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586화 (586/648)

586장: 중력을 증폭하다

결투탑 안.

염축과 소마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먼저 두변을 제거하기로 했다.

소마가 담담하게 말했다.

“두변이라고 했나? 말한 김에 알려주지. 나는 무성 8계이자, 65급 정신술사다.”

무도든 정신력 수준이든 이 꼭두각시 부족의 소추장은 모든 면에서 두변을 훨씬 넘어섰다.

이윽고 소마와 염축 두 사람이 나란히 서서 천천히 두변에게로 걸어갔다.

소마가 천천히 말했다.

“내 무도 수준이 너보다 더 높은데도 우리 두 사람이 연합해서 너를 없애는 건 매우 불공평하지. 하지만 미안하군. 이 세상에는 본래 공평이라는 두 글자는 없어! 네가 기왕 이 게임을 시작했으니, 네 운명을 받아들여라!”

두 사람은 끊임없이 두변에게 다가갔다.

염축은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여전히 수혈광폭 상태를 유지하면서 몸의 현기와 힘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렸다.

소마는 정신력을 방출해서 두변의 고정술을 완전히 제압했다. 오른손으로는 유한풍으로 언제든지 두변의 화염 공격을 꺼뜨릴 수 있게 대비하면서 두변을 무참히 얼려 죽이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소마가 접근함에 따라 두변 주위의 기온이 점점 더 낮아졌다. 마지막에는 온몸이 굳어 버릴 듯했다.

소마가 내뿜는 으스스한 기운은 두변 한 사람에게만 집중적으로 향하고 있어서 옆에 있는 염축에게는 아무 일도 없었다.

열 걸음, 아홉 걸음, 여덟 걸음.

염축과 소마 두 사람이 두변과 점점 더 가까워졌다.

이제 고작 세 걸음만 남겨두었을 때, 두변의 몸은 완전히 얼어붙어 거의 움직일 수도 없었다.

소마가 소리쳤다.

“죽어라!”

염축이 앞으로 다가가서 얼어붙은 두변을 향해 검으로 힘차게 베어버렸다.

쾅!

큰소리가 울린 뒤, 두변의 얼어붙은 몸이 그대로 부서져 파편으로 무너져 내렸다.

소마의 입가에 득의양양한 비웃음이 드러났다.

두변을 없애는 게 이렇게 쉬웠어?

두변은 이미 죽은 데다, 염축도 중상을 입었으니, 그렇다면 소마가 염축을 격파하는 건 쉬운 일이 되어버렸다.

소마가 속으로 나직이 중얼거렸다.

‘임야소 공주, 당신은 이제 내 것이라고!’

다음 순간, 그는 즉시 정신력으로 고정할 목표를 바꿨다. 이제 자신의 적수는 염축이니까.

그런데 갑자기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휙, 몸을 돌려 돌아보니 두변이 수십 미터 뒤에서 비웃음을 가득 짓고 있는 게 아닌가.

소마가 놀라서 안색이 확 바뀌더니 크게 소리쳤다.

“분신술?”

“그렇지. 이건 언제나 효과가 좋군.”

“그렇다고 네가 또 어쩌겠어?”

소마가 강한 정신력으로 미친 듯이 두변을 공격해 왔다. 차가운 한기가 수없이 많은 얼음검으로 변해서 두변을 향해 미친 듯이 날아왔다.

“고중력 공격!”

두변은 그 무시무시한 고중력 공격술을 펼쳤다.

순식간에 공중에서 날아오던 얼음검들이 갑자기 폭증한 중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곧바로 부서져 가루가 되었다.

“죽어라, 죽어!”

염축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면서 검을 휘두르며 두변을 향해 포탄처럼 달려왔다. 그 속도는 이미 한계치에 이를 정도로 빠른 데다가, 반드시 두변을 죽이겠다는 의지와 힘이 충만해 있었다.

그렇지만 두변의 근처에 다가가는 순간, 중력이 끊임없이 폭증해서 수십 배, 수백 배, 천 배가 되었다.

염축의 몸은 장장 5백 근이었고 검까지 합쳐지니 천 근 정도의 무게였었다. 하지만 중력이 천 배로 폭증하면서 그가 받는 중력은 무려 백만 근이 되었고, 이는 그가 견딜 수 있는 한계치를 완전히 넘어선 수치였다.

비록 죽거나 몸이 붕괴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제자리에 그대로 고정되고 말았다. 입고 있던 갑옷은 이미 중력을 견디지 못해서 조각조각 연달아 무너지고 있었다.

결투탑 밖에 있던 모든 이가 놀라서 넋이 나갔다.

소마도 제 눈앞의 장면을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쳐다본 뒤, 끝없는 질투에 휩싸이고 말았다.

‘중력을 증폭한다고? 그건 너무 대단한 거 아니야?

저자가 어째서 저렇게 강한 공법을 배울 수 있었던 거지?

죽여야 해, 죽여야 해! 저놈은 반드시 죽어야 해!’

소마는 속으로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 그런 뒤 모든 정신력을 모아서 두변을 향해 미친 듯이 공격했다.

두변이 손가락을 굽혀 한 번 튕겼다.

“심마술(心魔術)!”

아아악!

그 순간 소마가 날아가더니, 더할 나위 없이 처참하게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얼굴 전체가 미친 듯이 뒤틀리고 흔들리면서 그라는 사람과 영혼이 모두 끊임없이 어두운 고통 속에 침몰되는 듯했다.

쿵!

땅에 떨어진 소마가 몸을 움츠리고는 끊임없이 경련하고 벌벌 떨었다.

고중력 공격술, 심마 공격술은 역시나 대단했다.

염축에게든 소마에게든 일격필살의 공격술이었다.

“내가 이겼어. 임야소 공주는 이제 내 사람이야!”

두변이 천천히 말했다.

바깥에 있는 두효와 태강 대제 등 모든 이가 두변의 모습에 완전히 놀라고 말았다.

염축과 소마 두 사람의 무공은 다 그보다 고강했으나 결국 그 둘은 두변 앞에서 반격할 수도 없었다.

두변이 이렇게 대단한 공격 방식으로 두 사람을 완전히 격파할 줄 누가 알았을까.

두변은 염축과 소마를 바라봤다. 그 두 사람은 여전히 엄청난 고통에 빠져있는 탓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이 둘을 죽일 수 있었다.

“너는 이미 이겼다. 사람은 용서해야 할 때는 용서해 주어야 한다! 지금 인류의 고수가 몹시 진귀하니, 절대로 낭비해서는 안 된다.”

그때 밖에서 어떤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 번도 입을 연 적이 없는 악몽 제국의 태자였다.

이윽고 그가 일어서서 손을 가볍게 휘두르자, 염축 몸에 걸린 천 배 중력이 전부 풀리고, 소마도 심마 공격의 고통과 괴로움에서 완전히 풀려났다.

물론 악몽 태자에게 심마술과 고중력술을 파해할 수 있는 방법이 달리 있던 건 아니었다. 그는 압도적인 힘으로, 절대적인 무도 수준을 사용해서 곧바로 두변의 두 가지 대단한 공법을 풀어버렸다.

왜냐하면 그는 연옥자 경지의 고수이기 때문이었다.

두변은 순간 눈매가 가늘어졌다. 태강 대제와 꼭두각시 연맹의 대추장, 약탈자 연맹의 대원수를 제외하고, 또 연옥자 경지의 고수가 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역시 악몽 대제의 직계 제자다웠다. 어쩐지 그가 악몽 제국의 태자로 세워진 까닭이 있었다.

이제 보니, 악몽 대제 밑에 있는 네 명이 모두 연옥자 경지의 절정 고수였다.

악몽 태자가 말했다.

“소마, 염축, 너희 둘이 졌다. 무공에서 진 게 아니라 경지에서 진 것이다. 또 힘을 이해하는 방면에서 진 것이다.”

소마와 염축이 고통스럽게 일어나서 악몽 태자가 있는 방향으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말했다.

“예, 전하.”

결투탑의 문이 열리고 두변이 밖으로 나왔다.

두변은 탑 밖으로 나오자마자 놀라울 정도로 잘생겼지만 어릿광대처럼 분칠을 한 환관이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걸 발견했다. 두변의 시선과 마주치자, 그 환관은 순식간에 아첨하는 듯한 비천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서 허리에 뼈가 없는 것처럼 완전히 허리를 굽혔다.

두변이 악몽 대제를 바라보며 물었다.

“폐하, 제가 이제 임야소 공주를 아내로 맞을 수 있겠습니까?”

악몽 대제가 말했다.

“나라는 관문은 통과했지만 너는 아직 임야소 공주라는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때 임야소 공주가 곧바로 높은 단상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가늘고 긴 다리로 도도함을 뽐내며 곧바로 두변 앞에 다가왔다.

“나를 아내로 맞고 싶으면 반드시 나라는 관문을 넘어야 해요”

“얘기하시지요.”

임야소가 검을 뽑으면서 두변에게 말했다.

“나를 쓰러뜨려야 해요. 시작해요! 나를 아내로 맞고 싶은 남자는 반드시 나보다 강해야 해요.”

또 비무를 하자고?

모든 이는 눈을 크게 떴다. 다들 악몽 태자는 종종 봤지만 임야소 공주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서 여기 있는 사람들은 그녀를 거의 본 적이 없었다.

두변도 십여 보를 물러난 뒤, 검집에서 휙 검을 뽑아 들었다.

임야소 공주가 말했다.

“당신은 손님이니, 먼저 시작해요!”

하지만 두변이 손에 든 검과 검집을 전부 던지고는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항복입니다. 내가 패배를 인정할게요. 언제, 어떤 곳에서든 당신만 나를 때릴 수 있지, 나는 당신을 때릴 수 없습니다!”

그 말을 듣고 다들 요란하게 웃기 시작했다.

악몽 대제 곁에 있는 그 소환관은 입을 가리며 웃었고, 심지어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웃었다.

임야소 공주는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매섭게 두변을 노려봤다.

“미워요!”

이윽고 그녀는 검을 검집에 꽂은 뒤에 곧바로 돌아서며 말했다.

“당신이 많은 걸 궁금해하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저녁에 다시 얘기할게요.”

악몽 대제가 말했다.

“이로써 정식으로 선포하겠다! 내 양녀 임야소 공주는 정식으로 두변의 아내로 시집가고, 혼례는 곧바로 밤에 진행하겠다.”

그날, 악몽 제국의 황궁에는 초롱을 달고 오색천으로 곳곳을 장식할 뿐 아니라, 정오부터 대규모로 폭죽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수많은 색색의 등불과 수정석이 황궁의 모든 나무 하나하나에 달려 있었다. 진정 불빛이 휘황찬란하게 빛나서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하늘에 있는 순찰 비행 기병들도 전부 화려한 옷차림으로 갈아입었다.

심지어 지상에 있는 순찰 기병의 말은 전부 독각수(獨角獸)로 바뀌어 있었고, 게다가 그걸 타고 있는 건 전부 아름다운 여기사였다.

두효도 소공주의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황궁 구석구석에 아름다운 악곡이 울려 퍼졌다.

어둠이 드리웠다.

태강 대제는 이미 떠났고, 두변은 발코니에서 혼자 술잔을 기울이며 고개 들어 별을 바라봤다.

밤하늘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달이 휘영청 밝고 별들이 밝게 빛나는 것이, 이 세계가 말세인 것과는 전혀 아무런 관계가 없는 듯했다.

바로 그때,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두변 전하, 혼례가 곧 시작됩니다. 가시지요.”

바로 그 환관이었다. 극도로 잘생겼지만 분칠을 하고 입술을 빨갛게 칠해서 어릿광대처럼 보이는 사람 말이다.

그는 지금 더욱 더 아첨하는 모습이었다. 거의 90도로 허리를 굽히고, 두변에게 더할 나위 없이 몸을 낮추었다.

두변이 쳐다보자, 그의 허리가 더 굽어지더니 바닥에 붙지 못해 안달 난 사람처럼 굴면서 시선을 더욱더 내리깔았다.

두변이 말했다.

“가지!”

이윽고 그 환관이 두변의 뒤를 따라서 90도로 허리를 굽히며 걸었다. 발걸음은 몹시 가벼워서 개미라도 밟아 죽일까봐 걱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건 몹시 흥미로운 혼례식이었다.

황궁의 정원에서 거행된 혼례식은 몹시 아름답고 몽환적이었다. 수천 명이 두변과 임야소 공주의 혼례에 참가했다.

화려한 악단이 한 곡씩 연달아 연주를 했다. 게다가 곡 자체가 이세계의 음악이자 이세계의 악곡이었다.

모든 곡마다 소리에 특수한 에너지가 충만한 듯이 수천 미터 밖으로 울려 퍼지며 하늘 전체를 선회했다.

두변은 반듯한 검은 예복을 입었고, 임야소 공주는 새하얀 신부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 작고 정교한 황금 왕관을 쓰고 있었다.

화동들이 앞에서 꽃잎을 뿌렸고, 여자아이 두 명이 뒤에서 임야소 공주의 치맛자락을 들었다.

기나긴 꽃들로 장식된 회랑을 지나서 갖가지 꽃들이 무성한 아치형 문 밑에 도착했다.

이쯤 되면 서양식 혼례에 따라 목사 같은 사람이 나타나서 결혼을 하길 원합니까, 하고 물어본 뒤, 반지를 교환하고 입맞춤을 나눠는 걸까?

하지만 그런 절차는 없었다.

실제로는 이런 장면이 펼쳐졌다.

첫 번째 절은 천지에 올리시오!

두 번째 절은 부모님께 올리시오!

그리고 부부 간에 맞절을 하시오!

그렇다. 신랑은 말끔한 서양식 예복을 입고, 신부는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천지에 절을 올렸다.

그런데 이유를 모르겠지만 어쩌면 이곳의 모든 게 너무 몽환적이고 아름다워서인지, 어쩌면 이 이세계의 악곡이 지나치게 아름다워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모든 장면이 어색하지 않았고 뜻밖에 몹시 조화로웠다.

“혼례가 끝났으니 신방으로 가시오!”

악몽 태자가 말했다.

이윽고 두변은 임야소 공주의 손을 잡고서 천천히 신방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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