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538화 (538/648)

538장: 성화 교황의 계승 一

“헉, 허억.”

막한은 오랫동안 숨을 참은 사람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호흡하더니, 신선한 공기를 크게 들이마시고는 관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관 안에 들어있던 황금색 물은 녹색이 섞인 색으로 오염되었고, 은은한 황금빛이 겉돌아서 굉장히 기이한 색깔로 변해있었다.

꼭 두변이 절세 지하성에서 우물물을 오염시켰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방 안에는 더 이상의 방사능은 없었다.

막한은 바닥에 발을 디디면서 본능적으로 원래 쓰던 힘대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웬걸, 발을 떼자마자 몸이 번개처럼 빠르게 튕겨 나갔다.

그 경이로운 수준의 속도에 그녀 스스로도 놀랐고, 저도 모르게 전력 질주해 보았다.

막한의 전력 질주 속도는 초속 6, 70미터로, 인간이 아닌 수준이었다.

이어서 막한은 체내에서 내력 현기를 끌어올렸다. 그러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사람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서 투명인간이 된 것이다.

실험실을 지키고 있던 두 여인이 화들짝 놀랐다.

‘이게 바로 변색룡의 황금 혈맥인가? 엄청나게 민첩하고, 변형도 가능하고, 투명화도 가능한 게 바로 변색룡의 속성이라니!’

두변의 교룡 황금 혈맥은 그를 칼과 창도 들지 않는 몸으로 만들어줬고, 어떠한 상처가 나든 빠르게 아물게 하는 것이 가능했다.

막한은 자신의 몸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티끌 하나 없이 맑고 탄탄한 피부에 감탄하고 말았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은 훨씬 청아하고 아름다웠으며, 가슴 크기가 크지는 않았지만, 아주 완벽한 곡선을 자랑했다.

실험실에 있던 두 여인이 막한에게 옷을 가져다주면서 말했다.

“막한 여왕, 이건 주인께서 여왕에게 준비해주신 전투복입니다.”

막한이 전투복을 건네받았다.

이 전투복은 그녀가 살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재질로 만들어진 것 같은데, 마치 신비한 이수의 가죽으로 만든 듯했다.

“여왕께서 변색룡의 혈맥을 받았기에, 이 전투복은 그 변색룡의 가죽을 벗겨내서 치마로 만든 겁니다.”

실험실 여인의 말에 막한이 치마를 입었다.

치마는 거짓말처럼 막한의 몸에 딱 맞아서, 매혹적이면서도 고귀한 분위기를 풍겼다. 게다가 막한의 청아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받쳐줄 만큼 절제된 재봉이 돋보인 치마였다.

“주인께서 직접 이 치마를 생각해내셨습니다. 그리고 주인께서 직접 재단하시고, 재봉하셨지요. 변색룡의 가죽으로 만든 치마인지라, 이 가죽엔 여전히 변색룡의 속성이 남아 있습니다. 이 옷을 입으시면 꼭 피부 위에 피부를 입으신 것처럼, 자유자재로 변색룡의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막한이 현기를 살짝 내뿜으면서 시험해보자, 치마가 순식간에 제왕의 색깔인 명황색으로 바뀌었다.

막한이 여기에 그치지 않고 또 한 번 현기를 내뿜었더니, 치마의 색이 주위 색과 완전히 동화되어서 투명하게 되었다.

“마음에 들어.”

막한이 말하고 있는데 소군 방진이 실험실 안으로 들어왔다.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오.”

“이제 나도 두변에게 복수하러 가도 되는 건가요?”

“두변에게 복수하러 가려고? 아니, 그럴 필요 없소. 두변은 당신이 신경 쓸 만한 인물이 아니오. 우리에게는 더욱 원대한 목표가 있소. 막한 여왕, 당신의 무도 수준은 아직 너무 낮소. 그러니 짧은 시간 내에 무도 수준을 대폭 향상해야 하오. 날 따라오시오.”

소군 방진이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다.

두 사람은 산허리에 있는 또 다른 비밀 실험실로 향했다. 실험실로 가는 통로는 온갖 정석으로 가득 차 있었었다.

이곳은 이계 운석이 떨어진 곳이자, 북명검파의 오성 진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이었다.

실험실을 지키고 있던 대종사 네 명이 소군 방진을 보자마자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실험실 안에 들어간 막한은 곧 기이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이곳은 눈부실 정도로 사방이 정석으로 채워져 있었다.

각양각색의 정석이 곳곳에 박힌 채 정석 진을 이루고 있었다.

게다가 수백 명의 사람이 공중에 매달린 채 정석 진에 갇혀 있었다. 이들은 전부 성화총교와 십자회의 대종사급 고수들이었다.

북명검파의 오성 진이 가동된 뒤, 200명이 넘는 대종사가 죽임을 당했고, 700명이 넘는 대종사가 오성 진의 충격으로 혼절했다.

충격으로 혼절한 대종사들은 전부 소군 방진과 북명검파의 포로가 되었고, 이제 이 대종사들은 북명검파의 현기 열매가 되었다.

북명검파는 영도현의 것이기도 하지만, 방진의 것이기도 했다.

“막한 여왕, 당신의 눈에는 이들이 무엇 같소?”

소군 방진이 물었다.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 같네요.”

“맞소. 열매요. 전부 대종사 열매이고, 이 열매들이 있으면 고된 수련을 거치지 않아도 되오. 이계의 비술을 이용해서 이 대종사 열매들을 단전의 내력 현기로 전이할 수 있고,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무도 수준을 향상할 수 있소. 아주 놀라울 정도의 무도 수준으로 말이오.”

막한이 실험실 안을 둘러보았다.

이곳에는 이미 수백 명의 북명검파 고수들이 앉아 있었고, 사람마다 수십 개의 정석관을 꽂고 있었다.

정석관의 끝은 허공에 매달린 대종사 포로들과 연결되어서, 정밀한 정석 장치가 대종사 포로들의 내력 현기를 끊임없이 뽑아내서 북명검파의 고수들에게 전이하고 있었다.

이 모습은 마치 여여해가 전 숙주의 단전을 흡수할 때의 모습과 비슷했고, 그때의 모습보다 훨씬 더 진화된 형태였다.

소군 방진이 말했다.

“이번에 우리 포로로 잡힌 대종사가 총 792명이오. 이들은 우리에게 대량의 현기 내력을 공급해주고, 대량의 무공 고수를 만들어줄 것이오. 하지만 참으로 애석하게도 북명검파 고수들의 단전과 근맥에는 한계가 있소. 욕심이 있어도 더 많은 양의 현기 내력을 흡수하지 못하는 거지. 하지만 막한 여왕 당신은 다르오. 당신의 근맥과 단전은 개조를 마쳤고, 이수인 변색룡의 혈맥을 가졌으니, 다른 고수들보다 현기 내력을 수십 배, 수백 배는 더 흡수할 수 있소.”

막한의 아름다운 얼굴에 살짝 경련이 일었다.

“그 뜻은, 내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영도현만큼 강해진다는 건가요?”

“정확히 말하면, 영도현도 이 방식으로 강해진 거요.”

소군 방진이 대답했다.

“영도현도 혈맥 개조를 했다는 건가요?”

막한이 놀란 기색으로 묻자, 소군 방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그래서 영도현이 천하제일 고수가 된 것이오. 그리고 영도현뿐만 아니라, 그의 부인 기염염도 혈맥을 개조했소.”

기염염과 영도현은 혈맥을 개조했기 때문에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

그런데 기염염이 두변과 함께 밤을 보낸 뒤, 놀랍게도 기염염은 바로 아이를 가질 수 있었고, 영도현 부부는 곧 세상에 나올 아기를 무척 기대하고 있었다.

기염염이 낳을 아기는 단순히 인류의 후손이 아니라, 두 이계 혈맥의 후손이기 때문이었다.

막한이 물었다.

“지금껏 혈맥을 개조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되죠? 교룡이나 변색룡 같은 혈맥을 주입한 사람들 말이에요.”

소군 방진이 대답했다.

“아주 소수에 불과하오. 거의 손에 꼽을 정도로 적지. 개조를 무사히 마칠 수 있는 체질은 백만 명 중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한 수준이니까. 대부분 사람은 개조할 여지가 없고, 개조를 할 수 있는 체질로 타고난 사람들의 개조 실패율도 9할에 달하오. 그러니까 당신의 혈맥이 무척 특별하다는 거요.”

소군이 막한을 데리고 작은 실험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당신만을 위해 준비한 곳이오.”

이 실험실 안에도 수십 명 대종사 포로가 매달려있었다.

“이 사람들도 나를 위해 준비한 건가요?”

“그렇소. 여기 있는 59명 대종사의 현기 내력은 전부 당신 것이오. 두 달만 지나면, 당신은 이 우주의 정상에 설 수 있을 정도의 무도 강자가 될 것이오.”

막한은 저 대종사 59명의 단전 안에 있는 현기 내력을 모두 빨아들인다면, 자신이 얼마나 강해질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막한은 너무 흥분해서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그때가 되면, 난 안남 왕국을 되찾을 수 있고, 두변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수 있고, 백색부를 되찾을 수 있겠군요.”

소군 방진이 실소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존경하는 막한 여왕 폐하. 나의 미래의 왕비, 당신의 꿈은 정말 너무 소박하군.”

이어서 십여 명 술사가 실험실 안으로 들어온 뒤, 막한 여왕이 수십 명 대종사의 현기 내력을 흡수할 수 있도록 정석관을 준비했다.

망망대해 위.

완전히 새로운 전함, 정석 동력으로 만들어진 철갑 전함이 나타났다.

“유경 왕국이 몇백 년 전에 우연히 정석 동력 핵심을 얻었지만, 그들은 기술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몇백 년 동안 제자리걸음만 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정석 동력 전열함이 있어도 우리쪽 증기 동력 철갑 전함과 유탄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지요. 뭐, 덕분에 우리가 십여 척 철갑 전열함을 획득하긴 했지만요.

우리가 유경 왕국 전열함의 정석 동력 핵심 장치를 개조한 덕에, 정석 동력의 위력이 무려 7배나 증가했습니다. 개조한 정석 동력장치를 때마침 우리의 새로운 철갑 전열함에 설치할 수 있게 되어서 배수량이 전례 없는 6천 톤에 달하고 초특급 마포를 20대 설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함의 순항 속도는 25노트가 되었습니다.”

술사가 말했다.

이 술사가 말하는 초특급 전열함은 배수량이 현대 지구 전열함의 무려 2배로, 거의 바다 위에서 산을 옮기는 정도의 위력이라 할 만했다.

이 전열함에는 화포가 딱 20대만 설치되어 있는데, 노후한 12파운드나 18파운드 화포가 아니었고, 유탄포 같은 게 아니었다.

전열함에 설치된 마포는 전부 초특급 중포를 개조한 초특급 정석 마포였다.

초특급 정석 마포는 포관이 10미터에 달하고, 무게만도 수만 근에 달했다.

“두변 쪽 정석 마포의 원리가 어렵진 않습니다. 우리는 벌써 2년 전에 정석 장치의 설계도를 완성했지만, 장치를 활성화시키는 물질을 찾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두변이 우리에게 한수 가르쳐준 셈이죠. 그 물질이 바로 마법의 결정체라는 걸 말이죠.”

소군 방진의 손바닥 위에는 아주 자그마한 결정체가 놓여 있었다.

“이건 마법의 결정체가 아니라, 악마의 피다. 매마의 피뿐만 아니라, 다른 악마의 피도 쓸 수 있다.”

“맞습니다. 악마의 피죠. 이 정석 마포에는 대량의 전기 정석이 필요한데, 우리가 남미주의 비경(秘境)을 점령하자마자 전기 정석을 대량으로 발견하지 않았습니까. 심지어 우리가 찾은 정석은 전부 공생(共生) 정석입니다.

그래서 두변의 작은 마포는 우리의 초특급 마포와 비할 바가 안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초화감유를 대량생산하고 있어서 유탄의 살상력을 몇 배로 늘렸잖습니까.”

“초특급 정석 마포의 발포 거리는 얼마나 되지?”

신비 술사가 대답했다.

“30리입니다. 지금 13리 밖의 목표물을 조준하고 발포하는 걸 시험해 보려 합니다. 주인께서 직접 발포 단추를 눌러보시지요.”

소군 방진이 초특급 정석 마포의 레이저 조준 장치로 6,500미터 밖의 목표물을 조준한 뒤, 레이저 조준 장치의 활성화 단추를 눌렀다.

슉.

빨간 레이저가 6,500미터 밖의 표적선을 맞추었다.

“이 실험 발포에 쓰이는 표적선은 배수량 3천 톤의 화물선입니다. 두변의 교룡호보다 조금 더 큰 화물선이지요.”

술사가 설명했다.

조준을 끝낸 뒤, 소군 방진이 발포 단추를 눌렀다.

푸쾅.

눈부신 파란빛이 번쩍이더니, 몇백 킬로그램에 달하는 포탄이 5배 음속의 속도로 번개처럼 빠르게 발포되었다.

초음속의 속도 때문에 포당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4초 뒤, 거대한 포탄이 정확하게 표적함을 명중했다.

진정으로 놀라운 속도였다.

포탄은 표적선의 선체를 10미터 넘게 관통했고, 선체의 중앙까지 뚫어버렸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콰과과광, 경천동지의 폭발이 일어났다.

배수량 3천 톤에 달하는 화물선이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화물선은 침몰한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아예 산산조각이 났다.

이 정도 위력은 두변의 정석 마포의 위력보다 백 배 이상 강력했다.

“만약 두변의 교룡호를 상대한다면, 우리는 6천 미터, 혹은 더 먼 곳에서도 단 한 발의 포탄으로 그 교룡호를 파괴할 수 있습니다. 교룡호가 우리에게 접근하기도 전에, 심지어 우리를 제대로 확인하기도 전에요. 그리고 우리의 새로운 전열함은 이 세계의 모든 해군을 없애버릴 수 있습니다.”

술사가 조금 흥분한 기색으로 말을 마쳤다.

소군 방진이 담담하게 말했다.

“최대한 빨리 개조하도록 해라. 그런 전열함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우리가 가진 다른 철갑 전함도 최대한 빨리 개조하도록 해. 난 최단 시간 내에 마법의 함대를 만들 거니까.”

“알겠습니다.”

술사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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