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7장: 태강 제국의 수도
태강 대제가 말했다.
“이 좀비들은 불사족의 최하층이자 총알받이에 불과해. 그 위야말로 진정한 악마족이지.”
두변은 할 말을 잃었다.
태강 대제가 말했다.
“이 대륙에 있는 모든 불사족, 이수, 악마들을 모조리 한 사람이 관장하고 있어. 운명 대마주(大魔主)야. 바로 그가 십여 억이나 되는 불사족 군단을 관장하고 있지.”
“그는, 운명 마왕과 무슨 관계지?”
“운명 시스템의 숙주지.”
“대녕 제국 차원에서의 너와 나처럼?”
“그래. 다만 그는 대녕 제국에 있을 때의 우리보다 훨씬 강해.”
이어서 그가 두 손을 펼치자, 공중에 영상 지도가 나타났다.
그건 동아시아 전체의 지도였다.
99퍼센트에 달하는 곳이 다 어두웠다. 그건 불사족의 지반이라는 뜻이었다. 운명 대마주, 즉 운명 시스템의 숙주가 통치하는 곳.
그런데 그 어둡고 거대한 대륙 속에 아주 자그마한 영역 몇 조각이 있었다.
“노란색이 우리 태강 제국이야. 주된 구성원은 인간이야. 25만 제곱킬로미터에, 인구는 천만에 달하고.
하얀색 영역은 꼭두각시 부족이야. 영지는 10만 제곱킬로미터가 안 되며, 주요 구성원은 정신술사와 그들이 통제하는 꼭두각시 전사, 꼭두각시 이수 등이야. 최고 지도자는 대추장이고.
붉은색 영역은 약탈자 연맹이야. 그들은 고정적인 영지가 없이, 약탈과 사냥을 하며 살지. 도처로 흘러드는데 삼엄한 등급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들의 최고 지도자는 대원수야.
마지막으로 이 금색 영역은 악몽 제국이야. 악몽도에 있고, 5천 제곱킬로미터에 달하지. 이곳은 말세가 오기 전에는 없었던 섬이야. 섬에 주로 강한 변종인이 살고 있어. 그들의 지도자는 악몽 대제야!”
단순히 지도만 봐도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진정한 인류의 영지는 태강 제국의 25만 제곱킬로미터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다 순수한 인류가 사는 곳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어쨌든 불사족, 악마족에 속하지는 않았다.
설령 네 세력의 영지를 합쳐도 44만 제곱킬로미터가 넘지 않는다. 동아시아 전체가 거의 다 운명 시스템의 숙주, 운명 대마주의 수중에 있었다.
두변이 물었다.
“이 네 세력 가운데 태강 제국이 가장 강한가?”
“아니, 악몽 제국이 가장 강해. 그곳 인구가 10만이 되지 않지만 강력한 정신술사와 무사를 보유했고, 이세계의 에너지 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어째서 그렇지?”
“왜냐하면 악몽 대제는 지구인이 아니라 이세계에서 왔거든. 뿐만 아니라, 나, 약탈자 연맹의 대원수, 꼭두각시 부족의 대추장이 다 악몽 대제의 제자인 셈이야.”
두변은 그 말을 듣고 몹시 놀랐다.
세상의 말일, 세상의 균열이 운명 마왕에 의해 찢어졌을 때, 이세계에서 지구로 밀려든 건 악마뿐 아니라, 이세계의 인간도 있었다고?
“너는 악몽 대제를 만나봤어?”
두변이 묻자 태강 대제는 고개를 저었다.
“만나본 적 없어.”
“운명 시스템의 숙주, 운명 대마주는 만나봤고?”
그가 또 고개를 저었다.
“그도 만나본 적이 없어!”
두변은 경악했다.
‘태강 대제도 운명 시스템의 숙주를 만나본 적이 없다고? 그가 그렇게 신비한 사람이야?!’
“불사족의 힘이 인류보다 훨씬 강하니, 살아남은 인류의 세력을 쉽게 없앨 수 있을 텐데, 그들은 어째서 그렇게 하지 않았지?”
“가두어서 키우는 거지.”
“이 최후의 인류 천만 명을 가둬놓고 키운다고?”
“맞아. 사람 고기가 특히나 맛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악마족은 특히 사람 고기를 먹는 걸 좋아하거든.”
두변은 몸서리가 쳐졌다.
태강 대제가 말했다.
“그런데 남은 인류 천여만 명도 오래 살지 못할 거야. 새로운 악마들이 부화해서 태어났기 때문에, 그것들은 고기를 먹어야 할 거야. 그러니 운명 대마주는 곧 인간 천여만 명의 목숨을 거두러 오겠지. 태강 제국은 이미 위태로운 상태야.”
“운명 대마주가 언제 태강 제국을 공격하러 올 것 같은데?”
“없애는 게 아니라 수확하러 오는 거겠지. 언제가 될지 몰라. 어쩌면 반년 후가 될 수도, 한 달 후가 될 수도 있어…….
그래서 내가 시간이 없다고 말한 거야. 난 너에게 보름의 시간을 주고 탐색할 수밖에 없었어. 너의 대운이 그토록 강한지 말이야. 결과는 그 생각대로였고.
시간이 없어. 즉시 나를 따라 태강 제국의 수도로 가야 해. 나는 네가 최단 시간 내에 더할 나위 없이 강해진 뒤, 내 황위를 계승하길 원해. 그 후에 마지막 인류의 운명은 너에게 맡기겠어. 어차피 너는 구원자가 되는 게 이미 버릇이 되었잖아!”
“너는 언제부터 인간에게 연민이 생기고, 인간을 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거지?”
두변의 물음에 태강 대제가 한참을 침묵하다가 답했다.
“꿈속 마왕이 나를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뜨렸어. 그건 같은 하늘 아래서 살 수 없을 정도의 원한이야. 어떤 말로도 내가 그때 겪었던 치욕을 설명할 수가 없어. 너에게 일검으로 격파당하고, 꿈속 마왕에게 헌신짝처럼 버려진 그 치욕 말이야. 나는 그에게 복수해야겠어.
이제, 가자, 수도로!”
태강 대제가 두변의 손을 잡았다. 그의 등에서 어두운 날개가 펼쳐지며 곧바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시간을 하루도 낭비할 수 없어. 너는 즉시 더할 나위 없이 강해져야 해. 그런 뒤 악몽 제국으로 가서 그들의 공주를 아내로 맞아야 해.”
“아무리 악몽 제국이 대단히 강하고, 악몽 대제가 더할 나위 없이 강할지라도, 나는 이미 아내가 있어. 그들의 공주를 아내로 맞고 싶지 않아.”
두변은 악몽 대제의 강함에 대해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태강 대제의 스승이기도 할뿐더러, 이세계에서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의 딸 악몽 제국의 공주는 어떤 모습일까?
태강 대제가 두변을 바라보며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
“아니, 너는 그녀를 몹시, 몹시 아내로 맞아들이려고 할 거야. 목숨을 걸고서라도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려고 할 거야!”
이윽고 그가 급강하해서 내려갔다. 그리고 한 손으로 두변의 딸과 장소만을 잡더니 더할 나위 없이 빠른 속도로 하늘로 올라갔다.
“오늘부터 너희는 태강 제국 중부에 있는 성인 빙계성, 난호영의 백성들이다. 연진 성주의 관할로 귀속된다.”
태강 대제가 날개를 펼치고 공중을 날면서 아래에 있는 약탈자 상교에게 말했다.
장소만의 부하인 약탈자 수십 명은 당연히 그러기를 원했다. 그들은 이미 칼과 피로 얼룩진 생활이 진저리가 난 상태였다. 그러니 그녀를 따라 약탈자 연맹을 떠난 것이고.
하지만 약탈자 상교의 부하 전사들은 그럴 마음이 없었다. 그들은 싸우고 죽이는 생활과 약탈을 더 좋아할뿐더러, 모험을 하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태강 대제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으니, 그 말을 거스를 수도 없었다.
대제의 강한 기운이 그들의 의지를 제압해서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까지 그를 거역할 생각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순식간에 천여 명이 질서정연하게 바닥에 무릎 꿇고서 머리를 조아렸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오늘부터 그들 천여 명은 약탈자 연맹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졌다. 설령 약탈자 장군이 이 일을 알게 되더라도 차마 한마디라도 허튼소리를 할 수 없을 것이다.
태강 대제가 높이, 높이 날아올라서 곧바로 수천 미터의 고공으로 올라왔다. 그들의 아래는 구름층이 가리는 바람에, 지면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두변은 내심 몹시 충격을 받았다.
이세계의 에너지가 대단히 큰 규모로 밀려 들어온 뒤에, 무도 세계가 이렇게 큰 폭으로 향상이 된 건가?
인간이 날 수 있을 정도로?!
대녕 제국 차원에서는 설령 영도현 등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하늘을 날 수는 없었다.
태강 대제가 말했다.
“비행은 이 세계에서 절정 고수의 표식이야. 물론 이것도 악몽 대제가 가지고 온 것이지.”
또 그 이세계 사람이 한 일인가?
그런데 두변은 다른 일이 더욱더 의외라고 생각했다. 악몽 제국의 공주에 관해서 말이다.
태강 대제가 자신이 반드시 그 공주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을 거라고, 목숨 걸고 그녀를 맞이하려 들 거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설마 그 공주가……?’
태강 대제가 말했다.
“맞아. 바로 임야소야. 네 약혼녀, 네 일편단심 애인.”
그 말을 듣는 순간, 두변은 온몸이 뜨겁게 끓어올랐다.
마침내 그녀의 행방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두효가 그보다 더 흥분하며 물었다.
“우리 엄마요? 우리 엄마예요?”
태강 대제가 대답했다.
“그래, 네 엄마다.”
두효는 그 말을 듣자 기뻐서 날아갈 것 같았다. 물론 지금 이미 날고 있지만.
이제야 마침내 엄마를 만나게 되는 건가?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거야?
서쪽으로 비행한 지 한 시간이 안 되었을 때, 태강 대제는 내려가기 시작했다.
구름층을 뚫자, 더할 나위 없이 거대한 도시가 두변의 시야에 들어왔다.
이 도시는 현대 지구의 도시와는 이미 딴판으로 달라져 있었다. 도시 전체가 더할 나위 없이 거대한 성벽으로 에워싸여 있었다. 전체 성벽 둘레는 6만 미터였다.
게다가 이 성벽은 두변이 봤던 어떤 성벽보다 지나칠 정도로 컸다. 높이가 50미터가 넘을뿐더러, 성벽의 두께도 15미터가 넘었다.
대녕 제국의 수도든, 동방 연합 제국의 왕성이든, 성벽 규모가 눈앞의 이 성벽에 훨씬 못 미쳤다.
이건 건축의 기적이라고 불릴 만했다.
그런 어마어마한 성벽이 큰 용처럼 태강 제국의 수도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게다가 이 성벽은 철근에 콘크리트를 부어서 만든 게 아니었다. 바깥 부분에는 낯선 돌이 붙어서 신비로운 검은 빛을 발산했다.
태강 대제가 말했다.
“이건 흑마석(黑魔石), 이세계에서 온 거야. 이런 돌은 대단히 견고해서 거의 대부분의 포화를 막아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좀비 두목의 공격을 대부분은 막을 수 있지.”
대부분의 좀비 두목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은 일부는 막을 수 없다는 뜻이리라.
“태강 제국의 수도 안에는 사람이 얼마나 있지?”
두변이 묻자 태강 대제가 말했다.
“120만 명이야.”
두변이 의아해했다.
“그렇게 많아?”
“이들은 인류 최후의 보루이자, 인류의 모든 정수야. 하지만 모두 이곳에 담을 수는 없었어. 그렇게 할 수만 있었으면 난 모든 이를 다 이곳에 머물게 했을 거야.”
두변은 태강 제국이 이 더할 나위 없이 거대한 성벽을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력과 얼마나 오랜 시간을 소비했는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이곳 수도의 120만 명 중에 무사가 수만 명, 군대가 40만 명이었고, 과학자와 에너지학 연구자들이 십여만 명, 나머지 수십만 명은 기술자, 십여만 명은 농민이었다.
게다가 이 수도의 식량은 많은 부분을 각 영지의 공양으로 충당하고 있었다.
태강 제국의 25만 제곱킬로미터의 면적은 동, 서, 남, 북, 중 5대 성과 200여 개의 도시, 1만 개의 부락으로 나뉘었다.
모든 도시와 부락마다 높은 담장이 우뚝 솟아 있었고, 모든 이는 담장 안에서 생활했다.
이 만 개의 부락들이 다 수도에 있는 백여만 명과 수십만 군대를 부양하고 있었다.
담장 바깥의 세상은 전적으로 약탈자, 좀비, 이수, 괴물, 요괴에 속한 세상이었다.
두변은 도시 중앙에 있는 황궁을 본 뒤, 더욱더 충격을 받았다.
수도의 다른 건축물은 현대 지구에 본래 있던 고층 빌딩이겠지만 유독 황궁만은 다시 지은 것이었다.
그건 더할 나위 없이 거대하고 웅장한 암흑의 보루였다. 황궁 전체만도 거의 자금성의 규모를 훨씬 넘어설 듯했다.
게다가 황궁 전체와 혼연일체가 된 듯이 안에는 녹색 식물들이 보이지 않았고, 지고무상한 위엄이 충만해 보였다.
단순히 패기만 보면 동방 연합 제국의 왕성에 있는 방진의 왕궁을 넘어설 정도였다.
수도를 둘러싼 담장은 50미터 높이였지만 황궁의 높은 담장은 80미터가 넘는 높이에, 18미터 두께였다.
황궁의 담장이 이토록 높은 데다, 황궁의 궁전은 그보다 세 배 정도는 더 높았다. 이 황궁은 그저 황궁일 뿐 아니라, 강력한 군사 보루이기도 한 셈이었다.
황궁 안에 있는 대형 대포와 미사일은 가장 저급한 무기라 할 수 있고 그 외에 수많은 에너지 진이 처져 있었다.
어떤 사람이든 이 황궁에 진입하면 천하의 지배자가 된 기분을 느낄 것이다.
지금 두변은 이 궁전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상상할 수도 없었다. 말세라는 환경에서 인력만 가지고 어찌 이런 거대한 공정을 완성할 수 있었을까.
장소만과 두효도 이 웅장한 성벽과 거대한 궁전 보루에 놀라서 넋이 나갔다.
지금 수도의 상공에는 각양각색의 비행체가 빽빽이 차 있었다. 말세가 오기 전의 무장 헬기도 있지만 알 수 없는 비행체도 꽤 있었다.
태강 대제가 말했다.
“누구든 이 도시를 보고, 이 황궁을 보면 다들 충격을 받으며, 이곳이 세상에서 최고로 안전한 보루라고 생각하겠지. 그렇지만 이곳은 실제로는 일격도 버티지 못할 정도로 취약해!”
두변은 상상을 해보았다. 운명 대마주의 불사족 대군을 마주하게 되면, 이 도시는 그들의 공격을 전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불사족 만부장 등급의 대형 좀비가 13미터가 넘는다니까. 하물며 그것보다 열 배, 백 배나 큰 불사족 영주와 불사족 왕도 있다니까.
태강 대제가 말했다.
“내 무도는 이미 한계치에 도달했어. 그러니 너에게 희망을 걸겠어.”
그는 황궁에 착지하지 않고, 계속 서쪽을 향해 날아가서, 태강 제국의 수도를 지나쳤다.
그가 말했다.
“우리는 곧바로 연옥탑(煉獄塔)으로 간다! 너는 최단 시간 안에 강해져야 해. 네가 연옥탑에서 나오는 데에 성공하면 나는 다시 너를 데리고 태강 제국의 신하들을 만나러 가서 네가 태강 제국의 황제 후계자라는 소식을 선포할 거야. 만약 지금 바로 선포했는데 네가 연옥탑 꼭대기에서 죽는다면 태강 제국의 사기에 크나큰 타격을 줄 테니까.”
‘연옥탑이라고? 그건 뭐야?’
“연옥탑도 이세계에서 우리 지구로 떨어진 거야. 이세계 사람들이 무도를 수련하는 신비로운 장소지. 내가 순식간에 궐기할 수 있던 것도 그 연옥탑 덕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