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8장: 대단한 유명여왕
두변은 아직 날지 못해서 경공으로 빨리 달릴 수밖에 없었다.
단지 지금 그의 경공은 충분히 대단했다. 시간당 3백 킬로미터를 질주할 수 있으니, 평범한 자동차를 훨씬 뛰어넘는 셈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하늘을 가르듯이 질주한다 해도 그의 현기를 그다지 크게 소모시키지 않았다.
두변은 남쪽으로 계속 달렸다.
천여 킬로미터를 달린 뒤, 그의 눈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전방 백 리 지점에 세상이, 그리고 대지와 하늘이 끊임없이 집어삼켜지고 있었다.
햇빛이 보이지 않았다.
푸른 나무와 붉은 꽃들도 보이지 않았고, 푸르른 산과 물도 보이지 않았다.
죽음이 충만한 명계의 땅이 그 모든 걸 집어삼키며, 끊임없이 생기발랄한 대지를 지옥으로 바꾸고 있었다.
두변은 고공으로 힘차게 뛰어올랐다.
그 순간 피부가 새하얀 여인이 수많은 명계 군단을 거느리고 마구 질주하는 걸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것들이 앞으로 한 걸음 달려갈수록, 명계의 땅은 앞으로 한 걸음 확장되면서 세상이 한 걸음 어둠에 집어삼켜지고 있었다.
두변의 두 다리가 움직이는가 싶더니 공중 천 미터까지 튕겨 올라갔다. 그런 뒤 포탄처럼 힘차게 떨어졌다.
쾅!
큰소리가 울리고, 두변이 명계 대군의 전방 수만 미터 지점에 나타났다.
두변이 큰소리로 외쳤다.
“명계 대군은 걸음을 멈춰라. 이곳은 살아 있는 사람의 세계니, 너희는 즉시 지옥의 균열 속으로 돌아가라.”
두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유명여왕 방청의가 놀라서는 눈빛을 빛냈다. 그녀는 조금은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유명여왕 방청의가 냉랭하게 소리쳤다.
“두변, 이 나쁜 사람! 내가 당신을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알아요! 내가 없었으면 인류는 진작 끝장이 났을 거라고요!”
두변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다음 순간, 유명여왕 방청의의 눈동자가 다시 초록색 화염 한 덩어리로 돌아오며, 이성을 전부 잃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어둡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변했다.
“두변, 드디어 왔구나. 그런데 이제야 오다니, 너무 늦은 거 아니냐?
두변, 너는 꿈속 마왕 폐하의 일을 망쳐놓았다. 거룡을 부리며 우리와 동귀어진 해서 우리 수만 악마를 외롭게 떠도는 넋이 되도록 만들었다……. 오늘 내 너에게 그 원한을 갚겠다!”
이윽고 유명여왕이 손을 들자, 뒤에 따르던 명계 군단이 일제히 걸음을 멈췄다.
유명여왕이 말했다.
“그때 너에게 거룡이 있었지만 지금 그 용의 혼은 우리 수중에 있다. 네 무공으로 나를 막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다.”
“당신은 누구지?”
유명여왕이 날개를 펼치고 높이 날아올랐다. 곡도(曲刀)를 쥐고 하늘로 날아올라서 냉랭하게 소리쳤다.
“나는 꿈속 마왕 휘하의 마장(魔將)이다. 너 때문에 내 몸이 사라져서 어쩔 수 없이 인간의 몸을 빼앗았다. 내 힘과 무도 수준이 몹시 떨어지긴 했지만 널 죽이는 건 여전히 손바닥 뒤집듯이 쉽다!
죽어라!”
유명여왕이 손에 든 곡도로 두변을 겨누고 미친 듯이 베어버렸다.
순식간에 보랏빛이 두변을 향해 휘몰아쳤다.
두변이 허공을 쥐자, 순식간에 검이 나타나서 유명여왕의 곡도와 매섭게 부딪혔다.
쾅!
큰소리가 울리는 순간, 두변이 새빨간 피를 뿜으면서 날아가 버렸고 두 손에 든 검도 완전히 가루가 되어버렸다.
이 여인의 무공이 대체 얼마나 고강한 걸까.
유명여왕의 공격은 햇빛 아래라서 위력이 대폭 감소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변은 일격에 입에서 피를 토하며 날아가고 말았다.
유명여왕이 냉랭하게 말했다.
“두변, 너의 무공은 여전히 이토록 약하구나. 일격도 견디지 못할 정도라니!”
이윽고 그녀가 천천히 앞으로 다가왔다.
명계의 땅은 계속 북쪽으로 확장하고 있었다.
두변은 이 유명여왕이 명계의 땅에서 끊임없이 에너지를 공급받고 있음을 간파했다. 그녀가 집어삼키는 건 천지의 힘이었다.
그는 처음으로 이 유명여왕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몸에 딱 붙은 검은색 갑옷을 입고 있는데 윤곽이 드러난 몸매는 마귀 같은 몸매가 아니라, 진짜 마귀였다. 왜냐하면 방청의는 이미 명계의 마장에게 몸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그녀의 얼굴도 바뀌어서 마족과 인간의 혼혈처럼 보였다. 매혹적인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르러서 매마 에인젤과 견줄 수 있을 듯했다.
“일격도 버티지 못하는 두변! 넌 거룡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유명여왕이 말을 끝낸 뒤에 손을 뻗어서 두변을 허공에서 꽉 쥐었다. 100미터 너머에서 두변은 그녀에게 잡혀 공중에 매달렸다.
그녀의 힘은 끊임없이 강해지면서 몇만 근, 십여만 근, 이십여만 근에 이르렀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두변이 결정체의 몸을 가진 터라 이 정도 힘을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유명여왕이 흡수한 건 명계의 땅 전체의 힘인 데다가, 그 힘이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었다.
순식간에 두변의 몸이 찌부러지기 시작했다.
이 여인의 힘이 점점 더 커져서 두변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유명여왕이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일격도 버티지 못하는구나. 전세계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들의 구원자가 무참히 쥐어 터져서 죽다니.”
그녀가 계속 힘을 증가시키면서 두변을 쥐는 힘이 백만 근이 넘어갔다.
퍽!
큰 소리가 들리며, 두변의 몸이 터져서 가루가 되어버렸다.
유명여왕이 큰소리로 웃었다.
“하하! 일격도 견디지 못하는 두변 같으니라고!”
그런데 1초 뒤, 그녀의 몸이 갑자기 그 자리에 고정되고 말았다.
솩.
이어서 두변이 갑자기 그녀 옆에 나타났다. 손에 든 봉황의 화염으로 만든 검을 힘차게 휘둘렀다.
이 봉황의 화염으로 만든 검날은 온도만 수십만 도가 넘었다.
순식간에 유명여왕의 몸이 곧바로 쪼개지면서 거대한 틈이 생겼다.
온몸이 두 동강으로 쪼개질 것 같았다.
방금 전에 그녀가 쥐어서 터뜨린 건 두변의 분신에 불과했다.
이 분신술은 정말로 쓸모가 많은 것이, 시전할 때마다 효과가 좋았다.
매번 상대는 자신이 두변을 격파한 줄 알고서 정신의 경계를 풀게 된다. 그 덕에 두변의 정신술이 성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고.
이 유명여왕이 정신력 수준은 두변보다 훨씬 강력했다. 그러니 그녀가 완전히 정신의 방어를 풀 때가 돼서야 정신술(定身術)이 효과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시간이 고작 한순간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한순간만으로도 충분했다. 그 사이에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면 되니까.
그런데 이어진 장면에 두변은 완전히 충격을 받고 말았다.
유명여왕의 갈라진 거대한 상처가 뜻밖에 아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짧디짧은 몇 초 후에 그녀는 다시 완벽하게 나았다.
참으로 개 같은 경우였다.
이 요상한 유명여왕은 어떻게 이토록 강할 수 있을까?
마장의 혼백에 불과한 데다가, 방청의의 몸을 빼앗은 상태인데 말이다.
두변은 재빨리 뒤로 확 물러났지만 너무 늦어버렸다.
유명여왕이 더 강한 정신력을 방출해서 두변을 제자리에 고정시켜버린 뒤, 손을 뻗어서 그의 목을 잡았다.
이번에 잡힌 건 분신이 아니라 두변의 진짜 본체였다.
유명여왕이 냉소했다.
“아이고, 두변, 너도 충분히 교활하구나!”
두변이 말했다.
“뭐 그럭저럭!”
“하지만 안타깝게도 네 무공 수준이 여전히 나보다 훨씬 떨어지거든. 네가 아무리 계략을 부려봤자 소용없다. 너는 애초에 나를 죽일 능력이 없다.”
유명여왕은 두변의 목을 움켜쥔 손에 계속해서 힘을 더했다.
십여만 근, 수십만 근, 백만 근!
두변이 잡힌 목은 아마도 온몸 가운데 가장 취약한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질식해서 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의 무도 수준과 신체는 몹시 긴 시간 동안 산소를 공급받지 않아도 괜찮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상고 시대 용왕의 정신이 그의 대뇌에 충분한 에너지를 제공해줄 수 있었다.
하지만 두변의 목에 힘이 한계치까지 가해지면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아마 온몸이 터져버리면서, 이 결정체의 몸을 완전히 잃게 될 것이다.
유명여왕이 날카롭게 소리를 지르며 냉소했다.
“죽어라, 죽어!”
바로 그때, 그녀의 두 눈이 짧게 맑은 기운을 회복하더니 방청의의 목소리가 들렸다.
“두변, 어서! 이자의 혼백을 내 몸에서 뽑아줘요!”
방청의의 목소리는 0.5초도 유지되지 않았다. 다만 이런 교류는 정신적으로 이루어졌다. 말로 해서는 이미 늦어버렸을 것이다.
유명여왕이 말했다.
“하하! 이 몸의 주도권을 다시 탈환하겠다고? 그게 가능할 리 있나? 꿈 깨라! 너의 두변은 지금 자신도 지키기 어려워서 곧 내게 쥐어서 터지며 죽을 것이다!”
유명여왕은 계속 힘을 줘서 진짜 두변의 몸을 무참히 쥐어 터뜨리려고 했다.
두변이 소리쳤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군!”
중력 배가술!
순식간에 두변 주위의 중력이 사납게 두 배가 되었다.
이어서 열 배, 백 배, 천 배, 2천 배, 3천 배!
그 순간 유명여왕의 안색이 확 바뀌었다.
지금 그녀가 두변을 허공에 들고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의 무게를 감당해야 했다. 순식간에 중력이 수백만 근에 달했다.
거기에 그녀 자신이 강한 힘을 쓰고 있었다.
그 순간, 콰과광!
지면이 이렇게 큰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 곧바로 무너져버렸고, 두변과 유명여왕은 끊임없이 추락했다.
유명여왕의 곁에 있던 수많은 명계 군단도 그녀를 따라 그 큰 구덩이 속으로 밀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유명여왕은 수천 배의 중력을 견딜 수 있더라도 그녀 휘하의 명계 이수들은 중력을 전혀 견디지 못했다.
그것들은 본래도 몸이 몹시 무거웠던 터라, 순식간에 수많은 이수들의 몸이 완전히 무너지고 곧바로 가루가 되어버렸다.
두변과 유명여왕 둘의 중력만으로도 놀라울 정도인데 이제 수많은 이수의 중력까지 더해졌다.
지면이 그 중력을 더욱더 버티지 못하고 끊임없이 무너지고 추락했다.
두변과 유명여왕 둘은 곧바로 지하 수천 미터 깊숙이 추락한 뒤에 그제야 가까스로 멈췄다.
유명여왕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두변, 네가 역시 강하구나. 고중력술을 시전해서 내 수많은 명계 군단을 없애버리다니. 하지만 그것도 여전히 나를 어떻게 하지 못한다.”
그렇다. 수백만 근의 중력이라고 해도 유명여왕을 다치게 하지 못했다.
단지 방금의 공격으로 두 사람이 지하 수천 미터 지점까지 무너져서 좁고 깊은 동굴 속에서 붙어있게 만들었을 뿐이다.
유명여왕이 크게 소리쳤다.
“죽어라! 내가 널 무참히 으스러뜨리겠다!”
두변이 냉소하며 말했다.
“나도 애초에 고중력술을 써서 너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과욕을 부리지는 않았다. 그건 단지 너를 이곳에 데리고 오기 위한 방법일 뿐이지. 빛의 심판을 받아라, 유명여왕!”
이어서 쾅!
폭탄 하나가 맹렬히 터졌다.
순식간에 태양보다 백 배, 천 배는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그건 바로 자외선 폭탄이었다.
핵심 정석 장치를 사용해서 만든 것이라 평범한 자외선포의 수천 내지 만 배의 위력을 가진 것이었다.
평범한 인류도 이런 자외선을 견딜 수 없다. 그런데 명계의 종족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태양광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것들은 태양광 속에 있는 자외선을 두려워했다. 이 자외선 폭탄에서 터져나오는 자외선의 빛은 태양의 수천 내지 만 배 이상이었다.
만약 지면에서 폭발했으면 이 자외선 폭탄의 에너지 대부분을 낭비해버렸을 것이다.
그래서 두변은 고중력술을 사용해서 두 사람을 지하 수천 미터의 좁고 깊은 구덩이 안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이윽고 자외선이 폭발하면서 발생한 모든 에너지가 전부 유명여왕에게 명중했다.
“으아아악!”
그 순간, 유명여왕이 처참하고 날카롭게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몸이 한 마디씩 연기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태양에 너무 심하게 탄 나머지 그을리는 것처럼, 그녀의 새하얀 피부가 한 마디씩 벗겨지면서 온몸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데 자외선 폭탄의 빛이 사라지자 연기로 사라진 피부가 다시 천천히 돋아나기 시작했다.
이미 사라진 몸도 다시 돌아왔다.
빌어먹을, 이 유명여왕은 어마어마하게 강했다!
유명여왕이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이토록 강한 자외선이라니! 하마터면 내가 연기로 사라지며 혼비백산할 뻔했군. 한데 그런들 어쩌겠나? 여전히 나를 죽이지 못했다. 이제 네가 죽어야 할 차례다!”
두변이 냉소했다.
“그럴 것 같지 않은데?”
이어서 두변이 최강의 정신술을 시전했다.
바로, 심마술!
펑.
순식간에 유명여왕의 머릿속에 있는 암흑의 핵폭탄 하나가 폭발하는 것 같았다.
한도 끝도 없는 어둠과 고통이 미친 듯이 그녀의 정신 속으로 밀려들어 갔다.
“아아악!”
그녀는 필사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고통이 한계치에 이르렀다.
자외선 폭탄이 유명여왕의 정신에 중상을 입혔으니, 이런 때야말로 심마술이 주효할 것이다.
심마술이 그녀의 정신 뇌 영역에서 폭발하면서, 숨이 막힐 듯한 끝도 없는 고통과 모든 비통한 기억, 공포가 미친 듯이 그녀의 머릿속으로 밀려들었다.
“하하! 너무 고통스럽구나. 너무 어두워, 너무 절망적이야!
하지만 우리 마족은 바로 고통과 어둠 속에서 자란다. 우리가 집어삼키는 건 암흑의 기운이다!
어둠과 고통이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지. 하하하하!”
유명여왕은 더할 나위 없이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암흑의 파도처럼 밀려오는 심마의 정신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녀는 뜻밖에 정말로 이런 암흑 공격을 통해 강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두변은 그녀에게 기회를 다시 줄 생각이 없었다.
두변은 손바닥을 그녀의 이마에 누르고 흡성대법으로 힘차게 집어삼켰다.
순식간에 유명여왕의 엄청나게 강하면서도 한순간 낱낱으로 분열된 혼백이 두변에게 집어삼켜졌다.
“으아아악!”
명계의 마장에 속한 혼백이 날카롭게 비명을 질렀다.
두변의 뇌 영역 안이 순식간에 끝도 없는 암흑 기운으로 뒤덮였다.
그의 뇌 영역은 본래 수많은 은하가 찬란하게 빛나서 광명이 충만한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세상 최후의 날이 닥친 것처럼 유명여왕의 암흑 혼백에 완전히 잠식되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유명여왕 방청의가 눈을 뜨고 맑은 정신을 되찾았다. 그녀가 열렬한 눈빛으로 두변의 얼굴을 바라봤다.
“나쁜 사람! 두변, 당신이 드디어 왔군요.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당신은 오늘 여기에서 나를 아내로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