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565화 (565/648)

565장: 임야소가 괴물이라고?

두변은 종말이 도래한 뒤의 지구를 보고 몇 번이나 놀랐지만, 지금 정체 미상의 괴물 때문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두변뿐만 아니라, 자리에 있던 사람 모두 몸이 굳어버렸다.

취락 안에 있던 수백 명의 사람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게 되었고, 취락 전체에 숨 막히는 공포가 드리워졌다.

두변이 더 미칠 노릇인 건, 괴물은 분명 여기 있을 텐데, 괴물이 시야 안에 보이지 않았다.

“자기야, 내가 드디어 자기를 찾아냈네?”

괴물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얼핏 들었을 때는 여자의 목소리인데, 겹겹이 중첩된 목소리처럼 들려서 정상적인 사람의 목소리처럼 들리진 않았다.

“자기, 내가 자기를 몇 년이나 찾은 줄 알아?”

괴물의 목소리가 더욱 간드러졌다.

두변이 말을 더듬었다.

“그, 저, 사람 잘못 본 거 아닙니까?”

“내가 어떻게 자기를 잘못 보겠어. 우리가 얼마나 사랑했는데. 서로 쓴 러브레터의 글자수를 합하면 35만 자가 넘어. 게다가 우리 사이에 사랑스러운 결실도 생겼었잖아. 자기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두변이야. 내가 설마 자기를 몰라볼까.”

두변은 흠칫 놀랐다.

‘임야소? 설마 당신이야?’

두효도 놀라긴 마찬가지여서, 그녀의 얼굴에도 당혹스러움이 묻어났다.

두효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 엄마 맞아?”

괴물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마치 두효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처럼.

괴물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 아이가 우리의 아이라고? 아니야, 얘 아니야.”

괴물의 목소리가 갑자기 날카로워지더니,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얜 누구야? 얜 누구냐고. 나 하나만 사랑하겠다고 맹세했잖아. 그런데 다른 여자랑 아이를 낳은 거야? 아아아악!”

괴물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면서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취락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죽어갔다.

우르릉콰쾅.

밖에서는 천둥소리가 들려오고, 번개가 연달아 내리쳤다.

지하 감옥이 일순간 어두워지더니, 사람들의 시야가 차단되었다.

“내일이 되기 전에 날 만나러 저수지의 창고로 와. 만약 자기가 오지 않는다면, 난 자기의 딸을 죽이고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을 죽일 거야.

난 자기를 십여 년 동안 찾았어. 내가 많은 사람에게 당신을 본 적 있냐고 물었지, 그런데 다들 못 봤다길래 내가 다 죽여버렸어.

내가 몇천 명을 죽였는데도 다들 못 봤다는 거야.”

괴물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두변의 귓가에서 점점 더 멀어졌다.

암흑이 걷히고 사람들이 시야를 회복할 때쯤, 괴물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두변이 괴물을 본 건 아니지만, 감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효효, 효효!”

두변이 다급하게 외쳤다.

두효가 없어졌다.

딸과 상봉한 지 한 시간 만에 다시 딸을 잃었다.

애가 타는 건 두변뿐이 아니었다.

영주도 취락 곳곳을 쥐잡듯이 뒤졌지만, 아무리 찾아도 두효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정말로 그 괴물이 두효를 잡아간 것이다.

남은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몸을 떨었다.

“두 선생, 그 괴물은 두효의 엄마인가요?”

영주가 물었다.

두변은 제자리에 앉은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의 입술은 오랜 갈증 때문에 이미 쩍쩍 갈라져 있었다.

두변이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세상에서 두효의 엄마와만 아이를 낳았습니다. 만약 그 괴물이 정말 효효의 엄마라면, 절대로 효효를 죽이진 않겠죠.”

두변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갔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생각했다.

그 괴물은 두변의 이름을 알고 있고, 그와 오랜 기간 연애를 했다고 했다.

두 사람의 러브레터가 35만 자가 넘고, 두변의 아이까지 가졌다고 말했고.

두변은 현대 지구에서 수많은 여자와 만났지만, 정말 연애를 한 사람은 임야소뿐이었다.

두변과 임야소도 러브레터를 쓰긴 썼지만, 35만 자에 달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더구나 그 괴물이 정말 임야소라면, 효효를 인질 삼아 협박할 리 없지 않나.

영주가 말했다.

“하지만 그 괴물은 두 선생을 찾아온걸요?”

그 괴물은 다짜고짜 두변의 이름을 외치면서 드디어 찾았다고 말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두변이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 괴물은 두변을 십여 년 동안 찾으면서 수천 명을 죽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두변이 오늘 깨어나자마자 괴물이 찾아왔다는 점이다.

정말 이상해도 한참 이상한 일이었다.

두변이 아무리 생각해도 그 괴물은 임야소가 아니었다.

그 괴물이 누구든, 두효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그 괴물을 죽여야만 한다. 만약 그 괴물을 죽이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두변을 쫓아다닐 것이고 더 많은 사람을 죽일 것이다.

하지만 그 기이하고 강한 괴물을 어떻게 죽여야 할까?

두변은 대녕 제국에서도 이런 괴물을 본 적이 없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건 물론이고, 정신력으로도 그 괴물을 볼 수 없었다.

‘보이지도 않는 괴물을 어떻게 죽이지. 하, 어려워죽겠네.’

두변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생각하다가 고개를 들고 물었다.

“영주의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능매(凌梅)예요.”

영주가 대답했다.

“제 직감으로 봤을 땐, 그 괴물은 효효의 엄마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 괴물이 도대체 누구인지를 모르겠고, 왜 저를 찾아온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추측할 수 있는 건, 그 괴물이 번개를 무서워한다는 겁니다.”

두변이 말했다.

풍엽영 영주 능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요. 미친 듯이 날뛰면서 사람을 죽이다가, 번개가 내리치자마자 도망간 걸 보면, 번개를 무서워하는 게 틀림없어요.”

“이곳에 전기 계열의 무기가 있습니까?”

“있어요. 코일 건도 괜찮죠?”

두변은 그 말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

‘이 세계에 벌써 코일 건이 있다고?’

코일 건은 전기 에너지를 운동 에너지로 바꿔서 총알을 발사하는 방식의 총이다.

총알의 속도가 음속의 몇 배에 달하는데, 코일 건의 가장 어려운 점은 파워 공급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두변이 아는 한, 현대 지구에는 그렇게 많은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출력할 수 있는 배터리가 없었다.

코일 건은 대녕 제국 차원에서 두변의 군대가 썼던 정석 마총과 꽤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영주가 말했다.

“원래 우리 인류는 불사족과 괴물에게 계속 지고 있었어요. 그러다 코일 건이 발명된 이후로는 상황이 조금 반전되었죠.”

코일 건의 위력은 엄청나서, 전통적인 소총보다 몇 배는 강력했다.

두변이 물었다.

“지금 영지에도 코일 건이 있습니까?”

영주가 머뭇거리면서 대답했다.

“있긴 한데, 2자루밖에 없어요. 코일 건은 무척 귀중한 무기예요. 태강 제국에선 아주 많은 공훈 포인트를 써야만 교환할 수 있는 물건이죠. 우리 영지도 코일 건 2자루로 불사족 괴물의 습격을 수차례나 막아냈어요.”

두변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혹시 풍엽영에 파란색 정석이 있나요? 전기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파란색 수정이요.”

영주 능매가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전기 에너지를 말하는 거면, 코일 건의 에너지가 전부예요.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그 괴물은 코일 건 공격에도 끄떡없을 거예요. 저번에 성주께서 수십 명 고급 무사를 보냈을 때도 코일 건 2자루가 동원됐는데, 결국 실패했잖아요.”

“코일 건으로 사격하는 건 당연히 쓸모없겠죠. 코일 건도 결국 총이라서 물리적인 총알이 나가는 거니까요. 전 코일 건의 전기 에너지 공급 장치를 분리해서 테슬라코일을 만들 겁니다. 그럼 한 공간 안에 대규모의 번개를 만들 수 있고, 어쩌면 그 괴물을 죽일 수 있을지도 몰라요.”

능매는 이 방법이 정말로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에 눈이 번쩍 뜨였다. 하지만 코일 건은 너무도 비싸고 귀했다. 만약 전기 에너지 공급 장치를 분리하면, 지금 영지에 있는 엔지니어들의 실력으로는 다시 조립하기가 어렵다.

코일 건 한 자루 사는 것도 비싸지만, 수리하는 것도 무척 비쌌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코일 건을 가져올게요.”

능매는 곧장 코일 건을 가지러 떠났다.

그녀는 시원시원한 리더십으로 영지를 이끌고 있었다.

잠시 뒤, 능매가 코일 건을 가져왔다.

코일 건은 1.3미터 길이에 수십 근 중량을 자랑하는 큼직한 총으로, 총구가 매우 굵었고, 총구에 코일 선이 빽빽하게 감겨 있었다.

능매가 맨손으로 전기 에너지 공급장치를 떼어낸 뒤, 두변에게 건넸다.

전기 에너지는 특수한 합금 용기 안에 밀폐되어 있어서 전기 에너지가 어떤 구조로 공급되는 건지 알 수는 없었다.

그는 이 장치가 대녕 제국의 파란색 정석 전력 장치와 비슷한 원리인지 정확히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합금 용기를 분해해서 구조를 알아낼 시간이 없었다.

그 괴물이 내일이 되기 전에 저수지로 오라고 했으니까.

두변이 제시간에 오지 않으면, 괴물은 두효를 죽이고, 취락의 모든 사람을 죽일 테니까.

누가 들어도 괴물이 농담하는 것 같진 않았다. 괴물의 목소리에는 집착과 광기가 섞여 있었다.

두변은 풍엽영 안에 있는 물자를 활용해서 테슬라코일 장치를 만들었다. 장치를 만드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종말이 도래한 뒤에 각종 재료를 찾는 게 무척 어려웠다.

두변은 능매 영주의 도움을 받아 영지를 샅샅이 뒤져서 재료를 마련한 뒤, 촌각을 다퉈서 테슬라코일을 만들었다.

그 괴물의 유일한 약점은 번개이니, 테슬라코일만이 그 괴물을 무찌를 수 있는 방법이었다.

3시간 뒤.

두변은 여전히 테슬라코일을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뭐 좀 먹으면서 해요.”

영주 능매가 두변에게 음식이 담긴 접시를 건넸다.

접시에는 회색의 질척한 덩어리 같은 게 있었고, 음식에서 이상한 냄새가 났다.

두변이 숟가락으로 음식을 한 입 먹었는데, 정말 구역질이 날 정도로 맛이 없었다.

“이건 변이과(變異果)라는 거예요. 현존 인류의 주식이죠. 이계의 에너지가 우리의 땅을 오염시켰고, 혹한을 지나고 나니 대부분 식물이 죽었어요. 농작물은 아무리 심어도 싹이 트지 않고요. 지금 우리가 농사지을 수 있는 건 변이과밖에 없어요. 나름 영양가가 풍부하고, 방사능이 없으니까 안심하고 먹어도 돼요.”

능매가 말했다.

“이걸 매일 먹는다고요?”

두변이 경악한 얼굴로 물었다.

능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배불리 먹을 수도 없어요. 만약 전사가 아니라면, 종일 일을 해야 식사 한 끼를 먹을 수 있거든요. 우리가 가진 식량은 무척 적은 데다, 주기적으로 성주께 식량을 상납해야 해요.”

두변은 너무 굶주려서 뱃가죽이 등에 붙을 것만 같은 상태로, 온전히 정신력과 의지로만 버티고 있었다.

변이과 죽은 정말 구역질 날 정도로 맛이 없었지만, 두변은 단숨에 깨끗하게 접시를 비웠다.

식사를 마친 뒤, 두변은 계속해서 테슬라코일을 만들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두효가 위험해지니까.

1시간 뒤, 두변이 드디어 테슬라코일 무기를 완성했다.

이 무기는 얼핏 보기에 법장(法杖: 좌선坐禪할 때 쓰는 지팡이) 같았고, 지팡이 상단에는 커다란 공이 달려있었다.

두변은 시험 삼아 버튼을 눌렀다.

파지지직!

일순간, 방 안에 번개가 내리쳤다.

이게 바로 고압 전류다.

두변과 능매는 소름 끼치는 전류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이 번개는 지속 시간이 짧고, 고주파 고압 저전류이기 때문에 사람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테슬라코일 번개 무기가 정상작동하는 걸 보자, 두변은 풍엽영과 약 40리 정도 떨어진 저수지로 곧장 달려가려고 했다.

“같이 가요.”

영주 능매가 갑자기 두변의 앞을 막으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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