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7장: 다시 만나다
두변은 대녕 제국을 한 번 보고 싶었다. 그후 곧 남미주의 명계의 땅이라는 전쟁의 최전선에 갈 생각이었다.
곧 비행선이 천진의 상공에 도착했다.
그곳은 확실히 상상했던 것만큼 큰 변화는 없었고, 사방이 다 고색창연한 건물들로 가득했다.
3, 4층 건물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벽돌과 기와로 만들어져서 겉보기에는 그저 높이만 높은 고풍스러운 건물에 불과했다.
대녕 제국은 기초 과학이 취약했지만 동방 연합 제국의 과학 기술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시멘트를 대규모로 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되니, 성 전체에 변화가 가장 큰 건 도리어 대로였다.
모든 대로를 시멘트로 굳힌 데다가, 너비를 더 넓게 확장했다.
그 외에 굳이 달라진 점을 꼽자면 하늘에 날고 있는 비행정이었다.
그렇다, 그건 비행정이었다.
이런 비행정은 저공 비행을 하면서 성과 성 사이에 사람을 태워서 이동하는 일을 맡았다. 한 번에 운송 가능 인원은 백 명 정도로, 이것 역시 정석 동력을 사용했다.
그리고 마침내, 두변은 철로를 발견했다.
두효가 말했다.
“이건 첫 번째 철로예요. 천진부터 경성까지 이미 거의 대부분 만들어졌지만 아직 개통되지 않았어요. 동방 연합 제국과 대녕 제국의 최고층의 뜻에 따르면 모든 이가 다 부황이 반드시 돌아올 것이고, 우리의 힘을 필요로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동방 연합 제국 전체의 장기적인 전략은 여전히 군사 방면을 발전시키는 거예요. 공중 전투함을 발전시키고, 에너지 무기를 발전시켰어요. 거의 모든 연구 세력을 이 두 방향에 투입하고 보니, 나머지 항목들은 대대적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어요.”
뿐만 아니라, 대녕 제국과 동방 연합 제국의 군대에도 두 가지 극단적인 모습이 나타났다.
완전히 무도의 노선을 가거나, 웬만해서는 무도를 수련하지 않는 노선이었다.
왜냐하면 평범한 병사들이 더 이상 검을 휘두르며 전투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석 마총을 사용하면 1, 2천 미터 밖에 있는 적을 죽일 수 있으니, 웬만해서는 근접전을 치를 기회가 사라졌다.
물론 명계의 땅은 특수한 전쟁이긴 했다.
두효가 물었다.
“아버지, 경성으로 갈까요? 진평 수상은 분명히 아버지를 몹시 만나고 싶어할 거예요. 또 임계년은 이미 정보부의 부부장이 되었어요.”
두변이 말했다.
“나도 그들이 몹시 보고 싶긴 하다. 하지만 군사 상황이 위급하니, 곧바로 남미주에 있는 명계의 땅, 전장의 최전선으로 가자꾸나!”
“예!”
이윽고 두변호 공중 전투함은 공중에서 방향을 바꿔서 서쪽 남미주 방향으로 시속 4백 킬로미터의 속도로 날아갔다.
에너지 문명이 정말이지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수다쟁이 같은 딸과 함께 있으니, 48시간의 비행도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고, 거의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흐르고 두변호 공중 전투함은 북미대륙의 인류 연합군 총본부 기지에 도착했다.
이곳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기지 전체가 더할 나위 없이 거대해서 도시 하나의 규모를 훨씬 뛰어넘었다.
이곳은 네모난 모양의 도시로, 수많은 집이 질서정연하게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었다.
집들도 멋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획일적으로 벽돌과 시멘트를 부어서 만들었다.
본부 기지 주변에는 곳곳에 거대한 굴뚝이 있었다. 제련소가 연달아 늘어서 있었고, 군수공장이 우뚝 서 있었다. 각종 정석과 금속, 식량, 각양각색의 물자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땅에는 빼곡하게 인파가 가득했다.
대녕 제국에는 첫 번째 철 용광로가 막 지어졌는데, 이곳에는 이미 곳곳에 철로가 깔려 있었고 심지어 총본부 기지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인류 연합군의 기지는 연안에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거대한 항구를 끼고 있었다. 해상에는 각양각색의 대형 화물선 백 척이 정박되어 있었고 여러 가지 물자를 끊임없이 북미대륙으로 운반해왔다.
연합군 기지의 바깥에는 한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는 목화밭, 밀밭 등이 펼쳐져 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명계의 땅과의 전쟁은 세계의 절대적인 주제였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파사 제국의 황제, 대녕 제국의 황제 세 사람이 번갈아서 인류 연합군 기지에 주재하며 지휘했다.
올해는 마침 영설의 차례였다.
두변이 북미에 있는 인류 연합군 기지에 도착했을 때, 이곳 상황은 몹시 좋지 않았다.
수많은 이가 하루 종일 불안한 기색이었다.
왜냐하면 방금 전에 엄청난 악몽 같은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최전선에 있는 인류 연합군이 전멸했고, 양쪽 방어선이 완전히 함락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인류 연합군의 최고 지휘 본부.
“폐하, 반드시 즉시 철수해서 북쪽 제2 기지로 가셔야 합니다. 최전선의 상황은 이미…… 완전히 붕괴했습니다. 인류 연합군 수십만 명이 전멸했고, 인류 무도 군단도 전멸했습니다. 공중 비행선 12척 중에 탈출한 건 3척뿐, 나머지 9척은 모두 유명왕에게 잡혔습니다.”
부홍빙 원수의 말에 기세 원수가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폐하, 즉시 철수하셔야 합니다. 부홍빙 원수가 폐하를 보호해서 북방 제2 기지로 철수해야 합니다. 저는 제1 기지에 있는 물자들로 새로운 방어선을 지어서 명계 대군이 북상하여 확장하는 걸 막겠습니다.”
부홍빙 원수가 고통스러운 듯이 고개를 저었다.
“막을 수 없을 겁니다. 수많은 악마의 영혼이 거룡의 혼을 완전히 오염시켜서 어떤 군대도 그걸 막을 수 없고, 어떤 에너지 마포로도 막을 수 없습니다.”
기세 원수도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도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큰 용이 하늘로 날아오른 그 순간, 이번 전쟁에서 완전히 패배한다는 걸 의미했다.
열 몇 시간이 흐르면, 명계의 땅은 눈앞에 있는 인류 연합군 기지까지 확장될 것이고, 곧 북미대륙 전체가 다 함락될 것이다.
태사 이문회가 갑자기 말했다.
“폐하께서는 어쩌면 곧바로 대녕 제국까지 철수하실 필요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담 공작이 말했다.
“신도 폐하께서 곧바로 대녕 제국으로 철수하실 걸 건의합니다. 북미대륙에 남아있는 건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미주 대륙도 함락되는 게 기정사실이 되었습니다. 인류 연합군은 멸망할 예정입니다. 지금 우리 수중에 있는 군대는 15만이 넘지 않으니, 애초에 명계 군단을 막을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아직 비행선 3척이 있는 틈을 타서 폐하께서는 즉시 대녕 제국으로 철수해주십시오.”
대녕 제국의 정무제 영설이 말했다.
“15년 전에 부군이 세상을 구했어요. 설마 지금 세상 최후의 날이 또 강림하려는 건가요?”
본래 전세가 절망적인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다. 유명왕이 명계 대군을 통솔하고 있지만 비교적 자제하는 편인 데다, 확장 속도도 그리 빠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수많은 악마가 거룡의 혼을 오염시킨 뒤, 혼이 나간 거룡이 하늘로 솟구쳤다.
인류 연합군은 조금도 저항할 수 없었고, 명계의 땅의 확장 속도가 수십 배 이상으로 가속화되었다.
48시간 전에 최전선에 있는 인류 연합군은 전멸했고, 무도 군단까지 전멸하고 말았다.
그러니 지금 인류 연합군 기지는 세상 최후의 날이 강림한 것처럼 모두 허둥지둥거리고 있었다.
적어도 지금 눈앞의 현 상황을 만회할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나가다가는 명계의 땅이 전세계로 퍼지는 건 시간 문제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현실은 이토록 두려웠다.
바로 그때, 바깥에서 흔들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영설은 창문으로 다가가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 순간, 더할 나위 없이 거대한 비행선이 온 하늘을 가릴 듯이 공중에 나타났다.
이 세계에는 동방 연합 제국과 대녕 제국만 비행선을 가지고 있었다.
영설이 말했다.
“두변호 공중 전투함이 드디어 성공적으로 만들어졌나? 효효가 정말 대단하군.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늦었어. 이제 쓸 데가 없을 테니.”
예전이었다면 전대미문의 거대한 이 비행선은 사람들의 마음을 분발시키고 사기를 고조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인류 연합군의 멸망이 기정사실이 되었을 뿐 아니라, 미주 대륙의 함락도 기정사실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온 세계가 함락되는 것도 막을 수 없는 것 같았다.
이 대형 비행선이 있다고 한들 악마들에 의해 오염된 거룡을 어찌 막을 것인가. 거룡이 오히려 손쉽게 이 비행선을 없애버릴 수 있는데.
그런데 바로 그때, 인영 하나가 비행선에서 뛰어내렸다.
1초 뒤, 그 인영이 영설을 향해 달려왔다.
“어머니, 내가 죽도록 보고 싶었죠?”
두효가 작은 새처럼 곧장 영설 품속에 달려들어서 어리광을 피웠다.
예상이 그녀의 친모였지만 이 아이는 어릴 때부터 영설과 더 가까웠다.
예상은 너무 냉정하고 항상 무도에만 전념했다면, 영설은 어릴 때부터 그녀에게 다정하고 상냥했다.
두효가 물었다.
“동생은요?”
그녀가 말한 동생은 바로 두변과 영설의 아들, 대녕 제국의 태자 영엽(寧葉)으로 그녀보다 몇 개월 어렸다.
이 태자 전하는 이름이 두 개였다. 공개적인 이름은 영엽이었지만 영설은 사적으로 그를 두엽이라고 불렀다.
영설이 말했다.
“책을 보고 있지.”
그 아들에 대해 말하자면 그 아이는 안타깝게도 완전 책벌레인 데다, 말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최전선에서 대군이 전멸해서 인류 연합군 기지가 최악으로 위태로운 상황인데도 두엽은 차분히 책을 읽고 있었다.
“정말 멍텅구리라니까!”
두효의 말에 영설이 나무랐다.
“얘야, 너는 이곳에 오는 게 아니었어. 최전선 연합군이 이미 전멸했단다. 미주 대륙은 곧 완전히 함락될 거야. 심지어 이 세계를 지키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유명왕 방청의가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잖아요?”
영설이 답했다.
“네 아버지의 전우였던 그 거룡의 혼이 부활했단다. 게다가 수많은 악마의 혼에 의해 오염되었어. 인류 연합군은 애초에 거룡을 막을 수 없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두효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설마, 이게 하늘의 뜻인가? 설마 아버지께서 이 세계를 두 번이나 구하는 거야?”
그 말을 듣고 영설은 몸을 흠칫하고 떨었다.
그때 그녀는 마침내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거대한 비행선에서 내린 그 사람의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 얼굴을 말이다.
그의 남편, 그녀가 자나 깨나 그리워하던 남편이었다!
비록 그의 얼굴이 조금 변하긴 했지만 그의 독특한 정신 기운과 눈빛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영설은 한눈에 그를 알아봤다.
이문회, 부홍빙, 기세 등도 두변을 발견했다.
그 순간 그들도 자신이 본 걸 믿을 수 없어서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이 장면을 모든 이가 수없이 상상했었다.
15년이나 지났음에도, 그들은 두변이 또다시 자신들 앞에 나타나는 장면을 상상하지 않는 순간이 없었다.
그와 같은 시각.
남미주 대륙의 명계의 땅이 끊임없이 북상하고 있었다.
유명여왕 방청의는 수많은 명계 군단을 거느리고 계속 북상하면서 햇빛이 가득한 육지를 미친 듯이 집어삼켰다.
하늘에 있는 거룡은 점점 더 커질 뿐 아니라, 점점 더 무시무시해졌다.
방청의의 폭주에 따라, 대지 위의 모든 것이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방청의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두변, 빨리 오지 않으면 내게 남은 최후의 한 가닥 이성까지 악마가 집어삼켜 버릴 거야. 이 몸이 완전히 마화될 거라고!”
“이게 우리 아들이에요?”
두변은 눈앞에 있는 낯을 가리는 준수한 소년을 바라봤다.
영설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이 애가 우리 아들이에요.”
두효가 엄청나게 총명한 것과 비교하면 눈앞에 있는 이 소년은 다소 평범해 보였다. 그는 몹시 조용한 데다, 무공도, 정신력도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
영설은 이 아이가 음악과 예술을 좋아하고, 책 보는 걸 최고로 좋아한다고 말해줬다. 매일 대부분의 시간을 책 속 세계에 빠져 살고, 사람들과 왕래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이 아이와 교류하기를 원하면 그도 몹시 온화하게 화답해줬다.
그는 몹시 너그럽고 순한 사람이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말한다면 그는 결코 뛰어난 소년에 속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설의 눈에 그는 여전히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
“아버지!”
영엽은 조금 감격스러운 표정이었다. 이것 자체가 영엽에게는 몹시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왜냐하면 하루 대부분의 시간 동안 그는 몹시 평온해서 감격하거나 긴장할 때가 몹시 드물기 때문이었다.
“그래, 그래.”
두변이 아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지금의 그는 이미 한 아이가 뛰어난지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있었다.
눈앞의 이 아들은 두 누나에 비해서 그렇게 뛰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가 장래에 계승할 건 대녕 제국이니, 일국의 황제로서 무공과 정신력의 수준이 높은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가장 관건은 성격과 도량이었다.
눈앞의 이 아이는 의심할 여지 없이 그 두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두변 매형!”
영민해 보이는 남자 하나가 흥분한 모습으로 달려와서 곧바로 두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여경, 너도 여기에 있었어?”
두변은 그를 알아보았다.
이 사람은 선대 안남 국왕 여창의 아들일 것이다. 현재의 국왕 여경, 두변이 저번에 그를 만났을 때는 십여 세밖에 안 되었는데 지금은 늠름한 자태의 청년이 되었다.
여경이 말했다.
“영설 누나를 따라 원정 왔습니다.”
진서 왕성에 있을 때 두변이 어떻게 동방 연합 왕국의 무적의 군단을 멸망시켰는지 직접 목격한 어린 소년 여경에게, 두변은 절대적인 우상이나 다름없었다.
이어서 짧은 시간 동안, 두변은 의부인 이문회, 심지어 아내 영설과도 그다지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가장 친한 사람들에게는 말로 표현할 필요도 없는 법이다. 가만히 같이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영설이 두변의 품에 기대며 말했다.
“부군, 미안해요. 명계의 땅의 최전선에서 인류 연합군이 전멸했어요. 예상, 계표표, 혈관음, 기음음 다 돌아오지 못했어요.”
두효가 말했다.
“제 엄마는 죽지 않았어요. 저는 느낄 수 있어요.”
두변이 말했다.
“미안해요. 당신과 함께 있게 된 지 반 시진도 안 되었건만 또 헤어져야 하는군요.”
영설은 아무 말 없이 두변의 품에서 힘껏 고개를 저었다.
인류 연합군이 궁지에 처했을 때, 그녀의 남편이 다시 나타난 건 모두 하늘의 뜻인 것 같았다.
두효가 어떤 물건 세 알을 건넸다.
“부황, 이건 자외선 폭탄이에요. 위력이 대단히 커요. 부황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지만 유명왕과 명계 대군에게 크게 쓸모가 있을 거예요.”
두변은 두효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 자외선 폭탄 세 알을 챙겨넣었다.
두변이 말했다.
“이만 가볼게요!”
이윽고 그는 재빨리 인류 연합군 기지를 떠나서 남쪽으로 맹렬히 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