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0장: 한 세트를 따내고
두변의 형체가 곧바로 없어지는 걸 바라본 모든 이는 놀라서 얼이 빠졌다. 특히 막한 여왕이 가장 놀랐다. 그녀는 조금 전에 두변을 거세해서 너무 신이 나고 후련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뜻밖에 그 사람이 가짜였다니!
“분신, 분신일 줄이야!”
운명 대마주 조언평이 날카롭게 웃었다.
‘분신? 그게 어떻게 분신일 수 있지?’
염축과 소마 두 사람은 내심 믿을 수 없었다. 자신들이 직접 두변과 3백 합이나 겨뤘지 않나.
그 화염이며 중력을 폭증시킨 것이며, 또 심마술이며, 그런 게 어떻게 분신일 수 있을까?
분신술은 어떤 것인가.
단적으로 말하면 환영일 뿐이다. 실체적인 형체를 가지지 않는다.
게다가 환영으로 만들어진 분신은 기본적으로 특별히 강한 공격력을 가지지 않는다.
가장 관건은 무도 수준이 운명 대마주 조언평 같은 수준이 아닌 한, 아주 긴 시간 분신술을 유지할 수가 없다. 두변 같은 무도 수준이라면 분신술은 길어야 몇십 초 정도 유지하는 데 불과할 것이다. 게다가 두변의 분신술은 사람을 속일 수만 있을 뿐, 절대로 아무런 공격력을 가지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두변의 분신이 어째서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유지될 수 있었을까? 그것도 그토록 강한 무공을 펼치면서?
뿐만 아니라, 두효도 가짜였다. 뜻밖에 그것은 나무 인형이었다. 꼭두각시 정신술을 사용해서 만들어낸 분신이었다.
모든 이는 어째서 이런 상황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운명 대마주 조언평이 말했다.
“왜냐하면 악몽 대제 그 늙은이가 심마 분신 하나를 연옥탑에 남겨두었기 때문이지. 그자가 제 에너지를 두변의 분신 속에 주입한 거지.”
그 말을 듣자, 모든 이는 그제야 모든 것을 깨달았다.
환영 분신은 에너지체에 불과해서 아무런 전투력을 갖지 못한다. 그것에 내포된 에너지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악몽 대제의 심마 분신은 얼마나 강한 에너지를 갖고 있는 걸까.
심지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악몽 대제의 심마 분신은 두변이 도달한 무도 수준보다 더 강하다고.
그러니 악몽 제국에 온 두변의 분신은 결투에서 염축과 소마를 격파할 수 있었다.
연옥탑 안에서 두변이 시험을 받은 시간은 분명 고작 하루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가 나올 적에는 이미 삼십여 일의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그건 어째서일까?
왜냐하면 두변이 극도로 영리했기 때문이다. 운명 대마주가 그를 손바닥 안에서 가지고 노는 이 ‘운명’이라는 연극은 얼핏 보면 아무런 빈틈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의심이 많은 두변이 보기에 많은 미세한 부분, 사람의 본성이나 인성 등에 관한 부분에서 허점이 여러 개나 있었다. 장소만에게서 간파한 허점, 태강 대제 이소강에게서 간파한 허점 등등.
하지만 차마 확신할 수가 없어서 다섯 번째 관문의 시험을 완성하고 난 뒤, 악몽 대제 심마와 극도로 짧고도 깊게 교감하면서, 자신의 의혹을 말했다.
악몽 대제는 몇 년 전에 이미 운명 대마주 조언평에게 죽임을 당한 상태였지만, 그의 심마 분신은 악몽 대제가 죽었다는 것과 심지어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하나도 알지 못했다.
악몽 대제는 무도 수준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그의 심마는 완전히 독립적인 정신체였다. 거기에 악몽 대제가 심마에게 너무 매섭게 괴롭힘을 당했기에 그걸 완전히 분리해서 연옥탑 안에 봉인해둔 탓이었다.
제5층 연옥탑의 시험에서 두변은 악몽 대제의 심마에게 승리한 뒤, 자신의 추측을 상대방에게 알려줬다.
그는 악몽 대제가 이미 죽었거나 구금되었다고 생각했다. 온 인류 세계가 적의 손에 철저히 함락당했는데 그 적은 꿈속 마왕이나 운명 대마주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악몽 대제의 심마는 차마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일부 에너지를 두변에게 돌려준 뒤, 자신이 악몽 제국으로 날아가서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탐색해보려고 했다.
두변도 그가 악몽 제국에 다녀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든 건 추측과 예단일 뿐이니 사실을 증명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이 일이 너무, 너무 큰 일에 관계되었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악몽 대제의 심마 분신이 돌아왔고, 두변의 모든 추측은 모두 정확했다.
운명 대마주가 모든 걸 장악하고 있었다. 태강 대제, 악몽 태자, 꼭두각시 부족의 대추장, 약탈자 연맹의 대원수 모두 그의 개가 되었다. 게다가 그는 악몽 제국에 놀라운 함정을 준비해놓고 두변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대방의 음모를 간파했으니, 그럼 두변은 그곳에 가지 말아야 할까?
가지 않는 건 불가능했다.
운명 대마주는 그를 원숭이처럼 놀리고, 그를 개미처럼 가지고 놀면서 그에게 《트루먼쇼》를 연출해 주었다.
가지 않으면 이번 판에서 지는 게 되지 않겠나?
그런데 가면? 지금의 악몽 제국은 진정한 용담호혈이 되었다.
아니, 용담호혈로 설명하는 것도 부족했다.
조언평의 휘하에 연옥자 정상에 달한 개가 넷이나 있고, 4대 매마까지 있었다. 그들 각자의 무공은 두변의 열 배를 훨씬 뛰어넘었다.
두변이 그곳에 가면 벗어날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운명 대마주라는 사람은 지켜야 할 아무런 선도 없는 것처럼 굴 것이고.
그래서 두변과 악몽 대제의 심마는 누이 좋고 매부도 좋은 방법을 떠올렸다.
완벽하고 강한 분신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평범한 분신술은 몹시 간단해서 그 정도야 두변도 쉽게 완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분신은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행동 능력과 언어 능력이 필요했다. 게다가 강한 전투력까지 가지고 있어야 했다.
그건 너무 어려워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아무리 악몽 대제의 심마가 두변의 분신에 에너지를 주입해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분신술 자체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본체와 분신은 너무 멀리 떨어질 수 없다.
하지만 이 문제를 그는 제6층 연옥탑에서 완전히 해결했다.
제6층 연옥탑은 무엇일까?
공간의 탑?
그것은 어디에든 존재하지만 또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연옥탑의 제6층은 바로 4차원 공간이었다.
점 하나, 직선 한 줄이 1차원 공간이다.
두 선이 교차하는 게 2차원 공간이다. 예를 들어 종이에 그려진 평면이 2차원 공간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3차원 공간이다.
2차원 공간 안의 종이 위 평면에 두 점의 거리가 30센티미터라면 A점에서 B점까지 가려면 반드시 착실하게 30센티미터를 걸어야 한다. 하지만 3차원 세계에서 출발하면 공중에서 곧바로 B점에 착지할 수 있다.
그러니 3차원 공간 상의 점은 2차원 공간의 어떤 점과도 0의 거리가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치로 4차원 공간상의 점은 3차원 공간의 어떤 점과도 0의 거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악몽 대제의 심마와 두변은 장장 30일의 시간을 들여서 두변의 완벽한 분신을 만들어냈다.
그런 뒤 연옥탑의 제6층에 있는 두변이 현실 세계의 거리를 완전히 무시하고 그 분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통제했다.
그렇다면 두효는? 그녀는 더 쉬웠다.
왜냐하면 두효로서는 해야 할 아무런 임무가 없으니까. 심지어 많은 이가 그녀를 주목하지도 않으니 곧바로 꼭두각시술을 쓸 수 있었다.
꼭두각시 부족의 가장 강한 능력은 무엇일까? 바로 꼭두각시 전사를 조종해서 전투하는 것이다.
꼭두각시 부족의 대추장은 바로 이 방법을 사용해서 태강 대제와 동등한 대우를 누리게 되었다. 그렇다면 누가 그에게 꼭두각시술을 가르쳤을까?
당연히 악몽 대제였다. 그야말로 정신 꼭두각시술의 대종사였다.
꼭두각시술을 사용해서 만든 꼭두각시는 진짜 사람과 비교하면 몹시 큰 차이가 있는 데다, 매우 어눌해 보인다.
그러니 악몽 제국에서 두효는 총기 넘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임야소 공주를 만나고도 엄마라는 말만 외치고 말 뿐이었다.
심지어 두변이 결투탑 안에서 염축, 소마와 싸울 적에도 표정이 그다지 풍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인공이 아니라서 그녀를 주목한 사람은 없었다.
두변이야말로 주인공이었지만, 두변의 이 분신은 아무런 허점을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두변이 연옥탑의 제6층에서, 0의 거리에서 분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조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그 분신에게서 다시 분신 하나를 더 만들어내서 염축과 소마에게서 승리했다.
그러니 두변과 운명 대마주의 첫 번째 승부는 완전히 지혜를 겨루는 결투나 마찬가지였다.
진정 호적수 간의 한판 승부이자, 기적과도 같은 승부였다.
궁지에 몰린 두변이 완전 불가사의한 방식을 사용해서 한 세트를 따낸 것이다.
“대단하군!”
“대단해!”
“하하하하!”
조언평이 요란하게 큰소리로 웃었다.
남들은 이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알지 못했지만 조언평은 금세 깨달았다. 그는 누구와도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사물을 잘 간파하니까.
“재미있군, 재미있어!”
조언평은 대단히 흥분해서 야수처럼 이를 드러내고 두 눈에 빛을 내며 소리쳤다.
“두변, 네가 이렇게 대단하니, 나는 더욱더 너를 내 개로 받아들이는 걸 갈망하게 되었구나. 내 반드시 너라는 개를 거둬야겠다!”
공중에서 두변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운명 대마주가 말했다.
“두변, 첫 번째 판은 네가 이겼다! 그럼 너와 나라는 최고끼리의 결투에서 두 번째 판을 정식으로 시작하는 게 어떠냐?”
“좋다!”
“태강 대제 이소강이 죽었으니, 너는 이제 태강 제국의 새로운 황제가 되었구나. 축하한다!”
이어서 운명 대마주 조언평이 명령을 내렸다.
“악몽 태자, 꼭두각시 부족의 대추장, 약탈자 연맹의 대원수, 막한 여왕, 매마 에인젤은 명령을 듣거라!”
그 말이 나오자 그들이 전부 바닥에 무릎 꿇었다.
“너희에게 명령한다. 휘하의 모든 정예를 거느리고 태강 제국을 공격해서 모든 인간을 모조리 죽여버려라. 두변의 딸을 잡아 와서 악몽 태자, 꼭두각시 부족의 대추장, 소추장, 약탈자 연맹의 대원수, 소원수 다섯 명에게 공동의 아내로 시집보내라.”
“존명!”
“두변, 내 이 다섯 수하는 전부 아주 특출난 사람들이다. 네 딸이 동시에 이 다섯 명에게 시집갈 수 있는 것도 큰 복을 받은 거다. 하하하!”
“우리의 두 번째 결투는 전쟁이 맞나?”
“그렇다. 지모를 겨루는 게 아니라 단지 전쟁을 치르면 그만이다! 나는 대략 꼭두각시 전사와 꼭두각시 이수 5백만 명, 약탈자 군대 백만 명, 악몽 무사 30만 명, 불사족 정예 3천 5백만, 악마 군단 5만, 총 4천만 대군을 출동시켜서 네 태강 제국을 공격할 것이다.”
4천만이라고?!
그건 질식할 정도의 숫자였다.
하지만 두변은 그들 가운데 가장 강한 건 불사족 정예 3천 5백만이 아니라, 악몽 무사 30만과 악마 군단 5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어쩌면 최강 부대는 악마 군단 5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두변에게는 군대가 얼마나 있을까?
태강 제국 전체를 합치면 군대 2백여 만이 있지만 수도에는 고작 50만 명에 불과했다.
그러니 5백만 꼭두각시 전사와 꼭두각시 이수만으로도 태강 제국의 군대보다 훨씬 강했다.
악몽 제국은 인류의 지도자 세력이라서 악몽 무사 30만의 전투력은 태강 제국의 모든 군대를 훨씬 뛰어넘었다.
불사족 정예 3천 5백만의 전투력만으로도 이미 태강 제국보다 훨씬 많았다.
가장 최강의 악마 군단 5만과는? 이미 전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니 운명 대마주가 이번에 출동하려는 4천만 군단은 태강 제국 군사력의 몇 배란 말인가?
백 배? 2백 배? 3백 배?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두변이 경험한 전쟁 중에서는 군사력의 격차가 최고로 현저한 전투가 될 것이다.
악몽 대마주가 말했다.
“물론 내 4천만 군단이 태강 제국 세력의 수백 배 이상이라는 건 알고 있다! 그러니 우리의 이 두 번째 승부는 몹시 불공평하지. 한데 이 세상에 애초에 공평이라는 게 있더냐?
그럼 두변, 이 두 번째 승부를 받아들이겠나?”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정신병자나 이런 승부를 순순히 받아들일 것이다.
이건 최고로 터무니없는 전쟁이었다.
운명 대마주 조언평이 말을 이었다.
“두변, 이게 몹시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어려운 일이 아니면 당신이라는 구원자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겠나? 게다가 너는 애초에 거절할 여지가 없다. 왜냐하면 말세의 지구는 다 내 것이니까. 네가 하늘 끝까지 도망쳐도 소용이 없다. 네가 받아들이든 말든, 나는 4천만 대군을 파견해서 태강 제국을 공격하며 인간을 멸절시킬 것이다. 이유는 몹시 간단하다. 바로 너에 대한 보복이야. 감히 나를 이겨? 네가 나를 화나게 했고, 나를 마음 아프게 했으니, 내가 인간을 죄다 죽여서 분풀이를 해야 하지 않나?”
그때 두변이 말했다.
“이 두 번째 승부를 받아들이겠다.”
물론 두변은 그곳에 없었고, 빛 한 덩어리가 말을 하고 있었다.
그 말을 듣고 그곳에 있는 모두가 전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