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576화 (576/648)

576장: 잘못했어

30분 뒤.

두변과 연진 성주의 결투가 정식으로 시작되었다.

태강 대제가 말했다.

“연진, 짐이 너에게 명령하겠다, 절대로 사정을 봐주지 말아라! 이기면 곧바로 그를 죽여라. 일부러 사정을 봐주는 건 도리어 크나큰 재난을 초래할 거다!”

“명, 받들겠습니다!”

연진 성주가 답했다.

이윽고 연진 성주가 두변에게 말했다.

“두변, 하는 김에 당신에게 알려주겠다. 나는 네가 정신술(定身術)과 역귀 색명술을 얻었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내게는 효과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연진 성주도 9급 정신력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알려줘서 고맙군요.”

“그 외에 나는 절대로 사정을 봐주지 않겠다.”

“알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10미터 간격을 두고 섰다.

연진 성주가 검을 뽑고는 내력 현기를 모아서 번쩍하고 다가왔다.

휙.

그는 더할 나위 없이 빨랐을뿐더러, 힘도 대단히 세며, 내력 현기도 대단히 강했다.

그렇게 그는 두변을 향해 힘차게 베어 내렸다.

천둥 번개가 번쩍하고 내려치듯이 연진 성주에게서 검광이 번뜩이는 순간, 두변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눈 깜짝할 사이의 격파, 일격필살이었다.

그 순간 두효의 머리가 텅 비어버리면서, 머릿속에서 핵폭탄이 폭발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장소만은 온몸이 차가워지더니, 눈앞이 새까맣게 변했다.

연진 성주는 얼굴을 한 번 실룩인 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이런 결말을 맞을 것임을 알았을지라도 진짜 그 결과가 나오니, 그는 전율해버렸다. 그와 동시에 그는 모든 정신 방어를 해제했다.

1초 뒤, 연진 성주는 자신의 몸이 고정되었음을 깨달았다.

이어서 두변이 그의 등 뒤에서 나타나 날카로운 검을 그의 목에 겨누었다.

“연진 성주, 당신이 졌습니다.”

연진 성주는 이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두효와 장소만, 그리고 주변의 모든 이도 전부 놀라서 넋이 나갔을 뿐 아니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이유는 몹시 간단했다.

두변이 분신술(分身術)을 얻었기 때문이다.

장소만이 준 그 에너지 정체는 바로 분신 환영 이수를 사냥해서 얻은 것으로, 두변은 머릿속 시스템과 상고 용왕의 정신력을 이용해 그 분신술을 복제했다.

그러니 방금 전에 연진 성주가 참수한 건 두변의 분신에 불과하며, 그때 두변의 몸은 이미 그의 뒤로 비켜난 상태였다.

어떻게 그렇게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었을까? 그건 매영체도의 쾌속 이동 능력을 복제했기 때문이다.

연진 성주는 자신이 두변을 죽였다고 생각한 순간, 정신 방어를 풀어버렸고 그 탓에 몸이 고정되어버렸다.

연진 성주가 말했다.

“대단하군, 대단해. 당신은 나를 죽여도 된다. 두변!”

두변이 웃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이윽고 두변이 자신의 검을 거두어들였다.

태강 대제가 두변을 흘깃 보며 말했다

“네 몸에는 여전히 그렇게 기적이 충만하군!”

이윽고 그가 어딘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거의 순식간에 그는 100미터 밖에 나타나서 어떤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그건 난호진 중학교였다.

두변도 그를 따라 그곳으로 들어갔다.

난호진 중학교 운동장, 태강 대제는 교실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황량한 운동장에는 두변과 그 사람밖에 없었다.

두변이 물었다.

“이소강이냐?”

태강 대제는 움직이지 않았다.

“방진!”

태강 대제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바닥에 있는 모래를 쥐더니, 그것들을 손가락 사이에서 흘러내리도록 했다. 그렇게 손가락에서 흘러나오는 모래를 바라보며 넋을 놓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입을 열었다.

“두변, 내가 잘못했다! 내가,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어…….”

조금 망설인 뒤, 태강 대제는 더할 나위 없이 카리스마가 가득한 갑옷에서 걸어나왔다.

6미터가 넘던 그는 곧바로 160 정도의 키로 변했다.

그는 바로 세 살부터 대학까지 두변과 같이 공부한 두변의 조연 같은 존재이자, 공부만 잘했을 뿐 열등감이 가득하고 나약하던 이소강이었다.

두변이 물었다.

“대녕 제국에서 네가 방진이 된 건 어떻게 된 일이지?”

이소강이 말했다.

“방탁에게는 동생이 하나 있었어. 어릴 때부터 난쟁이인 데다, 용모가 극도로 추했었지. 하지만 귀한 가문 출신이라서 그의 아내는 꽃처럼 아름다운 미모를 가졌었어. 게다가 명문가의 딸이었지. 그 명문가의 아내는 남편이 눈에 차지 않은 나머지, 일족 안의 다른 사람과 떳떳하지 못한 일을 벌였지. 그렇다 해도 그 난쟁이는 차마 아내 단속을 할 수 없었던 모양이야. 아내로 맞아서 집에 들인 뒤로 아내를 만진 적도 없고, 대신 나중에 창기와 함께 살게 되었는데 그 아들이 바로 방진이지.”

“네가 그자의 몸으로 들어간 거고?”

“그래. 게다가 그 방진이란 자도 내 지금 외모와 몹시 닮았고, 심지어 이보다 더 추하게 생겼어. 게다가 사생아라서 결국 방가에서 쫓겨났지. 방가에는 그 당시 밀수 함대가 있었고 여송도라는 곳에서 장사를 했어. 그래서 나도 여송도로 쫓겨난 거야.”

“너는 나보다 얼마나 먼저 대녕 제국으로 간 거지?”

이소강이 대답했다.

“대학교 1학년 때, 내가 너와 함께 살았잖아. 나중에 네가 임야소와 동거하느라 나를 쫓아냈었고.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야.

네가 대녕 제국으로 초월해갔을 때 무슨 심정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더할 나위 없이 흥분했어. 게다가 머릿속에 시스템이 있잖아. 난 덕분에 쉽게 인생의 정점에 올랐어. 내가 형체를 변하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나를 미남자로 변화시키는 거였어. 세속을 초탈하고, 냉랭하고 고고한 미남자로 말이야. 그런데 너는 대녕 제국이라는 차원에서 방진을 볼 때, 아주 조금 익숙한 느낌도 없었어?”

두변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

이소강이 말을 이었다.

“난 널 모방했거든. 지구의 너 말이야.”

두변이 놀란 투로 말했다.

“어쩐지 얼굴을 보니 짜증이 나더라.”

“그렇게 하니 역시나 여자들이 끌려오더라. 수많은 여자가 등불을 본 나방처럼 달려들었어.”

“그런 느낌은 몹시 후련했겠네.”

“신선이 된 듯한 느낌이었지. 하늘 위를 떠다니는 느낌이었어. 모든 이가 다 나를 흠모하니까 꼭 세상의 꼭대기에 선 기분이었어. 그때, 나는 이런 생각뿐이었어. 시스템은 나를 낳아준 아빠다. 그러니 나는 줄곧 나를 소군이라고 불렀고, 시스템이야말로 주군이라고 했지.”

이소강에 비하면, 두변이 대녕 제국에서 보낸 나날은 몇 년이나 힘겹게 분투한 시간들이었다. 더할 나위 없이 거대한 사명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었기 때문일까.

이소강이 말했다.

“너도 대녕 제국으로 왔다는 걸 알았을 때, 내가 얼마나 흥분했는지 알아? 나는 복수할 생각도, 너를 죽일 생각도 없었어. 그저 단지 높은 곳에서 너를 내려다보고, 개미 보듯이 너를 보고 싶었을 뿐이야. 고아원에서 대학에 다닐 때까지 너는 항상 만인의 주목을 받는 데다가, 수많은 여자가 죄다 남몰래 너를 짝사랑했어. 그에 비해 나는 작고 못생겨서 네 뒤만 따라다녔지. 난 네가 싫었고, 질투했고, 원망했어. 그런데도 너를 떠나지 못했어.떠나면 바로 굶어 죽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내 신분을 사칭해서 엽해당을 임신시킨 뒤, 그 애를 죽인 거냐?”

“내가 내 신분을 고백할 새도 없이, 번개가 번쩍하더니 내 얼굴을 환히 비추더군. 그녀가 미친 듯이 날 잡고, 날 때릴 뿐 아니라, 끊임없이 구토했어. 내가 극도로 구역질 나는 것처럼. 그런 뒤 뛰어나가서 신고를 하려고 해서……. 그래서 어쩔 방법이 없어서…….”

“짐승 같은 놈!”

“아니, 난 짐승만도 못한 놈이지.”

“지금 너는 여전히 쉽게 자신의 외형을 바꿔서 더할 나위 없이 잘생긴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지?”

“시도해봤는데 몹시 고통스럽더군. 마음이 극도로 고통스러웠어. 계속 대녕 제국이라는 차원에서 꿈속 마왕의 손아귀에 놀아났을 때의 고통이 떠올라서 내가 철두철미하게 어릿광대인 것처럼 느껴지더라고.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추악한 모습을 밖에 드러내놓고 싶지는 않아서 내 몸 바깥에 카리스마 넘치는 갑옷을 한 겹 덮어씌운 거야.

이 갑옷은 나를 보호하는 껍데기야. 내 아내를 제외하면 어떤 사람 앞에서도 나는 이걸 벗지 않아. 그녀는 내 가장 추하고 볼썽사나운 모습을 이미 본 적이 있거든.”

아내라고?

이소강이 이 세계에서 아내까지 맞이했다고?

하지만 두변은 그의 아내가 누구인지 묻지 않았다. 조금도 궁금하지 않았다.

“너는 어떻게 현대 지구로 돌아온 거지?”

두변의 물음에 이소강이 대답했다.

“나도 몰라. 대녕 제국 차원에서 소군 방진이 죽은 뒤, 지구 차원의 이소강이 자연스레 깨어났어.”

“그건 너무 이상하잖아. 네가 대녕 제국으로 넘어간 뒤, 지구에 있는 이소강의 몸은 분명히 식물인간 상태가 되었을 거라고. 너는 적어도 10년이나 식물인간이었을 텐데, 누가 널 보살펴줬는데?”

“정부 기관이겠지. 왜냐하면 내가 깨어났을 때 병원에 있더군.”

“되었어. 옛이야기는 필요 없으니, 이제 중요한 일을 얘기해야지.”

하지만 이소강은 오히려 남은 얘기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다시 투구를 착용하고, 갑옷을 입었다.

한순간에 그는 다시 카리스마 넘치는 암흑의 군왕으로 변했다.

강한 기운이 또다시 사방 수천 미터 안의 지면을 뒤덮었다. 주변의 모든 것, 심지어 낡은 건물까지 그의 기운에 짓눌려 벌벌 떨었다. 방금전까지 보여줬던 모든 열등감과 나약함은 전부 사라졌다.

그의 말이 맞았다. 이 위풍당당한 갑옷은 바로 그를 보호하는 장비였다.

“두변, 나는 네가 황위를 계승하길 원해.”

태강 대제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더할 나위 없이 패기만만했다. 금속이 마찰하는 듯한 목소리가 끊임없이 두변의 귓속으로 파고들 뿐 아니라, 곧바로 머릿속까지 파고든 다음에 공명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그가 한마디를 끝낼 때마다 듣는 사람의 머리가 윙윙하고 울렸다.

두변은 저도 모르게 흠칫 놀랐다.

“내가 잘못 보지 않았다면 너는 이미 한계치까지 강해졌어. 대녕 제국에 있을 때보다 더 강해. 게다가 아직 중년이니, 너는 적어도 수십 년은 제위에 있을 수 있는데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지?”

태강 대제가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 나는 더할 나위 없이 강해서 조금 전에 봤던 것처럼 쉽게 2, 3만이나 되는 좀비를 없앨 수 있지. 그 더할 나위 없이 거대한 좀비 두목을 나는 일격에 죽였어! 태강 제국의 천만 백성들이 보기에 나는 견줄 수 없이 강할 뿐 아니라 모두를 지켜주는 신과 같은 존재지. 약탈자 연맹이나 꼭두각시 부족도 내 이름만 들어도 차마 무례한 짓을 범하지 않아.”

확실히 그 말대로였다.

두변이 만난 모든 이가 태강 대제를 신처럼 여기고 있었다.

태강 대제가 잠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내 강함은 한계가 있어. 나는 이미 천장에 닿았어. 아무리 10년, 50년, 100년이 지나도 내 수준에 그다지 큰 진전은 없을 거야. 그런데 너는 달라. 네 강함은 천장을 깨부수고 하늘을 돌파할 정도로 무궁무진해. 그 강함을 막는 장애물도 없다시피 하지.”

두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가 어째서 그렇게 말하는 걸까?

태강 대제가 말했다.

“너는 아직도 자신의 대운을 알아차리지 못한 거야? 보름 만에 죽음의 성과도 같은 부락을 천 명으로 확충하고, 보름 만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연진 성주의 십여 년의 무도 수준을 결투로 격파했잖아. 너는 그것들을 전부 이뤘어. 이게 바로 대운이야.”

“저 좀비의 물결은 네가 불러온 게 아니야?”

“당연히 아니지.”

이어서 태강 대제는 땅에서 돌을 하나 주워서 그걸 가볍게 쥐어서 가루로 만든 뒤, 화염 한 덩어리로 불을 붙여서 그 돌가루를 불태워 잿더미로 만들었다.

“두변, 방금 전에 거대한 좀비 두목을 만났지?”

“만났지.”

“그것들은 변이한 불사족이야. 본래는 인간이고, 좀비 1만 마리 중에 거대한 좀비 두목이 하나만 존재해. 그럼 너는 지금 이 대륙 전체에 그런 좀비 두목이 얼마나 있는 줄 알아?”

두변이 잠시 계산해보더니, 모골이 송연해졌다.

수만 마리, 심지어 십여만 마리에 달할 것이다.

“그것보다 열 배, 백 배, 천 배나 큰 거대한 좀비왕도 있어. 너는 그것들이 얼마나 강한지 상상이 가?”

“내가 오늘 본 3, 4층 건물 높이의 좀비 두목은 좀비 중에 만부장에 해당하는 건가?”

“그래. 그 위에 십만 부장, 백만 부장이 있지…….”

두변은 질식할 것 같았다.

오늘 그 만부장 등급의 거대한 좀비 두목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했다. 쉽게 모든 도시를 찢어놓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우스 라이플을 맞아도 가려우고 말 정도에, 심지어 로켓포를 쏴도 죽일 수 없을 정도인데.

그런데 그 좀비 두목 위에 그보다 백 배, 천 배나 강한 좀비왕 같은 것이 있다니. 그것이 얼마나 강할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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