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551화 (551/648)

551장: 무적 함대의 전멸

현대 지구, H시의 어느 단지 안.

동이 틀 무렵, 자명종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임야소가 몸을 움찔하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지금은 아침 6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어젯밤 그녀는 두변의 몸을 씻기고 안마해주느라 밤 11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임야소가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은 매일 5시간 안팎이었다.

아침마다 자명종 울리는 시간이 제일 힘든 시간이었고, 마음 같아선 자명종을 깨부수고 싶을 정도였다.

“딱 3분만 더.”

임야소가 웅얼댔다.

보통 이렇게 다시 잠들게 되면 최소 30분은 자게 된다. 미인은 잠꾸러기라고 하니, 더 늦게 일어나야 되겠지만, 임야소는 정말 딱 3분만 더 누워있다가 따뜻한 이부자리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샤워를 마친 뒤, 아침을 차렸다.

아침을 다 차리면 6시 반. 밥을 따뜻하게 보온 솥에 넣어둔다.

그리곤 그 틈을 타서 두변의 바지를 벗기고 성인 기저귀를 갈아준다.

임야소는 따뜻한 물을 받아와서 두변의 아랫도리를 깨끗하게 닦아준 뒤, 새로운 기저귀로 갈아입히고 속옷을 입혔다.

식물인간이어도 대소변을 봐야 하니 하루 두 번 기저귀를 갈아줘야 했다.

그녀가 두변의 대소변 수발까지 다 봐준 게 벌써 4년이 되어 간다.

예전의 임야소는 열 손가락에 물 한 방울 안 묻히던 사람이었다. 부모님의 과분한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온 그녀는 집안일이라곤 한 번도 혼자서 해본 적 없었는데, 지금은 혼자서 세 식구의 밥을 차리고, 두변의 대소변을 치워주고, 돈까지 벌어왔다.

임야소는 깨끗이 닦은 두변의 엉덩이를 쳐다보았다. 앙상하게 마른 두변의 엉덩이는 거의 피부로 뼈만 감싼 느낌이었다.

임야소가 매일 안마를 해주긴 하지만, 피부가 늘어지고 근육이 수축되는 걸 막을 순 없었다.

그녀는 속상해서 눈물을 흘리고는, 두 사람이 사귈 때 장난 삼아 그랬던 것처럼 두변의 살 없는 엉덩이를 살짝 깨물어서 자국을 남겼다.

두변의 기저귀를 갈아준 뒤, 임야소는 두변에게 아침을 먹였다.

식물인간인 두변은 혼자 뭔가를 먹지 못하고, 비강에서 위로 이어진 관을 이용해서 유동식을 섭취했다.

임야소는 두변에게 유동식을 먹이는 내내 부드럽고 따듯한 동작으로 그를 대했고, 10분 동안 천천히 유동식을 그의 위 속으로 흘려보냈다.

두변의 영양을 고려해서 구매하는 유동식의 가격대가 꽤나 높았고, 약품이나 의료기기에도 돈이 꽤 많이 들었다.

식물인간 두변에게 매달 쓰이는 돈과 두효의 유치원 비용, 투룸의 월세, 세 식구의 생활비를 합치면 월급과 학원에서 강의하면서 받는 돈을 쏟아부어도 빠듯했다. 저축은 아예 생각을 못하는 상황이었다.

두변은 자기 명의로 된 호화 저택과 고가의 외제차, 그리고 백만 위안이 넘는 저축이 있었다.

하지만 병원비 때문에 현금은 다 썼고, 집과 차의 대출금은 아직 다 갚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두변과는 혼인 관계도 아니어서, 두효의 출생증명에는 두변의 이름이 없었다. 관계를 증명할 수 없는 탓에 임야소는 두변의 집과 차를 처분하지 못했고, 두변 때문에 부모님과의 사이가 완전히 틀어져 버려서 혼자 미친 듯이 돈을 벌어서 모든 지출을 감당해야 했다.

임야소는 하루하루가 고됐다.

두변에게 유동식을 다 먹인 뒤에 다시 전신 안마를 해줬고, 시간은 벌써 7시 20분이 되었다.

딸 두효가 깨어났다.

두효는 일찍이 혼자서 많은 것을 할 줄 알게 되었다.

침대에서 내려온 뒤, 혼자서 옷을 입고, 양치와 세수를 끝낸 뒤에 아침을 먹으러 나왔다.

“효효, 엄마가 유치원에 먼저 데려다줄까, 아니면 이따 혼자서 갈래?”

임야소는 아침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른 채 급하게 밥을 먹은 뒤, 허둥지둥 옷을 입고 화장을 했다.

유치원은 8시 반부터 아이들의 등원이 시작되는데, 지금 시간에 두효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면 혼자서 1시간 동안 다른 아이들을 기다려야 한다.

“혼자 갈게요.”

두효가 말했다.

“참 착하지 우리 딸. 그럼 아빠랑 같이 있어.”

임야소가 말한 뒤, 두효의 얼굴에 입맞춤을 하고, 두변의 얼굴에도 입맞춤을 했다.

임야소는 하이힐을 신고 문을 열면서 다른 손으로는 립스틱을 발랐다.

임야소가 사는 곳은 출근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 터라, 아침마다 기나긴 지하철 여정을 떠나야 했다.

두효가 다급하게 나가는 임야소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엄마 빠빠이.”

엄마가 떠나자, 두효가 문 안쪽의 잠금장치를 걸었다.

혼자서 아침을 다 먹은 두효는 두변의 방으로 들어갔다.

두효는 두변의 몸을 일으키기 위해서 침대의 상체 각도를 조절하는 손잡이를 돌렸다.

성인이 각도 조절 손잡이를 돌리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만, 두효는 이제 다섯 살인 데다 안 그래도 몸이 왜소해서 안간힘을 써야 손잡이를 돌릴 수 있었다.

두변의 상체를 세운 뒤, 두효는 예쁜 신발을 벗고 동화책 한 권을 들고 침대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두변의 품에 파고들어 안긴 자세를 하고는 말했다.

“아빠, 오늘은 피노키오 얘기를 해주면 안 돼요?”

그리고는 어른 목소리를 흉내 내면서 《피노키오》를 읽었다.

아빠는 몸을 움직일 수도 없고, 말을 할 수도 없지만, 두효는 아빠의 품에 안겨있는 게 무척 행복하고 따뜻했다.

두효는 두변의 품에 기댄 채 아주 느린 속도로 《피노키오》를 읽었고, 중간중간 자신의 느낌을 곁들였다.

어느새 한 시간이 흘렀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효효도 이제 유치원 가야지. 우리 효효는 용감해야 하니까, 아빠는 멀리 안 나갈게.”

두효가 어른 목소리를 흉내 내면서 말한 뒤, 침대에서 내려와서 다시 손잡이를 돌렸다.

두효는 식물인간 두변이 침대에 잘 눕혀졌는지 확인한 뒤, 두변에게 물 두 모금을 먹여줬다.

“아빠. 나 이제 유치원 가요. 빠빠이.”

두효가 아빠의 얼굴에 입맞춤한 뒤,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두효는 곧바로 문을 닫지 않고, 침대에 누워있는 아빠를 한 번 더 확인한 뒤에 조심스럽게 문을 밖에서 잠그고 닫았다.

작은 키의 두효가 혼자서 엘리베이터를 타러 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이미 타고 있던 마흔 남짓한 여자가 두효를 보자마자 다정하면서도 큰 목소리로 말했다.

“효효 또 혼자서 등원하는 거야? 아줌마가 효효 데려다줄까?”

두효가 대꾸 없이 고개를 저은 뒤, 곧바로 뒤돌아서 뛰기 시작했다.

두효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몇 층이나 되는 높이를 계단으로 내려갔다.

그 아줌마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타면, 아줌마는 항상 두효가 가엾다며, 식물인간 아빠가 어쩌고저쩌고하면서 듣기 싫은 말을 하곤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두효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외치고 싶었다.

‘우리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대단하고, 멋진 사람이야. 우리 아빠가 세상에서 좋은 사람이라고.’

두효가 어렸을 때, 엄마는 종종 아빠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려주곤 했었다.

아빠의 사진과, 아빠가 쓴 글씨와, 아빠가 그린 그림을.

두효는 유치원에서 나오는 점심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착하게 식판을 다 비웠다.

두효는 어렸을 때부터 총명하고 착했다.

세 살 때부터 도우미 선생님 없이 혼자서 밥을 먹을 줄 알았다.

두효의 체구가 왜소한 건 두효가 편식해서가 아니라 태생적으로 체질이 허약해서였다.

이것도 두변의 죄업이리라.

두변이 바람났을 때, 임야소는 이미 두효를 가진 상태였다. 그런데 그런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으니, 임야소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까.

그 탓인지 두효는 잔병치레가 많고 몸이 허약했다.

게다가 매년 봄이 될 때마다 각종 알레르기에 시달렸고, 혹시 모를 호흡곤란에 대비해서 항상 호흡기를 지니고 다녔다.

오후 4시, 하원시간이 되었다.

학부모들이 하나둘씩 유치원으로 와서 아이들을 데려갔다.

유치원의 장 선생이 두효와 눈높이를 맞추고 말했다.

“효효, 오늘은 이모가 집에 데려다줄까? 듣기로는 효효의 집이 꽤 멀다던데, 이모도 한 번 두효네 놀러 가고 싶어.”

장 선생은 한동안 철없는 아이들이 귀갓길에 두효를 자꾸 괴롭힌다는 얘기를 듣고, 두효가 걱정되어서 직접 집에 바래다주려고 했다.

하지만 두효는 고개를 절레절레한 뒤, 혼자서 책가방 정리를 하고, 가방을 메고서 혼자서 집으로 돌아갔다.

두효는 걷는 내내 고개를 떨군 채 제 발끝만 쳐다보았다.

아파트 1층에 도착해서는, 엘리베이터에 또 사람이 있는 걸 발견하고는 계단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계단을 다 오르고 나니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열쇠를 꺼내서 문을 열려는 찰나, 집 현관이 이미 열려있는 걸 발견했다. 놀란 두효는 곧장 집으로 들어간 뒤, 아빠의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런데 아빠가 누워있어야 할 침대 위가 텅텅 비어있었다.

아빠가 없어졌어!

두효는 울음을 터트렸다.

아이는 온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아빠를 찾았지만, 아빠는 어디에도 없었다.

아이는 핸드폰을 꺼내서 엄마의 번호를 눌렸다.

“효효, 무슨 일이야?”

임야소가 물었다.

두효는 우느라 숨을 헐떡거렸고, 제대로 말하기가 힘들었다.

“아가, 왜 그래? 엄마 놀라게 하지 말고.”

핸드폰 반대편에 있는 임야소는 두효가 걱정되어서 미칠 지경이었다.

두효는 한참이 지난 뒤에야 제대로 말을 할 수 있었다.

“엄마, 아빠가 없어졌어요. 아빠가 없어요.”

수강생에게 피아노 강습을 해주고 있던 임야소는 두효의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바다 위.

동방 연합 왕국의 무적 함대가 활모양의 대진을 펼치고, 두변의 거지 함대를 향해 가속 중이었다.

무적 함대는 꼭 그물망으로 적을 일망타진하려는 무서운 기세로 두변의 거지 함대에 접근했다.

이와 동시에, 동방 연합 왕국 함대의 속사 마포도 전투 준비 상태가 되었고, 공중을 조준하고 있었다.

이들은 두변의 공군 부대가 사정 거리 안에 들어오기만 하면 파멸적인 공격을 퍼부을 것이다.

천 마리에 가까운 대붕 부대가 점점 더 가까이 내려오고 있었다.

전 양광 총독 고정이 말했다.

“사실 두변도 참 대단합니다. 매번 새로운 무기를 선보이니 말이죠. 그가 성화교의 대붕 공군까지 쓰게 되다니 말입니다.”

해군 원수 방천덕이 말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자의 상대는 천 년에 한 번 나오기 힘든 소군 전하입니다. 제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소군 전하에 비할 바가 안 되지요. 마치 별과 달이 빛의 밝기를 다툴 수 없듯이, 두변은 태어날 때부터 비극이었던 겁니다.”

고정이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디딤돌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지요. 두변이라는 디딤돌이 밝으면 밝을수록, 소군 전하의 후광을 더욱 돋보이게 할 뿐입니다.

방 원수, 소군 전하를 따른 시간이 꽤 길다고 들었는데, 질문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해군 원수 방천덕이 말했다.

“물어보십시오. 대답할 수 있는 거라면 대답하고, 대답할 수 없는 거라면 제게 아예 질문하지 않은 걸로 하겠습니다.”

고정이 물었다.

“전하께서는 왜 소군이라고 불리는 겁니까? 난 한 번도 주군의 존재를 들어본 적 없는 것 같은데요. 소군께서 원하신다면 왕이든, 황제든 될 수 있을 텐데, 왜 그러지 않는 겁니까?”

이건 고정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점이었다.

동방 연합 왕국에 주군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해군 원수 방천덕이 대답했다.

“이 질문은 금기된 것이 아니나, 어떻게 대답해줘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나도 모르고,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죠. 소군 전하께서 왜 스스로를 소군이라고 칭하시는 건지, 주군이 있긴 한 건지, 그게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해군 원수 방천덕이 이어서 말했다.

“소군께서 왜 제왕이 되지 않냐고요? 그건 대인께서 우리 소군 전하를 얕보았기 때문입니다. 소군 전하의 목표는 아주 원대합니다. 두변처럼 개나 소나 될 수 있는 진서왕이나 섭정왕 같은 지위에는 관심이 없으시죠.”

두회가 말했다.

“하긴, 맞는 말입니다. 소군 전하와 두변은 천지 차이입니다. 소군 전하께서는 속세를 탈피하고 성인에 가까운 위인이 되실 분이고, 두변 그놈은 비열하고 평범하기 짝이 없는 놈이니까요.”

고정이 말했다.

“오늘 우리는 두변 저 보잘것없는 광대 놈을 없앨 겁니다.”

그때 수하가 외쳤다.

“두변의 대붕 공군이 곧 사정 거리 안에 들어옵니다.”

“1만 8천 미터.”

“1만 5천 미터.”

“1만 미터.”

“8천 미터.”

“5천 미터.”

“속사 마포 조준 준비!”

동방 연합 왕국의 백여 명 술사가 붉은 정석으로 만든 레이저 조준 장치를 활성화했다.

일순간, 백여 줄기의 레이저가 하늘 위로 솟구쳤다.

술사들은 정신력을 집중해서 5천 미터 밖의 대붕을 조준했다.

“조준 완료!”

두변의 대붕 공군은 멍청한 건지, 비행 궤도가 직선에 가까워서 조준이 더 수월했다.

“3천 미터 안으로 들어오면 곧바로 일제 사격하도록.”

“4천 5백 미터.”

“4천 미터.”

“3천 5백 미터.”

대붕 공군이 가까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두회의 심장도 점점 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

저 대붕 공군이 두변의 마지막 수인데, 몇 분 뒤면 그 마지막 수가 허무하게 전멸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두변은 얼마나 놀랄까?

아마 억울하고 부아가 치밀어 올라서 피를 토하겠지?

백여 대 속사 마포에는 족히 천여 개의 포관이 달려 있었다. 아마 기껏해야 2각이 지나면 두변의 대붕 공군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발사 준비!”

방천덕의 외침에 기함의 제일 높은 곳에서 병사가 깃발로 신호를 보냈다.

모든 술사가 속사 마포의 단추에 손을 올렸다.

그런데 바로 이때, 하늘에서 경천동지의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

쿠오오오!

천둥 같은 굉음이 울려 퍼지자, 두변의 대붕 공군이 전진을 멈추고, 남북 방향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하늘색이 바뀌었다. 원래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깨끗했던 하늘에 새까만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태양도 일순간 먹구름에 완전히 파묻혀서, 한없이 밝던 하늘이 순식간에 완전히 어두컴컴해졌다.

쿠구구구궁.

꼭 천둥 번개가 치는 폭풍우라도 몰려올 것처럼 하늘에서 굉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천둥은 들리는데, 번개가 보이지 않았다.

두회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날씨는 왜 또 이 난리지?”

방천덕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두변의 공군은 도망갔다고 해도, 그놈의 거지 함대도 날아서 도망가진 못할 테니까요.”

그래, 거지 함대에 날개가 없으니 도망칠 수가 없지.

“속사 마포는 항상 발포 준비를 하고, 함대는 계속 포위진으로 두변의 함대를 향해 돌진한다!

두변의 쓰레기 같은 함대와 군대를 모조리 없애버려라!”

방천덕이 큰소리로 외쳤다.

그런데 이때, 또 한 번 경천동지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이번엔 다들 정확히 들었다.

이건 천둥이 아니라, 어떤 괴수의 울음소리인데?

그것도 하늘에서 들려?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1분, 2분, 3분.

두회의 목이 저리기 시작할 때쯤, 거대한 그림자 하나가 먹구름을 뚫고 튀어나왔다.

사람들이 본 건 거대한 용이었다.

두회, 방천덕, 고정 등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용이라니?

용이 원래 이렇게 거대한 건가?

길이가 500미터가 넘고, 날개 폭이 300미터가 넘는 것 같은데?

우리의 제국급 전열함보다 몇 배는 더 크잖아?

정말 엄청난 크기인데?

용의 골격은 당연히 제국호 전열함보다 몇 배는 더 컸다.

미합중국의 니미츠급 항공모함도 배수량이 8만 톤에 달하는데 선체가 300미터쯤이다. 배수량이 10만 톤에 달하는 포드급 항공모함도 총 선체 길이가 340미터 가까이일 뿐이다.

먹구름을 뚫고 나온 거대한 용이 바다로 급강하했다.

두회는 오금이 저리면서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것이 느껴졌다.

방천덕이 소리쳤다.

“마포 발사! 발사!”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한 장관이 바다 위에 펼쳐졌다.

슉, 슉, 슉, 슉.

동방 연합 왕국의 속사 마포 백여 대가 발포했다.

포탄 천여 발이 공중에서 유려한 포물선을 만들면서, 꼭 천 개의 유성처럼 거대한 용을 향해 맹렬하게 날아갔다.

몇 초 뒤, 8배 음속의 속도로 날아간 포탄들이 거대한 용에 명중했다.

쿠콰과과광.

용의 몸에 촘촘하게 폭발이 일어나면서, 불꽃놀이를 하는 것처럼 무수히 많은 불꽃이 찬란하게 하늘을 밝혔다.

포화의 연기가 자욱하게 하늘을 가렸다.

두회와 고정이 의아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죽은 건가? 우리가 저걸 죽인 겁니까?”

포화가 걷히자, 모두가 절망했다.

용은 아주 멀쩡한 모습으로 바다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고, 뒤이어 굉음과 함께 바다 수면 위로 거세게 떨어졌다.

모든 걸 집어삼킬 기세의 해일이 일었다.

거룡의 눈, 귀화로 번뜩이는 두 눈이 동방 연합 왕국의 함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무한한 오만함이 어려 있었다.

“모든 초특급 마포로 저 괴물을 조준해라!”

원수 방천덕이 다급하게 명령했다.

200척이 넘는 전함이 모든 화포를 동원해서 용을 조준했다.

초특급 마포 백여 대가 레이저 조준 장치로 거룡을 정확하게 조준했다.

1천 미터도 안 되는 거리인 데다 몸집이 워낙 크다 보니, 화포로 거룡을 조준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발포하라.”

방천덕이 외쳤다.

쿠과과과광!

천 대가 넘는 화포가 일제 발포되었다.

또 한 번 화려한 장관이 펼쳐졌다.

특히 초특급 마포인 만큼 화려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몇백 킬로그램에 달하는 포탄이 5배 음속의 속도로 거대한 용을 향해 날아갔다.

초특급 마포가 쏘아낸 포탄은 1초도 안 돼서 용을 명중시켰고, 천지를 뒤덮을 기세로 폭발을 일으켰으며 거의 쓰나미를 일으킬 정도였다.

포탄이 쏘아지는 그 순간, 초특급 마포에서 터져 나온 푸른 빛이 태양보다 환하게 바다 전체를 밝혔다.

“죽었겠지? 이번엔 죽었겠지?”

두회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죽었을 겁니다. 무려 초특급 마포 백 대잖습니까. 이 세상 그 어떤 생물도 이 위력을 감당하지 못할 겁니다.”

고정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는 그들의 희망이었을 뿐이다.

이 거대한 용의 골격 겉면에는 거대한 에너지 막이 있어서 모든 포탄을 가뿐히 막아냈다.

수차례 하늘을 울리는 폭발이 지나가고, 뜨거운 포화와 연기가 서서히 걷혔다.

거대한 용은 여전히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모습이었다.

두회와 고정은 온몸이 오싹해졌다.

거대한 용은 경멸의 눈빛으로 동방 연합 왕국 함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입을 크게 벌리더니, 아무런 준비도 없이 포효를 내질렀다.

쿠오오오오오!

그 입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녹색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온도가 없어서 뜨겁지 않고, 오히려 얼음보다 차가운 불꽃이었다. 하지만 동방 연합 왕국의 전함이 나무로 만든 것이든, 철갑을 두른 것이든, 그 화염에 닿기만 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저 저승의 화염은 수백 미터 밖까지 이어졌다.

쾅, 콰지직.

동방 연합 왕국의 무적 전함은 꼭 장난감처럼 한 척, 또 한 척 가볍게 으스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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