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554화 (554/648)

554장: 무적의 육군

동방 연합 왕국에는 무적의 해군 외에 무적의 육군이 있었다.

육군 중 절반은 전 세계의 식민지에 주둔하고 있지만, 왕국 본토(대략 인도네시아와 말레이 제도)에는 60만 대군이 넘는 병력이 있었다.

소군의 명령 한마디에 왕국 전체 50만이 넘는 병력이 왕성으로 집결했다.

동방 연합 왕국의 왕성은 전무후무한 곳으로, 소군 방진이 20년 넘게 건설한 곳이었다.

서방의 왕족들은 이 예술 감각이 넘치는 성을 마법의 성이라고도 불렀다.

이 성은 세상 그 어떤 성과도 달랐고, 건축물 하나하나 마법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웅장하고, 신비롭고, 예술적인 왕성의 성벽은 무려 80리가 넘었고, 높이는 18미터에 달했다.

소군 방진이 이 거대한 성벽을 세운 이유는 성의 미관과 웅장함을 위해서지, 전쟁 방어용을 위해서는 아니었다.

현대 포화 전쟁에서는 성벽이 큰 존재감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소군 방진은 이 왕성이 전쟁에 노출될 거라고는 꿈에서도 생각하지 않았다.

이 성은 방진의 모든 이상을 담은 성이었다.

성화교 세계 사람이든, 서방세계 사람이든, 동방 연합 왕국의 사람이든, 누구든 이 왕성에 왔다 하면 이 성의 웅장함에 완전히 압도되고 말았다.

그들은 세상에 이렇게 웅장하고 거대한 왕성이 존재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이곳은 마치 인간 세계의 곳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동방 연합 왕국의 대신들이 처음부터 방씨 세력에 충성을 다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동방 왕성을 방문한 뒤, 대신들은 하나같이 진심으로 동방 연합 왕국에 충성을 맹세하게 되었다.

동방 연합 왕국이야말로 바로 세상에서 제일 강한 국가이고, 미래와 왕도를 결정할 패왕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마법의 왕성이 일순간 거대한 전쟁터가 되고 말았다.

55만 대군과 화포 1천여 대가 성 안으로 들어왔다.

이 중 15만 곤륜노 무사는 단언컨대 육군의 제왕이라 할 만했다.

두변의 전호검은 무척 강하지만, 동방 연합 왕국은 이미 전호검을 막을 방법을 고안해냈다.

그들은 갑옷과 투구 안에 절연 안감을 덧댔고, 그 덕에 아무리 강한 전류여도 동방 연합 왕국의 무사들을 쓰러트릴 수 없게 되었다.

지난번 동방 연합 왕국이 두변의 영지를 공격했다가 되레 전군이 전멸한 뒤로, 소군 방진은 화총 신군의 장비를 바꿨다.

신군은 격침(擊針) 후장(後裝) 보병총을 쓰게 되었고, 기존 보병총보다 사격 속도가 4, 5배 빨라졌다.

그리고 종이 탄피를 구리 탄피로 바꿨다.

한마디로, 현대 지구의 총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진보했고, 유효 사거리가 6, 700미터가 넘는 첨단 소총이었다.

물론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보니, 신군 전체에 신식 보병총을 지급할 순 없었지만, 이들에겐 대포가 있었다.

동방 왕성의 1천여 대포 중, 정석 마포가 400대, 초특급 마포가 20대, 초특급 중포가 50대, 그리고 나머지 수백 대 화포도 전부 대구경 신식 화포였다.

동방 연합 왕국의 해군이 전멸하긴 했지만, 이들에겐 해군보다 더욱 강력한 육군이 있었다.

왕궁 안, 방청의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두변의 대군이 곧 들이닥칠 테니, 너희 모두 곧 죽겠구나! 곧 끝장난다고!”

짜악.

대녕 제국 망명 조정의 영녕제(전 연왕 영충)가 방청의 따귀를 올려쳤고, 방청의는 힘없이 바닥에 고꾸라졌다.

방청의가 허튼짓을 하지 못하도록 그녀의 무공을 완전히 봉인한 터라, 방청의는 이미 닭 잡을 힘도 없었다.

영녕제는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바닥에 고꾸라진 방청의를 미친 듯이 걷어찼다.

“두변이 네년을 구할 생각을 하느냐? 하하하하! 꿈 깨라! 두변은 네 원수고, 네 몰골은 귀신보다도 추하다! 두변도 너를 보면 구역질이 날걸? 짐도 네년의 얼굴만 봐도 구역질이 나니 말이다!”

방청의는 더 이상 아름답지 않았다.

방청의의 부친 방탁이 제 딸을 영녕제에게 시집보내기 위해서, 합방할 때 그녀가 반항하지 못하도록 억지로 단약을 먹였었다.

단약을 먹은 방청의는 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고, 마치 산송장이나 마찬가지였다.

영녕제가 방청의를 마음껏 유린한 후 마지막으로 자신의 후손을 보기 위해 거사를 치르려 할 때, 방청의가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자신의 얼굴을 망가뜨렸다.

그날부터 방청의의 얼굴은 징그러운 흉터로 뒤덮였다.

영녕제는 그녀의 추한 얼굴을 보고도 혼인을 맺긴 했지만, 끔찍한 흉터를 가진 여인과 잠자리를 가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영녕제는 매일 화가 날 때마다 방청의를 개처럼 때리고 짓밟았다. 어차피 방청의에게는 반항할 무공이 없으니, 그녀를 두려워할 이유도 없었다.

영녕제가 광기 어린 눈으로 방청의를 내려다보면서 계속해서 발로 걷어찼다.

“네년이 모르는 게 하나 있지. 그 거룡이 이미 남미주의 종말급 힘에 이끌려서 두변을 버리고 서쪽으로 갔다더구나. 동방의 왕성은 난공불락의 성이고, 동방 연합 왕국의 육군은 두변의 군대보다 열 배는 더 강하다. 두변이 감히 동방 왕성을 공격한다면, 그날이 그놈의 제삿날이 될 것이다.”

내각 수보 방탁은 방계의 수많은 대신들을 안심시키고 있었다.

“그 거룡은 이미 두변을 버리고 떠났소이다. 만약 두변이 똑똑하다면,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살기 위해서 퇴각하겠지요. 하지만 그놈이 감히 동방 왕성을 공격한다면, 그놈은 이곳에서 죽을 것이외다.”

방탁이 동방 연합 왕국의 신식 보병총 한 자루를 쥐더니, 1천 미터 밖의 집을 향해 총을 쐈다.

탕!

총소리가 울리고, 방탁이 쏜 집의 담벼락에 깊은 구멍이 생겼다.

“총 15만 신군이 이런 신식 보병총을 장비했습니다.”

방탁이 말한 뒤, 수하를 향해 외쳤다.

“칼을 가져오너라.”

수하가 그에게 전호검 한 자루를 건넸다.

동방 연합 왕국이 가진 매마의 혈정체가 워낙 작다 보니, 대규모로 전호검을 만들 수는 없었다.

이들은 수백 자루 전호검을 만들어서 고급 장병들에게만 나눠줬다.

“이게 바로 두변의 대살기, 전호검이오.”

방탁이 노익장의 힘을 과시하면서 옆쪽에 세워뒀던 코끼리를 향해 검을 휘두르면서 단추를 눌렀다.

순간적으로 엄청난 전류가 전호검을 타고 흘렀고, 전호검에 맞은 코끼리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면서 바닥에 쓰러졌다.

“이 전호검의 위력은 엄청나오. 하지만 동방 연합 왕국이 새로운 갑옷을 만들었고, 덕분에 전호검으로 백 번, 천 번을 공격해도 끄떡없소이다.”

방탁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새로운 갑옷으로 무장한 무사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무시무시한 파란색 전류가 번쩍였지만, 절연 안감이 덧대진 갑옷을 입은 무사는 무사했다.

“보셨소이까? 이제 두변의 전호검도 쓸모가 없어졌소이다. 그가 오지 않는다면, 운 좋게 이번엔 죽음을 피한 거고, 만약 왕성을 공격하러 온다면, 그를 기다리는 건 죽음밖에 없소이다. 대녕 제국은 여전히 영녕제 폐하의 것이니, 모두 안심하시오.”

방탁이 성벽 안팎의 빽빽한 방어진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저기 넓게 펼쳐진 방어진들이 보입니까? 엄폐호만 해도 몇백 개이고, 전부 철옹성처럼 견고하오. 거대한 거룡이 없으니, 두변의 군대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 수준일 뿐이고, 그놈들은 흔적도 없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오.”

“맞습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해야지요!”

“대녕 제국은 우리의 것입니다!”

대신들이 한시름 놓으면서 맞장구쳤다.

닷새 후, 세계 종말까지 32일이 남았다.

두변의 25만 대군이 공작항(孔雀港)에 상륙했다.

두변의 육군이 상륙하는 곳은 어차피 동방 연합 왕국의 초특급 마포의 사정거리 안인지라, 소군 방진은 굳이 그들의 앞길을 막는 방위군을 배치하지 않았다.

두변의 25만 대군은 상륙한 뒤, 대열을 정렬하고 위풍당당하게 동방 연합 왕국의 왕성을 향해 행군했다.

처음으로 동방 연합 왕국의 왕성을 보게 된 두변은 왕성의 아름다움에 진심으로 감탄하고 말았다.

‘이 왕성은 정말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마법의 성 같군.’

왕성 안의 건축물은 하나같이 화려하고 예술적이었다.

특히 왕궁은 산을 끼고 지은 터라, 왕궁에서 제일 높은 곳은 무려 해발 천 미터가 넘었다.

두변은 아주 멀리서도 소군 방진을 볼 수 있었다.

방진은 해발 천 미터 높이의 왕궁 난간에 서 있었고, 그의 곁에는 절세미인이 서 있었다.

대녕 제국의 내각 수보 방탁, 그리고 제위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는 영녕제, 그리고 방계 대신들은 해발 500미터 정도되는 왕궁에 서 있었다.

아름답던 왕성 안팎은 어느새 금성탕지(金城湯池: 쇠처럼 단단한 성곽과 끓는 연못 같은 해자에 둘러싸인 성이란 뜻으로, 방비가 빈틈없이 견고하다는 의미)와 같은 방어진지로 변모했다.

곳곳이 참호와 엄폐호로 빽빽했고, 80리 길이, 18미터 높이의 성벽에는 십여만 곤륜노 무사와 십여만 신식 보병군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동방 연합 왕국의 방어진지에는 무사들이 빈틈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게 서 있었다.

또한 성벽의 포탄 구멍에는 화포와 정석 마포가 빽빽하게 설치되었고, 무엇보다 끔찍한 건 왕성 내에 있는 초특급 마포였다. 초특급 마포의 사정거리는 무려 몇십 리였고, 몇백 근짜리 포탄은 수백 명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갈 수 있었다.

누가 보아도 두변은 지금 난관에 봉착한 상태였다. 거대한 거룡 없이는 이 철옹성 같은 왕성을 뚫을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25만 대군이 아니라, 100만, 200만 대군이 와도 동방 왕성의 방어진지를 뚫을 수 없었다.

심지어 초특급 마포의 사정거리 안에 있는 터라, 대군은 성벽 가까이 더이상 다가갈 수도 없었다.

두변의 군대는 왕성에서 30리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섰다.

공중에 떠있는 두변은 이 화려하고 웅장한 왕성을 내려다보면서, 자신의 뒤에 있던 예상 선자에게 말했다.

“이 왕성은 누가 봐도 금성탕지군요. 200만 대군이 와도 성벽조차 무너트리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아무것도 아니죠.”

동방 연합 왕국의 방어선은 정말 대단하지만, 두변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금 왕성 안에는 방공(防空) 무기가 전혀 없기 때문이었다.

소군 방진이 가진 매마 혈정체는 한계가 있고, 얼마 없는 혈정체로 백 대가 넘는 방공 속사 마포를 만들었지만, 그 마포는 전부 함대에 설치되었을 뿐 왕성 안에는 방공 속사 마포가 한 대도 없었다.

두변이 뒤를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천 마리 대붕 공군이 두변의 뒤로 날아와 대열을 정리했다.

두변은 대붕의 등을 전부 개조해서, 백여 명 대종사급 강자와 천 명에 가까운 마혈 무사가 대붕의 등에 타고 있었다.

게다가 마혈 무사들은 전부 정석 마포를 등에 지고 있었다.

바로, 정석 마포 말이다.

정석 마포 중 백여 대는 개조해서 유탄 정석 마포로 만들어졌다.

개조한 마포들은 원래 동방 연합 왕국 함대에서 노획한 것이었다.

“동방 왕성을 공습하라.”

두변이 명령을 내리자, 대붕 공군이 거대하고 화려한 동방 왕성을 향해 날아갔다.

대붕 공군이 날아가는 모습은 꼭 전투기 천 대가 도시를 공습하는 것과 같다고 할까.

대붕 공군이 온 하늘을 가렸다.

이 세계 최초의 공습전이 시작되었다.

소군 방진, 영녕제, 내각 수보 방탁, 표령 도주, 기천구 대장로가 고개를 들고 이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대붕 공군이 동방 왕성의 상공에 도착하자, 두변이 외쳤다.

“목표물을 조준하라!

첫 번째 우선 목표, 적군의 초특급 마포!

두 번째 우선 목표, 적군의 초특급 중포!.

세 번째 우선 목표, 적군의 정석 마포!

네 번째 우선 목표, 적군의 일반 화포!”

천 마리에 가까운 대붕의 등에 타고 있던 마혈 무사와 대종사급 강자들이 격광 조준 장치를 켰다.

대붕 공군은 놀랍게도 공중에 뜬 채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현대 전투기보다 더 위협적이라 할 수 있었다.

“조준 완료!”

“조준 완료!”

“조준 완료!”

마혈 무사와 대종사들이 외쳤다.

이 정도의 원거리 조준을 하려면, 엄청난 수준의 정신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석 마포는 한 대당 천 근이 넘어서 평범한 병사가 짊어질 수 있는 무게가 아니었다.

하지만 두변의 마혈 무사들은 깃털처럼 가볍게 정석 마포를 들고 있었다.

“발포!”

두변이 명령하자, 마혈 무사와 대종사들이 발포 단추를 눌렀다.

공중에서 천여 대 마포가 발포되었고, 하늘에선 꼭 맑은 날에 수천 줄기의 파란빛 번개가 내려치는 것처럼 엄청나게 화려한 장관이 펼쳐졌다.

슉! 슉! 슉! 슉!

천여 발의 포탄이 5, 6배 음속으로 날아왔다. 맑은 하늘 때문에 가열된 포탄이 유난히 붉어 보였다.

포탄은 우수수 쏟아지는 유성처럼 동방 연합 왕국의 방어진지에 떨어졌다.

2초 뒤, 더욱 화려한 장면이 펼쳐졌다.

콰과과과광!

포탄이 땅에 떨어지면서 무수히 많은 불덩이가 폭발했고, 폭발의 규모는 경천동지할 수준이었다.

폭발을 일으키는 유탄포는 백여 발 정도이고 나머지는 폭발하지 않는 실심 포탄이었음에도 파괴력은 굉장했다.

동방 왕성 안에 있던 초특급 마포, 초특급 중포가 순식간에 파괴되었고, 무겁고 굵은 포관들이 구부러진 채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졌다.

평범한 정석 마포는 아예 땅에 붙어있지도 않고 아예 하늘로 튕겨 솟구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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