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544화 (544/648)

544장: 어떻게 해야 할까

아누비스와 두변은 다른 실험실에 도착했다.

두변은 깜짝 놀랄 만한 광경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곳은 마치 평범하지 않은 인류의 집합소 같았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젊어 보이지만, 평범해 보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거의 모든 사람이 머리에 커다란 종양을 달고 있었다.

사신 아누비스가 말했다.

“당신도 봤다시피, 글랜시스 교황께는 팔이 네 개 있었습니다.”

두변이 고개를 끄덕였다.

“교황께서는 멋을 부리기 위해, 남다름을 과시하기 위해서 팔을 네 개 가지신 게 아닙니다. 그분의 몸은 원래 기형으로 팔이 네 개 있던 거지요. 교황 폐하께서 환두술을 진행하던 날, 딱 그 몸의 머리가 생명을 다하는 날이었고, 폐하께서는 그 몸으로 환두술을 진행하신 겁니다. 그래서 팔이 네 개인 기형의 몸을 가지게 된 거지요.”

“이 사람들의 천부적인 혈맥은 어떱니까?”

“무척 경이롭습니다. 이들은 전부 이계의 에너지에 의해 변형된 비정상적인 지대에서 태어났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머리와 뇌는 그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했고, 혈맥은 이미 변형됐습니다. 우린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천 명 이상 모았지만, 이젠 쓸모가 없어졌군요.”

“그러니까 글랜시스 교황께서는 곧 죽을 사람의 몸으로 수술을 하셨던 것이고, 이 사람들은 전부 기형이라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부도덕적이죠. 그래서 도덕성을 강조하시던 글랜시스 교황께서는 하루빨리 죽고 싶으셨던 겁니다. 평생 양심의 가책을 느끼셨으니까요. 하지만 슬프게도 교황께서는 죽고 싶다고 해서 죽을 수 있는 몸이 아니었습니다. 수십 년 전, 드디어 후계자를 한 명 찾았는데 안타깝게도 그 사람이 교황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판단을 내리셨죠. 당신의 선배 말입니다.”

두변은 교황이 되고도 성화교 세계의 국왕들을 만나지 않았다.

그는 마치 교황의 지고무상한 황권을 누리지 않으려는 듯, 본능적으로 그들을 만나는 걸 꺼렸다.

두변은 교황의 황관을 쓰지 않았고, 황포를 입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큰 지장은 없었다.

글랜시스 교황도 황포를 입거나 황관을 쓰지 않았고, 허구한 날 고행승처럼 허름한 옷을 입고 이 폐허에서 생활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공군은 어딨습니까?”

두변이 묻자, 성녀가 대답했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두 사람은 대붕에 올라탄 뒤, 2천 리를 날아갔다.

2천 리 밖에는 거대한 균열이 있었고, 대붕은 균열을 따라 곧장 날아 들어갔다.

그 안에는 아주 거대한 골짜기가 있었다. 이곳은 절세 지하성처럼 거대한 운석의 석갱(石坑)이었고, 절세 지하성보다 훨씬 큰, 직경이 무려 2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석갱이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이런 크기의 운석이 지구에 떨어진다면, 수백만 종의 생물이 멸종할 재앙이 벌어질 것이다.

그런데 이 지구에 떨어진 운석은 그 무시무시한 충돌 에너지를 스스로 흡수한 것 같았다.

성녀가 손바닥으로 대붕을 살짝 토닥이자, 대붕이 고개를 하늘로 치켜들고 길게 울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대붕이 나타나더니 성녀가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수십 마리, 수백 마리, 993마리의 대붕이 순식간에 집결했다.

“60년 사이에 993마리 대붕을 길렀습니다. 대붕이 날개를 펼칠 때의 길이는 25미터이고, 대붕 한 마리의 무게는 5천 근이 넘습니다.”

성녀가 말했다.

모든 대붕의 등 위에 여인이 한 명씩 앉아 있었다.

“저들은 공중 무사들입니다. 1,000대 1의 경쟁률로 뽑힌 강한 무도인들이죠.”

성녀의 말에 두변이 고개를 끄덕인 뒤 물었다.

“나는 곧 소군 방진과 결전을 치를 겁니다. 성화총교에서 군대를 얼마나 지원해줄 수 있습니까?”

“원하시는 만큼 지원해드릴 수 있습니다. 성화교에는 전함 500척, 화포 3천 대, 기병 50만, 보병 500만이 있고, 필요하시다면 성화교 소속 왕국에서 1천만 병력을 동원할 수 있습니다.”

대녕 제국과는 급이 다른 병력이었지만, 이 모든 병력을 집결시키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두변이 말했다.

“동방 연합 왕국을 멸망시키기 위해서 3개월 이내에 바다를 건너 원정전을 치를 겁니다.”

성녀가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두변을 쳐다보았다.

3개월이라면, 500만 대군을 집결시키기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더군다나 바다를 건너는 원정전이라면, 더더욱 실현이 불가능했다.

동방 연합 왕국은 이미 해상의 패권을 쥐고 있었다.

지난번 인도양 대해전에서 성화교가 동방 연합 왕국에게 처참히 패배했고, 인도양 해권의 절반을 빼앗겼다.

게다가 소군 방진의 해군은 새로운 유탄포까지 장비했고, 그들은 기술적으로 성화교 세계보다 백 년은 더 앞서갔다.

솔직히 말하면, 성화교의 함대는 두변의 영해에 도착하기도 전에 동방 연합 왕국에 의해 전멸할 것이다.

성녀가 말했다.

“만약 3개월 이내에 바다를 건너는 원정전을 치러야 한다면,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대종사 100명, 993마리 대붕 공군, 그리고 개조한 이수 1만 마리뿐입니다. 개조 이수의 전투력은 당신의 마랑과 비슷합니다.”

두변이 침묵했다.

성녀가 고개를 떨구면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소군 방진이 궐기하는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원래 우리 성화교도 세계의 패권 중 하나였는데, 며칠 사이에 몇백 년은 뒤처진 것 같군요.”

“당신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소군 방진이 팔자가 너무 좋아서 그런 거죠.”

방진은 팔자가 너무 좋은 게 맞았다.

그의 배후가 누구인진 모르지만, 아마 하늘보다 더 대단한 세력일 것이다.

대붕이 거대한 석갱의 중앙에 착륙했다.

이곳은 거대한 호수로 심지어 모래사장까지 있었다.

모래사장에 초가집이 한 채 있었다.

성녀가 대붕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가서 친구들이랑 놀아.”

대붕이 날개를 펼치고 하늘 높이 날아갔다.

성녀가 초가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 정도의 병력으로는 이길 수 없습니다.”

두변의 말에 성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방 연합 왕국에는 이미 초특급 마포가 있고, 그들의 마포는 당신의 마포보다 위력이 백 배는 더 강합니다. 그리고 그의 전함에는 정석 핵심 동력이 장착되어서 항해 속도가 시속 25노트나 된다고 하더군요. 그들의 초특급 마포의 발포 거리는 35리가 넘고, 1만 미터 밖의 목표물을 명중할 수 있습니다. 3천 톤 배수량 전함도 그들의 포탄 한 발에 산산조각이 나요. 침몰하는 게 아니라 산산조각이 되는 거죠.”

“그러니까 방진은 전열함 한 척으로도 전 세계의 모든 함대를 없앨 수 있다는 겁니까? 그의 전함이 가는 곳이 곧 그의 해역이 된다는 뜻이죠?”

“맞습니다. 서방 성로마제국 연맹도 이미 방진에게 투항했고, 앤 공주가 그와 혼례를 올릴 겁니다. 소군 방진은 로마 친왕이라는 호칭도 생겼습니다.”

“그가 가진 전함이 총 몇 척입니까?”

“각종 전함을 다 합치면 최소 235척입니다.”

“그런데 내가 쓸 수 있는 전함은 교룡호 전함 한 척뿐이고, 내 육군은 화물선을 타고 바다를 건너야 합니다.”

성녀가 물었다.

“우리의 공군이 정석 마포를 메고 공중에서 공격을 할 순 없을까요? 하늘에서 동방 연합 왕국을 공격하는 거죠.”

“한 번 시도해볼 만은 한데, 아주 힘들 겁니다. 대붕들을 완벽하게 은닉할 수 있나요?

“그럴 순 없습니다.”

“흠, 그럼 방진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우리 공군을 막으려고 하겠군요.”

동방 연합 왕국 해역, 신형 전함 위.

동방 연합 왕국의 술사가 입을 열었다.

“유경 국왕이 죽은 뒤, 우리는 철갑 전함 중 절반을 개조했고, 정석 동력 핵심의 비밀도 알아냈습니다.

서방인들은 참 현실적이로군요. 그들의 십자회 교종(教宗)이 행방불명된 지 벌써 수십 년이나 지난 걸 보면요.

며칠 전에 우리의 초특급 마포 전함이 대영 왕국의 함대와 합동 훈련을 했었는데, 대영 왕국의 해군들의 얼굴색이 잿빛이 되었습니다.

전하께서 성로마제국의 앤 공주와 혼례를 올리신 뒤, 그들의 황제가 전하를 로마 친왕으로 책봉하였고, 앤 공주를 황위의 제2 후계자로 지정하셨지요.

서방 세계는 우리 편이 되었으니, 이제 남은 건 성화교 세계입니다.

성화교에는 천만 대군이 있고, 수백 척 전함이 있지만, 전부 낙후된 것들입니다. 그들이 선진 기술을 이용해서 만든 건 대붕과 개조된 이수뿐입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성화교는 이수 생물학에 대해 아주 선진적입니다.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대붕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제가 예상하기로는 3천 마리가 넘지 않을 겁니다.

만약 그들에게 3천 마리 규모의 대붕 공군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우리 무적 해군에게는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성화교의 3천 공군을 상대하기 위해서 세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보았는데, 지금 보여드리는 게 그중 하나입니다.”

술사가 새로운 무기를 가리키면서 말을 이었다.

“이게 바로 속사(速射) 마포입니다.”

속사 마포에는 총 9개의 포관이 3열로 설치되어 있었다.

포관의 굵기는 무척 가늘고, 포관 구경은 현대 지구의 기관포와 유사한 15밀리미터였다.

“속사 마포에도 정석이 사용됩니다. 그것도 고출력의 정석 에너지입니다. 발포하는 포탄도 15밀리미터 직경이고, 중량은 150그램을 넘지 않습니다. 발포 속도는 음속의 8배에 달하고요. 하늘을 조준한다고 했을 때, 유효 사격 거리가 3천 미터가 넘고, 분당 200발 소형 포탄을 발사합니다.

성화교에 3천 대붕 공군이 있다고 가정하고, 속사 마포 30개를 만들어서 여러 전함에 설치하는 겁니다.

자, 전하께서 한 번 발사해보시지요.”

수석 술사가 손짓하자, 멀지 않은 배에서 수십 마리 매가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빠르게 상공 천 미터를 향해 날아갔다.

소군 방진이 속사 마포를 이동시킨 뒤, 정신력과 레이저 조준 장치로 동시에 매를 조준하고 발사 단추를 눌렀다.

샥, 샥, 샥, 샥.

파란빛이 번쩍이더니, 소형 포탄 9발이 초속 2천 미터의 속도로 하늘로 치솟았다.

초고속 포탄은 중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직선에 가까운 곡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1초 뒤.

콰과과광.

소형 포탄이 공중에서 폭발을 일으켰고, 수십 마리 매 중 절반이 허공에서 터져버렸다.

“성화교의 대붕은 몸집이 거대하다 보니, 명중률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을 겁니다. 물론, 지금 보여드린 건 대붕 공군을 상대할 세 가지 방법 중 한 가지에 불과하지요.

지금 제일 중요한 건, 마법의 혈정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지금 남은 양으로는 초특급 마포와 속사 마포만 제작할 수 있습니다.”

술사의 말에 소군 방진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화교, 거대 석갱, 모래사장 위의 초가집 안.

두변이 말했다.

“대붕 공군으로 동방 연합 왕국의 무적 함대를 상대해선 안 됩니다. 이 공군은 더 중요한 곳에 쓰여야 합니다.”

하지만 소군 방진을 무찌르고, 동방 연합 왕국을 멸망시키려면, 무조건 그의 무적 함대부터 없애야 했다.

지금 두변이 가진 전열함은 교룡호 한 척이 전부이니, 방진보다 훨씬 더 뒤처져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유래에 없는 새로운 방법으로 소군 방진의 무적 함대를 없애는 방법뿐이다.

잠수정?

말도 안 된다.

결전이 코앞이다 보니, 잠수정을 만들 시간이 없다.

그리고 두변의 대녕 제국의 조선 기술은 비교적 원시적이라 잠수정을 만들 수도 없다.

두변은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해냈다.

천기도주 강노귀가 두변에게 괴수의 알 두 개를 주었었다. 하나는 초특급 화염 괴수, 또 하나는 초특급 얼음 괴수의 알.

두변은 정신 환각에서 괴수들의 위력을 똑똑히 보았었다. 화염 괴수는 모든 것을 불태울 수 있고, 얼음 괴수는 모든 것을 얼릴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없지 않나.

이수의 알은 아직도 부화하지 않았고, 부화한다고 해도 괴수가 성체가 되기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무슨 수로 소군 방진의 무적 함대를 없앨 수 있을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때, 꿈속 시스템이 말했다.

‘당연히 네 몸속에 있는 상고 시대 용의 혈맥을 써야지.’

‘하지만 상고 시대 용의 혈맥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어요.’

‘흐흐.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게, 제일 크고, 놀라운 반응일 수도 있다.’

꿈속 시스템이 기이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시간이 촉박합니다. 지금 당신이랑 수수께끼 놀이할 시간이 없다고요. 상고 시대 용의 혈맥을 어떻게 이용하라는 겁니까?’

‘곧 알게 될 것이다. 그 어마어마한 대살기는 네 몸속의 상고 시대 용의 혈맥으로만 깨울 수 있다. 그걸 깨울 수만 있다면, 소군 방진의 무적 함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꿈속 시스템은 이 말만 남기고 다시 조용해졌다.

최근에 두변과 꿈속 시스템은 또다시 묘하고 어색한 사이가 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