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595화 (595/648)

595장: 방청의?

눈앞의 이 절세 미소녀 황태자는 누구일까?

두변도 조금 궁금했지만, 이치대로라면 이 아이는 영설의 딸일 것이다.

게다가 중요한 건 이 아이가 어떻게 자신을 알아봤을까?!

“네 이름이 뭐지?”

두변이 묻자 미소녀 황태자가 말했다.

“부황, 저 효효예요.”

두변이 그 말을 듣고 놀랐다.

“효효라고? 네 모친이 예상이고?”

“맞아요.”

영설과 자신의 아이가 대녕 제국의 황태자가 되어야 하지 않나?

“부황, 부황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동방 연합 제국의 황태자인 두효예요.”

미소녀 황태자가 턱을 치켜들고 말했다.

이런!

이 아이가 말끝마다 자신을 부황이라고 부르는 걸 보면, 자신이 동방 연합 제국의 황제가 되었다는 뜻인가? 대녕 제국의 황제 영설이 남편을 자신보다 한 단계 높은 위치로 끌어올린 걸까?

두변은 눈앞의 있는 미소녀 황태자를 바라봤다. 제 딸은 심지어 외모까지 말세 지구에 있는 두효와 몹시 닮아 있었다.

단지 눈앞에 있는 이 황태자 두효는 별다른 고난을 겪지 않아서인지, 지구의 두효처럼 강인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몹시 천진하고 낭만적으로 보였다.

게다가 지구의 두효가 더 말랐고, 눈앞에 있는 이 두효는 아주 조금 더 젖살이 붙어서 몹시 사랑스러워 보였다.

두변은 그 사랑스러운 얼굴을 자세히 바라봤다. 그가 대녕 제국을 떠날 때, 아이는 고작 몇 개월밖에 안 된 갓난아이였다. 그때도 효효는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만 한 달이 되지 않았을 때부터 몸을 뒤집고 웃을 줄 알았으며, 넉 달이 되지 않았을 때부터 말을 하기 시작했다.

“효효, 나를 어떻게 알아본 거지? 내가 얼굴을 바꿨는데?”

두변이 묻자 두효가 말했다.

“독특한 냄새와 기운 때문에 알았어요.”

냄새와 기운 때문에 알았다고?

고작 넉 달밖에 안 된 아이가 기억하고 있다고?

“부황, 느껴봐요.”

두효가 눈을 감고 정신력을 방출했다.

그러자 두변의 심장이 떨리면서 저릿저릿한 감각이 순식간에 온몸에 가득 퍼졌다.

‘이게 피붙이끼리의 정신적인 공명인 건가?

그런데 눈앞의 이 녀석은 어떻게 이렇게 심오한 정신술을 할 줄 아는 걸까?’

곧 두변은 두효의 정신력이 대단히 높음을 발견했다.

두변의 정신력이 59급인데 두효의 정신력은 적어도 39급 이상에 도달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건 대단한 일이었다.

예전에 대녕 제국에서 가장 강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도 19급을 넘지 않았다. 그런데 눈앞의 아이는 올해 겨우 열여섯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높은 정신력을 가질 수 있을까.

이제 주변의 모든 이가 다 놀라서 얼이 빠졌다.

‘눈앞의 이 남자가 구원자라고? 동방 연합 제국의 황제, 성화교의 교황 폐하라고?’

두변은 가볍게 두 손 두 발의 에너지 수갑을 풀고, 원래 얼굴로 돌아왔다.

그 순간 모든 이가 신이라도 본 듯이 일제히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서 머리를 조아렸다.

“폐하를 뵙습니다!”

사실 대녕 제국이든, 동방 연합 제국이든, 무릎 꿇고 절을 하는 예절을 없앤 지 아주 오래였다. 황태자를 마주하든, 영설 황제를 마주하든 무릎 꿇고 인사를 올릴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눈앞의 있는 이들 대종사급 고수들, 모든 병사와 그 여장군까지 전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특히 그 여장군은 감격하며 온몸을 떨면서 열광적이며 친밀한 눈빛으로 두변을 바라봤다.

“아버지, 이쪽은 기언 소장군이에요. 기세 공작의 딸이죠.”

황태자 두효의 말에 두변은 다시 당황했다. 그도 기세의 딸을 몇 년이나 보았지만 그때까지는 아직 아이에 불과했다. 뜻밖에 그 아이가 자라서 이제 소장군이 되다니.

두변이 기언 소장군을 부축해서 일으켰다.

“일어나거라. 네 부모님은 다들 잘 계시고?”

기언 소장군이 대답했다.

“부모님 모두 잘 계십니다. 다만 폐하를 몹시 그리워하고 계십니다. 제 부모님뿐 아니라, 절세 지하성, 대녕 제국, 심지어 온 세상이 다 폐하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기언 소장군의 목소리마저 떨리고 있었다. 가장 열광적인 팬이 자신의 아이돌을 만난 것 같다고나 할까.

두변이 그녀에게 말했다.

“나도 모두가 몹시 그립구나.”

황태자 두효가 말했다.

“되었어. 너희 모두 나가봐. 부황과 밀담을 나눠야겠어.”

그러자 그곳의 모든 이가 다 두변을 바라봤다.

모든 이가 본능적으로 두변이 최고의 군주라고 여기면서, 그가 떠나라고 말하기 전에는 떠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두변이 고개를 끄덕이자, 기언 소장군이 모든 이를 데리고 감방에서 물러난 뒤 문을 닫았다. 또 수십 미터 밖으로 물러나서 완전히 안에서 나는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차단했다.

황태자 두효가 말했다.

“아버지, 제 영혼과 정신은 몹시 특별해요. 게다가 전적으로 아버지께 물려받은 것이고요. 저는 어릴 때부터 남들과는 달랐어요. 한 살 때 다른 네다섯 살의 지능을 가지고 있었고, 네 살이 되자 사공엽과 주술사 국사를 따라 정신술과 에너지 문명을 배웠어요. 열세 살 때는 그들을 넘어섰고요. 아버지가 보신 이 공중 전투함은 제가 설계한 거예요. 장착된 무기도 제가 설계하고 만든 거고요.”

그 말을 듣자 두변은 너무나 놀랐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어째서 저에게 이런 능력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 물건들이 본래 제 영혼 깊숙한 곳에 있다가 시간이 되자 자동으로 각성한 것 같아요. 심지어 제 머릿속에는 아직도 제가 개발하고 각성하길 기다리는 많은 혼돈과 미지의 정신 정보들이 있어요.”

두변은 그 말을 듣자 자신의 친모가 떠올랐다. 바로 어쩔 수 없이 자신을 고아원 입구에 놓은 그 여인 말이다.

제 친모의 신분은 몹시 특수할 것이다. 심지어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모친의 유전자 덕분에 두효에게 대단한 정신과 지능이 나타난 게 아닐까? 그럼 지구에 있는 두효는? 그녀에게는 또 무슨 특수한 능력이 있을까?

지구에서의 두변도 어릴 때부터 남들과 많이 달랐었다.

지금까지는 본래 그런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보니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눈앞의 황태자 두효는 그의 정신과 지능을 물려받았다. 심지어 그보다 뛰어났으면 더 뛰어났지 못하지는 않았다.

두효가 말을 이었다.

“저는 그 전투함을 두변호라고 이름 지었어요. 부황, 이 설계도를 드릴게요.”

이어서 아이가 눈을 감고 머리 위에서 아무렇게나 그리자, 거대한 정보들이 두변의 대뇌 속으로 밀려들어 왔다. 그게 바로 이 거대한 비행선의 설계 도안이었다. 현대 컴퓨터의 데이터양으로 따진대도 어마 무시한 양일 것이다.

두변은 놀라서 넋이 나갔다.

이런 방식으로 정신을 전송할 수 있을 줄이야.

황태자 두효가 말했다.

“아버지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동생들과도 뇌를 통한 감응이나 정보 전송이 아주 잘 돼요.”

두변은 눈을 감고 이 거대한 비행선의 설계도를 해독했다.

그런 뒤 그는 한 가지를 확신했다.

우선 이 비행선은 동력원이 현대 지구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

물론 그 점은 결코 이상한 게 아니었다. 15년 전에 두변이 시작한 정석 문명에서도 전자포(電磁砲)를 만드는 수준까지 발전했었으니까.

정석 동력 장치는 현대 지구의 배터리팩이라는 난제를 해결했다.

그런데 이 거대한 비행선의 엔진은 또 현대 지구보다 훨씬 뒤떨어졌다.

현대 지구는 20세기 중기에 제트 엔진을 사용했다. 그에 비해 이 비행선이 사용한 건 가장 원시적인 프로펠러 엔진이었다.

그러니 비행 속도가 현대 지구의 비행기보다 훨씬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이 비행선의 엔진은 19세기 때 나무로 만든 비행기와 본질적인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핵심 정석 에너지가 너무나 대단한 나머지, 휘발유의 에너지 효율을 훨씬 뛰어넘는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었다.

게다가 십여 년간 발전을 거듭하면서, 정석 에너지는 이미 원자력과 견줄 정도가 되었다.

때문에, 이 비행선은 아무리 원시적이고 뒤떨어진 프로펠러 엔진을 사용했더라도 동력원이 너무 대단한 나머지, 무한정으로 엔진을 쌓을 수 있었다.

열 대로 안 되면 스무 대, 쉰 대, 백 대, 이백 대를 사용하면 되니까.

어쨌든 수많은 프로펠러 엔진을 사용해서 비행선 전체를 비행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대녕 제국에는 현대 지구보다 더 대단한 점이 있었다. 바로 대량의 경금(輕金)이 있다는 점이었다. 이 금속은 본래 절세 지하성에서 갑옷을 주조할 때 사용하던 것으로, 그것의 밀도는 강철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15년 동안 발전시킨 결과, 지금 주조한 경금은 밀도가 강철의 8분의 1이었고, 알루미늄 합금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하지만 강도와 인성(靭性)은 강철을 훨씬 넘어섰다.

눈앞의 이 대형 비행선은 전적으로 경금으로 제작되었다.

겉보기에는 부피가 더할 나위 없이 거대해 보이지만 질량은 강철 비행선의 10분의 1 정도였다. 왜냐하면 경금의 강도와 인성이 더 높기 때문에 장갑판을 강철보다 더 얇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비행선이 현대 지구보다 훨씬 뛰어난 점은 바로 무기였다.

15년 전에 두변의 지도하에 정석 문명이 시작되면서 정석 마포를 만들었었다. 즉 전자포의 수준으로 무기를 끌어올린 것이다.

그런데 전자포는 여전히 실체적인 포탄을 사용해야 하는 반면, 대녕 제국에서는 지난 기간 동안 발전을 거듭해서 진정한 에너지 무기를 만들어냈다.

더 이상 실체가 있는 포탄을 쏘는 게 아니라 거대한 에너지 구체를 발사하는 것으로 말이다.

장장 15년만에, 대녕 제국은 마침내 에너지 문명의 첫 번째 빅뱅을 맞이했다.

덕분에 이 대단한 비행선이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조금은 기형적인 문명일 수밖에 없었다.

이곳의 과학 기술은 몹시 낙후되어 가정용 가전제품은 말할 것도 없고 전등이나 자동차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 세계의 하층 계급은 여전히 촛불을 썼고, 고위층은 곧바로 정석 발광진(發光陣)을 조명으로 썼다.

하지만 그럼에도 강한 공중 비행선과 더 강한 에너지 무기가 나타났다.

이 대단한 비행선을 마침 말세의 현대 지구로 보내면 운명 대마주와 곧 닥칠 4천만 대군을 상대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얘야, 네 엄마는?”

두변이 묻자 황태자 두효가 답했다.

“영설 엄마는 북미 대륙에서 방어선과 공격 기지를 만들고 있어요. 예상 엄마는 최전선에 있고요.”

두변은 그 말에 당황했다.

최전선이라니?

누구와 전쟁중인데?

지금 대녕 제국과 동방 연합 제국이 이토록 강한데 누구와 전투를 치른다는 거지?

서방의 신성로마제국? 불가능해. 그들은 15년 전에 소군 방진에게 패배했는데 오늘의 동방 연합 제국은 더더욱 이길 수 없어.

“누구와 전투를 하지?”

“유명왕(幽冥王)이요.”

두변은 더욱더 놀랐다. 언제 또 유명왕이란 사람이 튀어나온 걸까?

“누가 유명왕이지?”

“방청의요.”

두변은 놀라서 얼이 빠졌다.

기씨의 입을 통해 방청의가 5년만에 무존 등급의 고수가 되었다는 걸 알게 된 지 얼마 안 되는데, 이제는 그녀가 유명왕이 되었다니?

황녀 두효가 흥미진진하게 말을 이었다.

15년 전에 세상에 큰 재난이 닥친 날, 두변이 꿈속 마왕을 쫓아내고 이 세계를 구했다.

그후 기음음과 예상은 대종사급 고수 백여 명을 이끌고 대녕 제국으로 돌아갔다.

결전을 벌인 남미주의 그 땅은 사방 수백 리가 다 황폐해졌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고작 1년이 지난 뒤, 그 구역의 공간이 또다시 유명(幽冥) 기운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그 구역은 금지구역이 돼서 대종사급 이상의 고수가 아니면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어느 날, 방청의가 그 금지구역에 다녀오더니, 단숨에 천하제일의 고수가 되었다. 그런 뒤 북명종주 자리를 빼앗아가고, 기씨를 구금하고 유배했을 뿐 아니라, 두변과 기염염의 아들 두백을 제자로 거뒀다.

그때 기음음과 예상 두 사람이 직접 북명검파에 가서 방청의를 만났는데 그녀는 성정이 크게 변해서 냉랭하고 오만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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