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585화 (585/648)

585장: 결투탑에서의 결투

잠시 멈칫하던 그녀는 계속 앞으로 걸어가서 악몽 대제의 오른쪽에 앉았다.

악몽 대제의 왼쪽에는 3미터 정도의 키가 큰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는 예전에는 인간이었지만 체내에 너무 많은 이세계 혈맥을 주입받은 듯, 이세계 사람과 몹시 비슷하게 생겼다. 큰 키뿐 아니라, 두드러지게 각이 진 얼굴 윤곽도 그러했다.

이 사람이 바로 악몽 태자였다. 악몽 대제의 양자, 미래의 악몽 제국의 후계자.

임야소는 악몽 대제의 양녀였다.

두변의 시선이 임야소의 얼굴에 장장 1분간 머무른 뒤, 그녀 옆에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

악몽 태자가 아니라 어떤 환관이었다.

그는 아마 이 궁전 안에 있는 유일한 환관일 것이다. 늘씬하고 가는 몸매에 얼굴은 준수하고 유약하게 생겼다. 게다가 얼굴에 분을 새하얗게 바른 데다 입술은 또 새빨갛게 칠해서 얼핏 보면 어릿광대처럼 보였다.

두변의 시선을 발견하자, 그 어릿광대 같은 환관은 더할 나위 없이 자기를 낮추며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렸다.

다시 궁전 안에 가득한 신하들을 보니 하나같이 화려하고 선명한 색상의 옷을 입은 모습이 현재 지구의 다른 곳과는 모든 게 정반대였다.

어쨌든 이 대전 안의 모든 건 의식적인 느낌이 충만한 것이, 마치 성대한 무언가를 진행하려는 것 같았다.

악몽 대제가 말했다.

“지구의 나이로 계산하면 임야소 공주의 나이는 실로 적지 않다. 헌데 용혈 대륙의 나이로 따지면 임야소 공주의 나이는 아직 너무 어리다.”

용혈 대륙의 사람들이 몇 살까지 살 수 있는지 모르지만 아마 아주 오래 살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그들이 인류의 신체보다 훨씬 더 강한 신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악몽 대제는 바로 자신의 육신 그대로 이세계에서 지구로 진입했다. 게다가 그 혼자서 연옥탑을 통제하며 시험의 규칙을 제정했다.

뿐만 아니라, 태강 대제, 꼭두각시 추장, 약탈자 대원수, 또 이곳에 있는 수많은 고수를 거의 다 그 혼자서 키워낸 셈이었다.

악몽 대제가 말했다.

“임야소 공주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은 세 젊은이는 앞으로 나오게.”

두변이 걸어 나갔다.

꼭두각시 부족 추장의 아들 소마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지나치게 잘생기고 예쁜 남자로, 늘씬하고 피부가 여자보다 더 좋았다. 하지만 그가 남들에게 여자처럼 수줍어하는 남자로 보이지 않은 이유는 그의 두 눈이 독사처럼 날카로웠기 때문이다. 그는 대단히 높은 정신력 수준을 가지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약탈자 연맹의 대원수 아들 염축도 앞으로 걸어 나왔다. 이 사람은 소마와 마침 정반대였다. 용맹하고 강건하며 절대적인 남자의 기개가 충만했다. 수십 미터 너머에서도 그의 몸에서 나는 더할 나위 없이 짙은 수컷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온몸의 근육은 합금으로 만든 것처럼 선형의 아름다움이 충만했고 결코 비대한 느낌을 주지 않았다. 이 사람의 무력은 분명 극도로 강할 것이다.

이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용과 봉황처럼 매우 뛰어나다 할 만했다.

세 사람이 앞으로 나왔다. 꼭두각시 부족의 소추장 소마는 임야소 공주를 뼈에 사무칠 듯 절절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에 비해 염축은 절대적인 패기와 독점욕이 가득한 시선을 보냈다. 임야소 공주를 독점물처럼 여기고, ‘누가 감히 나와 겨루면 그놈은 죽는다!’ 하는 느낌이랄까.

악몽 대제가 말했다.

“너희 세 사람 모두 우리 공주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으니, 그럼 모두 앞에서 공주에게 딱 한마디로 마음을 표현해라.”

꼭두각시 부족의 소추장 소마가 애정 어린 눈으로 임야소 공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랑합니다. 그건, 이 말세에 내가 유일하게 가진 것이자, 또 유일하게 줄 수 있는 겁니다.”

약탈자 연맹 대원수의 아들 염축이 말했다.

“공주, 당신이 무엇을 갖고 싶어 하든지, 나는 다 당신에게 줄 수 있습니다. 그게 내 목숨이라도 말입니다!”

그들의 고백은 다 괜찮은 편이었다.

마지막으로 모든 이의 눈빛이 두변에게로 향했다.

두변이 말했다.

“우리, 집으로 갑시다!”

임야소 공주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악몽 대제가 말했다.

“세 사람의 고백은 끝났다. 다들 몹시…… 깊은 감정을 품고 있구나! 하지만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금은 말세고, 우리는 전대미문의 적을 상대하고 있다. 그것들은 이미 수많은 문명과 수많은 차원을 망가뜨렸다. 우리가 상대하는 건 운명 대마주이며, 몽경 마왕, 운명 마왕이다. 또 그들 배후에 있는 마제지존(魔帝至尊)이다.

그러니 듣기 좋은 말 같은 건 다 쓸모없는 것이다. 이 세계는 그렇게 많은 애정 어린 모습을 용납하지 않는다. 우리 악몽 제국은 최강의 사람과만 인척을 맺을 것이고, 우리 임야소 공주도 최강의 남자에게만 시집을 보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너희 세 사람 중에 대체 누가 최강자이냐?”

악몽 대제가 힘차게 손짓을 했다.

쾅!

탑 하나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더니 곧바로 바깥의 광장 위에 떠 있었다.

물론 이 탑은 연옥탑이 아니라 그렇게 크지는 않았고 높이가 대략 100미터에 불과했다.

악몽 대제가 말했다.

“이 탑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나는 너희가 황궁 안의 꽃과 풀을 망가뜨릴까 걱정되어서 너희를 이 안에서 결투하게 할 생각이다. 너희 셋은 이 결투탑 안에 들어가라. 무슨 방법을 쓰든 상관 않겠다. 어쨌든 최후에 단 한 사람만 나와야 한다. 그 사람이 임야소 공주의 부마가 될 것이다!”

이윽고 그 결투탑의 문이 열렸다.

악몽 대제가 손을 휘두르자, 두변, 소마, 염축 세 사람이 모두 날아서 그 안에 들어갔다.

쾅!

결투탑의 문이 닫힌 뒤, 한 번도 그 문이 나타난 적이 없는 것처럼 사라졌다.

그런 뒤 결투탑의 벽이 안에 있는 모든 걸 볼 수 있게 투명하게 바뀌었다.

결투탑 안.

두변, 소마, 염축 세 사람이 서로 50미터 간격을 두고 삼각형 모양으로 서 있었다.

사실 염축과 소마는 두변의 존재는 전혀 안중에 없었고, 서로 상대방만 신경 쓰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 몸에 있는 혈맥은 이미 악몽 대제에 의해 개조되었고, 둘 다 연옥탑에 진입한 뒤 다시 악몽의 균열 안에서 7, 8년이나 수련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 후 몇 년간 악몽 대제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았다.

그러니 두 사람 다 자신의 무공에 대해서 절대적인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젊은 연배 중에서 두 사람의 적수는 서로밖에 없었을뿐더러, 그들과 견줄만한 제3의 인물도 없었다.

그에 비해 두변은 방금 튀어나온 엑스트라 같은 존재에 불과했다. 태강 대제에 의해 영문도 모르게 후계자에 뽑힌 사람에 불과했다.

소마가 물었다.

“염축 형은 무도 수준이 어떻지요?”

염축이 말했다.

“무성 7계입니다!”

바깥에 있는 모든 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악몽 대제가 직접 가르침을 주어서 그렇게 강한 건가? 악몽의 균열에서 수련해서 그렇게 강해졌나? 대략 1년여 전쯤, 염축은 무성 등급을 막 돌파한 고수에 불과했었다.

태강 대제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자신이 잘못 예측한 건가? 염축이 무성을 막 돌파했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무성 7계라니.

태강 대제의 계획에 따르면 두변이 제4층 연옥탑 수련을 완성하고, 그의 대운까지 더해지면 이번 비무에서 이길 확률이 높을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두변이 제5층 시험까지 완성해서 그는 더욱더 승리에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염축의 무공 등급이 여전히 두변 위에 있을 줄이야.

염축이 물었다.

“소마 형은 무도 수준이 어떻게 됩니까?”

소마가 답했다.

“염축 형보다 아주 조금 높습니다.”

태강 대제는 더욱더 안색이 크게 변했다.

두 사람 다 두변의 무공 수준은 묻지도 않았다. 그들이 보기에 두변은 지나가는 행인 같은 존재라서, 애초에 자신들의 적수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두변은 모든 힘과 정신력, 내력 현기를 합치면 무성 6급 수준에 도달했다. 염축보다 한 등급 낮은데, 소마가 염축보다 아주 조금 높다니.

그런데 이 아주 조금이란 대체 얼마를 말하는 걸까.

염축이 물었다.

“소마 형, 이번 결투는 우리 두 사람의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옆에 있는 이자는 방해만 될 테니, 차라리 내가 아무렇게나 이자를 없앤 뒤, 우리 두 사람이 통쾌하게 싸우면 어떨까요?”

꼭두각시 부족의 소추장이 답했다.

“좋지요!”

남성의 강렬한 매력이 충만한 염축이 그제야 두변을 바라봤다.

염축이 말했다.

“나는 네가 누군지 모른다. 하지만 이건 절대로 네가 할 만한 게임이 아니야. 황천길에서 나를 탓하지 말거라. 네 운명이 안 좋은 탓이다!”

이윽고 그는 검을 뽑지도 않고 곧바로 주먹을 들었다.

순식간에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한 힘이 주먹에 모이면서 눈부신 빛을 발산했다.

놀라운 힘을 담은 주먹이 그대로 두변을 향해 날아왔다.

주먹은 음속보다 빠르게, 정말이지 포탄처럼 매섭게 날아왔다.

두변은 모든 힘을 모아서 마찬가지로 주먹으로 맞받아쳤다.

쾅!

큰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더할 나위 없이 강한 충격파가 터졌다. 주먹이 맞붙은 것이지만 정말로 포탄 두 발이 매섭게 충돌한 것처럼 무시무시한 폭발이 일어났다.

한순간, 두변은 뒤로 10미터 물러났고, 염축은 8미터 물러났다.

단순히 힘만 따지면 염축이 두변보다 더 강했다.

염축이 말했다.

“뜻밖에 폐물이 아니네? 너도 연옥탑의 제1층과 제2층 시험을 통과해서 결정체 몸을 가진 것이로군. 그런데 네 힘은 여전히 나보다 조금 떨어져. 게다가 방금 그 주먹에 나는 전력을 다 쓰지 않고 고작 6할만 썼다고. 이제 이 주먹에 10할의 힘을 쓸 테니, 네가 결정체의 몸을 가졌다고 해도 견디지 못할 거다. 너는 근골이 부러지며 죽을 때를 기다리거라!”

이 염축도 연옥탑에서 총 3층의 시험을 통과한 데다, 제1층과 제2층은 두변과 같은 시험을 겪었다.

그러니 그도 대단히 강한 결정체의 몸을 가졌고 놀라운 힘을 지녔다. 거기에 그는 십여 년의 시간을 더 수련했다. 악몽의 균열 속에서도 몇 년을 수련했으니, 단순히 힘만 해도 두변의 두 배 이상은 되었다.

이제 그가 전력을 다해 주먹을 날리면 두변은 의심할 여지 없이 크게 손해를 볼 것이다.

“죽어라!”

염축이 포효하듯이 소리를 질렀다.

그가 주먹에 모든 힘을 응축시키자, 주먹 앞부분에서 금색 빛이 터져 나왔다.

권강(拳罡), 순수한 힘만으로 이루어진 권강이었다.

쾅.

염축이 전력을 다해 내지른 주먹이 대단한 기세로 미친 듯이 다가왔다.

그 속도는 놀랍게도 음속의 세 배에 달했다.

모든 이는 두변이 이 주먹을 막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조금 전에 내지른 주먹에 6할 정도의 힘만 실었어도 두변이 10여 미터나 날아가지 않았나.

속도가 너무 빠른 나머지, 거의 순식간에 주먹이 눈앞에 날아와서 곧 두변의 얼굴에 내리치려고 했다.

두변의 눈빛이 확 달라지더니 정신력을 방출했다.

“정신술(定身術)!”

순식간에 염축의 몸이 무참히 제자리에 못 박히면서 미동도 하지 못했다.

놀라운 장면이었다.

밖에 있는 많은 이가 순식간에 눈을 크게 뜨고 경악했다. 이 두변이라는 자가 힘만 센 게 아니라, 정신력 수준까지 이토록 높단 말인가?

염축은 힘도 무적이지만 정신력 수준도 낮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19급에 불과해서 두변의 59급의 정신력에 훨씬 못 미쳤다. 그러니 순식간에 몸이 고정되어 버린 것이다.

옆에 있던 꼭두각시 부족의 소추장 소마가 그걸 보고는 손을 가볍게 휘둘렀고, 이내 아주 손쉽게 두변의 정신력 고정술이 풀렸다.

염축은 고정술이 풀리는 순간 재빨리 수십 미터나 뒤로 물러나서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두변을 바라봤다.

정신력 공격은 막으려야 막을 수 없었다. 특히 이런 대단한 정신술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꼭두각시 부족의 소추장 소마가 말했다.

“염축 형, 저자를 대담하게 없애러 가도 됩니다. 저자는 정신력이 몹시 강하지만 나에게 훨씬 못 미칩니다. 내가 정신력으로 막고 있으면 저자는 더 이상 정신술을 쓰지 못할 겁니다.”

이 꼭두각시 부족의 소추장은 주로 정신력을 수련했다. 그의 정신력은 놀랍게도 65급에 달해서 두변보다 6급이나 높았다.

이어서 그가 갑자기 지팡이 하나를 꺼냈는데 그 위에 특수한 보석이 박혀 있었다.

한순간 결투탑 전체가 전부 소마의 정신력에 뒤덮였다.

염축이 매섭게 두변을 노려보더니 힘차게 검을 뽑았다. 더 이상 주먹을 쓸 생각이 없었다. 이번에는 전력을 다해 눈앞의 두변을 죽여야 했다. 이미 자신의 체면이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

“죽어라!”

염축이 검을 휘두르며 미친 듯이 달려갔다.

이번에는 신체의 힘뿐 아니라 내력 현기까지 더해지면서, 무성 7계의 내력을 쏟아냈다.

“정신술!”

두변이 또다시 정신술을 시전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소마의 정신력이 더 강해서 두변의 모든 정신력 공격을 제압했기 때문이다. 두변은 힘차게 검을 뽑아서 순식간에 염축과 한데 맞붙었다.

아무런 화려한 기술이 펼쳐지지 않고 그저 힘과 현기로 맞붙는 싸움이었다.

결투탑 전체에 순식간에 검광이 난무했다.

그들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검기와 검광이 난무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결투탑 안에서 결투를 벌이는 게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주변의 모든 집, 나무와 꽃, 풀들이 전부 이 검기와 검광의 난무에 모두 가루가 되어 버렸을 것이다.

두 사람이 장장 수백 수나 격전을 벌이면서, 두변이 점점 열세에 처했다.

염축이 큰소리로 웃었다.

“하하, 너는 끝내 내 적수가 되지 못하는구나. 이대로 전투를 지속하면 몇십 수 후에는 네가 반드시 패배할 것이다! 한데 나는 몇십 수도 기다릴 수 없으니, 십 수 안에 반드시 너를 없애버리겠다!

수혈광폭(獸血狂暴)!”

염축이 큰소리로 외쳤다.

순식간에 그의 체형이 배나 커지면서 전신에 무시무시한 붉은빛이 터져 나왔다.

수혈광폭, 이세계의 비술(祕術)로, 내력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대가로 순식간에 무공 수준을 향상시키는 비술이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힘과 현기가 미친 듯이 폭증했다. 그는 압도적인 기세로 두변을 미친 듯이 깔아뭉개려 돌진했다.

모든 이가 보기에, 지금 염축의 힘과 현기가 폭증한 뒤로 모든 방면에서 두변을 압도했으니, 이번 싸움에 두변이 반드시 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두변의 양팔이 붉어지더니 봉황의 날개처럼 변했다.

그런 뒤 힘차게 날갯짓 하며 달렸다. 한순간 하늘 높이 치솟은 화염이 미친 듯이 뿜어져 나왔다.

수만 도, 아니 십여만 도에 달하는 고온 화염이 순식간에 염축의 전신을 뒤덮었다.

이 봉황의 화염은 두변이 여완완의 분신에게서 복제한 공격 방식이었다. 비록 진짜 마봉의 화염에 견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극도로 놀라운 위력을 가졌다.

“아악!”

염축이 처참하게 비명을 질렀다.

그의 결정체 몸은 몹시 강인해서 고온의 화염 정도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수혈광폭이 힘과 현기를 향상시킨 반면 방어력을 감소시켰다. 그러니 두변의 화염 공격을 도저히 받아낼 수 없었다.

펑.

그는 두변의 화염 공격을 피해 포탄처럼 도망쳤다.

아무리 짧디짧은 0.1초밖에 안 되는 시간 동안 화염에 휩싸였더라도 그의 몸은 불타 이미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이제 염축뿐 아니라 옆에 있던 소마도 조금 놀랐다.

뜻밖에 두변이 이토록 강할 줄이야?

소마가 냉랭하게 말했다.

“몹시 강한 화염이군! 하지만 아무런 쓸모가 없을 거요.”

이윽고 그의 오른손이 갑자기 검푸르게 변하더니 에너지 한 가닥을 힘차게 내뿜었다.

무시무시한 한기가 솟구치면서 순식간에 주위의 온도를 미친 듯이 떨어뜨렸다.

봉황의 화염이 여전히 불타고 있었지만 이제 아무런 뜨거움도 파괴력도 없었다. 소마의 한랭한 기운에 완전히 얼어붙어서 중화된 것이다.

소마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안하군. 내 유한풍(幽寒風)이 자네 화염을 완전히 억제해버려서 말이지.”

이윽고 그가 염축을 바라보며 말했다.

“염축 형, 우리 두 사람이 연합해서 먼저 두변을 없애고 난 뒤, 다시 승부를 겨루면 어떨까요?”

그 말을 듣자, 바깥에 있는 모든 이의 안색이 변했다.

염축과 소마 두 사람의 수준이 두변보다 더 높은데, 지금 그 둘이 연합해서 두변을 죽이겠다고?

그건 사람을 너무 업신여기는 게 아닌가!

“폐하, 이건 불공평합니다.”

태강 대제의 말에 악몽 대제가 담담하게 말했다.

“태강, 이 세상에 공평이란 게 있더냐? 내가 진작 말했지 않나. 무슨 방법을 쓰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결국 최후에 결투탑에서 나오는 그 사람이 임야소 공주의 부마가 될 뿐이다.”

이 세상은 본래도 몹시 잔인한데 하물며 말세는 어떻겠나.

두 사람이 한 사람을 때리는 게 뭐가 대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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