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6장: 기천구의 죽음
그런데 이때, 두변의 대붕 공군이 다시 성벽 반대편 상공에 나타났다. 대붕의 등에 타고 있던 1천 명 마혈 무사가 다시 정석 마포를 어깨에 짊어졌다.
슉, 슉, 슉, 슉.
그런데 이번에 쓴 포탄은 평범한 탄환이 아니라, 특제 산탄이었다.
일순간, 왕성의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졌다.
금속 폭우, 그것도 뜨겁게 달아오른 금속 폭우가 성벽 주위로 쏟아졌다.
쏴아아아아!
대붕 공군은 폭격을 한 번 할 때마다 백만 발 탄환을 쏟아냈다.
구멍 난 성벽 뒤에 숨어있던 곤륜노 무사들은 더 숨을 곳이 없었다.
산탄은 폭우처럼 밀집된 채로 쏟아졌다.
곤륜노 무사들이 입은 갑옷은 칼과 창도 들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지만, 정석 마포로 쏜 산탄은 갑옷을 종잇장 찢듯 쉽게 뚫어버리고, 그대로 곤륜노 무사들의 몸을 관통했다.
곤륜노 무사는 한 명당 천금의 값을 호가했고, 돈으로 키워낸 무적의 무사들이다.
그런데 천금짜리 곤륜노 무사들이 꼭 헐값의 일반 병사들처럼 힘없이 쓰러졌다.
원래도 잔인하고 폭력적인 곤륜노 무사들은 성벽 뒤에 숨어서 자신의 동료들이 학살당하는 걸 보는 순간, 본능적으로 혈기가 샘솟았다.
그들은 산탄 폭격을 두려워하기는커녕, 피에 굶주린 모습으로 공군 부대를 노려보았다.
“크아아아!”
곤륜노 무사들이 하나둘씩 일어서더니, 대붕 공군을 향해 포효했다. 그리고는 수십 근짜리 돌덩이를 치켜들고 하늘을 향해 힘껏 던져 올렸다.
곤륜노 무사들의 힘이 어찌나 센지, 몇십 근짜리 돌덩이를 무려 백여 미터 높이까지 던졌다. 거의 소형 투석기라고 불릴 만도 하겠지만, 대붕 공군에 닿기엔 턱도 없는 높이였다.
“죽여라!”
마성의 잔혹한 곤륜노 무사들의 피가 들끓기 시작하더니, 두변의 군대를 향해 칼을 치켜들고 홍수처럼 밀려 나갔다.
곤륜노 무사들은 전투에 목말랐다.
이들은 겁쟁이처럼 성벽 뒤에 숨어서 학살당하느니, 차라리 칼을 쥐고 끝까지 싸우기를 원했다.
“안 돼, 멈춰!”
“안 돼.”
동방 연합 왕국의 장수들이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이젠 명령으로 곤륜노 무사들을 조종할 수 없었다.
왜일까?
두변이 폭격을 가할 때, 수백 발의 연막탄도 같이 쏘았다.
연막탄에는 독도 없었고, 생화학 무기도 아니었다.
하지만 연막탄에는 곤륜노 무사의 마성과 잔혹함을 자극하는 연기가 들어 있었다.
곤륜노 무사들은 마혈 무사를 개조할 때와 같은 원리를 쓰다 보니, 연기 속 마약이 피에 굶주린 곤륜노 무사를 미쳐 날뛰게 했다.
물론, 마약 연막탄은 두변을 따르는 주술사들의 작품이었다.
자제력을 잃은 곤륜노 무사들이 성벽을 뚫고 나와서 죽을 듯이 돌진했다.
“사격하라!”
두변의 10만 육군은 정석 마총을 쥐고 쉴 새 없이 사격했고, 하늘에 있는 대붕 공군이 정석 마포를 계속해서 발포했다.
동방 왕성은 두변의 군대에게 앞뒤로 공격당하고 있었다.
동방 연합 왕국의 비싸디비싼 곤륜노 무사들이 유래에 없는 학살을 당하고 있었고, 성벽 앞은 무사들의 피로 강을 이루었다.
“안 돼.”
대원수 방천파는 이 광경을 보고 흥분해서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다가, 발을 잘못 디뎌서 성벽에서 떨어진 뒤에 기절하고 말았다.
동방 연합 왕국의 장수들은 곤륜노 무사들이 학살당하는 걸 보고 피눈물을 흘렸지만, 두변도 그들의 목숨이 무척 아깝긴 했다.
곤륜노 무사들은 금자와 은자로 키워낸 터라, 곤륜노 부대를 만드는 데 최소 몇천만 은자를 썼을 것이다.
지금 그 몇천만 은자가 들어간 무사들이 떼로 죽고 있다.
곤륜노 무사들이 용감한 건 맞지만, 지금 그들의 모습은 그저 피에 굶주린 짐승이었다.
성벽과 두변 대군 사이의 1천 미터는 마치 넘을 수 없는 요새나 마찬가지였다.
곤륜노 무사들이 성벽을 뚫고 나오는 순간, 두변의 육군은 일제히 후퇴하면서 기동 사격을 했다.
두변의 병사들은 뒷걸음으로 걸으면서 정확하게 곤륜노 무사들을 조준하고 죽였다.
전장이 피바다가 되었을 때, 마지막 곤륜노 무사가 두변의 육군 200미터 앞에서 쓰러졌다.
곤륜노 무사들의 시체가 온 땅에 깔렸다.
곤륜노 무사들은 자살성 돌격 때문에 전멸하고 말았다.
곤륜노 무사들은 자신들의 업적을 역사에 남기기도 전에 비장한 방식으로 전멸했다.
동방 연합 왕국의 신식 보병총 군단이 완패했고, 곤륜노 무사 군단도 전멸했다.
왕성에는 아직 20만이 넘는 대군이 남아 있었지만, 주력 군단 2개를 잃고 나니 사기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두변의 육군은 대붕 공군의 엄호를 받으며 성 안으로 진격했다.
마혈 기병이 다시 놀라운 전투력을 발휘하면서 자신들의 무적을 증명했다.
4천 마혈 기병이 동방 왕성에서 학살을 시작했다.
왕성은 순식간에 함락되었다.
마지막엔 두변이 천 마리 대붕 공군과 백여 명 대종사 강자와 함께 동방 연합 왕국 왕궁 안으로 돌격했다.
정말이지, 이곳은 정말 환상적이게 아름다운 왕궁이었다.
소군 방진은 꽤나 예술을 즐기는 사람인 모양이었다.
도대체 소군 방진은 이 왕궁을 짓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금은과 인력을 쏟아부었을까.
소군 방진은 왕궁의 맨 꼭대기에 있었다.
두변은 곧장 소군의 목을 잘라야겠다고 결정했다.
그에겐 대붕 공군이 있는지라, 왕궁을 층층이 오를 필요가 없었다.
천 마리 대붕 공군이 왕궁의 꼭대기 층 상공에 도착했다.
두변은 궁전 꼭대기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왕성에 있던 백 명에 가까운 절대 강자들이 전부 이곳에서 소군 방진을 보호하고 있었다.
두변이 냉소했다.
“소군 방진, 이제 죽음을 맞이해라. 너의 종말이 도래했다.”
궁전 꼭대기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한참이 지난 뒤, 소군 방진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렸다.
“배짱이 있다면, 안으로 들어와서 죽여보던가.”
두변이 대꾸했다.
“들어와서 죽이라고? 그래. 하지만 그 전에 정석 마포로 청소 좀 해야겠다.”
곧이어 두변이 명령을 내렸다.
“정석 마포 조준, 발포!.”
슉, 슉, 슉, 슉.
하늘에서 또 한 번 무수히 많은 파란 빛이 번쩍였고, 포탄들이 5배 음속의 속도로 궁전을 향해 날아갔다.
쾅, 쾅, 와르르.
아름답던 궁전 꼭대기가 순식간에 폐허가 되었다.
두변은 지붕이 사라진 궁전을 내려다보았다.
백여 명 절대 강자가 소군을 에워싸듯 보호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이곳에는 영도현이나 막한 등이 없었다.
이곳에서 소군의 보호를 지휘하는 사람은 표령 도주와 기천구였다.
“대열 변형.”
두변이 명령했다.
천 마리 대붕 공군이 하늘에서 원형 대진으로 변형한 뒤, 소군과 백여 명 절대 강자를 물 샐 틈도 없이 포위했다.
두변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너희들의 내력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한 번 봐야겠다. 너희들의 현기로 우리의 정석 마포 폭격을 몇 차례나 막을 수 있을까? 너희들의 현기가 바닥나면, 너희에게 남는 건 죽음밖에 없을 것이다.”
“발포하라!”
정석 마포 수천 대가 소군과 백여 명 절대 강자를 향해 일제 발포했다.
슉, 슉, 슉, 슉.
새빨갛게 달아오른 포탄 수천 발이 유성우처럼 궁전 꼭대기를 향해 떨어졌다.
참혹한 재앙의 광경이 해발 천 미터 높이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스릉.
절대 강자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들고 포탄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내력 현기를 이용해서 일시적인 충격파를 만들어 냈다.
해발 1천 미터 높이에서 화려한 광경이 펼쳐졌다.
두변 쪽에서는 몇 초에 한 번씩 벼락처럼 빠른 속도로 포탄을 쏘았고, 소군 쪽에서는 백여 명 절대 강자가 서늘한 빛을 내뿜으면서 강력한 에너지 막을 만들었다.
순식간에, 천 발에 달하는 실심 포탄들이 놀라운 속도로 사방으로 튕겨지면서, 포탄에 닿는 사물이든 사람이든 전부 으스러졌다.
아름답던 왕궁이 삽시간에 폐허가 되어가고 있었다.
정석 마포 포탄은 속도가 너무 빠르고 위력이 너무 강한 터라, 막한 여왕의 무도 수준으로는 현기 충격파로 포탄을 튕겨낼 수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 모인 절대 강자들은 모두 절대 무공자들이라, 합심하여 내력 현기를 모아 두변의 정석 마포를 막아내는 에너지 막을 생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소군 쪽 절대 강자들의 체내 현기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었다.
쿠구구궁.
두변의 대붕 공군은 쉬지 않고 포탄을 쏘았고, 표령 도주와 기천구가 이끄는 무도 강자들은 내력이 거의 소진되어갔다.
북명검파 대장로 기천구가 말했다.
“표령 도주, 이대로 가선 안 됩니다. 우리 쪽 내력이 곧 바닥날 테니 차라리 지금 반격을 해서 우두머리부터 죽여야 합니다.”
기천구가 말하는 우두머리는 단연 두변이었다.
표령 도주가 말했다.
“두변의 무공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을 테니, 우리 힘의 절반을 끌어와서 저놈을 일격으로 죽입시다.”
“그럽시다.”
기천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북명검파 대장로 기천구는 결단을 내리자마자 50명 절대 강자를 데리고 곧바로 두변을 향해 달려갔다.
표령 도주는 나머지 50명 절대 강자와 함께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며 에너지 막을 유지했다.
“두변, 나는 네놈에게 뼈에 사무친 원한이 있다. 그러니 오늘 결판을 내자.”
기천구가 소리치면서 손에 쥔 대검에 모든 기운을 집중했다.
‘뼈에 사무친 원한까지야. 그날 영도현 앞에서 따귀 몇 대 때린 게 그 정도라고?’
두변이 속으로 헛웃음을 터트렸다.
기천구 등이 두변을 공격하려고 하자, 두변의 뒤에 있던 백여 명 대종사급 강자가 꽃잎을 흩뿌린 것처럼 두변 앞으로 진을 펼쳤다.
곧이어 두 세력의 무도 강자들이 한 데 얽혀서 치열한 전투를 시작했다.
기천구는 두변이 자리를 피하지 않았다는 걸 발견하고 크게 기뻐했다. 게다가 기음음이나 성화교의 절대 고수가 두변의 곁을 지키고 있지 않았다.
“죽여라. 죽여라!”
기천구가 소리를 질렀다.
그는 자신의 모든 현기를 대검에 실은 뒤, 두변을 향해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이때, 두변이 검을 뽑았다.
쨍.
두 사람의 검이 부딪혔지만, 이상하게도 굉음 같은 것은 없었다. 그저 검끼리의 평범한 충돌음 정도? 화성이 지구를 충돌할 정도의 기세도 당연히 없었고.
기천구는 이번 한 칼에 두변을 갈기갈기 찢을 것이라 믿었다.
자신은 정상급 대종사이고, 무공 최상 상태의 여여해와 견줄 정도로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두변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고, 기천구가 쏟아낸 힘은 꼭 바닷속에 가라앉은 진흙처럼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기천구가 경악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두변이 냉소했다.
“설마 내 손에 있는 이 검이 도룡검이라는 걸 모르나? 이제 내가 검을 한 번 휘두를 테니, 어디 한 번 받아쳐 보시지.”
기천구가 업신여기는 표정으로 말했다.
“너 따위의 무공 수준으로 나를 해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검을 한 번 휘두르는 게 아니라, 열 번 휘두른다 해도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두변이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럼 잘 버텨봐라.”
두변이 온몸의 현기를 검에 실은 뒤, 기천구를 향해 도룡검을 휘둘렀다.
“개미만도 못한 놈의 힘이 얼마나 되는지 볼까?”
기천구가 외치면서 자신의 검으로 두변의 도룡검을 막았다.
쾅.
경천동지의 굉음이 울려 퍼지고, 화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정도의 충격파가 일어났다.
북명검파 대장로 기천구의 몸이 지푸라기처럼 힘없이 허공으로 튕겨 나갔고, 그의 입에선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기천구는 아연실색했다.
그는 두변의 일검이 이렇게 강하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기천구는 당연히 알지 못했다. 두변이 이미 성화 교황 글랜시스의 내력을 전수 받았다는 걸 어찌 알까.
글랜시스 교황이 두변에게 모든 내력을 전수해주기 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것만으로도 두변의 무공은 충분히 강해졌다.
게다가 두변의 도룡검은 상대의 내력 공격을 흡수한 뒤에 반사하는 능력이 있었다.
그래서 두변의 일검에는 2배의 힘이 담겼고, 기천구가 막지 못하고 중상을 입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어서 두변이 쉬지 않고 도룡검을 휘둘렀다.
중상을 입은 기천구는 두변의 검을 간신히 막았다.
두변의 다섯 수를 막았을 때.
푸슉.
갑자기 누군가 등 뒤에서 기천구의 심장을 찔렀다.
방어할 틈도 없었다.
기천구가 고개를 숙이고 제 가슴을 뚫고 나온 검날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돌려서 자신을 죽인 사람이 누군지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자신의 누이, 기음음이 자신을 죽였을 것이라 확신했다.
안 그래도 이번 싸움은 자신들에게 수적으로 열세였다.
자신들은 50명 무도 강자를 데리고 두변을 죽이러 왔지만, 두변에게는 대종사가 백 명이나 있었다.
수적으로 불리한 데다, 이젠 기천구까지 죽었으니, 그를 따라왔던 무도 강자들은 갈피를 잃었다.
잠시 후, 기천구가 이끌고 온 50명 무도 강자가 전부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