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588화 (588/648)

588장: 즐겁지 않나?

“자, 자, 자. 악몽 대제, 이리 오십시오!”

조명 한 줄기가 악몽 대제를 비추었다.

얼마 전까지 위풍당당하던 천하제일의 고수 악몽 대제 말이다.

“보여주시지요.”

운명 대마주가 말하자, 악몽 대제의 목에 갑자기 상처 한 줄이 벌어지더니, 크고 위엄있는 머리가 굴러떨어지고 이어서 그의 몸에서 한 사람이 기어나왔다.

악몽 대제의 머리와 몸은 진짜였지만 그는 이미 죽었다. 꼭두각시 술사가 그의 몸 안에서 조종하고 있었다.

운명 대마주가 말했다.

“제법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군. 하지만 이세계 사람이 천하를 무시하는 듯한 기질은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어.”

그가 손을 가볍게 휘두르자, 악몽 대제의 몸을 조종하던 꼭두각시 술사가 곧바로 연기로 사라졌다.

운명 대마주가 다시 두변을 바라보며 말했다.

“악몽 대제는 당신과 같았지. 지구의 구원자가 될 망상을 했으니 말이야. 대략 5년 전에 내가 죽였어. 우물 안에서 하늘을 보면서도 대단히 시건방져서 말이지.”

눈앞에 있는 이 운명 대마주가 악몽 대제를 죽였다고?! 그것도 5년 전에?

악몽 대제가 얼마나 강한가! 연옥탑의 규칙을 정한 사람일 뿐 아니라, 태강 대제 등 세 사람의 사부로서 혼자서 말세 지구 인류의 무도 국면을 바꾸다시피 하지 않았나.

그런데 그렇게 강한 사람도 운명 대마주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두변이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이번 공연에서 어떤 결말을 지으려고 했지?

내가 끝내 간파해 버려서 당신의 위대한 연극에 완벽한 마무리를 할 수 없게 되어 유감스럽나?”

“아니, 전혀 유감스럽지 않아. 어떤 예술 작품이든 다 결함이 있기 마련이니까. 내가 맞춰볼까? 당신이 언제쯤 당신이 겪은 모든 게 다 내가 조종하는 연극이란 걸 깨달았을까? 첫 번째 의심했던 순간은 장소만이 꺼냈던 에너지 정체 안에 마침 환영 분신 이수의 결정체가 있어서 당신이 순조롭게 연진 성주를 이길 수 있게 만들었을 때이겠지.”

두변이 고개를 끄덕였다.

운명 대마주 조언평이 다시 물었다.

“두 번째는 태강 대제가 당신에게 참회했던 순간이겠지?

내가 구상한 이 《운명》이라는 공연에서 태강 대제 이소강의 역할이 너무 중요하지. 완전 서브 남주나 마찬가지거든. 그래서 몇 년 전에 악몽 대제를 죽일 때 당연히 저자도 죽일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지. 당신이 깨어난 뒤, 그를 즉시 출발시켜서 또다시 당신을 해치고 속이게 만들었거든!”

지금 태강 대제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운명 대마주 조언평이 말했다.

“두변, 사람의 열악한 근성은 바뀌지 않아. 이소강은 본래도 비열하고 몰염치한 사람이야. 못생기고 열등감에 찬 이소강일 때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소군 방진일 때도, 그것도 아니면 패기만만한 태강 대제일 때도 말이지. 그 점은 줄곧 바뀌지 않아. 그는 영원히 비열하고 몰염치한 자야. 아무리 그의 무공이 강하더라도 그의 마음은 영원히 약해.

그런데 가장 치욕스러운 점은 이런 사람은 좋은 사람이 되지도 못하면서, 완벽한 악인도 되지 못한다는 점이지. 꼭 당신을 일깨워주려는 것처럼, 그렇게 하면 자신의 마음에 속죄라도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야. 얼마나 우스운 일이야!”

이윽고 운명 대마주 조언평에게서 또 분신 하나가 갈라져 나와서 태강 대제의 옆으로 가서 천천히 말했다.

“이소강, 너는 좋은 사람이 되려면 철저히 좋은 사람이 되고, 악인이 되려면 철저히 악인이 되어야지. 그렇게 애매하게 굴면 어쩌자는 거야? 너는 연기를 잘했지만 예술인으로서의 자질은 못 쓰겠군!

의자를 가져와라.”

운명 대마주 조언평이 말하자, 어떤 이가 의자를 가져왔다.

모든 이는 그가 의자에 앉으려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가 의자를 접어서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태강 대제를 매섭게 내리칠 줄이야.

쾅, 쾅, 쾅, 쾅.

그 평범한 접의식 의자가 태강 대제의 몸에 내리쳐지면서 그의 위풍당당한 투구를 부숴버렸다.

이소강의 못 생기고 야윈 작은 몸이 완전히 드러났다.

“내가 너더러 냉혹한 척하라고 했지! 내가 너더러 냉혹한 척하라고 했어……!”

운명 대마주 조언평은 정신착란이라도 온 것처럼 의자로 미친 듯이 이소강을 내리쳤다.

곧 이소강은 얻어맞아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이소강은 몸을 덜덜 떨면서 울었지만 조금도 반항하지 못하고, 몸을 완전히 웅크리고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운명 대마주 조언평이 이소강을 마구 때리면서 욕을 퍼부었고, 이소강은 얻어터져서 피투성이가 되어 인사불성이 되어버렸다.

결국 운명 대마주가 발을 들어서 그의 머리를 조준한 다음에 밟아서 터뜨리려고 했다.

“그만!”

운명 대마주 조언평이 멈칫하고는 두변을 쳐다봤다.

두변은 태강 대제 이소강의 옆으로 걸어가서 그의 못생기고 작은 몸을 부축해 일으켰다.

이소강은 입에서 끊임없이 핏덩이를 토해냈다.

이소강이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

“사부 악몽 대제께서 그렇게 강한데도 운명 대마주에게 살해당하셨어. 나는…… 그때 동귀어진하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없어서 무릎 꿇고 말았어. 나는 정말로 나약하고 무능한 사람이야. 그때 나는 너처럼 용감하고 싶었고, 꿈속 마왕에게 복수하고 싶었어. 하지만 나는 정말로 그러지 못했어. 너무 무서웠거든.”

두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소강이 말했다.

“나는……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야. 기생충에 불과해. 고아원에서 대학에 올 때까지 나는 항상 네 옆에 기생하면서 차마 네 곁을 떠날 수 없었어. 대녕 제국이라는 차원에 도착하자, 나는 또 꿈속 시스템에 기생했어. 말세 지구로 돌아온 뒤에 나는 또 사부인 악몽 대제에게 기생했어. 의존할 곳을 잃으면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어.

이번에 네가 돌아온 뒤, 나는 정말로 몹시 기뻤어. 나는 모든 진상을 너에게 알려주고, 네가 연극 속에 있다는 진상을 알려주고 싶었어. 조언평이 운명을 가지고 노는 진상을 알려주고 싶었어. 하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어. 그가 너무나 강한 데다, 너무 무서워서…….”

이소강은 곧바로 울음을 터뜨렸다.

두변이 고개를 끄덕인 뒤, 이소강이 쓴 투구의 가시 장식을 뜯어내서 그의 심장을 겨누며 말했다.

“빨리 손을 쓸 테니, 네게 큰 고통은 없을 거야.”

“내가 엽해당을 죽였는데 네가 마침 그녀를 위해 복수하는 거나 마찬가지니 잘된 거지. 내 딸, 내 아들, 내 아내를 너에게 맡길게. 그들을 지켜줘. 태강 제국을 너에게, 인류 최후의 희망을 너에게 맡길게…….”

두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뒤 손에 든 가시를 이소강의 심장에 겨누고 힘껏 찔렀다.

푹!

새빨간 피가 마구 튀면서, 이소강이 눈을 크게 떴다.

“내 인생은 정말이지 비극이로구나! 고마워, 형!”

이소강은 마지막 숨을 뱉고는 완전히 죽어버렸다.

짝, 짝, 짝.

운명 대마주 조언평의 분신 세 명이 모두 박수를 쳤다.

그가 오열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너무 감동스럽군요! 단순히 이 대목만으로도 오스카급 공연이에요!”

궁전 안에서는 그의 분신 셋만 박수를 치고 있었다. 한순간 그가 냉랭한 얼굴로 말했다.

“왜 다들 박수를 안 치지? 설마 이소강의 연기가 안 좋단 말이야?”

이윽고 궁전 전체에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조언평이 이소강을 향해 곧게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했다.

“태강 대제 이소강, 편히 잘 가시오!”

“절, 한 번!”

“절, 두 번!”

“절, 세 번!”

운명 대마주 조언평은 한 치의 소홀함도 없이 절을 하며 고인에게 예를 갖추었다.

이윽고 그가 가볍게 손짓을 하자, 개 세 마리가 뛰어들어서 단숨에 이소강의 시체를 빼앗아간 뒤, 갈기갈기 찢으며 모조리 먹어버렸다.

운명 대마주가 두변 앞에 와서 웅크려 앉으며 손을 턱에 괴고 진지하게 말했다.

“두변, 이소강이 자신의 인생은 비극이라고 했는데 나는 그 말이 틀린 것 같군요. 왜냐하면 그의 인생은 똥덩어리니까요!”

운명 대마주가 매우 과장스럽게 웃었다. 주성치보다도 더 주성치 같은 연기였다.

주변의 모든 이가 다 그를 따라 웃었다. 그의 비위를 맞추며 따라 웃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웃음소리가 또 갑자기 멈추며 생전 한 번도 웃지 않은 것처럼 엄숙한 얼굴로 돌아왔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은 아주 조금이라도 잘못될까봐 긴장하며 웃음을 거둬들였다.

운명 대마주 조언평이 일어서서 가볍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탁자 하나가 대전 안에 나타났다. 그건 현대적인 사무실이나 다름없었다.

조언평은 사장님 의자에 앉아서 맞은편에 있는 의자를 보며 말했다.

“자, 자, 자. 구원자 귀하, 앉으시지요! 앉으세요!”

두변이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조언평은 계약서 한 부를 꺼내서 두변에게 건넸다.

“이 새로운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요.”

계약서의 제목은 이러했다.

‘구원자 계약’.

제목 아래 부제는 이러했다.

‘운명 대마주에게 몸을 파는 노예 계약’.

운명 대마주 조언평이 말했다.

“두변, 당신은 어떤 일이 몹시 궁금할 겁니다. 우리 악마 일족이 이토록 강해서 내 수중에만 이십억이나 되는 불사족 군단을 장악하고 있지요. 1년 안에 지구에 있는 모든 국가의 정권을 없앨 수 있는데 어째서 15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인류가 존재하는지 말이에요. 이치대로라면 인류는 진작 멸망했어야 하지요. 안 그런가요?”

두변이 호응을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조언평이 말했다.

“예전에 판다(panda)가 일정 정도까지 희귀해지니 국보가 되었지 않습니까? 인간도 예외가 아니지요. 물론 우리도 인간이 1, 2천만 명이나 많이는 필요 없습니다. 말세 전에도 판다가 천만 마리나 있었다면 그건 더 이상 희귀한 게 아니겠지요. 우리가 인류를 가두어놓고 키우는 건, 사실 돼지나 소, 양을 가두어 키우는 거나 다름없는 일입니다. 당신도 막 부화한 악마가 인육을 먹는 걸 가장 좋아하는 걸 알고 있지 않습니까. 때문에,우리는 인류를 키워야 하고, 몇 년마다 한 무더기씩 도살해서 고기를 먹지요.”

인간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데다, 모골을 송연하게 만드는 사실이 조언평의 입에서 매우 평온한 말투로 나왔다. 꼭 인류를 닭고기나 오리고기, 생선을 먹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었다.

“당신도 인간이야.”

두변의 말에 운명 대마주 조언평이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누굴 욕하는 겁니까? 누가 인간이라고 욕하는 거예요? 당신이야말로 인간이고, 당신 일가 모두 인간이죠. 나는 첩자예요. 알겠어요? 나는 지구에 보내진 첩자입니다. 알겠냐고요? 나는 일생을 악마라는 큰 차원을 위해 영광을 함께하며 그들을 위해 분투할 겁니다!”

‘이 사람은 무적이로군.’

두변이 그를 비꼬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은 정말로 무적이었다. 아무리 심마 공격을 해도 그에겐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이소강 같은 사람도 고통을 알았고 치욕을 알았다.

그에 비해 눈앞에 있는 운명 대마주 조언평은 마음속에 아무런 허점이 없었다. 그는 순수한 악인이었다.

이 조언평이라는 자가 대체 어떤 심리적인 굴레를 겪어서 지금의 이런 경지에 이르렀는지 전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조언평이 말했다.

“미안합니다. 방금 전에는 흥분했군요. 앞으로 당신은 말을 조심히 하십시오. 나는 더 이상 저급한 인간이 아니에요. 내 몸에는 이미 악마의 혈통이 있을 뿐 아니라, 나는 악마의 언어도 할 줄 안답니다. 또 악마족의 이름까지 지었지요.”

두변이 말했다.

“음? 악마족의 이름이라니, 공손히 경청하지.”

이윽고 조언평이 복잡하고 난해한 음표 한 단락을 읊었다. 그것이 아마도 악마어일까?

조언평이 말했다.

“번역하면 루시퍼 니콜라스 조사(趙四)랍니다. 이게 내 악마 이름입니다. 왜냐하면 내가 집에서 넷째이기 때문이지요.”

그 악마 이름은 제법 나쁘지 않고 위풍당당하게 들렸다.

조언평이 말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지요. 내가 악몽 대제를 죽인 뒤, 태강 대제, 꼭두각시 부족의 대추장, 약탈자 연맹의 대원수 모두 내 개가 되었습니다. 2천만 인간이 내가 키우는 돼지, 소, 양이 되었죠. 그 세 사람은 양치기 개인 셈이지요. 이제 태강 대제가 죽었으니 나는 당신이 그의 자리를 대신했으면 합니다.

태강 제국의 황제라니, 얼마나 존귀한 명칭입니까? 조언평의 개라니, 더욱더 존귀한 이름이지요. 빨리 사인을 하세요. 내가 당신에게 바른 말을 하자면,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건 즐겁게 사는 겁니다. 그런데 사람으로 사는 게 즐겁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요? 그럼 개로 살면 되겠죠!

자, 자, 자. 존귀한 악몽 제국의 태자 전하, 존귀한 꼭두각시 부족의 대추장, 존귀한 약탈자 연맹의 대원수, 존귀한 소추장 소마, 존귀한 소원수 염축!”

다섯 명이 전부 일어섰다.

조원평이 물었다.

“너희가 두변께 알려드려라. 내 개로 사는 게 즐겁지 않나?”

“즐겁습니다!”

“즐겁습니다!”

다섯 명이 나란히 큰소리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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