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537화 (537/648)

537장: 머리가 잘린 두변 二

강가.

“안 돼. 안 돼!”

선녀가 인간계에 내려온다면 이런 모습일까.

하늘에서 뚝 떨어진 절세미인이 두변의 잘린 머리를 부둥켜안고 울부짖었다. 그녀는 북명종주의 부인 기염염과 똑같이 생겼다.

이 여인은 당연히 천마교주였던 기음음이었다.

아주 오래전, 기음음은 암흑 물질을 마시고 순간적으로 힘을 폭발시킨 뒤 북명검파 대종사 두 명을 죽이고 두변을 구했다. 하지만 그녀는 두변의 목숨을 구해준 직후 계속해서 혼수상태였다.

그녀는 성화총교의 성녀가 데려간 지 1년 만에 돌아왔다.

기음음은 더 이상 어린아이의 모습이 아니었고, 원래의 아름다움과 몸매, 그리고 원래의 무공 수준을 회복했다.

기음음이 미친 듯이 달려와서 두변을 구하려고 했지만, 그래도 한발 늦고 말았다.

성화교의 성녀가 기음음 뒤에서 검을 든 채 서 있었다.

영도현의 검에는 피가 한 방울도 묻어있지 않았고, 그는 무척 복잡한 눈빛으로 기음음을 쳐다보았다.

“돌아온 것이오?”

영도현이 물었다.

기음음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뼈저린 원한이 어려있었다.

“이건 두변의 운명이오. 내가 방진을 선택했고, 방진도 나를 받아줬소. 그러니 두변은 살아 있을 수 없소.”

기음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만약 수십 년 전이었다면, 기음음은 아련하고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눈빛으로 영도현을 바라보았겠지만, 지금 그녀의 눈빛에는 증오심밖에 없었다.

영도현이 말했다.

“음음, 만약 두변을 위해 복수하고 싶다면, 차라리 지금 둘이서 나를 공격하시오. 아니면 예상, 계청주, 이도진, 영종오까지 데려와서 날 상대해도 좋소.”

이때, 영도현의 뒤로 몇 사람이 나타났는데, 전부 북명검파의 대장로들이었다.

대장로 중 한 명은 두변에게 뺨을 맞았던 기천구로, 두변의 잘린 머리를 보고 더없이 기뻐했다.

두변에게 뺨을 맞았던 치욕을 두고두고 잊지 못할 지경인데, 이제 그놈이 목이 잘렸으니 그 기쁨을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었다.

기천구가 느끼는 아쉬움이 딱 하나 있다면, 자신이 직접 두변의 목을 베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다들 왜 온 것이오? 어서 돌아들 가시오. 내 명령이니 잘 들으시오. 잠시 뒤에 싸움이 일어난다면, 내 상대가 몇 명이든 상관하지 말고 나서지도 마시오.”

“알겠습니다!”

대장로들이 대답했다.

이십여 년 전, 천마교주 기음음은 천하제일 고수라는 칭호를 가질 만큼 무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로부터 이십여 년이 지났고, 세상이 변했고, 시대가 변했다.

지금의 영도현은 기음음 혼자, 아니면 성화교의 성녀나 예상 등까지 합세해도 무적이었다.

“꺼져라.”

기음음이 처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영도현이 살짝 고개를 숙여서 예를 표한 뒤 검을 거두었다.

“이만 가보겠소.”

영도현은 눈 깜빡할 사이에 기음음의 눈앞에서 사라졌고, 영도현의 뒤에 서 있던 대장로들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기음음은 두변의 잘린 머리를 품에 안은 채 통곡했다.

“왜 내가 돌아오길 기다리지 않았어요. 왜 날 기다리지 않았냐고요.”

성화총교의 성녀가 두변의 몸통으로 다가와서 손으로 냉기를 뿜어내 그의 잘린 목을 봉인했고, 잘린 머리통의 절단부도 냉기로 봉인했다.

“기음음, 지금부터 계속 냉기를 내뿜어요. 두변의 몸과 머리가 냉각상태로 유지될 수 있게.”

성화총교의 성녀가 말했다.

기음음이 고개를 끄덕인 뒤, 몸에서 냉기를 뿜어냈다.

두 사람은 두변의 잘린 머리와 몸을 들고 자신들이 타고 온 거대한 대붕(大鵬: 하루에 9만 리를 날아간다는 새)에 몸을 실은 뒤,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서쪽을 향해 날아갔다.

현대 지구의 의학 수술 중, 제일 놀라운 수술을 꼽으라면 단연 환두술(換頭術)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1954년, 구소련의 의사들이 환두술 연구를 시작했고, 블라디미르 데미코프(Vladimir Demikhov)라는 의사가 작은 개의 머리를 잘라낸 뒤, 큰 개의 몸에 이식했다.

당시에 머리를 이식한 개는 6시간 동안 살아 있었다.

1976년, 미국의 의사가 같은 수술을 진행했는데, 뇌파 검사를 통해서 대뇌가 이식 후에도 정상적으로 활동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 뒤, 과학자들과 의사들은 쥐를 실험대상으로 환두술을 진행했다.

실험은 계속 실패를 거듭하다가 21세기에 최초로 이식 실험에 성공했는데, 머리를 이식한 쥐가 생존한 시간은 불과 하루였다.

2017년 11월 17일, 이탈리아의 신경학자 세르지오 카나베로가 세계 최초로 인간을 대상으로 진행한 환두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수술은 중국의 하얼빈 의과 대학에서 진행되었고, 산 사람이 아닌 이미 죽은 사람의 시신 2구로 환두술을 실험했다.

그는 이 실험으로 인체의 머리는 잘린 뒤에도 신경 연결이 가능하다는 걸 증명했다.

이보다 이른 2016년에는 어느 중국 교수가 원숭이를 상대로 환두술을 진행했는데, 원숭이는 20시간 동안 생존해있었다.

여완완이 지옥불에 손이 불타버렸을 때,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스스로 손목을 자르고 도망쳤다.

그녀는 성화총교에서 다른 사람의 손을 자신의 팔에 이식했고, 신경 연결까지 무척 완벽했다.

그녀는 두 손을 자유자재로 움직였고, 무공에도 아무런 지장이 없었으며, 겉으로 보았을 땐 다른 사람의 손인지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당시에 두변은 경악했다.

성화총교의 이식 수술이 현대 지구보다 더 고명한 걸까?

다른 사람의 손을 이식했는데도 아무런 이질감이 들지 않는 건가?

이계의 에너지가 이렇게까지 대단한 건가?

성화총교의 교황은 어째서 493세까지 살아 있을 수 있는 걸까?

이 세상에 그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그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은 성화총교의 교황밖에 없을 것이다. 성화총교 교황은 환두술을 이용해 생명을 연장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육체가 한계에 다다를 때, 머리를 다른 건강한 몸에 이식했다.

3시간 뒤.

기음음 등을 태운 대붕이 5천 리를 날아 한 설산 위에서 비행을 멈췄다.

성화총교의 수십 명 신비 술사들이 이미 설산 위에서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음음과 성녀가 땅에 착지하자, 술사들이 재빨리 커다란 특수한 정석 상자의 뚜껑을 열고 두변의 몸통과 머리를 안에 넣었다.

쿠구구궁.

거대한 석문이 열렸다.

기음음은 특수한 정석 상자를 등에 업은 채, 수십 명 성화교 비밀 술사들의 뒤를 따라 산허리 안으로 들어갔다.

쿠구구궁.

석문이 다시 굳게 닫혔다.

기음음 등은 빠르게 이동했고, 순식간에 지하 2천 미터 아래에 도착했다.

이곳은 마치 다른 세상 같았다.

곳곳에 각종 정석이 박혀있는데, 모두 각양각색의 이계 에너지가 깃들어 있었다.

이곳은 성화교의 비밀 실험실이었다.

“서둘러요. 두변의 머리를 이어붙이는 수술을 바로 진행해야 해요.”

“두변의 대뇌 활력 징후 측정해!”

“대뇌 활력 징후 정상입니다!”

“두변의 신체 활력 징후는?”

“신체 기능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큰 문제는 없습니다.”

“접두술(接頭術) 시작!”

두변이 받을 수술은 환두술이 아닌 접두술이기 때문에, 수술 후 그의 신체와 머리는 아무런 이질감이 없을 것이다.

접두술은 극도의 신중함과 정밀함이 필요한 수술인 만큼 시간이 무척 오래 걸렸다.

지금으로부터 십여 시진 전, 두변의 밀사가 성화총교를 찾아왔었다.

성화총교 성녀와 기음음은 곧바로 대붕을 타고 두변을 향해 날아갔고, 두변의 지시에 따라 접두술 수술 준비를 했다.

기음음과 성화총교 성녀가 두변이 있는 곳까지 백 리쯤 남았을 때, 영도현은 이미 강가에 도착해서 두변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두변은 하는 수 없이 집을 나와서 강변으로 갔다.

자신의 딸 앞에서 험한 꼴을 보일 수 없기도 했고, 영도현이 자신의 가족을 해치게 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변이 강변에 도착했을 때까지, 기음음은 도착하지 않았다.

두변은 최대한 시간을 끌었고, 드디어 머리가 잘리기 직전에 성화총교의 성녀와 기음음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기음음과 성화총교 성녀가 영도현을 막을 수 있다면 더 좋았겠지만, 두변은 그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목숨을 운에 맡기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영도현은 천하제일 고수인지라, 그가 누굴 죽이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기음음이든 성화교 성녀든 그를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역시나 예상대로 두 사람은 영도현을 막지 못했다.

다행히도 시스템이 아주 오래전부터 이 미친 계획을 짜둔 터라, 두변은 자신의 목이 잘린 뒤의 일들을 잘 준비해둔 셈이었다.

그럼에도 기음음은 두변이 너무 걱정되어 숨도 제대로 못 쉴 지경이었다.

“꼭 성공할 수 있다고 했죠? 정말이죠?”

기음음이 조급한 마음에 묻고 또 묻자, 성화총교의 수석 신비 술사가 말했다.

“기음음, 우리는 접두 수술과 환두 수술을 무려 몇백 번이나 진행했지만, 그중 성공한 사례는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

그 한 명은 당연히 현 성화총교의 교주 폐하였다.

“왜요? 당신들은 잘린 손도 이어붙이고, 다른 사람의 손을 이식하기까지 하잖아요. 다른 사람의 손인데도 아주 감쪽같던데요? 그리고 나를 살려냈고, 무한히 회춘하는 병을 고쳐줬잖아요. 내가 가지고 있던 원래의 몸과 무공까지 회복시켜줬고요.”

기음음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말했다.

“존경하는 기음음, 접두 수술이 어려운 이유는 사람이 머리가 잘리는 순간 대뇌가 금방 뇌사상태에 빠져서 죽기 때문입니다. 통속적인 말로 하자면, 말 그대로 혼비백산이죠. 그래서 머리를 이어붙인다고 해도 영혼이 없는 상태의 육신은 몸을 조절할 수 있는 본능조차 잃어버립니다. 그래서 접두술이나 환두술을 한 사람들이 거의 의식이 없는 채로 누워만 있다가 몇 시진 내에 완전히 생명을 잃어버리는 거죠.”

성화총교의 수석 술사가 대답했다.

“성공한 사례가 딱 명이라고요?”

기음음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몇백 년 동안 딱 한 사람만 성공했어요.”

기음음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목소리를 떨면서 말했다.

“난 두변이 바로 두 번째 성공 사례가 될 거라고 믿어요. 그는 남들과 달리 아주 특별하거든요.”

기음음이 두 손을 모아 간절하게 기도했다.

“부디 하늘이 두변을 보살펴주시기 바랍니다. 두변, 만약 이번에도 당신이 살 수 있다면, 난 내 맹세를 버리고 당신의 여인이 될게요.”

12시진 뒤.

성화총교의 신비 술사 수십 명이 두변의 접두술을 완성했다.

이미 수백 번의 수술 경험이 있던 터라, 두변의 수술 과정은 무척 순조로웠다.

이제 남은 건 두변에게 달렸다.

“첫 번째 성공지표는 환자가 깨어난 뒤, 호흡과 심장 박동을 회복하는 겁니다. 이건 첫 번째 성공 신호일 뿐인지라, 몇 시진 뒤에 죽을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두 번째 성공지표는 환자가 깨어난 뒤에 눈동자를 굴릴 수 있는 겁니다. 눈동자를 굴릴 수 있다면, 뇌 기능이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리고 세 번째 성공지표는 환자가 입을 열고 말을 하는 겁니다. 환자가 깨어난 뒤에 말까지 할 수 있다면, 접두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는 걸 뜻합니다. 환자의 머리가 잘렸어도, 대뇌 손상이 거의 없다는 걸 뜻하니까요.”

접두술 수술이 끝난 뒤, 신비 술사가 두변을 향해 전기충격을 가했다.

물론 이들의 전기충격 장치는 두변의 정석 마포 같은 것이 아니라, 특수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장치였다.

파지직.

파지직.

1분 뒤, 두변은 심장 박동과 호흡을 회복했다.

그리고 곧바로 눈을 떴다.

수석 신비 술사가 그의 눈꺼풀을 뒤집은 뒤, 그가 눈동자를 굴릴 수 있는지 확인했다.

그런데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건, 두변은 깨어나자마자 입을 열고 이 말을 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시시하네요.”

깨어난 뒤에 바로 입을 열어서 말을 하다니!

두변의 접두술 수술은 무척 성공적이었다.

수석 신비 술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 어서 교황 폐하께 알려라. 어쩌면 폐하께서 찾으시던 사람을 찾았다고 말이야. 교황 폐하께서 백 년을 넘게 기다리셨는데, 드디어 이 사람을 찾아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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