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2장: 차원의 문 1
수많은 이가 여전히 고개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반응을 할 수 없었다.
9대 원수와 장교 수백 명이 쥐죽은 듯이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하늘을 찢을 듯이 갈라놓고 더할 나위 없이 큰 괴물이 공중에서 추락했다.
성벽 밖 수만 미터에서 추락했음에도 수도에까지 격렬하게 지진이 일어나더니, 이윽고 그 괴물이 태강 제국 수도의 성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이 그 괴물을 보고서는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 없어 했다.
성벽이 무려 50미터 높이인데, 그 괴물은 뜻밖에 100미터가 넘어서 산 하나가 우뚝 선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두변은 그게 불사족 대영주라는 걸 알아차렸다. 연옥탑의 제1층에서 만났던 불사족 영주보다 열 배는 크고 강해 보였다.
그것이 미친 듯이 수도의 성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저것을 막아, 어서 막아!”
“무장 헬기와 전투기를 출동시켜!”
“미사일 공격!”
두변이 명령을 내릴 필요 없이, 태강 제국 군대가 곧바로 가장 유효한 반응을 보였다.
무장 헬기 수십 대와 전투기 십여 대가 날아갔다.
미사일 수십 발이 힘차게 날아가고, 헬기 수십 대와 전투기 십여 대도 맹렬히 발포했다.
하지만 130미터가 넘는 불사족 대영주는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 그 미사일들은 그에게 가렵지도 않은 공격이었다.
그것은 여전히 미친 듯이 성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무존 등급의 고수들은 가라!”
명령이 떨어지자, 무존 급의 고수 수십 명이 달려갔다.
무사 수천 명도 달려가서 130미터 키의 불사족 대영주와 한데 맞붙었다.
불사족 대영주가 미친 듯이 포효하는 순간, 공중에 무시무시한 음파가 생기더니 무장 헬기 수십 대와 전투기 십여 대가 음파 진동에 부서지고 말았다.
이어서 불사족 대영주가 제3의 눈을 열어서 강력한 정신력을 내뿜었다.
“아! 악! 아악!”
불사족 대영주에게 달려든 무사 수백 명은 순식간에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아서 머리통을 부여잡고 곧바로 날아가 버렸다.
불사족 대영주가 거대한 손으로 가볍게 휘두르자, 순식간에 무사 수백 명이 무참히 다진 고기처럼 짓이겨져 버렸다.
지면의 수많은 탱크와 대포는 장난감처럼 그것 손바닥에 맞아 이미 박살이 나 있었다.
“아우우!”
그것이 또다시 포효하는 순간, 군대 수천 명은 곧바로 음파에 맞아서 일곱 구멍에서 피를 흘리며 죽었다.
모든 이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 괴물은 완전 무적 아닌가.
저 정도면 전쟁 로봇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태강 제국 제도의 사람들이 이미 거대한 좀비를 여러 번 봤다고 해도 이렇게 강하고 무시무시한 좀비는 처음이었다. 기껏해야 십여 미터 크기의 좀비들만 보았을 뿐이다.
두변은 몹시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그 불사족 대영주가 나타난 그 순간, 그는 즉시 달려갔다. 그가 불사족 대영주의 앞까지 달려가자, 그 괴물은 이미 성벽 쪽에 도착했다.
퍽!
태강 제국 수도의 성벽은 무려 50미터 높이에, 거룡이 수도 전체를 둘러싼 모습이라서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안정감을 주는 제국의 명물 중의 명물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런 성벽이 괴수의 주먹 한 방에 아주 쉽게 거대한 금이 생기고 말았다.
이어서 그 불사족 대영주가 다시 두 주먹을 들고 성벽을 조준해서 매섭게 내려쳐서 수십 미터의 틈을 찢어놓으려고 하는 바로 그때.
두변이 높이 날아올라서 곧바로 이 불사족 대영주의 정수리에 착지했다.
“정신술(定身術)!”
그 순간 그 거대한 불사족 대영주가 무참히 공중에 고정되어 버렸다.
이어서 두변이 두 손으로 수십 미터 길이의 화염검을 만들어냈다. 봉황의 화염으로 만들어낸 검날은 그 온도가 수십만 도가 넘었다.
솩!
힘차게 단칼에 베어버리자, 거대한 불사족 대영주의 두개골이 무참히 반으로 쪼개지고 백여 미터나 되는 몸이 와르르 쓰러져버렸다.
온 지면이 격렬하게 떨리면서 거대한 구덩이가 생기고 말았다.
두변이 시원하게 불사족 대영주를 죽여버렸다.
짝, 짝, 짝, 짝!
하늘에 또다시 운명 대마주 조언평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가 박수와 함께 과장된 표정으로 말했다.
“대단하군, 너무 대단해……. 너희들 보았나? 두변 대제가 몹시나 대단하군. 단칼에 불사족 대영주를 죽이다니, 정말 무서운 사람이야!”
하지만 1초 뒤 조언평은 변검을 하듯 얼굴을 바꾸며 정색했다.
“하지만 이번에 너희 태강 제국을 멸망시키러 올 대군 중에 이런 불사족 대영주는 수없이 많거든. 대영주 위에는 불사족 군주가 있고 불사족 군주 위에는 불사족 패주가 있는데 그것들보다 열 배, 백 배는 강하지!”
그 말을 듣자, 다들 질식할 것 같았다.
눈앞의 저 불사족 대영주만 해도 해결할 수 없는 전쟁 로봇 같았는데…….
평범한 몇만 대군으로도 불사족 대영주 하나 없애지 못했는데……. 그런데 그런 괴물이 수도 없이 있다고? 이것보다 열 배, 백 배나 강한 불사족 괴물이 더 많이 있다고?
조언평이 말했다.
“이번에 우리는 3천 5백만 불사족 군단을 출동시킬 것이다. 그런데 너무 안타까운 일은 불사족 군대는 가장 약한 군대야. 악몽 제국 군단, 악마 군단이 그것들보다 훨씬 강하지.”
모든 사람들이 완전히 절망했다.
“살고 싶으면 저 재난 덩어리 두변을 멀리해라. 물론 태강 대제 이소강의 아내와 자식은 가면 안 되지. 우리는 두변 주변 2백 리 안의 모든 인간을 모조리 죽여버릴 것이다!”
잠시 죽은 듯한 정적에 빠지는가 싶더니, 이윽고 모든 사람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파도처럼 태강 제국 밖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두변이 전염병인 양, 제때 피하지 못할까봐 두려웠다.
처음에는 멋도 모르고 멍하니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중에는 도망치는 사람이, 두변을 버리고 가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져서 수천 명, 수만 명, 어느덧 십여만 명에 이르렀다.
수많은 이가 두변으로부터 멀리 달아나기 시작했다.
어디로 도망치든 상관없었다. 어쨌든 이곳에, 두변의 주변 2백 리 안에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 뿐이다.
이 모든 걸 바라보던 두변은 사람들을 막지 않았고, 심지어 보고도 못 본 체했다.
그는 불사족 대영주의 심장을 자른 뒤, 안에서 에너지 정체를 꺼냈다.
그리고 황궁을 향해 걸었다.
도망치는 사람들이 두변을 보더니, 독사나 전갈 보듯이 피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두변 혼자 외로이 황궁으로 걸어가고 있었고, 새까맣게 뒤덮인 인파는 그의 양쪽으로 갈라져서 가장 빠른 속도로 도망치고 있었다.
두변은 황궁 대전의 황좌로 돌아왔다.
딸 두효는 안에 서 있었고, 태강 대제 이소강의 아내도 아들과 딸을 데리고 안에 서 있었다.
대전 안에 본래 대신과 장군 수백 명이 있었건만 지금은 백 명도 채 남지 않았다.
아홉 원수 중에 세 명만 남았고, 총독 다섯 명은 전부 도망쳤다.
두변은 다시 계단을 올라 암흑 황좌에 앉아서는 백 명도 남지 않은 장군과 대신들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여러분은 도망치지 않을 셈인가?”
두변이 묻자 첫 번째 원수가 앞으로 나와서 자신의 투구를 벗었다.
뜻밖에 그 사람은 여인이었다. 남자보다 더 건장하고 각진 얼굴을 가진 여인이었다.
“신, 제1 원수 이사사라고 합니다. 폐하께 여쭙고 싶습니다. 이번 전투에서 우리가 정말로 이길 수 있습니까?”
“이길 수 있다!”
이사사가 다시 물었다.
“운명 대마주의 4천만 군대는 우리 세력의 백 배나 됩니다. 지금 제국의 수많은 사람과 군대가 도망쳤습니다. 그러니 이제 우리의 천 배 이상이 됩니다. 그래도 이길 수 있습니까?”
“이길 수 있다!”
제1 원수 이사사, 남자보다 더 남자 같은 여자 원수가 두 무릎을 꿇으며 머리를 조아렸다.
“신,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
이어서 그녀 뒤에 있는 백 명도 안 되는 장군과 대신들도 일제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신,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
태강 대제 이소강의 아내 임로가 두 아이를 데려와 무릎 꿇으려 했다.
두변이 만류하며 분명하게 말했다.
“나는 당신들을 보호한다고 이소강에게 약속했습니다. 나는 한 말은 반드시 지킵니다!”
이윽고 두변은 대전을 나가서 조용히 도망치는 사람들을, 자신을 버린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몇 시간 뒤, 모든 게 조용해졌다.
도망쳐야 할 사람들은 전부 떠났다.
남은 사람들이 황궁 앞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태강 제국 전체 130만 인구 중 백만 가까이가 도망쳤고, 대략 30여만 명이 남았다.
절반은 군대, 절반은 평민이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고 두변을 바라봤다. 모든 이의 눈빛에 절망이 가득했지만 또 한 가닥 희망을 품고 있었다.
두변이 천천히 말했다.
“내가 다시 한번 말하겠다. 이번 전쟁은 반드시 승리한다! 그렇게 알고, 다들 해산하도록!”
그의 태도는 성의 없어 보이기도 했지만 어째서인지 그가 그렇게 행동할수록 사람들은 믿음직스러워 했다. 그건 아주 자그마한 믿음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그들로서는 두변 대제가 어떻게 이길지 상상도 할 수도 없었지만 이 말세에 제대로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 미친 일들을 해야 할 때도 있지 않나?
예를 들어 미치광이같이 처음 본 두변 대제를 믿는 일처럼?
미치지 않고 똑똑한 사람들은 다 도망쳤다. 그러니 남은 건 다들 미치광이들이었다.
딸 두효가 다가와 그의 곁에 기대고 섰다.
광장에 있는 30여만 명이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딸 두효가 물었다.
“아빠, 우리가 이기는 거 맞아요?”
“당연하지.”
두변이 이길 수 있다고 말한 건 빈말을 하는 것도, 일부러 사기를 올리려고 한 말도 아니었다.
정말로 이길 수 있었다.
사실 그의 마음속에는 두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첫 번째 방법, 조금 위험을 무릅써야 했다. 두변은 이 방법의 실행 가능성을 검토해 보았지만 큰 장애물이 하나 놓여 있었다.
두 번째 방법은 만의 하나라도 실수가 있을 수 없는 방법이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재료와 더할 나위 없이 강한 혼백과 아주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 두 번째 방법은 절대적으로 대단한 방법이었다. 4천만 대군이 공격하러 오는 게 아니라, 설령 8천만이 와도 순식간에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두변은 밑천이 너무 없는 데다, 재료도 부족하고, 시간은 더욱더 부족했다.
그러니 첫 번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두변은 황궁의 가장 높은 곳에 서서 온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본래 백여만 인구가 밀집한 제도가 지금은 완전히 텅 비어버렸다.
제5 원수는 무사 수천 명을 거느리고 성벽을 보수하고 있었다.
두변의 시선을 본 제5 원수는 투구를 벗고 두변을 향해 몸을 굽히며 인사했다.
드러난 그의 머리와 얼굴은 조금 기형적이었다. 대뇌가 한 조각이나 깎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능에는 조금 결함이 있었지만 무도 등에서는 몹시 민감한 감각을 지닌 자였다.
제7 원수도 남았다. 그는 말더듬이라서 웬만해서는 말을 하지 않아서 벙어리라고 오해를 받기도 했다.
원수 아홉 명 중에 세 명이 남았는데 전부 평범하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두변이 말했다.
“남은 사람들이 다 평범한 사람이 아니로군.”
제1 원수 이사사가 말했다.
“말세에 살아남은 사람이 많든 적든 일정 부분에서는 모두 평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특히 더 평범하지 않고요.”
두변이 말했다.
“내가 없는 며칠간, 제국의 모든 것을 다 자네에게 맡기겠다. 대전이 발발하기 전에 내가 반드시 돌아오겠다.”
제1원수 이사사가 말했다.
“존명!”
두변은 두효에게 장치 하나를 건넸다.
그가 밤을 새워서 만든 것으로, 불사족 대영주의 에너지 정체를 사용해서 만들었다.
두변은 에너지 정체를 사용해 만든 팔찌를 직접 딸 두효의 손목에 끼워주었다.
“위험한 순간을 만나면 이 버튼을 눌러. 알았지?”
두효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착한 딸, 며칠이면 돌아올 거야.”
“아빠, 최근 며칠 동안 구양진경을 사용해서 무도 수련을 하니, 무도 수준이 몹시 빠르게 진보했어요. 제가 사람들을 잘 지킬게요.”
“그래.”
두변은 두효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두효는 두변을 껴안고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헤어지기 아쉬워했다.
잠시 후, 두변의 형체가 곧바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