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0장: 연옥탑 3층
이 연옥탑의 모든 단계에 나타나는 괴물이 늘 같은 건 아니었다.
예를 들면 두변의 이번 시험과 태강 대제의 시험이 같지 않았다. 그래서 태강 대제는 자신이 어떻게 5층 시험을 순조롭게 통과했는지 말하지 않았다. 말해도 소용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 그가 말해줌으로써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두변이 이 3층 연옥탑에서 만난 괴물은 분명히 남들과는 다를 것이다.
두변은 눈앞의 여완완을 보고 놀라서 얼이 빠졌다.
그렇다. 그녀는 여완완이었다. 얼굴이나 기질, 심지어 눈빛도 똑같았다.
그는 조금 당황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설마 자신의 마음에 이 여인에 대한 응어리가 있어서 이 여인이 나타난 걸일까? 하지만 여완완은 제 마음에 응어리를 남길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이 아니었다.
“부군, 살려줘요, 살려줘요!”
여완완이 계속 처량하게 부르짖으며 두변을 향해 손을 뻗었다.
두변이 물었다.
“너는 대체 누구지?”
“완완이에요. 잊었어요? 그때 부군이 지옥불로 내 손을 불태워서 성화교 본부에 가서 다른 사람의 손을 이식했잖아요.”
이윽고 여완완이 다시 입을 열었다.
“부군, 나는 매일 꿈속에서 당신을 봐요. 처음부터 두 가지 꿈을 꿨어요. 한 가지는 우리가 더할 나위 없이 사랑하는 꿈이고, 또 한 가지는 당신이 나를 죽이는 꿈이에요.”
물론 지금 저 여인이 말하는 건, 여완완의 비밀이긴 했다.
하지만 어쩌면 눈앞의 괴물이 독심술을 사용해서 두변의 생각 속에서 그 비밀들을 탐지했는지도 모르지 않은가.
순식간에 눈앞의 여완완이 완전히 변했다.
그녀의 두 눈이 낯설고 잔인하며 교활하게 변했다.
“하하하하! 오랜만이군, 두변!”
두변은 그 목소리가 어딘지 익숙했다. 매마의 목소리였다.
“너는 대체 누구지?”
두변이 냉랭하게 묻자 눈앞에 있는 사람이 말했다.
“부군, 완완이에요. 살려줘요!”
“하하, 나는 당연히 매마지.”
매마가 날카롭게 웃었다.
“그럼 여완완의 몸을 빼앗은 매마인가?”
“그렇다, 나다.”
“네가 어째서 여기 나타난 거지?”
“악몽 대제 그 늙은이 때문이 아니겠나? 내 분신이 악몽 제국에 《보전(寶典)》을 훔치러 갔는데 도리어 그에게 잡혀버렸단 말이지. 그런 뒤 이 연옥탑 3층에 구금되었어. 장장 5년이나 말이야!”
그 말에 담긴 정보가 무척이나 많았다.
여완완의 몸을 빼앗은 매마에게 뜻밖에 분신이 있는 데다가, 그 분신이 악몽 대제에게 《보전》이라는 걸 훔치러 갔다고?
그 《보전》이란 또 무엇일까?
여완완 몸에 있는 매마의 분신이 말했다.
“최근 5년 동안 총 아홉 명이 나에게 도전했지만 전부 죽었지. 너는 비교적 적수다운 첫 번째 적수로군.”
“나도 매마를 만난 적이 있고 몹시 강한 걸 알지만 영도현을 넘어설 정도로 강하지는 않던데?”
“하하하! 그 매마들은 세상의 균열을 떠난 적이 없는 초급 매마에 불과하거든. 우리 4대 매마는 천 년이나 수련을 했으니, 고작 영도현 같은 건 내 손가락 하나를 쓰기도 부족한 상대라고.
자자, 내가 대체 얼마나 대단한지 느껴보라고. 정말 생각도 못했군. 파생된 지구의 구원자가 내 손에 죽다니 말이야. 하하하하!”
매마의 얼굴이 끊임없이 아른거리며 나타났다.
여완완의 얼굴은 절세미녀였지만 매마의 얼굴은 극도로 추악했다. 두 가지 얼굴이 끊임없이 변환되는 모습은 너무나 기이했다.
“자, 어서 와라!
두변에겐 무기가 없으니 곧바로 주먹을 쥐고 모든 힘을 주먹에 응집시켰다.
순식간에 그 주먹의 색이 변해서는 부술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한 결정체가 되었다.
쾅!
두변이 힘껏 주먹을 내리쳤다.
펑!
큰소리가 울리며 공기가 폭발하는 것만 같았다.
주먹의 힘이 몇만 근 이상인지라 순식간에 공기까지 눌리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주먹을 내지르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음속을 돌파할 때의 폭음과 비슷한 소리까지 났다.
순식간에 여완완의 모습을 한 매마가 주먹에 맞아 수백 미터나 날아갔다.
하지만 가볍게 흔들릴 뿐,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
“하하! 나는 분신에 불과해서 에너지체이거든. 힘에 대해 면역이 있지.”
두변은 달려가서 또다시 주먹을 마구 내리쳤다. 하지만 매번 주먹은 물을 내리치는 느낌이었다.
두변의 힘이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상대방을 조금도 다치게 할 수 없었다.
쾅, 쾅, 쾅, 쾅.
두변이 주먹을 폭우처럼 내리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게다가 이 매마의 분신은 이리저리 움직이기까지 해서 심지어 더 때리는 것도 버거웠다.
정신술(定身術)!
찰나 간에 매마의 분신이 0.01초 정도 고정되었다.
두변은 확 다가가서 매마의 목을 움켜쥐고 그녀의 두 눈을 노려봤다.
역귀 색명술!
순식간에 그녀의 눈동자가 흐트러졌다.
하지만 순식간에 그녀는 쉽게 두변의 손에서 빠져나갔다.
매마의 분신이 놀라워하며 소리쳤다.
“우와, 정말 상상도 못 했네. 네가 정신술과 역귀 색명술을 할 줄 알아? 좀전에 그 찰나 같은 시간에, 내가 악몽을 얼마나 많이 꾸었는지 알아? 장장 백 개라고!”
한순간, 악몽을 백 개나 꾸었다고?
그럴 시간이나 되었을까?
그걸 보아도 역귀 색명술은 너무나 강했다. 극도로 깊숙한 꿈속 세상에 빠지게 만들어서 한순간을 아주 오랜 시간처럼 변하게 한다.
역귀 색명술에 적중한 사람은 몇 초만에 얼굴이 뒤틀리며, 일곱 구멍에서 피를 흘리며 죽는다. 실제로 그들은 꿈속 세상에서 몹시 긴 시간 동안 다치고 괴로움을 당한다.
매마의 분신이 말했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하긴 하군. 비록 네가 지금은 내력 현기 같은 게 없지만 대녕 제국에 있을 때보다 무도 수준이 매우 늘었어.
하지만 소용없다, 두변! 그렇다 해도 네가 실패해서 죽는 결말을 바꾸지 못해. 이제, 네가 쓸 수 있는 방법은 다 썼나? 이제 내가 공격할 차례가 되었겠지? 하하하!”
이윽고 여완완이 갑자기 변신했다.
그녀는 더 이상 여완완의 몸도, 매마의 몸도 아니라, 마화 봉황으로 변했다.
화르륵!
화염 날개 두 쌍을 펼치니 장장 100미터에 이르도록 거대했다. 이윽고 매마가 힘차게 100미터나 되는 거대한 화염 날개를 펄럭였다.
그 순간 놀라운 화염이 순식간에 두변의 온몸을 뒤덮으면서, 화염의 온도가 끊임없이 상승했다.
1만 도, 2만 도, 3만 도, 어느덧 5만 도.
만약 예전 두변의 몸이었으면 진작 연기로 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두변은 조금 전에 더할 나위 없이 강한 결정체 몸을 얻었다. 그건 불사족 영주의 모든 에너지를 끌어모아서 만들어진 것이며, 두 거인이 미친 듯이 제련시켜 탄생한 몸이었다.
그러니 섭씨 5만 도 정도의 고온도 두변의 몸을 어찌할 수 없었다.
대신 피부만 옥석 같던 모습이 지금은 완전히 결정체의 몸으로 바뀌었다.
여완완 매마가 그 모습을 보더니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지었다.
두변이 지금 이토록 강하게 변했다고?
몇만 도나 되는 고온 화염도 두변의 몸을 어쩌지 못한다고?
으아악!
매마의 분신이 날카롭게 소리치더니, 그것의 몸이 갑자기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에 반해 내뿜은 화염의 온도는 점점 더 높아져서 세 배, 다섯 배나 높아졌다.
섭씨 수십만 도의 고온에 이르게 되면, 두변의 몸도 마침내 견디지 못하고 투명해져서 녹기 시작할 것이다.
두변의 몸이 완전히 녹게 된다면, 그의 심장과 영혼은 방어력을 잃게 되고, 그때 매마의 분신이 쉽게 그를 죽일 수 있을 것이다.
“하하하하! 두변, 죽어라, 죽어라…….”
그런데 그때, 두변은 여완완의 영혼이 여전히 날카롭게 비명을 지르는 게 들리는 것 같았다.
“부군! 부군! 부군!”
두변의 몸이 점점 더 투명해지면서 그의 눈은 점점 더 아득해졌지만 도리어 정신력은 한계치까지 치솟았다.
매마의 분신이 날카롭게 웃었다.
“두변, 넌 죽은 목숨이다. 너는 죽었어! 네가 살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뿐이다. 하하하하!”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매마의 분신은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그녀는 어째서 저런 마지막 말을 한 걸까?
그렇다. 저것은 도망치고 싶어한다.
저것은 악몽 대제에 의해 이 연옥탑에 구금된 뒤 이곳에서 나갈 수가 없었다. 그러니 유일한 방법은 두변의 육체를 뺏은 다음에 시험을 받는 자의 신분으로 이곳에서 도망치는 것이다.
저것이 조금 전에 아홉 명이 도전하러 왔다고 한 말은 거짓이다. 그랬으면 진작 몸을 빼앗아서 도망쳤을 것이다. 저것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지금 두변이 유일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두변의 영혼이 자신의 육체를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 육체는 곧 완전히 불타버릴 테니까.
그렇다면 상대방의 계략을 역이용해서 공격해야 할까?
자신의 영혼이 육체를 빠져나가서 매마가 자신의 육체를 빼앗으러 오도록 끌어들여야 할까?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여완완 영혼의 잔영을 전적으로 믿어야 할 뿐 아니라, 그녀가 그를 충분히 사랑한다고 믿어야 한다.
만약 자신에 대한 여완완의 사랑이 가짜거나 부족하다면 두변의 이 계책은 실패하게 될뿐더러, 더할 나위 없이 강한 자신의 몸을 도리어 매마에게 빼앗기게 된다.
“두변, 너는 죽은 목숨이야, 죽었다…….”
매마의 분신이 더욱더 미친 듯이 소리 지르며 놀라운 화염을 내뿜었다.
두변의 몸이 녹아서 흐르기 시작했다.
“영혼 이탈!”
두변은 자신의 영혼을 모아서 곧바로 그 육체를 벗어나서 도망치는 척을 했다.
이건 정말 크나큰 모험이었다. 이 신체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버릴 가능성도 컸다.
휙.
두변의 영혼의 빛이 육체를 벗어났다.
두변의 육체는 순식간에 영혼이 없는 빈껍데기로 변했다.
역시나!
매마의 분신은 가장 빠른 속도로 봉황의 몸에서 벗어나서 두변의 몸으로 돌진했다. 그것은 역시나 그의 몸을 뺏으려 했다.
방금 전까지는 두변의 정신력이 너무 강해서 매마의 분신이 강제로 몸을 뺏을 수 없었다. 때문에 두변의 몸을 망가뜨리는 척을 하며 두변의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가도록 했다.
0.1초도 되지 않아서 두변의 몸 앞까지 달려든 매마의 분신은 그의 육체 안에 파고들어서 몸을 뺏으려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그 봉황이 빛 한 줄기로 변해서는 매마의 몸에 매섭게 부딪혔다.
“안 돼, 안 돼, 안 돼!”
그 매마의 분신이 더할 나위 없이 처참하게 비명을 질렀다.
이럴 수 없어!
계획이 성공하기까지 딱 한 발자국만 남았는데!
잠시 후.
펑!
매마의 분신은 온몸이 연기로 사라지면서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그와 동시에, 공중에 떠 있는 마화 봉황에서 여완완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부군, 기억해요. 나를 찾으러 와요!”
그런 뒤 그 봉황의 몸이 끊임없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최후에 그것은 순수한 에너지체로 응집되었다.
슉.
그 에너지체는 유성처럼 두변의 심장 부위로 날아들었다. 그러더니 두변의 체내에서 폭발했다.
이 에너지체는 진짜로 순수한 현기였다. 수많은 현기가 두변의 체내에서 터지면서 힘차게 두변의 단전 안으로 파고들었다.
콰과과과광.
3층 연옥탑의 시험이 정식으로 끝이 났다.
두변의 무도 수준이 미친 듯이 급등했다.
7계 무존, 8계 무존, 9계 무존, 정상 무존!
반성 1계, 반성 2계……, 어느덧 반성 5계에 달했다.
두변이 또다시 깨어났을 때, 귀속에서 여전히 여완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의 도박은 옳았다.
중요한 순간, 여완완이 통제하는 마화 봉황의 분신이 자신을 희생해서 매마의 분신을 파괴하게 했다.
게다가 최후의 순간, 에너지가 사라지지 않도록 그녀는 자신을 희생해서 봉황의 분신에 있는 모든 에너지를 전부 두변에게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