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575화 (575/648)

575장: 좀비가 파도처럼

두변은 시가전을 치르자는 뜻이었다. 이렇게 하면 손실이 몹시 크더라도 적어도 자신들에게 기회가 생길 것이다.

그때 적이 100미터 안으로 들어오면 그가 정신 고정을 시전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활을 쏴서 죽이든지, 역귀 색명술을 사용해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지금 두변은 자신의 약소함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약하지 않다면 어떻게 약탈자 천여 명에게 압도적으로 얻어터지겠는가?

두변이 딸과 장소만을 데리고 부락 안 집에서 시가전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 갑자기 밖에서 대포 소리가 중단되었다.

이윽고 놀란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지 전체가 더할 나위 없이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말 지진이라도 온 것처럼 흔들리는 데다가, 그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다.

두변이 고개를 조금 들어 바깥을 바라보는 순간, 놀라서 얼이 빠지고 말았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좀비가 파도처럼 밀려들고 있었다. 적어도 2만 이상이었다.

좀비는 흉악하고 공포스러웠고,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마구 질주했다. 달리는 속도가 1초당 10미터 정도에 달해서 100미터 단거리 달리기 선수나 마찬가지였다.

뿐만 아니라, 그 좀비들 가운데는 거대한 좀비 괴물 수백 마리가 섞여 있었다. 가장 큰 건 4, 5미터 키, 작은 것도 최소 3미터 키였다. 그 거대한 좀비 괴물은 온몸이 다 썩어서 달리면 배 속에 있는 창자 덩어리가 밖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좀비떼가 파도처럼 밀려드는 속도가 너무나 빨랐다.

3,000미터, 2,000미터, 어느덧 1,000미터만 남겨두었다.

두변은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고, 장소만의 부하들은 두 다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두효는 아빠 곁에 가까이 붙은 뒤, 손에 쥔 검을 꼭 쥐었다.

그 좀비떼는 두변 일행 수십 명과 바깥에 있는 약탈자 상교의 천여 명을 전부 파묻어버리기에 충분했다.

담장 바깥의 약탈자 상교는 안색이 창백해지며 핏기가 가셨고, 그의 수하 천여 명은 전부 두 다리를 벌벌 떨며 최후의 날이 온 듯이 굴었다.

어, 아니지, 최후의 날은 진작 강림했지.

그때, 약탈자 상교가 큰소리로 외쳤다.

“안에 있는 영주는 듣고 있나?”

두변이 답했다.

“말해라.”

“우리는 다 인간이니, 불사족과 좀비 앞에서는 마땅히 단결해야 한다. 우리는 담장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 같이 나란히 싸우는 건 어떻나?”

방금 전까지는 철천지원수인 두 무리가 좀비 2만여 명 앞에서는 잠시나마 전우가 되어야 했다.

약탈자 상교가 큰소리로 외쳤다.

“정신술사, 우리가 얼마 전까지 무슨 원한이 있었든, 먼저 연합해서 저 좀비들을 물리치고 나서 말하자. 어떠냐?”

두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어서 부락을 둘러싼 담장의 큰 철문이 열리면서 그의 태도를 표명했다.

“들어가자, 빨리, 들어가라.”

약탈자 상교가 명령을 내리자, 그의 수하 천 명이 필사적으로 달려서 젖먹던 힘까지 짜내며 높은 담장 안으로 들어갔다.

곧 천여 명이 다 난호영 부락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아라, 문을 닫아!”

부락의 큰 철문이 매섭게 닫혔다.

이제, 좀비들은 이미 문 앞까지 들이닥쳤다.

“발포하라, 발포해!”

장소만이 큰소리로 외치자, 약탈자 상교 쪽 천여 명이 높은 담장 위로 올라가 밑에 있는 좀비의 파도를 향해 필사적으로 발포했다.

쾅, 쾅, 쾅, 쾅.

방금 전까지 죽기 살기로 싸우던 두 패거리가 지금은 열의에 차서 함께 싸우고 있었다.

두변은 본래 천여 명이 있으면 좀비 2만 명 정도 없애는 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그 일은 해내기가 대단히 어려웠다.

왜냐하면 저 좀비들은 머리를 적중당해야 죽지, 나머지 온몸에 포탄을 맞아도 소용이 없었다. 다른 곳에 포탄이 맞아봤자 그저 빠르게 돌진하는 걸 잠시 멈출 뿐이었다.

특히 대형 좀비 괴물들은 총을 수십 발이나 맞아도 죽지 않은 데다가, 심지어 머리를 맞아도 죽지 않았다.

본래 대포가 세 대가 있었지만 방금 전에 약탈자 상교 일행이 너무 빨리 도망쳐 들어오느라, 애초에 대포들을 같이 밀고 들어올 새가 없었다.

좀비들이 미친 듯이 앞으로 달려들면서 아무리 총을 쏴도 끝이 나지 않았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이렇게 많은 좀비가 어디에서 찾아온 걸까?

두변이 한동안 밖에서 떠도는 동안 본 좀비를 합쳐도 수백 명이 넘지 않았다.

천여 명이 필사적으로 총격을 가했지만 좀비의 파도를 가까스로 진정시키는 데 그칠 뿐이었다.

가끔 몇 명씩 달려오면 두변이 정신력으로 좀비를 고정시킨 뒤, 장소만이 단번에 총으로 쏴 죽였다.

아우우!

갑자기 놀라운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윽고 더할 나위 없이 거대한 좀비가 두변의 시야에 나타났다.

그건 그의 좀비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깨부수는 존재였다. 이 좀비는 뜻밖에 3, 4층 건물 높이였다.

온몸이 붉은 핏빛에다가, 뾰족한 가시가 가득 나 있었다. 혓바닥은 장장 2, 3미터 길이였다.

그것은 결코 빨리 달리지 않았지만 한 걸음마다 십여 미터가 넘어서 그걸 속도로 환산해보면 여전히 놀라울 정도였다.

이것이 아마도 좀비 2만 명의 대장일 것이다.

그것이 지나간 곳마다 말라죽은 큰 나무든, 낡은 집이든 전부 가루가 되어버렸다.

그것은 앞에 무엇이 가로막고 있든 상관없이 줄곧 직선으로 달렸다. 앞에 있는 게 강이라면 곧바로 건너가고, 집이라면 밟아서 부숴버릴 정도로 막강했다.

집들이 아무리 낡았다 해도 철근에 콘크리트를 부은 데다 벽돌까지 더해 만든 것이라서 포탄 한 발로도 집을 완전히 가루가 나도록 만들 수는 없었다. 그런 견고한 집을 대형 좀비 하나가 살짝 치자, 집 전체가 완전히 가루가 되어버렸다.

그 장면을 보자, 장소만과 약탈자 상교는 절망하고 말았다.

단순한 좀비도 막을 수가 없는데, 하물며 이토록 강한 거대 좀비 두목까지 왔는데 어쩌겠는가?

장소만은 약탈자 연맹에서 십여 년이나 지냈음에도 이렇게 3, 4층 높이의 거대 좀비 두목은 한 번밖에 보지 못했다. 어떤 대도시 안에서 몇만 미터 너머로 보고는 두말하지 않고 멀리 도망쳤었다.

그런데 지금 이 거대 좀비 두목이 어째서 이곳에 나타났을까?

게다가 그것은 곧바로 두변을 향해 달려오는 것 같았다. 두변을 죽을 듯이 노려보는데 그 눈에 한없는 탐욕이 가득해 보였다.

곧 그 거대 좀비 두목은 부락의 높은 담장으로부터 천 미터 안까지 다가왔다.

“저것의 머리를 겨누고 발포해라.”

약탈자 상교가 큰소리로 외쳤다.

이윽고 장장 이백 자루의 총이 거대한 좀비 두목을 향해 발포했다. 수십 자루의 가우스 라이플도 다른 작은 좀비를 포기하면서 모든 화력을 모아 거대한 좀비 두목에게 집중사격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평범한 보병총은 좀비 두목을 간지럽게만 한 것처럼 총알이 곧바로 튕겨 나갔다.

가우스 라이플의 총알은 그것의 껍데기를 깰 수 있지만 죽일 수 없으니 그것을 더욱더 격노하게 만드는 데 불과했다.

“아우우, 아우우!”

거대한 좀비 두목이 고개 들어 하늘을 보며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그 음파에 사람들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을뿐더러, 고막이 터질 것만 같았다.

이윽고 그것이 속도를 올려서 두변 일행이 있는 높은 담장을 향해 돌진했다.

이 거대한 좀비에게는 3, 4미터 두께의 콘크리트 벽도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러니 천여 명은 1분 내에 모조리 죽을 것이다.

순식간에 거대한 좀비가 담장 앞까지 달려온 다음에 그 거대한 손을 들어서 높은 담장 뒤에 있는 사람들을 겨누고 힘껏 내리쳤다.

모든 이는 공포에 질려서 눈을 감고 곧 닥쳐올 죽음을 기다렸다.

그때 두변은 정신술(定身術)을 시전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3, 4층 건물 높이의 거대한 좀비가 갑자기 멈춰 버렸다. 큰 손을 공중에 들고 긴 혀를 말아올린 채.

그것의 두 눈은 의혹에 빠진 듯했다.

두변은 이 거대한 좀비의 몸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았음을 알았다.

이건 너무나 강했다. 힘이 셀 뿐 아니라, 정신도 몹시 강했다. 어쩌면 거대 좀비는 똑똑하지 않지만 나머지 좀비 2만 명을 통제하기 위해서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것이 멈추고 움직이지 않은 건 익숙한 정신 기운을 감지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엽해당과 아는 사이였다.

역귀 엽해당이 자신의 에너지 정체를 두변에게 주었기에, 두변이 정신술을 시전할 때, 좀비 두목은 엽해당의 정신 기운을 느꼈던 것이다. 그래서 그것이 멈춘 것이다.

그런데 옆에 있는 장소만과 약탈자 상교는 그 점을 몰랐다. 두변이 대단히 강해서 저 더할 나위 없이 강한 거대 좀비 두목의 몸을 고정시킬 수 있다고만 생각했다.

그렇지만 사실은 그들의 생각과 다르니, 거대 좀비 두목은 잠시 의혹에 빠졌지만 두변이 엽해당이 아니라는 걸 확인한 뒤에는 다시 손을 내려치며 모든 이를 모조리 죽여버릴 것이다.

역시나 고작 몇 초 뒤, 3, 4층 높이의 거대한 좀비 두목의 눈에 다시 피비린내가 날 듯한 잔혹함이 감돌면서 도리어 전보다 더 분노한 것 같았다. 그것은 두변이 엽해당을 죽였기 때문에 그녀의 에너지를 갖게 됐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니 더욱더 격노해서 두변을 찢고 잘게 다져버리려고 했다.

그와 같은 시각.

산꼭대기 위에 있는 태강 대제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보았느냐? 저게 바로 대운이라는 것이다. 네가 그더러 난호영 부락을 천 명까지 확충하라고 했는데 그는 고작 열흘 만에 그 일을 해냈다.”

이어서 1초 뒤.

쾅!

태강 대제의 그림자가 갑자기 산꼭대기에서 아래로 떨어졌다.

사방 천 미터 안이 순식간에 더할 나위 없이 강한 에너지로 완전히 뒤덮여서 제압되어 버렸다.

모든 좀비가 공격을 멈췄다. 그 거대한 좀비 두목도 그 속에 포함되어 있었다. 피비린내 나는 잔혹한 그것의 눈이 지금은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나머지 좀비들은 벌벌 떨 뿐 아니라, 도망치려고 했다.

태강 대제가 천천히 걸어갔다.

그는 분명히 몹시 느리게 걸었건만 공간을 가른 것처럼 매번 순식간에 100미터씩 이동했다.

그렇게 곧바로 좀비떼 속으로 걸어가서 힘차게 대검을 들고 천지의 힘을 모았다.

순식간에 사방 천 미터 안의 모든 천지의 현기가 전부 그의 대검에 모인 탓에, 그 구역이 온통 어두워진 것 같았다.

솨악!

이윽고 그가 일검을 베어 내렸다.

순식간에 더할 나위 없이 강하고 거대한 좀비 두목이 곧바로 가루가 되어버리며 연기로 사라졌다.

그것의 주변에 있던 좀비 수천 마리도 전부 가루가 되어버렸다.

나머지 좀비 만 마리도 더할 나위 없이 강한 충격파를 느낀 나머지, 본래도 실성한 듯한 그것들이 더욱더 미쳐 날뛰어서 모든 게 다 혼란스러운 듯이 서로 싸우고 죽이기 시작했다.

짧디짧은 시간 만에 나머지 좀비 만 마리가 서로 싸우다가 전부 죽어버렸다.

대단히 패기만만한 어둠의 군왕 같은 태강 대제가 두변 앞에 섰다.

원래도 컸던 그의 몸이 지금은 8미터로 늘어나서 높은 담장 위에 서 있는 두변과 똑같은 높이가 되었다.

태강 대제가 말했다.

“너와 연진 성주가 두 가지 약속을 했다. 첫 번째 약속, 너는 그걸 벌써 완성했구나.

두 번째 약속, 반년 안에 너와 그가 결투한다는 것. 하지만 시간이 없으니, 너희의 결투는 지금 바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때 빙계 성주 연진이 더는 빠를 수 없는 속도로 쏜살같이 달려왔다.

그는 진정한 무사라서 내력 현기가 있을뿐더러, 대종사 등급에 도달했다.

단순히 힘과 민첩성만으로도 이미 16급 무사에 도달했는데, 하물며 내력과 현기까지 가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정신력 경지도 9급 정신술사에 도달했다. 내력과 현기가 있는 무사가 정신력이 낮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지금 두변의 힘과 민첩함 정도는 대략 4급 무사였다.

집어삼킨 매영체도 이수의 힘은 상당 부분을 그의 몸을 회복시키는 데에 사용되었다. 게다가 매영체도의 진정 두려운 파괴력은 극도의 민첩함과 창칼이 들어가지 않는 피부에 있으니, 진정한 매영체도의 힘을 발휘하려면 대략 9급 정도의 무사여야 했다.

평범한 무사가 매영체도를 만나면 괴수의 살갗에 칼을 찔러넣을 수가 없다. 그런데 연진 성주같이 내력 현기를 가진 고수는 매영체도 괴수의 살갗에 쉽게 칼을 찔러넣어서 죽일 수가 있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세계에서 내공 심법은 소수가 독점하고 있었다.

이에, 4급 무사, 9급 정신술사인 두변은 연진 성주의 적수가 전혀 될 수 없었다.

게다가 그의 정신술은 연진 성주에게 효과를 발휘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연진 성주의 정신 수준도 9급에 달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그는 태강 대제를 곁에서 지키는 시위병을 한 적도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두변이 지금 연진 성주와 결투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패배하는 단 한 가지 결말뿐이었다.

연진 성주마저 대담하게 말했다.

“폐하, 지금 저와 두변의 결투는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반년이란 시간 안에 결투한다는 것만 해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인데, 하물며 보름의 시간도 안 되지 않았습니까?”

두 사람의 수준은 지금으로서는 정말로 천양지차였다.

태강 대제는 그에게 대꾸하지 않고 두변을 바라보며 말했다.

“받아들이겠나?”

두변이 답했다.

“받아들이겠다!”

연진 성주는 믿어지지 않았다.

‘두변이 미쳤나?’

두변이 말했다.

“장소만, 이리 와봐.”

두변은 장소만을 데리고 어떤 집으로 들어갔다.

“너는 위험을 무릅쓰고 사냥하러 다녔는데 에너지 정체를 얻었어?”

두변이 묻자 장소만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있어!”

그녀가 한 줌을 집어서 두변 앞에 건넸다. 각양각색의 에너지 정체였는데 다 이수를 사냥해서 얻은 것이었다.

그 이수들의 에너지 정체는 극도로 희귀했는데 지금 그녀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전부 꺼내놓았다.

두변이 깊이 숨을 한 모금 들이마신 뒤, 그중 한 개를 골라 손에 쥐고 말했다.

“됐어, 넌 먼저 나가서 연진 성주에게 알려줘. 내가 30분 뒤에 나가서 그와 결투하겠다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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