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장: 거룡의 입 속
네 시간여 뒤.
두변은 다시 명계의 땅에 발을 디뎠다.
“물건을 찾았나요?”
유명여왕 방청의가 묻자 두변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얼마 없어요. 거룡의 혼백이 바로 전방 3백 리 지점에 있어요. 그건 곧 깨어날 거예요.”
이윽고 두 사람은 끊임없이 명계의 땅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가는 동안에 보니, 지상에는 각양각색의 이수들이 빼곡하게 있었고 이성을 잃은 것처럼 마구 뛰어다녔다.
꽤나 흉포한 명계 군단이었다.
방청의가 말했다.
“저것들은 다 내 몸에 있던 그 마장이 정신으로 통제를 했었어요. 이제 당신이 그 마장의 혼백을 집어삼켰으니, 저것들도 통제를 잃게 된 거죠.”
두 사람은 끊임없이 깊이 들어갔다.
깊숙이 들어갈수록 더할 나위 없이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사람을 질식하게 만들 정도로 강한 기운이었다.
거룡의 혼백에 점점 더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거룡의 기운뿐 아니라, 악마 수만 마리의 혼백까지 느껴졌다.
“당신은 가지 말아.”
두변이 방청의에게 말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금도 스스럼없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녀는 곧 벌어질 일들을 감당할 수 없었다. 아무리 자신이 연옥자 정상의 무도 수준에 이르렀을지라도 감당할 수 없었다.
저 거룡의 혼백과 악마 수만 마리는 너무나 강했다.
그때 이 거룡의 몸은 이미 천여 미터 길이가 넘었다. 바닥에 엎드리고 있었음에도 수백 미터가 넘는 높이라서 정말로 거대한 산처럼 보였다.
그것의 신체 표면은 실질적인 물질이 아니라, 수많은 악마의 혼백이 뒤얽혀 있었다.
그 모습은 보기만 해도 몸서리가 쳐졌다.
두변이 거룡에 다가가자, 그것이 갑자기 두 눈을 번쩍 떴다. 두 눈에서 내뿜어진 빛에는 악마의 기운이 충만해서, 그 눈빛을 보기만 해도 제 혼백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이윽고 거룡은 더할 나위 없이 경멸하는 눈빛을 드러냈다.
거룡을 통제하는 수많은 악마의 혼백이 흉악하게 웃음소리를 냈다.
“와라, 어서 와!”
그것들의 대단히 강력한 힘에 견주자니 두변은 확실히 극도로 미약한 상태였다.
설령 두변 백 명, 천 명이 몰려와도 저것들은 안중에 두지도 않을 것이다.
이어서 거룡이 큰 입을 벌렸다. 그 입은 지옥의 입구와도 같아 보이는데, 그 큰 입속에 수천, 수만 명이 있는 것이 보였다.
예상, 계표표, 기음음, 계청주 등 모든 이가 거룡의 배 속에 있었다.
“와라, 어서 들어와!”
악마 수만 마리의 혼백이 두변을 보고 흉악하게 웃었다.
두변도 미소를 지은 뒤, 거룡의 지옥 같은 큰 입 속으로 들어갔다.
순식간에 거룡이 큰 입을 닫았다.
거룡이 입을 닫은 뜻은 명확했다. 두변에게 나갈 생각도 말라는 것이리라.
“하하하하……!”
“또 한 명이 들어왔군……!”
“우리의 원수가 왔어. 이 세계의 구원자가 왔다!”
수많은 혼백의 목소리가 두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수많은 눈빛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두변은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주변의 장면에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였다. 그의 발밑에 사람들이 빼곡하게 있었다. 모두 산 사람이지만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이 대녕 제국 차원에 있는 모든 정예 무사가 전부 이 안에 있었다. 적어도 무사 수천 명이 들어있을 것이다. 게다가 평범한 병사 수십만 명 등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모든 이는 다 살아 있지만 가위에 눌린 것처럼 전혀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산 사람들은 곧 수많은 악마와 거룡 혼백의 자양분이 되어버릴 것이다. 무도 수준이 약한 사람은 집어삼킨 뒤에 걸어다니는 시체 같은 명계 군단이 되어버릴 테고, 무도 수준이 강한 사람은 명계 무사로 개조될 것이다. 즉 불사족 무사가 된다는 의미였다.
두변은 계속 깊숙이 들어갔다.
그 거룡이 신체가 없는 에너지체인 만큼, 안에 있는 공간은 몹시도 거대했다.
갑자기 주변에 빼곡하게 쌓인 산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두변은 곧 거룡의 핵심지대, 즉 그것의 심장에 다가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더할 나위 없이 어두운 통로를 지나자, 갑자기 눈앞이 크게 환해졌다.
거대한 심장이 두변의 눈앞에 나타났다.
거룡의 심장은 직경이 100미터가 넘을 정도로 거대했다. 물론 이 심장도 실체가 아니라 에너지체에 불과했지만 대단히 전율적으로 보일뿐더러, 아직도 끊임없이 수축하며 뛰고 있었다.
“구원자 폐하, 들어가시지요!”
갑자기 안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몹시 맑아서 소년의 목소리 같았다.
이어서 거룡의 심장에 구멍 하나가 열렸다.
두변은 가볍게 발을 튕겨서 구멍으로 날아가 심장 속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그는 더욱더 기이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심장 안에 빼곡하게 사람이 가득 들어차 있는데, 다들 북명검파 제자들이었다. 즉 핵심적인 무사들이었다.
북명검파 제자 2만 명 이상이 층층이 포개져서는 심장 모양을 만들어서 끊임없이 회전하고 있었다.
이 거룡의 심장이 북명검파의 제자 2만 명으로 구성되어 있을 줄이야.
물론 이 북명검파 제자 2만 명은 진작에 자신들의 몸을 악마들에게 빼앗겼다.
이건 얼마나 창의적이면서도 큰 그림을 그린 것인가.
어쩐지 악마의 혼백들이 일전에 필사적으로 북명검파의 제자들을 키워주며 강하게 만든 이유가 있었다.
이제 보니 그들을 거룡의 심장으로 만들려고 계획한 것일 테다.
즉 거룡의 심장 박동과 수축이 전적으로 북명검파 제자 2만 명 덕에 완성되었다는 의미이다.
두변은 거룡의 에너지 심장을 향해 끊임없이 깊숙이 들어갔다.
이윽고 그는 익숙한 얼굴을 보게 되었다.
두헌의 어머니이자, 두회의 아내, 북명검파 대은구도의 새로운 도주 희민지였다.
그녀는 지금 북명검파에서 절정 고수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에너지 심장에서 비교적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두변의 시선을 느끼자, 그녀는 눈을 뜨고 두변에게 기이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건 그녀가 웃는 게 아니라 그녀 체내에 있는 악마의 혼백이 웃고 있는 것이다.
“들어가라. 우리 백작 대인께서 너를 기다리고 계신다!”
희민지의 입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변은 앞으로 몇 발자국 걸어가서 거룡 심장 속 가장 핵심 지역에 도착했다.
심실(心室)로, 이곳은 어둠으로 뒤덮여 있었다.
“두변, 당신은 비범할 정도로 용감하군그래.”
그 소년의 목소리가 또다시 울려 퍼졌다.
“너는 누구지?”
두변이 묻자 그 소년이 답했다.
“나는 이 세계 7만 악마 혼백들의 우두머리지. 넌 나를 악마 백작이라고 부르면 된다. 그건 악마 제국에서의 내 작위야.”
이렇게 어린 소년의 목소리를 내는 이가 악마 백작이라고?
악마 백작이 말했다.
“때때로 나는 너희 인간을 이해할 수 없더군. 어째서 우둔할 정도로 용감한 모습을 보여주는지 말이야. 용혈 대륙에서도 그랬고, 이 차원에서도 마찬가지고.”
“용혈 대륙에 있는 인간들은 매우 용감했나?”
“그들이 용감하지 않았으면 그렇게 빨리 멸족되지도 않았겠지. 그들은 너희보다 훨씬 강했지만 여전히 멸족되었어. 이 세계의 인류가 이토록 약한데 너는 아직도 너희에게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나?”
두변은 웃음으로 답했다.
“너희 인류는 미숙하고 우둔하게 용감하지만 기상천외한 행동을 하는 걸 좋아하더군. 예를 들면 유명여왕이라고 불리던 방청의 말이지. 어쩌면 지금까지 그녀는 우리를 이용했다고 생각할 테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그녀를 이용했지.”
그 점은 틀림없었다.
방청의가 북명검파의 2만여 명을 이곳에 옮겨온 이유는 악마 수만 마리의 혼백이 가진 의지에 대항하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지금 북명검파의 제자 2만 명은 목숨을 빼앗긴 채 전부 에너지 기계가 되어 이 거룡의 심장이 되어버렸다.
악마 백작이 말했다.
“두변, 15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갔는데 너의 무도 수준은 별다른 진전이 없구나.”
실제로는 몹시 큰 진전을 이뤘다. 곧바로 무존, 반성을 가로질러서 6계 무성에 도달했으니까.
그런데 그 무도 수준도 이 악마 백작의 안중에는 여전히 말하기도 하찮은 것인가 보다.
두변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악마 백작이 말했다.
“사실, 너처럼 보잘것없는 적수를 상대하는 건 나에게도 조금 난감한 일이란 말이지. 수천 년이란 세월이 지나는 동안 나는 정말로 너처럼 약한 상대를 만난 적이 없다고.”
“우리의 세력 차이는 몹시 현저하지만 저번보다는 더 낫지 않을까? 게다가 저번에 전멸한 건 너희 아닌가?”
“저번에는 너에게 거룡이 있었지만 이번엔 거룡이 내 손에 있거든!”
악마 백작이 깔깔 웃으며 말했다.
그 웃음소리가 너무 맑아서 열다섯, 열여섯짜리 남자아이의 웃음소리 같았다.
두변은 백작의 얼굴이 몹시 보고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곳은 완전히 어둠에 뒤덮여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악마 백작이 말했다.
“두변, 나는 네가 15년 전에 세상을 구한 행동에 몹시 감사하고 있다.”
“그래? 어째서?”
“만약 네가 동귀어진하면서 세상을 구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 차원의 악마 최고 수령은 꿈속 마왕이 되었을 테니까. 너도 계산할 수 있지 않나? 악마 백작 위는 후작, 공작이고, 그런 다음이 악마 친왕이지. 꿈속 마왕의 휘하에는 나 같은 악마 백작이 적어도 수백 명은 있어. 그런데 네가 동귀어진해서 세상의 균열을 완전히 없애버린 뒤, 악마 백작인 내가 이 세계의 우두머리가 되었거든.”
“그렇다면 너는 나에게 감사해야겠군.”
“그뿐 아니라, 나는 네가 지조 있는 태도를 보여준 것도 고마워해야겠어. 너는 꿈속 시스템의 숙주였기 때문에, 네가 꿈속 마왕의 보살핌을 받았다면 너는 악마 후작, 심지어 악마 공작에 책봉될 수도 있었다고. 그렇게 되면 너는 그 자리에 걸맞은 지위뿐 아니라, 강력한 힘까지 얻을 수 있었을 거야. 그런데 너는 그 모든 걸 포기했지. 그러니 15년이 지난 뒤에도 너는 여전히 이토록 약소해서 고작 무성 중급에 불과한 거지! 물론 그것도용의 후예의 등급에 따라 구분한 거지, 우리는 개의치 않지만 말이야.”
두변이 물었다.
“그럼 너희는 어떻게 구분하지?”
“몹시 간단해. 악마 남작, 악마 자작, 악마 백작, 악마 후작…….”
“실력에 맞게 작위를 맡는 건가?”
악마 백작이 답했다.
“그래. 그래야만 절대적으로 공평하니까.”
“그럼 실례지만 악마 백작, 당신의 무도 수준은 대체로 용의 후예의 어떤 등급에 해당하지?”
“열반자 정상이야!”
정말 빌어먹을 경우였다.
두변이 만났던 최강자는 고작 연옥자 등급에 불과했다.
즉 태강 대제가 전성기였을 때라도, 이 악마 백작 앞에서는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될 뿐이다.
지금 두변의 무도 수준으로는 열반자 정상의 손가락 하나도 당해내지 못할 것이다.
악마 백작이 말했다.
“무도 수준이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고 하더라도 이번 전투는 진행될 수밖에 없어. 한데 전투를 치를 때, 너에게 더할 나위 없는 장관을 보여주려고 해. 수십만 명이 너와 함께 순장 당하는 장면을 말이야.”
“너는 거룡의 혼백으로 하여금 인류 무도 군단과 병사 수십만 명을 집어삼키게 할 건가?”
“그렇지! 집어삼키는 게 끝나면 우리는 꼭두각시 수십만 명이 더 생기는 거니까. 저 안에 네 아내들이 있을 거야. 그녀들은 꼭두각시가 되어도 몹시 아름다울 테지.”
“그녀들이 혼백과 힘을 거룡에게 모조리 집어삼켜져서 꼭두각시가 된다면 나는 어떻게 되지?”
“너? 당연히 연기로 사라지지. 너는 너무나 기이하기 때문이야. 네가 완전히 죽지 않는다면 내가 마음이 놓이지 않을 것 같거든.
두변, 난 이미 촛불을 밝힐 준비가 되었어. 너는 내 진면목을 볼 준비가 되었나?”
“물론.”
악마 백작이 손가락을 튕기자, 갑자기 촛불 하나에 불이 들어왔다.
두변은 눈앞의 그 악마 백작을 볼 수 있었다.
극도로 잘생긴 소년이었다. 심지어 절대다수의 소녀들보다 더 예뻤다.
소년의 미모는 심지어 두변을 넘어서서 요물처럼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더욱더 놀라운 건 소년의 생김새가 두변과 몹시 닮았다는 점이었다. 그는 두변과 기염염의 결합체 같았다.
그렇다, 이 악마의 몸은 바로 두변의 아들인 두백이었다.
“서프라이즈! 하하하! 네 아들이 너무 잘생긴 데다가, 천부적인 혈맥도 너무 높단 말이야. 내가 몸을 아홉 개나 준비해 뒀지만 그중에 네 아들 몸이 가장 좋더라고!”
두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사실 방금 전에 악마 백작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이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
악마 백작이 말했다.
“두변, 시간이 곧 되려고 해. 우리는 예상과 기음음, 그들 모두의 혼백과 힘을 집어삼킬 거야. 그와 동시에 나는 널 죽일 거야. 너는 이게 아버지를 시해하는 일에 속한다고 생각해? 하하하, 네 아들은 아직도 살아있어. 그의 혼백은 뇌 영역의 한 모퉁이에 있어서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다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지. 하지만 자신의 몸을 통제하지는 못해. 내가 너를 죽이려 해도 그는 전혀 막을 수 없고, 심지어 직접 손을 써야 하지!
하하하, 정말이지 인간의 비극이라니까!
두변, 네 아들이 눈물을 흘리는군.”
악마 백작이 자신의 눈가를 가리켰다.
그 소년의 눈가에 확실히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건 악마 백작이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니라, 자신의 아들 두백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악마 백작이 손을 들자, 주변의 수많은 악마가 두변을 향해 몰려들어서 그를 겹겹이 포위했다.
그와 동시에 북명검파의 2만여 명 제자가 만들어낸 거대한 에너지 심장이 재빨리 뛰기 시작했다.
거룡이 배 속에 있는 걸 집어삼키려고 하고 있었다.
기음음, 예상, 계표표, 혈관음 등 인류 무도 고수 수천 명과 인류 군대 병사 수십만 명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거대한 에너지 심장 안에 있는 에너지 진이 점점 더 빨리 회전하더니 더할 나위 없이 밝은 빛이 터져나왔다.
악마 백작이 웃었다.
“이런 때는 카운트다운이 있어야 하겠지!
카운트다운이 끝나면 두변, 너는 연기로 사라지고 인류 수십만 명도 완전히 집어 삼켜진다!”
“5!”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