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578화 (578/648)

578장: 연옥탑 1층

더 서쪽으로 날아가자, 모든 풍경이 바뀌었다. 더는 아무런 도시나 부락이 없었다. 인간뿐 아니라, 풀 한 포기, 심지어 흙조차 없었다.

지상의 모든 흙이 전부 검은색 암석으로 바뀐 듯, 외계 행성에 있는 듯한 기분이기까지 했다.

게다가 바깥은 분명히 대낮이건만 이 구역으로 진입한 뒤, 즉시 어두운 밤으로 변했다.

태강 대제가 말했다.

“연옥탑은 사방 수백 리의 모든 토지를 다 죽음의 땅으로 바꾸지. 그래서 이 구역에는 인간뿐 아니라, 이수도 없어.”

두변이 물었다.

“이 토지는 완전히 죽어버린 듯이 아무런 생기도 찾아볼 수 없는데?”

“왜냐하면 연옥탑이 모든 생기를 집어삼켰기 때문이야.”

두변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연옥탑이 사방 수백 리를 완전히 죽음의 세상으로 바꿔버리고, 심지어 대낮도 어두운 밤으로 바꿔?

대체 얼마나 공포스러운 탑이기에?

곧 두변은 그 연옥탑을 볼 수 있었다.

그건 애초에 탑이 아니라 해발 7,000미터가 넘는 산처럼 생겼다. 하지만 산이라고 하기에는 또 원뿔 모양으로, 위로 올라갈수록 뾰족해졌다.

연옥탑 가장 밑바닥은 직경이 3,000미터가 넘었고, 가장 위쪽은 대략 100미터가 넘지 않았다.

도대체 이런 것이 어떻게 이세계에서 지구로 날아왔는지 상상할 수도 없었다.

태강 대제가 연옥탑 아래쪽에 착지했다. 이곳에서는 연옥탑의 전체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 높고, 너무 컸기 때문이다.

방금 전 태강 제국의 수도를 지났을 때도, 장소만과 두효는 강렬한 시각적인 충격에 휩싸이고 말았다.

하지만 이 연옥탑과 비교하면 그것도 별것이 아니었다.

연옥탑에는 아무런 문이 없고 입구만 하나뿐이었다. 절대적인 암흑이라서 지옥으로 통하는 길처럼 보였다.

태강 대제가 말했다.

“연옥탑에 들어가기 전에 너에게 몇 가지를 알려줄게.

첫 번째, 운명 대마주의 불사족 군단이 이곳에 곧 닥칠 거야. 그래서 우리에게는 악몽 제국 군대의 도움이 필요해. 그렇지 않으면 이번 전투는 애초에 아무런 희망도 없어. 악몽 대제는 이세계에서 왔고, 그의 군대는 우리보다 훨씬 강하지.

그러니 너는 반드시 악몽 제국의 공주를 아내로 맞아야 해. 그런데 너에게는 반드시 경쟁자가 있을 거야. 약탈자 연맹의 대원수의 아들, 꼭두각시 부족의 대추장의 아들, 그 두 사람이 너의 최대의 적수일 거야. 결투를 한 번 벌이게 될 텐데, 너는 반드시 세 사람 중에서 승리를 해야 해. 그러니 너는 반드시 최단 시간 내에 강해져야 해.”

“어느 정도까지 강해져야 하지?”

“무성(武聖)까지.”

“무성이 뭔데?”

두변이 묻자 태강 대제가 되물었다.

“너는 영도현의 무공이 어떤지 알아?”

두변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대녕 제국 제일의 고수 아닌가.

“그자는 이미 대종사 최고 등급을 돌파해서 무존계(武尊界)에 진입했어. 이세계의 등급 구분에서 무존 위가 반성(半聖)이고, 반성 위가 무성이야!”

두변은 놀라서 숨을 헉하고 들이켰다. 그 말은 영도현보다 세 단계나 높은 경지에 이르러야 한단 말이잖아? 무도 수준이 그보다 열 배 이상 강해야 한다고?

“두 번째, 연옥탑의 시험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어. 그러니 더 이상 통과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들면 반드시 멈춰야 해.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죽어! 현재 연옥탑 시험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나온 사람은 열 명이 넘지 않아. 전 세계를 다 합쳐도 열 명이 안 될 거야. 그러니 많은 사람이 그 안에서 수련하면 무도 수준을 가장 빠르게 돌파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차마 들어가지 못하는 거야. 평균 천 명이 들어갈 때, 살아서 나오는 사람이 한 명도 안 되니까.

세 번째, 연옥탑 안의 시간은 바깥과 다르게 가. 계급이 높을수록,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느려져. 안에서 이미 10년이 지났지만 바깥 세상에서는 사흘도 지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

세 가지를 말하고 나서 그가 두변에게 물었다.

“묻고 싶은 게 있어?”

“그 연옥탑은 몇 층으로 되어 있지?”

“나도 몰라. 내 스승인 악몽 대제도 알려주지 않으셨어. 하지만…… 예전에 나는 5층까지 수련하고 멈추고 더는 올라가지 않았어. 악몽 대제의 제자들 중에서 꼭두각시 부족의 대추장이든, 약탈자 연맹의 대원수든, 아무도 5층 이상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어.

그러니 너도 마음의 준비를 잘해야 할 거야. 이 연옥탑 시험의 난이도는 네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거거든. 심지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것조차 하늘에 오르기보다 어려울 거야. 게다가 내가 예전에 연옥탑에 들어가 수련했을 때는 지금의 너보다 훨씬 강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첫 번째 관문에 절망할 정도였어.”

두변이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연옥탑 안에서는 몹시 이상하고 괴상한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신경 쓰지 말고 시험에만 전념하면 돼.”

“또 알아야 할 일이 있나?”

그때 딸 두효가 말했다.

“저도 아빠를 따라 함께 연옥탑에 들어가도 되나요?”

태강 대제가 말했다.

“한 번에 단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게다가 대운과 대단한 혈맥 없이 들어가면 반드시 죽게 돼. 나는 악몽 대제의 혈맥 각성을 받았기 때문에 연옥탑에 들어갈 수 있었지.”

“효효, 이리 와!”

두변이 부르자, 두효가 두변에게 다가갔다.

“모든 정신 방어를 풀어.”

두변의 말에 두효는 눈을 감고 모든 정신 방어를 해제했다.

사실 그건 몹시 어려운 일일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든 정신적으로 방어를 하고 있고, 아무리 부모라 해도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을 가지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아빠를 절대적으로 믿는 두효는 정말로 자신의 정신 방어를 완벽하게 풀어버렸다.

두변이 물었다.

‘시스템, 구양진경 내공 심법을 이미 복제 완료했나?’

‘그렇습니다, 주인.’

‘그럼 정신술을 통해 구양진경 프로그램을 내 딸의 뇌 영역 안에 넣어줘.’

‘예!’

정신술을 통한 프로그램의 전달은 상상과는 달리 사지를 접촉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두 사람의 송과체를 통한 전달이기 때문이다.

시스템의 조작하에 두변의 머릿속에 있는 구양진경 심법이 빠른 속도로 두효의 머릿속으로 들어갔다.

두 핸드폰 간에 블루투스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과 몹시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블루투스로 전송하려면 두 대의 장비가 모두 동의해야만 전송할 수 있다. 핸드폰이 전송에 동의하는 건 쉽지만 두 인간이 전송에 동의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조금이라도 방어 기제가 있거나 신뢰가 아주 조금이라도 깨지면 가능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정신 방어를 해제하는 건 자신의 목숨을 상대방에게 맡기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장장 30분 뒤, 두변은 구양진경 심법의 전송을 끝냈다. 두효는 눈을 뜨지 않고서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녀의 뇌 영역과 신경이 이 내공 심법을 완전히 소화할 시간이 필요했다.

태강 대제가 말했다.

“한동안 우리는 연옥탑 밖에서 네가 나오길 기다릴 거야. 물론 한 달만 기다릴 거야. 안에서의 타임라인은 바깥과 달라서 시험은 절대로 한 달이 넘을 수 없기 때문이지. 만약 한 달이 넘도록 나오지 않으면 네가 이미 죽었다는 뜻이니까.

기억해. 네가 4층을 통과하는 데 성공하기만 하면 무성 경지를 돌파하는 거니까 그때 나오면 돼. 전세계에서 아직 한 명도 5층 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되었어. 시간이 급박하니, 들어가!”

두변은 고개를 끄덕인 뒤 두효와 가볍게 포옹했다.

자신의 딸을 태강 대제에게 맡기는 게 당연히 안심되지 않았지만, 태강 대제의 그토록 강한 힘 앞에서는 그를 믿든 믿지 않든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두변이 장소만을 쳐다보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꼭 성공해.”

태강 대제가 말했다.

“며칠간 나는 밖에서 네 딸과 장소만에게 무공을 가르칠게.”

두변은 다시 딸을 한참이나 바라본 뒤, 연옥탑 입구로 갔다.

이곳은 그의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을 정도로, 그가 지금까지 봤던 어떤 장소보다 더 기이하고 강력했다.

연옥(煉獄)이라, 정말 연옥이구나!

이 입구는 정말 지옥의 입구처럼 보였다.

천 명이 들어가도 한 사람도 살아서 나오지 못할 것 같긴 했다.

두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연옥탑 안으로 들어갔다. 정식으로 지옥의 시험에 발을 들여놓은 셈이었다.

입구는 몹시 긴 데다 완전히 어두웠다. 정신력을 사용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문득 암흑이 끝나고 눈앞이 환해졌다.

두변은 연옥탑의 1층에 진입하고는 바로 놀라서 얼이 빠졌다.

첫 번째 관문부터 몹시 어려울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어려울 줄이야.

눈 앞에 괴물 한 마리가 있었다. 50미터 높이의 불사족 영주(領主)로, 난호영에서 만난 불사족 만부장과 비교하면 체형이 열 배나 크고 열 배나 강했다.

눈앞의 이것은 그때보다 열 배 이상 크고 강했지만, 이곳에는 오직 두변 단 한 사람뿐이었다.

불사족 영주가 두변을 발견하더니 비명을 질렀다. 그 큰소리에 두변의 귀에서 바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두변이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건 정신력이었다.

그러니 정신력을 내뿜어서 그것을 고정시키려고 했다.

그렇지만 50미터 높이의 불사족 영주는 갑자기 이마에 있는 제3의 눈을 뜨더니 빛을 힘껏 쏘았다.

순식간에 두변이 그것에게 몸이 고정되어버렸다.

그것의 정신력이 두변보다 훨씬 강했던 것이다.

1초 뒤, 그 불사족 영주가 두변을 덥석 잡아서 곧바로 입에 넣어 버렸다.

그 모든 과정은 햄버거집에서 감자 튀김 하나를 들고 그대로 입에 쏟아붓는 것처럼 간단했다.

두변은 곧바로 그것의 배 속에 들어갔다. 그런데 두변의 계획은 바로 손오공이 철선공주(鐵扇公主)의 배 속에 들어가서 그랬듯, 이것의 배 속에 파고들어서 난동을 피우는 것이었다.

‘너 불사족 영주는 살갗이 더할 나위 없이 강하겠지만 위장은 취약할 수밖에 없겠지. 매영체도처럼 피부는 가우스 라이플 총알로도 꿰뚫을 수 없지만 평범한 총을 그것 입에 집어넣은 뒤 아무렇게나 발포하면 창자가 박살이 나서 순식간에 목숨을 잃겠지.’

그런데 뜻밖에 이 불사족 영주의 오장육부는 살갗과 똑같이 극도로 단단했다.

두변은 그것의 위장에 들어간 뒤 칼을 들고 마구 베었지만 조그마한 상처도 남길 수 없었다.

두변이 가진 검은 태강 제국에서 만든 것으로, 흙을 깎는 듯이 쇠를 깎을 수 있었지만, 그것으로도 불사족의 위장에 흠집 하나 낼 수 없었다.

아쉽게도 지금 두변에게는 지옥불도 없었다. 지옥불이 있었다면 이 불사족 영주를 분명히 잿더미로 만들 수 있었을 텐데.

그때, 강한 산성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불사족 영주의 위에 위산이 넘실대기 시작했다. 무슨 말로 이런 강한 산성을 설명할 수 있을까. 대녕 제국에 있을 때 사용했던 초특급 부식 액체, 모든 걸 부식시키고 녹여 버리는 그 액체와 견줄 정도였다.

불사족 영주의 대단한 위산 안개 속에서 두변이 손에 들고 있던 검도 순식간에 부식하면서 구멍이 나버렸다.

비금으로 만든 검까지 부식시킬 정도라면 두변의 육신은 어떻겠는가? 두변은 지금 벽사단 같은 것도 갖고 있지 않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두변은 온몸이 불에 덴 것처럼 극심한 통증에 온몸을 떨었다.

두변은 급히 내력 현기를 내뿜어서 이 강한 위산 안개를 튕겨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몇 초만에 몸이 부식해서 진흙처럼 변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 두변의 내력 현기는 수준이 너무 낮아서 버티는 것은 길어야 2, 3분뿐이었다.

내력이 소진되기만 하면 불사족 영주의 무시무시한 위산 안개가 그의 체내로 스며든 뒤, 그는 이것의 배 속에서 완벽하게 소화될 것이다.

반드시 2, 3분 안에 곤경에서 벗어날 방법을 떠올려야 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두변의 정신력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이 불사족 영주는 두변의 신체만 소화하고 있는 게 아니라, 그의 정신력까지 집어삼키고 있었다.

내력 수준에 비하면 두변의 정신력 수준은 강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 불사족 영주와 비교하면 그것도 별 게 아니라서, 불사족 영주가 두변의 정신력을 집어삼키는 걸 막을 수 없었다.

두변의 정신력은 제방이 터진 저수지처럼 미친 듯이 밖으로 새어나가서, 불사족 영주의 제3의 눈으로 집어 삼켜졌다.

두변은 자신의 모든 의지를 쏟아서, 모든 방법을 사용해서 막으려 했다. 하지만 모든 건 헛수고였다.

이러다가는 곧 정신력이 바닥이 될 것 같았다.

이번 첫 번째 관문은 극도로 어려운 수준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압도당하고 있었다. 두변은 불사족 영주에게 깔아뭉개지듯이 압도되었다.

정신력이 전부 집어 삼켜진다는 건 기본적으로 죽음을 의미했다. 정신력을 모두 집어삼키고 난 뒤, 영주는 두변의 영혼을 집어삼킬 테니 말이다.

이건 절망적인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두변은 머리를 짜내며 곤경에서 벗어날 방법을 떠올렸지만 전혀 손쓸 방법이 없었다.

영주에게 집어 삼켜지고 죽음에 이르는 것, 그게 유일한 결말인 것 같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두변의 머릿속이 갑자기 환해지더니 방법 하나가 떠올랐다. 그건 상식을 뒤엎는 생각이었다.

‘기왕 저항할 수 없으면 순응하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