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581화 (581/648)

581장: 연옥탑 4층

시스템이 말했다.

‘주인, 주인님의 무도 수준이 반성 5계를 돌파했습니다.’

‘이건 여완완의 분신인 건가?’

‘그렇습니다. 분신에 불과합니다. 지금 여완완의 본체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강합니다. 제가 갖고 있는 데이터 중에서 마화 봉황은 이세계에서 가장 강한 종 가운데 하나입니다. 여완완은 그 마화 봉황의 혈맥을 얻었습니다. 비록 진정한 마화 봉황에 견줄 수는 없지만 평범한 교룡보다 더 강합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마화 봉황의 혈맥이 대녕 제국이라는 차원에 나타난 거지?’

‘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것은 1600년 전에 그 재앙이 일어났을 때 대녕 제국이라는 차원에 진입했지만 꿈속 마왕에게 죽임을 당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완완은 이토록 강해졌지만 안타깝게도 여전히 매마에게 통제당하고 있었다. 두변이 그녀의 영혼을 해방해줄 수 있다면 그 마화 봉황은 두변에게 크나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두변은 마음을 가다듬고 나서 4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다.

3층까지의 시험이 이 정도로 어려운데 제4층에서는 얼마나 강한 존재를 상대하게 될까?

두변은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계단의 끝에 이르니 앞은 온통 캄캄했다.

발을 내딛는 그 순간에도 그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이 4층의 괴물은 대체 어떤 모습일까?

연옥탑 4층

두변 앞에 나타난 건 소인(小人)이었다. 고작 30센티미터 정도 키의 소인이었는데, 머리와 수염이 희끗희끗한 노인이었다.

두변으로서는 이렇게 작은 사람을 만나는 건 처음이었다.

이 작은 사람이 바로 4층의 보스라고?

노인이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와라! 너는 나와 다섯 발자국 거리를 두고 있다. 네가 내 앞에 걸어오기만 하면 쉽게 나를 죽일 수 있다. 몹시 간단하지. 네가 다섯 보만 걸어오면 내 강한 힘을 얻을 뿐 아니라, 4층 시험도 완성할 수 있다.”

노인이 두변을 향해 끊임없이 손짓했다.

두변이 한 걸음을 내딛자, 그의 몸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중력이 열 배나 증가한 것이다.

두변의 몸은 본래 5백 근 정도가 나갔지만 지금은 5천 근으로 변했다.

이윽고 두변이 두 걸음을 내딛자, 중력이 열 배나 더 증가해서 그의 몸이 5만 근으로 변했다.

세 걸음!

두변의 몸이 받는 중력은 50만 근으로 변했다.

그 작은 노인은 계속 두변을 향해 손짓했다.

“와라, 와. 네가 앞으로 두 걸음만 더 걸으면 쉽게 나를 죽이고, 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4층 시험도 끝낼 수 있다.”

50만 근 중력이 두변의 몸이 버틸 수 있는 한계치였다.

이 결정체의 몸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눈앞의 이 소인이 중력을 늘리는 공격 방식을 사용할 줄이야.

지금 두변은 그와 고작 두 걸음의 거리만 남았다.

두변은 네 번째 걸음을 내디뎠다.

그 순간 그가 받는 중력이 또다시 열 배나 증가해서 그의 몸이 견뎌야 할 중력은 500만 근이라는 놀라운 수치에 달했다.

그건 두변의 신체의 한계치를 완전히 넘어선 것이었다.

두변의 더할 나위 없이 강한 결정체의 몸이 무너지고 위축되기 시작했다.

그는 끊임없이 작아졌다.

1미터 90에서 1미터 50, 1미터 30, 1미터, 30센티미터가 되었다.

작은 노인이 손짓을 하며 말했다.

“와라, 와. 한 발짝이면 나를 쉽게 죽일 수 있다.”

이어서 그가 다시 비웃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안 될 거다. 너는 애초에 최후의 한 발짝을 내딛지 못해! 넌 죽은 목숨이야, 넌 죽었어…….”

두변의 몸이 계속 무너졌다.

일단 한계치까지 무너지면 그의 체내에 있는 에너지 정체가 터져버리고, 그의 단전이 터져버릴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30센티미터 소인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물론 그건 정상적인 사고에 따른 결과의 내에서만이었다.

이럴 때는 영혼을 육체에서 뽑아낸 뒤, 정신술로 이 작은 노인을 죽여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적어도 영혼은 질량이 없고 에너지니까.

그런데 두변은 도리어 그렇게 하지 않았다.

세 번째 관문에서 매마의 분신이 두변의 몸을 빼앗으려고 했다.

그렇다면 눈앞의 이 소인은 어쩌면 두변의 영혼을 얻으려고 하는 건 아닐까?

이것도 매마의 분신처럼 악몽 대제에 의해 이곳에 갇혀 있는 게 아닐까.

하지만 더할 나위 없이 강한 중력 때문에 조금도 이동할 수 없어서 영원히 그 지점에 고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심지어 소인의 영혼도 속박되어서 도망칠 수도 없고.

그러니 그는 두변의 영혼을 빌려서 이곳을 떠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가 빼앗으려고 하는 건 두변의 영혼이었다.

두변은 지금 온몸이 끊임없이 무너져서 얼핏 보면 유일한 방법은 영혼 이탈술을 사용해서 정신력으로 이 소인을 공격하는 방법밖에 없어 보였다.

하지만 어떤 정신 공격을 시도하든 이 소인에게 이용당할 것이다. 소인의 영혼은 그 틈을 타서 두변의 정신력을 타고 도망칠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하지?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 소인은 조금도 움직일 수도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지만 극도로 강했다.

누구도 그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애초에 십만 배의 중력을 누가 견딜까.

두변의 몸은 계속 무너지고 무너졌다.

두변의 남은 생명도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5, 4, 3, 2…….

갑자기 두변의 머릿속이 환해졌다.

방법이 있다!

게다가 그 방법은 극도로 단순했다.

이 노인에게는 정신술 공격은 쓸 수 없다. 그와 한 걸음 안의 거리에 다가가서 가볍게 그를 만지기만 해도 그는 곧 죽을 것이다.

이게 바로 악몽 대제가 제4층 연옥탑에 설계한 내용이다.

정신력과 영혼을 제외하고, 두변이 소인과 한 걸음 안의 거리에 다가가서 부위에 상관없이 소인을 한 번 건드리기만 하면 이긴다.

그렇다면 분신술을 사용하면 될 것 아닌가.

분신술이 방출하는 건 환영이자, 에너지체다. 영혼과 마찬가지로 질량이 없어서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영혼이나 정신력이 아니니, 이 소인이 그걸 이용해서 도망칠 수 없었다.

“분신술!”

최후의 순간에 두변은 분신술을 시전했다.

휙.

그때 두변의 몸은 이미 완전히 무너져서 10센티미터도 안 되는 크기만 남았다.

곧 두변의 10센티미터 환영이 곧바로 최후의 한 걸음을 내디뎠다. 정확히 말하면 최후의 한 걸음만큼 날아가서 소인 코앞에 도착했다.

“안 돼, 안 돼, 안 돼!”

소인이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두변의 분신 환영이 다가가서 노인을 쿡 찔렀다.

그 순간 노인의 몸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의 몸이 끊임없이 작아졌다.

30센티미터에서 10센티미터, 1센티미터…….

결국 노인의 몸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에너지 정체가 되었다. 반짝이고 투명하면서 더할 나위 없이 강한 에너지를 머금은 결정체였다.

그와 동시에, 두변이 견디고 있던 만 배의 중력이 완전히 사라지고, 그의 몸이 팽창해서 원상태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몇 초 뒤.

그의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죽음에서 벗어났구나!

두변은 앞으로 가서 소인이 응축되어서 만들어진 에너지 정체를 쥐고 흡성대법을 시전해서 에너지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그 순간, 강한 에너지가 또다시 두변의 체내에서 폭발했다.

콰과과광.

두변의 무도 수준이 또다시 미친 듯이 급등했다.

반성 6계.

반성 7계.

반성 정상.

무성 1계.

드디어 4층의 시험이 순조롭게 끝났다.

시스템이 말했다.

‘주인님, 주인님은 1계 무성을 이미 돌파했습니다. 시험의 목표를 완수했으니 나가도 됩니다. 뿐만 아니라, 제가 아까 그 소인의 중력을 배가시키는 공격 방식을 복제했습니다. 물론 지금 주인의 무도 수준으로는 중력 공격은 천 배까지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무도 수준이 향상되면 중력 공격의 배수도 끊임없이 향상됩니다.’

이렇게 기쁜 일이!

무성 등급을 돌파했다는 것도 기뻤지만 중요한 건 저 대단한 중력을 배가시키는 공격 방식을 복제했다는 것이리라.

태강 대제의 의견에 따르면 이제 이곳에서 나가도 된다.

제4층 연옥탑의 시험을 완성시키는 것만으로 무성 등급을 돌파했으니, 이미 임무를 완수한 셈이었다.

제5층은 현재까지 아무도 완성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두변은 그걸 시도해보아야 할까?

당연히 시도해야 한다.

두변은 5층의 시험이 몹시 신기하고 더 놀라울 것이라는 걸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 그걸 완성할 수만 있다면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우는 것이다. 태강 대제와 꼭두각시 부족의 대추장, 약탈자 연맹의 대원수를 이길 수 있게 된다.

두변은 곧바로 계단을 올랐다. 한 걸음씩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서 제5층 연옥탑에 진입했다.

제5층 연옥탑의 보스는 대체 뭘까?

뭔데 이 세계에서 아무도 그것을 격파할 수 없을까? 태강 대제가 그토록 강한데도 성공할 수 없을 정도인 게 무얼까.

어둠의 장막을 지나, 두변은 눈을 떴다.

마침내 그는 연옥탑 제5층의 최종 보스를 만났다.

제5층 연옥탑은 따뜻한 작은 집이었다.

집 안의 가구는 모두 나무였고 바닥에는 원시적인 양탄자도 깔려 있고 두껍고 큰 양초 몇 자루가 켜져 있었다.

어떤 거인이 탁자 옆에 앉아서 조용히 큰 책을 읽고 있었다.

물론 그를 거인이라고 말하는 것도 몹시 정확한 표현은 아닐 것이다. 그는 고작 5미터 키에 불과하니까. 정상인과 비교하면 당연히 거인이라 부를 수 있지만 제1층과 제2층 연옥탑에 있는 거인과 비교하면 소인인 셈이었다.

“안정, 평화, 평안, 이것들이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것들인가?”

5미터 키의 거인이 두변을 바라봤다. 그는 귀가 뾰족하고 얼굴이 날카로워서 인간보다 더욱더 위엄있고 냉혹해 보였다.

두변은 장소만의 묘사가 떠올랐다. 세상 최후의 날이 닥쳤을 때, 어떤 거인이 하늘에서 떨어져서 사방 천 미터 안의 모든 걸 무너뜨리고 큰 구덩이 안에서 나와서 곧 숨이 끊어질 듯한 임야소를 안고 갔다고 했었다.

거인이 물었다.

“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마도 자유 아닐까요?!”

그건 언제나 진리처럼 여겨지는 답이니까.

거인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그건 하등 생물이 가장 진귀하게 생각하는 것이지. 예를 들면 지금 이 세계의 수많은 인간이 높은 담장 안에 갇혀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지. 하지만 고등 생물에게 가장 진귀한 건 아마도 마음의 안정과 평화, 평안이지.”

“그렇다면 저는 아직 고등 생물 등급에 도달하지 못했나 봅니다. 하지만 안정, 평화, 평안도 마음의 자유를 의미하지 않습니까?”

거인이 물었다.

“그럼 고통의 근원은 뭘까?”

“마음이 원하는 바를 만족시킬 수 없는 것, 살면서 생기는 과거의 잘못, 발견한 진리가 담장처럼 눈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 등등이죠.”

“고통의 근원이 바로 자신의 마음이 맞나?”

“그렇습니다.”

“스스로에게 최대의 적은 항상 자신이지. 물론 나는 결코 게으름이나 탐욕 같은 걸 말하려는 게 아니야. 사실 게으름과 탐욕을 가진 사람은 행복하니까. 게으름은 적어도 그 사람을 마비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복함이 있고, 탐욕은 적어도 그 사람이 손에 넣을 수 없는 걸 추구하게 만드는 행복함이 있으니까. 사람이 가장 고통스러운 건 바로 자신과 싸운다는 것이지. 그건 자신이 영원히 자신과 싸워야 한다는 뜻이거든. 시시각각 어제의 자신, 방향을 잃은 자신과 싸울 생각을 해야 해. 누군가가 시시각각 자신과 싸우면 당연히 무한한 고통에 빠지게 되지.”

두변은 그 말에 침묵했다.

누군가에게 최대의 적은 자신이라는 말은, 사실 지구에서 진리처럼 받들어지긴 했다. 게다가 사람은 자신의 여러 가지 나태함, 질투, 탐욕 등에서 이겨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싸움에서 아무리 승리한다 할지라도, 반드시 행복을 가져다주는 건 아니다. 도리어 더 심한 고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두변이 물었다.

“실례지만 귀하는 누구십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