방 연합 왕국의 3만 대군이 열 배가 넘는 연합군을 무찔렀고, 무척 견고한 성벽의 순화 왕성을 단시간에 무너뜨렸다.
진남공 송결과 여창 국왕의 연합군은 전부 정예병으로 이뤄져 있고, 얼마 전엔 두변에게서 정예 갑옷까지 대량으로 사간 상황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마혈 무사를 제외하고, 진남공과 여창 국왕의 연합군 전투력은 두변의 제2군단과 비슷했다.
두변은 부홍빙, 여담 등과 모여서 모의 전투를 여러 번 돌려보았다.
모의 전투는 두변의 군단 30만 대군이 순화성을 지키고, 막한 여왕의 3만 대군이 공격할 때로 가정했다.
그런데 결과는 두변의 군단은 마혈 군단 덕분에 연합군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이지, 압도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부홍빙, 기세, 이릉 등이 결국 모의 전투의 결론을 냈다.
동방 연합 왕국은 신식 화총 군대와 신식 화포 군대, 그리고 곤륜노 무사 군단이 있어서 그들의 8만 대군이 두변의 36만 대군을 전멸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두변이 동방 연합 왕국보다 우세한 건, 마혈 기병이 전부였다.
하지만 동방 연합 왕국이 현존하는 마혈 기병의 세 배가 되는 곤륜노 무사 군단, 화총 군대, 화포 군대를 참전시킨다면, 두변의 마혈 기병도 속수무책으로 패배할 것이다.
이게 바로 문명의 차이였다.
동방 연합 왕국은 이번 한 번의 전쟁으로 대녕 제국 전체를 점령할 생각이기에 8만이나 10만 병력이 아닌 무려 60만이 넘는 병력을 투입할 예정이었다. 그들의 화총 군단, 화포 군단의 위력이 얼마나 강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곤륜노 무사가 정확히 얼마나 참전할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놀라운 숫자의 병력일 것이다.
사공엽과 주술사 국사 군단은 지하 실험실에서 밤낮없이 내내 쉬지도 않고 실험을 진행했다.
파란 정석은 무기화가 가능했지만, 붉은색 정석에 대한 연구가 난관에 부딪혀 있었다.
연구단은 붉은색 정석의 무기화가 아니라, 붉은색 정석의 특징이나 특성조차 연구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연구의 진전과 상관없이 이들의 생사존망을 건 대전은 점점 더 다가오고 있었다.
영창제가 제 피와 살이 섞여 어디가 피인지 살인지 분명치 않은 허벅지 사이를 내려다보면서, 금방이라도 미칠 것만 같았다.
‘거세라니. 짐이 지금 고자가 된 거냐?’
영창제는 눈 깜빡할 사이에 환관이 되고 말았다.
그는 사내가 뿌리도 없이 살면 인생이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아아아.”
영창제는 본능적으로 비명을 지르려고 했지만, 비명을 내지르기도 전에 입을 꾹 닫았다. 자신이 거세당했다는 걸 문무백관에게 들킬 수는 없었다.
스릉!
영창제가 아직 넋이 나간 사이, 옥진 군주가 그의 가슴팍을 향해 검을 찌르자 영창제가 곧바로 손바닥으로 그녀의 검을 쳐냈다.
퍼억!
옥진 군주의 몸이 허공으로 튕겨 나가면서 피를 토했다.
금세 냉정함을 되찾은 영창제의 무공 수준은 옥진 군주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바로 다음 순간, 한 여인이 빠르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대종사 무공 수준을 가진 여인은 재빠르게 옥진 군주를 제압하더니 영창제의 허벅지 사이를 바라보면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욕정에 눈이 멀었군요. 여인에게 거세를 당하다니.”
이 여인이 바로 영창제의 비밀 사부였다.
이어서 여인은 빠르게 상자 하나를 가져와서 영창제의 거세된 뿌리를 상자에 넣은 뒤, 손바닥에서 냉각 현기를 뿜어냈다.
영창제의 뿌리는 순식간에 냉각 보관되었다.
영창제가 검을 뽑아 들고 옥진 군주의 목을 겨누고 소리쳤다.
“무엇을 알아낸 것이냐!”
옥진 군주가 그를 노려보면서 대답했다.
“당신이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까!”
“그걸 네가 알 리 없다. 넌 가슴만 크고 뇌는 텅 빈 여인이니까.”
맞는 말이었다.
영창제는 진남공 송결을 죽인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그의 사부조차 그가 저지른 짓을 몰랐다.
옥진 군주가 말했다.
“그래 맞아, 원래는 알아채지 못했지. 당신이 방 안에 들어갔다 나오자마자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게 무척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때만 해도 당신이 내 아버지를 죽였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지. 그런데 누군가가 내게 알려줬거든. 당신이 직접 내 아버지를 죽였다는걸. 당신 손바닥은 아버지께서 지니고 다니셨던 호심경에 찔려서 상처가 난 거야. 당신은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서 부서진 호심경을 인적이 드문 곳에 버렸지만, 그 누군가가 호심경을 주워와서 내게 보여주더군. 호심경에는 당신의 혈흔이 그대로 묻어있었어. 지금 당신의 손바닥에 난 매화 자국의 상처와 똑같은 모양으로 말이야.”
영창제가 윽박질렀다.
“그게 누구냐. 당장 말해!”
“죽어도 말하지 않아.”
“죽어도? 짐을 다치게 해놓고 그리 쉽게 죽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짐은 네 정신 영역을 파괴해서 산송장처럼 만들 수 있다. 네년이 이런 폭발적인 몸매를 가지고 산송장이 된다면, 어떤 꼴을 당할지 상상이 되겠지?”
영창제의 날카로운 검 끝이 옥진 군주의 머리를 겨눴다.
그는 옥진 군주를 당장이라도 산송장으로 만들 수 있는 혈자리를 알고 있었다.
“차라리 날 죽여! 날 죽이라고.”
옥진 군주가 있는 힘껏 소리쳤다.
“죽여달라고? 에이. 누가 그렇게 쉽게 죽여준다더냐. 살고 싶어도 살 수 없고,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해주마.”
영창제가 검으로 옥진 군주의 머리를 찌르려는 찰나, 공기 중에 모두가 맡으면 잠시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매혹적인 향이 풍겼다.
영창제가 잠시 멈칫한 사이,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검이 영창제의 가슴을 향해 찔러왔다.
검을 잡은 사람은 여완완이었다.
“비열한 년! 네년을 참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영창제의 대종사 여사부가 소리치더니, 여완완을 향해 곧바로 검을 휘둘렀다.
챙그랑!
여완완과 여사부의 검이 강하게 부딪혔다. 그 사이 간신히 죽음을 피한 영창제가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
여완완이 옥진 군주의 목을 움켜잡고 빠르게 창가로 달려간 뒤, 눈 깜빡할 사이에 창밖으로 사라졌다.
또 여완완이었다.
저번에 경성으로 가서 영설 공주를 구했던 것도, 이번에 남쪽으로 내려와서 옥진 군주를 구한 것도 여완완이었다.
진남공이 영창제의 손에 죽었다는 건 여완완의 대담한 추측이었는데, 심증에 그치지 않고 증거를 찾아서 옥진 군주에게 보여줬다. 그렇지 않았다면 옥진 군주는 지금 슬픔에 잠겨서 영창제를 의심할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여완완은 영창제를 암살할 기회를 여러 번 엿봤었는데, 그의 곁에는 항상 무공 수준이 어마어마한 대종사가 있어서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그녀가 근처에 있다는 걸 눈치챘다.
옥진 군주를 살려준 뒤, 여완완이 대뜸 그녀에게 욕을 퍼부었다.
“머리에 물만 찼어? 조금 전처럼 좋은 기회를 어떻게 날릴 수가 있지? 왜 한 번에 그의 심장을 찌르지 않고 거세를 했냐고!”
“미안해요.”
옥진 군주가 사과했다.
“하지만 잘못한 건 아냐. 만약 그의 심장을 찔렀다면 실패했을 테니까.”
여완완이 한숨을 쉰 뒤, 옥진 군주를 데리고 빠르게 북상했다.
사천의 어느 땅속.
두변은 깊이, 더욱 깊이 땅을 팠다. 꿈속 시스템의 안내에 따라 파란 정석 광맥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땅을 팠다.
최근 그는 영설 공주를 황제로 옹립한 일과 막한 여왕이 안남 왕국에 상륙해서 순화부를 점령한 일 때문에 광서에 두 번 돌아간 것을 제외하고는 항상 사천에서 땅을 파고 있었다.
벌써 지하 2.5만 킬로미터까지 내려왔지만,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 파란 정석이 없으면 전호검를 만들 수도 없고, 에너지 무기도 만들 수 없으며, 동방 연합 왕국을 이길 수도 없게 된다.
광맥을 찾지 못한다면, 무엇으로 동방 연합 왕국을 이길 수 있을까.
‘시스템, 도대체 이 아래에 파란 정석 광맥이 있긴 한 겁니까?’
두변이 참다 참다 화를 내자 꿈속 시스템이 대답했다.
‘있을 텐데……. 그때 파란 번개 운석이 이 지역에 대규모로 떨어졌는데…….’
‘파란 운석이 아예 사라졌을 가능성은 없고요?’
‘만약 이 지역에 거대한 에너지 변화가 있었다면……, 음, 그럴 가능성도 없지는 않고…….’
‘제길!’
욕하는 것 말고 방법이 있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파란 정석 저장량이 제발 많기를, 에너지 문명을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많기를, 하면서 기도했었다.
그런데 지하 1만 킬로미터까지 파도 광맥이 보이지 않자, 제발 전호검 5천 자루를 만들 양이라도 있었으면 하고 기도했다.
이젠 지하 2만 킬로미터 넘게 땅을 팠는데도 수확이 없자, 절망하기 직전이었다.
그때, 두변의 눈앞에 파란 불빛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두변은 재빨리 다시 땅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궁.
갑자기 지하 전방에서 격렬한 붕괴가 일어나더니, 무수히 많은 돌덩이와 흙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두변은 돌덩이와 흙무더기와 함께 아래로 떨어지면서, 그렇게 수천 미터 떨어지다가 바닥에 세게 엉덩방아를 찧었다.
눈앞은 온통 암흑이었다.
두변이 눈을 감고 정신력을 눈에 집중한 뒤, 다시 천천히 눈을 뜨고 어둠에 적응했다.
두변은 처음엔 파란 정석 100만 근을, 그 뒤로는 10만 근을, 마지막엔 전호검 5천 자루를 만들 수 있는 1천 5백 근을 원했다.
이곳에 파란 정석이 얼마나 있을까?
그건 귀신도, 하늘도 모른다.
수백만 근?
아니, 계량 단위가 근이 아니라 톤이어야 할 것이다.
이곳의 파란 정석 저장량은 천문학적인 숫자로, 두변으로서는 이곳에 얼마나 많은 양의 정석이 묻혀 있는지 한 번에 계산할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어쨌든, 두변이 발견한 저장량은 5천 자루 전호검, 아니, 5만 자루 전호검를 만들고도 남을 양이었다.
물론, 매마 혈정체의 양이 부족해서 5만 자루까지는 못 만들겠지만 말이다.
에너지 문명을 시작하기에 충분했다.
두변은 우선 2천 근에 달하는 파란 수정을 깨서 지상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사공엽과 주술사 사제들의 비밀 실험실은 운송의 편리함을 위해서 사천에 있는 어느 지하 땅굴로 옮겨진 상태였다.
비밀 실험실에는 사제 천여 명이 연구를 담당하고 있었고, 항상 이곳을 지키는 대종사도 있었다.
대종사가 없더라도, 주술사 사제들의 전투력이 워낙 무시무시해서 비밀 연구실은 언제나 안전했다.
두변이 2천 근에 달하는 파란 정석을 가져오자, 사공엽은 거의 미치광이처럼 기뻐했다.
파란 정석은 이미 잦은 실험으로 극히 부족한 상황이었고, 조금만 더 있다가는 아예 동이 나버릴 상황이었다.
그런데 두변이 갑자기 파란 정석 2천 근을 갖고 나타난 것이다.
“주군, 더 있습니까? 더 있어요? 파란 정석이 충분하기만 하면, 우린 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있습니다. 천문학적인 수량이 잠자고 있습니다.”
사공엽과 주술사 사제들은 뛸 듯이 기뻐했다.
두변이 말했다.
“두 조로 나눠서, 한 조는 전호검를 만들고, 다른 한 조는 계속해서 붉은색 정석을 연구하세요.”
“명 받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