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3장: 연옥탑 6층
두변은 부모님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고, 심지어 부모님의 행방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자신의 어머니를 알게 되었다. 게다가 그분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버린 것이다.
그 일은 순식간에 두변에게 더할 나위 없이 강한 힘과 버팀목이 되었다.
게다가 자신의 어머니는…… 어렴풋하지만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닐 수도 있었다.
왜냐하면 두변 기억 속에 있는 첫 번째 장면은 어머니의 뒷배경이 끝없는 창공이었다. 뒤로는 수많은 광점이 그녀를 쫓아오고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의 어머니는 대체 어디에 있을까? 그녀는 대체 무슨 신분일까?
부모님을 찾고,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싶으면 의심할 여지 없이 어머니가 자신에게 준 그 장신구에서 단서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 장신구는 흑옥(黑玉)이었다. 평범하면서도 조금 신비로워 보였을뿐더러, 그 위에 복잡한 무늬가 조각되어 있었다. 두변은 그 당시 전혀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제 보니 그건 아마도 문자일 것이다. 다만 두변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문자였다.
어릴 때 두변은 자주 악몽을 꾸었다. 하지만 손에 그 장신구를 쥐고 있으면 마음이 즉시 편안해졌다.
단지 나중에 임야소와 연애하면서 그 흑옥 장신구를 그녀에게 선물했었다. 그건 그가 가지고 있는 최고로 진귀한 보물이었으니까.
그러니 두변에게는 지금 그 장신구가 없었다.
악몽 대제의 심마가 말했다.
“두변, 이 세계에서 유사 이래로 첫 번째로 5층 연옥탑의 시험을 통과한 사람이 된 걸 축하하네.”
이윽고 그의 몸이 옅어지더니 최후에는 엷은 빛 한 겹이 되었다.
악몽 대제가 이곳에 남겨둔 심마는 당연히 순수한 에너지 정신체였다. 이제 그것은 응축되어서 에너지 정체로 변했다.
악몽 대제의 심마가 변한 빛이 말했다.
“나는 비록 악몽 대제의 심마지만 아주 작은 분신에 속하지. 이 결정체 안에는 강한 에너지를 담고 있다. 이게 바로 너에게 주는 포상이다. 그는 아무도 자신의 심마를 이길 수 없다고 말하면서 나를 떼어내서 이곳에 가뒀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자신의 심마를 이겼다면 그가 잘못 생각했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니 난 자유가 되었다. 나는 돌아갈 것이다.”
“돌아간다고요?”
“그래, 그의 몸으로 돌아간다.”
이윽고 악몽 대제 심마의 빛이 흐르는 빛 한 줄기로 변해서 곧바로 연옥탑에서 나가서 악몽 제국을 향해 날아갔다.
두변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그 에너지 정체를 손에 쥐고 흡성대법을 운용해서 에너지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더할 나위 없이 강하고 신비로운 에너지가 세차게 두변의 체내로 밀려들었다.
이번에 밀려든 건 내력 현기뿐 아니라, 더할 나위 없이 강한 정신력도 있었다.
그의 단전, 근맥, 뇌 영역에서 모두 대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두변의 정신력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45급, 47급, 53급, 59급!
그와 동시에 두변의 내력 현기도 미친 듯이 급등해서 그의 무도 수준이 또다시 폭등했다.
무성 2계, 무성 3계, 무성 4계, 무성 5계, 무성 6계…….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두변이 또다시 깨어났다.
시스템이 말했다.
‘주인님, 당신의 무도 수준은 이미 무성 6계를 돌파했습니다! 정신력은 59급에 도달했습니다.’
‘무성 뒤의 등급은 뭐지?’
‘용혈대륙(龍血大陸)의 등급 구분에 근거하면 무성 다음의 등급은 연옥자(煉獄者)입니다.’
‘그래서 이곳을 연옥탑이라 부르는군.’
‘그렇습니다. 제5층 연옥탑 시험에서 주인의 최대 수확은 정신력과 내력 현기가 아니라, 새로운 공격 방식인 심마 공격입니다.’
심마 공격이라고?
그 공격은 그 무엇보다도 더 대단하다 할 만했다.
4층에서 얻은, 중력을 천 배나 배가시키는 공격 방식만 해도 많은 이가 상상도 할 수 없을 지경이겠지만 이번 심마 공격은 더욱더 막으려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강력한 고수라도 누구나 마음속에는 저마다의 심마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제5층 연옥탑의 시험도 끝냈으니, 이곳을 떠나야 했다.
그런데 이어서 두변은 놀랍게도 계단이 더 있음을 발견했다.
설마 제5층이 연옥탑의 가장 꼭대기가 아니라, 이 위에 제6층이 있는 걸까?
그런데 방금 전에 두변이 들은 것처럼 악몽 대제가 이 탑의 통제권을 얻고 난 뒤, 이곳을 연옥탑이라 이름 짓고, 시험의 규칙을 제정했다고 했다.
그런데 악몽 대제처럼 강한 자도 제5층까지밖에 올라오지 못했나?
그렇다면 제6층은 대체 뭘까?
두변은 올라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사람은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그는 이미 이 세계의 기록을 깨뜨리며 제5층 시험을 완성했으니, 이제 나가야 했다.
하지만 그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계단의 끝에는 어둠의 장막이 있었고, 흑막 너머가 바로 제6층 연옥탑일 것이다.
제6층은 대체 무엇일까?
흑막을 지나는 순간, 한도 끝도 없는 공포와 충격, 미지가 순식간에 덮쳐왔다.
사실 두변은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찰나의 순간에 그와 그의 영혼, 그의 정신이 더할 나위 없이 두려운 혼돈에 빠졌다.
들어갈 수 없다, 절대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
두변은 즉시 걸음을 멈추고 더 이상 계단을 올라가지 않았다.
일단 밟으면 끝장이다!
그는 그 점을 더할 나위 없이 확신했다.
제6층은 그의 인식을 완전히 뛰어넘는 곳일 테다.
그가 가진 이론과 지식으로는 제6층 연옥탑의 인식을 도저히 지탱할 수 없다. 그러니 절대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죽는 게 가장 좋은 결말로 남을 것이다.
두변은 급히 물러났다.
한순간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은 신체의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죽음에서 살아난 뒤의 여파였다.
두변은 한 층씩 내려가서 연옥탑의 제1층으로 돌아갔다.
그런 뒤 입구에서 나가서 기나긴 어둠을 가로지르니, 눈앞이 조금 밝아지며 바깥세상에 도착했다.
그 순간 그는 더할 나위 없이 초조한 세 명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두효가 곧바로 두변의 품속에 뛰어들었다.
“아빠, 드디어 돌아왔군요. 우리는 아빠를 35일이나 기다렸어요. 우리는 아빠가 하마터면 나오지 못하는 줄 알았어요.”
35일이라고?
두변은 그 말을 듣고 대단히 경악했다.
태강 대제가 말했다.
“그래. 우리는 너를 35일이나 기다렸어. 일전에 너를 한 달만 기다리고, 한 달 뒤에 네가 나오지 않으면 우리는 포기하고 떠나겠다고 말했지. 왜냐하면 한 달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는 건 시험에서 실패해서 안에서 죽었다는 뜻이니까. 그런데 도저히 내키지 않아서 계속 기다릴 수밖에 없었지.
그런데 뜻밖에 네가 나올 줄 몰랐군.”
두변은 태강 대제의 말에 너무나 경악했다.
무도 수준을 올리느라 혼수상태에 빠진 시간을 모두 합쳐도 앞의 5층 연옥탑까지의 시험을 끝낸 시간은 닷새를 넘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35일이나 지났다고?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설마 자신이 제6층 연옥탑에서 머무른 찰나의 시간에 30일이나 지난 걸까?
분명히 한순간이었다. 두변은 길어야 1초가 지나지 않았다고 느꼈다.
태강 대제도 연옥탑 안에서는 바깥보다 시간이 길게 간다고 했다. 안에서 한 달 있으면 밖에서 하루, 이틀이 되지 않을 거라고 했다.
어떻게 안에서의 한순간이 바깥에서 한 달이 지났을 수 있을까?
태강 대제가 물었다.
“4층 연옥탑의 시험을 완성했어?”
“5층까지 완성했어!”
태강 대제는 넋이 나갔다.
이 세계에서 제5층 시험을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건만, 두변이 그걸 완성했다고?
그는 역시 대운을 가진 자인 걸까?
태강 대제도 제5층 연옥탑의 시험을 완성하려고 수백 번이나 도전했었다. 연옥탑의 시간으로 장장 10년이나 도전했지만 통과하지 못했다. 꼭두각시 부족의 대추장, 약탈자 연맹의 대원수도 그와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세 사람은 공통된 인식을 갖게 되었다. 악몽 대제의 심마가 다스리는 한, 제5층 연옥탑은 통과할 수 없는 곳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뜻밖에 두변이 그곳을 통과하다니.
태강 대제가 말했다.
“그, 그건 대단히 좋은 일인 셈이군. 되었어, 시간이 몹시 긴박해. 우리는 반드시 악몽 제국으로 빨리 가서 악몽 공주를 아내로 맞아야 해. 약탈자 연맹의 대원수, 꼭두각시 부족의 대추장은 진작 도착했을 거야. 우리는 이미 며칠이나 늦었어.”
이번엔 태강 대제가 두변 등 세 사람을 데리고 하늘을 날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태강 제국의 수도에서 비행기 한 대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대형 헬기였다.
네 사람은 대형 헬기에 올라서 우선 태강 제국의 수도로 날아갔다.
태강 대제가 우선 황궁에 가서 신하들을 불러서 모두 앞에서 두변이 태강 제국의 황위 계승자가 되었다는 성지를 선포해야 했다.
태강 대제가 말했다.
“내 아들은 아직 어려. 나는 대외적으로 너를 황태제(皇太弟)라고 선포할 거다. 내가 아무래도 너보다 한 살 많으니까 말이야.”
고아원에서 대학에 올 때까지, 이소강은 줄곧 두변을 따라다녔다. 분명히 그가 한 살 많건만 동생처럼 굴었었다.
“악몽 대제는 용혈 대륙이라는 곳에서 온 건가?”
두변이 묻자 태강 대제가 말했다.
“그래, 용혈 대륙은 지구에 침입한 그 차원의 세계야. 그 세계는 본래 자신만의 문명이 있었어. 그 세계를 통치하는 종족은 본래 용예(龍裔)족이라고 불렸어. 하지만 악마가 침입해서 용혈 대륙을 함락시켰지. 악마가 미친 듯이 모든 에너지를 흡수한 탓에, 용혈 대륙은 죽음의 행성처럼 변했지.”
“용혈 대륙의 무도 구분에서 무성 위가 바로 연옥자야?”
“나, 꼭두각시 부족의 대추장, 약탈자 연맹의 대원수 모두 연옥자 등급이야. 게다가 다들 정상급 연옥자일 거야.”
두변이 물었다.
“너희에게 연옥자가 도달할 수 있는 한계치라서?”
“우리 혈맥은 악몽 대제가 각성시켜준 거야. 하지만 뿌리는 여전히 인간의 혈맥이지. 그러니 웬만해서는 영원히 정상급 연옥자의 경지를 뛰어넘지 못하고, 열반자의 경지에는 더더욱 오를 수도 없지.”
“그럼 악몽 대제는?”
“그분은 열반자 정상급에 도달했어. 우리 세계 최고의 강자지.”
“너희는 연옥탑에서 제5층 시험을 완성할 수 없었는데 어떻게 무성을 돌파해서 연옥자 경지에 진입한 거지?”
“우리는 악몽의 균열 안에서 몇 년이나 수련한 결과, 연옥자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어.”
“악몽의 균열이 뭐지?”
“그곳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곳이 아니야. 진짜 이세계에서 분열되어 나온 한 구역이야. 아마도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일 거야. 연옥탑은 한 층씩 위로 올라가며 수련도 할 수 있지만 악몽의 균열은 완전 미지의 장소야. 악몽의 균열에서 수련한 그 5년의 시간 동안 나는 한평생이 아니라 마치 몇 평생을 보낸 것만 같아.”
“이번에 내가 악몽 제국에 구혼하러 가는데 내 두 적수는 각각 어떤 무도 수준이지?”
“꼭두각시 부족의 소추장, 약탈자 연맹의 대원수의 아들, 그 두 사람은 올해 각각 37세, 39세야! 대략 10년 전에 그들은 연옥탑에 들어가서 수련을 했어. 꼭두각시 부족의 소추장 소마(索魔)는 제4층 시험을 성공적으로 끝냈어. 그에 비해 약탈자 연맹의 대원수의 아들 염축은 제3층 시험만 완성했어. 하지만 치욕스러움에 그 후로 정진해서 악몽의 균열에 가서 수련했지. 그러니 두 사람의 무도 수준은 아마도 너와 비슷할 거야. 그런데 그들이 너보다 한 가지 우세가 있어. 최근 몇 년간 그 두 사람은 줄곧 악몽 대제를 따라다녔으니, 대제의 손제자(孫弟子)인 셈이지.”
“악몽 대제는 줄곧 그렇게 신인을 육성하려고 애를 쓰는 건가?”
“그래. 그는 지구에서 악마에 대항하는 최고 지도자야. 그러니 자신의 휘하 세력이 점점 더 강해지기를 바라지. 그래야만 운명 대마주에 저항할 수 있으니까.”
이어서 태강 대제가 한마디 덧붙였다.
“물론 너도 우세를 가지고 있어. 악몽 제국의 공주는 바로 네 약혼녀니까.”
대형 헬기가 태강 제국의 수도 황궁 안에 착지했다.
끼릭.
황궁의 거대한 문 두 개가 열렸다.
태강 대제는 두변 일행을 거느리고 대전 안으로 진입했다.
그곳은 상상하던 것처럼 사치스럽지 않았다. 궁전 안은 궁 밖처럼 어두운 색조에 사방이 냉랭해 보였다.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태강 대제가 들어감에 따라 대전 안의 수천 명이 전부 질서정연하게 무릎을 꿇었다.
바깥에는 헬기와 미사일이 있었다. 게다가 대형 스크린과 찬란한 등불, 고층 빌딩도 있었다.
그런데 이 대전 안은 여전히 중세의 봉건사회 같았다.
대전 안의 신하, 장군, 성주, 총독 등은 획일적으로 암흑색 갑옷을 입고, 손에 검을 쥐고 있었다.
그건 당연히 태강 대제 개인의 취향일 것이다.
아무리 이곳이 현대 지구라도 그는 여전히 군왕이 토지를 분봉하는 방식을 좋아했다.
그러니 그의 절대적으로 강한 무력 하에 태강 제국은 절대적인 봉건제국이 되었다. 그것도 엄격한 분봉제를 갖춘 봉건제국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