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9장: 성화 교황의 계승 二
두변은 거대한 대붕을 타고 서쪽을 향해 날아갔다.
두변의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멱리로 얼굴을 가린 성화총교의 성녀였다.
대붕은 정말 상상 이상으로 거대해서, 날개를 펼치면 양쪽 날개의 폭이 15미터를 넘었고, 시속은 1천 리가 넘었다.
이 거대한 대붕은 의심할 것도 없이 성화총교의 연구 결과물이라 할 수 있었다.
“이 대붕 안에는 이수의 혈맥이 있어서 이렇게 빨리 날고, 이렇게 힘이 센 겁니까?”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성녀가 대답했다.
성녀는 옥진 군주와 몸매가 막상막하이고, 에인젤과 미모로 대적할 수 있을 정도로 이국적인 신비로움을 가진 여인이었다.
성녀가 보수적이라기에는 잘록한 허리를 노출한 옷을 입었고, 배꼽에는 앙증맞게 보석을 박아놨다.
또 그렇다고 성녀가 개방적인 편은 아니었다. 그녀는 항상 얼굴을 천으로 꽁꽁 싸매고 있었다. 하지만 천 사이로 보이는 눈매와 콧대는 그녀의 얼굴 전체를 보지 않아도 그녀가 출중한 미모를 가진 여인이라는 걸 알려주었다.
성녀는 시종일관 냉담한 태도를 유지했다.
“성화총교에는 이런 대붕이 몇 마리 정도 있습니까?”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성녀,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당신들은 기음음을 어떻게 되살린 겁니까? 그리고 그녀의 몸매와 무공을 어떻게 다시 원상복구한 건가요?”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성녀는 꼭 이 말 한마디만 할 줄 아는 사람처럼 무뚝뚝한 대답만 내놓았다.
두변은 결국 대화를 포기하고 입을 다물었다.
대붕은 창공을 훨훨 날아, 몇천 리 길을 비행했다.
산천을 지나, 강가를 지나, 번화한 성을 지난 대붕은 신비롭고 비밀스러운 궁전 폐허에 착륙했다.
이곳은 엄청나게 거대한 궁전이 밀집한 곳이었다.
눈대중으로 보아도 면적이 만 묘는 넘어 보였고,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넘쳤지만, 이중 절반은 이미 폐허가 되어 있었다.
게다가 이 궁전들은 무려 해발 2천 미터가 넘는 거대한 절벽 위에 있어서 마치 공중에 떠 있는 성을 방불케 했다.
대붕이 그 궁전들 사이의 광장에 내려앉았다. 광장의 주위는 온통 어두웠고, 사람 하나 없이 적막에 둘러싸여 있었다.
광장의 앞쪽에는 거대한 신전이 있는데, 신전 안에 촛불 하나가 은은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성녀는 두변을 광장에 내려준 뒤, 두말도 하지 않고 대붕을 타고 떠났다.
이 거대한 궁전들 사이에 두변은 그렇게 홀로 남겨졌다.
이곳에서는 그 흔한 새의 지저귐이나, 곤충의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곳은 다른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는 곳임이 분명했다. 만약 존재했다면 벌써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됐을 것이고, 세계 건축계의 기적으로 기록됐을 테니까.
정신력을 집중하자, 두변은 누군가의 숨소리가 느껴졌다.
앞쪽 신전에서 아주 미약한 숨소리가 들려오는데, 거의 2, 3분에 한 번씩 숨을 쉬는 듯했다. 아주 미약하고 간격이 긴 호흡은 위태롭게 밝혀진 촛불과도 같았다.
두변은 신전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겨서는, 허름한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신전 안에는 수십 개의 거대한 기둥이 세워져 있었고, 기둥에는 각양각색의 조각이 새겨져 있었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기둥이나 조각 문양이 전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느낌이라는 것이었다.
둥근 천장과 바닥에는 화려한 벽화가 가득한데, 마찬가지로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생물과 건축물이 그려져 있었다.
물론 그 조각과 벽화 중 대부분은 이미 훼손되어 있었다.
이 거대한 신전 안에서 유일하게 이 세상의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건 한 인체 조각상이었다.
두변은 노인 조각상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노인은 몸에 얇은 천 하나만 걸치고 있는데, 꼭 고행 중인 승려처럼 바닥에 꿈쩍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노인의 피부에는 꼭 대리석 같은 무늬가 있었다.
“두변!”
조각상이 갑자기 눈을 뜨고 입을 열었다. 이 노인은 조각상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이 바로 이 세계의 3대 지존 중 한 명, 성화교 세계 수십 개 왕국, 수천 제곱킬로미터 땅, 수억 인구의 최고 지도자이자, 올해 493세인 성화총교 교황 글래시스일 것이다.
글래시스는 이 세상에서 그 누구로도 대체가 불가한 절대 권위자였다.
“내게 시간이란 건 쏜살같이 지나가는 것이기도, 영원히 흐르지 않는 것이기도 하지. 수십 년 전에도 한 젊은이가 내 눈앞에 나타났었는데, 내가 잠깐 눈을 감았다 뜨는 사이에 또 다른 청년이 내 앞에 서 있군.”
교황 폐하가 말하는 그 사람은 꿈속 시스템의 전 숙주일 것이다.
교황이 천천히 허리를 펴더니 그의 팔을 하나, 둘, 셋, 네 개를 뻗었다. 그에겐 팔이 총 네 개 달려 있었다.
“두변, 우리 성화교와 십자회는 엄청난 재앙을 겪었다. 우리는 영도현과 방진의 함정에 빠졌고, 3분의 2에 달하는 절대 무공 강자들을 잃었지. 이 얼마나 참혹한 비극인가.”
“매우 유감입니다.”
“아니지. 넌 유감을 느끼지 않아. 넌 이미 이런 결과를 예상했지만, 이 비극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뒀지.”
글랜시스 교황이 예리하게 말했다.
두변은 부정하는 대신 침묵을 택했다.
“허허, 그런 명언이 하나 있지 않나? 만약 상대가 너무 강력해서 평등한 대화가 불가능하다면, 상대의 다리를 잘라서 같은 눈높이를 만든 뒤에 평등한 대화를 하라고 말이야.”
교황이 말했다.
“아주 철학적이군요. 하지만 그 명언을 한 사람이 누굽니까? 전 처음 들어보는 명언입니다만.”
“내가 유명한 사람이 아니란 말인가?”
교황 글랜시스가 되묻자, 두변이 흠칫 놀라서 대답했다.
“아, 당연히 유명하시지요. 제가 교황 폐하의 이 철학 넘치는 말씀을 세상 널리 알려드리겠습니다.”
“깜짝 놀라는 표정 연기가 정말 일품이로군.”
두변이 고개를 숙였다.
두변은 이렇게 초월적으로 지적인 사람과의 대화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사람은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연기를 하는지 한눈에 꿰뚫어 보지 않겠는가.
“두변, 동방 연합왕국과의 결전을 앞두고 있지?”
교황 글랜시스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폐하.”
두변이 대답했다.
“너의 정석 마포와 전호검이 정말 놀랍더군. 하지만 동방 연합 왕국은 너보다 더 일찍 정석 무기를 연구했지. 그들에게 필요한 건 결정적인 열쇠였을 뿐이야. 그런데 너의 정석 마포가 그들에게 핵심이 무엇인지 알려준 셈이 되었다. 그러니 그들의 정석 무기는 네 것보다 백 배는 더 강력할 것이야.”
“전 다른 의심도 하고 있습니다. 소군 방진이 계속 공교로운 시점에 새로운 무기를 공개합니다. 그것도 이 세계를 수십 년 앞선 무기를 말이죠. 어쩌면 그는 이미 그런 무기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방진도 정석 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제가 먼저 썼을 뿐이죠. 제가 먼저 정석 무기를 썼다는 점에 있어서 놀라긴 했겠죠. 그의 계획대로라면, 그런 무기는 이 세계의 세력을 공격할 때 쓰는 게 아니라, 성화교 세계와 서방 세계의 멸국대전에 동원할 예정이었으니까요.”
“일리 있는 말이다. 방진은 악마의 사자니까.”
“방진이요?”
두변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내가 그를 직접 본 적 없지만, 만 리의 거리를 두고도 악마의 향을 맡을 수 있지.”
“향이요? 악취가 아니라 악마의 향이요?”
“만약 그에게서 나는 냄새가 악취였다면, 내가 벌써 코와 입을 막았겠지. 너에게도 악마의 기운이 있지 않나?”
교황이 되물었다.
하긴 그랬다. 두변에게도 매마의 기운이 있었다.
글랜시스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두변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세상이 변했지. 하지만 네 혈맥은 순수하고 광명하다. 사실 이 점이 그 무엇보다 중요해. 누군가에게 악마의 피가 한 방울이라도 섞인다면, 그 사람은 인성을 잃었을 테니까.
두변, 이제 131일이 남았다.”
다른 사람이라면 이 말을 못 알아듣겠지만, 두변은 그의 말의 의미를 알아들었다.
“세계 종말의 날이 곧 도래할 것이다. 이젠 자잘한 시시비비를 가릴 시간이 없어. 이젠 아무나 데려와서 ‘오늘부터 당신이 구원자이다.’라고 할 수준이지. 크흠. 이 세계에는 언제나 구역질이 나지만, 웃을 수밖에 없는 썰렁한 농담이 넘쳐나거든.
이계의 악마가 이 세상을 침입할 것이다. 방진이 바로 악마의 사자다. 이번 침입은 세계의 종말을 뜻하고, 이번에 세계의 갈라진 균열이 다시 갈라질 땐, 예전처럼 운석 몇 개 굴러들어오는 수준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수억 마리의 악마가 갈라진 균열을 통해 이 세상에 넘어올 것이고, 그날이 바로 세상이 멸망하는 날일 것이다.
눈을 감을 때마다 세계 종말의 광경이 보이지. 그래서 난 어쩔 수 없이 400년 전에 내 첫 경험을 회상하곤 하지. 그래야만 저주받은 예견을 머릿속에서 쫓아낼 수 있으니까요.”
글랜시스 교황의 말에 두변은 할 말을 잃었다.
“두변, 지금 네가 가진 힘으로 동방 연합 왕국과 싸운다면, 그 수준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에 불과할 것이다. 너에게 정석 마포와 전호검이 있다고 해도 말이야. 내가 예견컨대, 네가 가진 마포의 수량은 방진이 가진 수량의 10분의 1, 혹은 10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네겐 성화교의 힘이 필요해.
우리의 실험은 99퍼센트가 실패하고, 단 1퍼센트만 성공했다. 너도 보았다시피, 우리는 잘린 신체를 이어붙이는 접지술과 머리를 바꾸는 환두술에 풍부한 경험과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다. 생물학적 지식과 기술 있어서 우릴 따라올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보니, 우리도 자연스럽게 정석 문명에 욕심이 났다. 예전에 너와 비슷한 사람 한 명이 성화교에 왔었는데, 그는 우리가 과학 문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줬고, 덕분에 우리의 과학 기술이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 하지만 그후로 백 년이 지나도 문명은 제자리걸음이었다. 네가 유경 왕성의 대경매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야. 물론, 그때도 우리는 그 마법의 혈정체를 얻지 못했지만.”
“이계의 정석을 기반으로 한 생물학 측면에서, 당신들에겐 무척 강한 공군이 있다는 뜻이군요.”
“맞지. 우리에겐 강력한 공군이 있다. 네가 타고 온 대붕이 그중 한 종류다. 우리의 공군은 대규모로 세상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 최후의 결전을 위해서 숨겨둔 비밀 무기 같은 것이지. 네가 우리의 공군을 가진다면, 이번 결전은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다. 아, 참고로 우리에겐 공군만 있는 게 아냐.”
교황 글랜시스가 계속해서 말했다.
“난 곧 죽을 사람이다. 환두술도 이젠 버거워. 내 뇌는 이미 생명의 끝자락까지 갔다. 그래서 난 세상과 장난을 한 번 해보려고 하지. 아무나 데리고 와서, 그자에게 ‘오늘부터 네가 구원자다!’ 하는 장난 말이야.”
교황이 팔 네 개를 들더니, 8개의 검지로 두변을 가리켰다.
“두변, 넌 나의 검증을 통과했으니, 성화교의 공군을 가질 수 있다. 이곳에 남은 수백 명 절대 강자도 전부 가져라. 내가 지금껏 쌓아온 무공과 교황 자리도 전부 너에게 주겠다.”
한 비밀 실험실 안, 소군 방진이 여완완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완완, 좋은 소식이 하나 있고, 나쁜 소식이 하나 있다.”
소군 방진이 말했다.
“나쁜 소식이 뭐지?”
여완완이 물었다.
“나쁜 소식은 당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거다. 아니면 죽기보다 더 고통스러울지도 모르고.”
“좋은 소식은?”
“좋은 소식은 당신이 변이할 수도 있다는 거지. 당신이 백만 명 중 한 명 나오기도 힘든 그런 천부적인 잠재력과 혈맥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지. 하늘이 당신을 가엾이 여겨서 당신에게 진화를 할 수 있는 몸을 줬나 보군.”
여완완의 눈빛이 흔들렸다.
“당신에게 선택권을 주지. 우리의 실험대상이 되거나, 저기 매달린 다른 대종사들처럼 우리의 현기 열매가 되어서 막한 여왕에게 흡수되거나.”
“첫 번째를 선택하지.”
“정말로 첫 번째를 선택하겠다? 당신이 지금 가진 모든 것을 잃거나, 죽기보다 더한 고통을 겪을 수 있는데?”
“이미 한 번 죽은 몸이야. 그것도 내 부군이 나를 직접 죽였고.”
“당신에게 꼭 말해줘야 할 게 있는데, 당신의 몸에 주입할 금빛 혈맥은 미지의 혈맥이다. 나도 이 혈맥이 무슨 이수의 것인지 몰라. 이건 교룡의 것도 아니고, 변색룡의 피도 아니고. 정리하자면, 이 황금 혈맥을 주사하면 죽을 확률이 8할 이상 된다는 거지. 성공적으로 탈변할 가능성이 2할 정도 되지만, 정확히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이수로 탈변할지는 아무도 몰라.”
“이미 말했잖아. 한 번 죽은 몸이니, 어떤 모험이든 기꺼이 할 수 있어.”
“그래, 지금 바로 가지.”
반 시진 뒤, 여완완은 실험실 안의 침상에 누웠다.
실험실의 여인이 그녀의 척추 부분에 동그라미를 그린 뒤, 정석 주사관을 가져왔다.
소군 방진이 상자에서 정석관을 꺼냈다.
정석관 안에 들어있는 혈맥은 순수한 황금색이 아니라, 불꽃처럼 빨간 붉은색이 조금 섞여 있었다.
술사가 미지의 혈맥을 받아온 뒤, 잠시 주저하다가 말했다.
“주인, 이 혈맥은 아주 희귀하고, 오래된 혈맥입니다. 정말로 이 혈맥을 이 여인에게 쓰실 건지요?”
소군 방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술사가 난감한 기색으로 말했다.
“하지만 이 사람은 우리의 적입니다.”
“우리도 달리 방법이 없다. 내가 온 세상을 뒤졌는데도 이계의 혈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천부적인 혈맥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어. 이 사람이 적인지 아닌지는 상관없다.”
“알겠습니다.”
술사가 대답한 뒤, 미지의 혈맥을 여완완에게 조금씩 주입했다.
여완완은 혈맥을 받아들인 뒤 몇 분이 지나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막한은 변색룡 혈맥을 주사하자마자 격렬하게 반응을 보였었다. 하지만 여완완은 미지의 혈맥을 주사하고도 무척 평온해 보였다.
“혈맥이 너무 옛날 거라 효과가 없어진 거 아닐까요?”
술사가 물었지만 소군 방진은 여완완을 빤히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때, 여완완의 두 눈이 순식간에 붉게 충혈됐다.
“아악.”
여완완의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녀의 몸에서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성화교 신전 안.
글랜시스의 말을 듣는 순간, 두변의 눈빛이 흔들렸다.
또 하늘에서 공짜로 떡이 떨어진다고?
성화교 교황 자리와 교황의 무공을 전부 받아?
두변이 말했다.
“여완완의 사부, 그러니까 전 성화총교의 부교주도 오늘과 같은 일을 겪었습니까?”
“그렇지. 꼭 어제의 기억처럼 생생하군. 너와 같은 젊은이였어.”
글랜시스 교황은 성화총교가 정석 문명에는 진전이 없었지만, 전 숙주 덕분에 놀라운 수준의 과학 발전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덕분에 전 숙주는 성화총교의 부교주가 될 수 있었고, 자칫하면 성화총교의 교주가 될 수도 있었다.
교황이 말했다.
“수십 년 전, 내 뇌의 생명력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그를 내 후계자로 삼을 생각이었지. 내 무공과 성화총교의 교주 자리를 물려줄 후계자 말이야.”
“하지만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건가요?”
“그래, 그는 제2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꿈속 시스템은 성화 교황의 시험이 무척이나 기이하고 기상천외하다고 했었다.
전 숙주가 제2 관문에서 실패한 뒤, 교황 자리를 물려받기는커녕 대녕 제국으로 유배되었고, 성화교 세계의 수배범이 되었다.
“당시 그 사람이 제2 관문에서 떨어졌을 때, 교황 자리를 물려받지 못하고 성화교의 배신자가 되었죠? 대녕 제국으로 유배되었고, 성화교의 수배령까지 받고요.”
“그래.”
“나도 같은 처지가 되는 거 아닌가요?”
“제발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같은 처지가 될 가능성도 있지. 이 시험은 세상에서 제일 큰 권력을 위해, 세상에서 제일 강한 무공을 위해 치러지는 거니까. 물론, 나는 네가 모든 시험을 무사히 통과하길 누구보다 갈망한다. 시험은 무척 간단해. 저기 저 문이 보이나?”
신전 밖에는 피라미드 모양의 폐허가 있는데, 거대한 피라미드 폐허의 아래에 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두변이 대답했다.
“네. 보입니다.”
“저건 피라미드의 입구다. 네가 4개의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면, 피라미드의 출구로 나갈 수 있고, 뱀 한 마리가 황관을 들고 출구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네가 황관을 들고 나를 찾아올 수 있다면, 네가 새로운 교황이 되는 것이다. 그때 난 내가 가진 모든 무공을 너에게 전수해준 뒤에 세상을 떠날 것이고. 성화 총교 교주는 이 세상에 단 한 명뿐이니까.”
“알겠습니다.”
두변이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되었나?”
“이런 일은 영원히 준비되는 게 아닙니다.”
“재치있는 답변이군. 하지만 준비가 됐든, 되지 않았든, 출발해야 한다.”
교황이 두변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따 뵙겠습니다.”
두변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표한 뒤, 신전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