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601화 (601/648)

601장: 다시 지구로

수많은 악마가 두변을 완전히 포위한 상태였다.

그런데 바로 그때, 두변이 품속에서 허무(虛無) 상자를 꺼내서 안에 있는 암흑 왕관을 재빨리 머리에 썼다.

암흑 왕관?

바로 소군 방진이 썼던 암흑 왕관이었다.

이 왕관은 예전에는 꿈속 마왕의 소유였다.

그 당시에 소군 방진은 이 왕관을 착용한 뒤에 더할 나위 없이 강한 힘을 얻게 되었다. 영도현을 눈 깜짝할 사이에 죽였을 뿐 아니라, 대종사 수백 명을 집어삼켜 버렸다. 세상의 균열을 무참히 찢은 데다가, 균열 속에서 꿈속 마왕의 머리를 소환해냈다.

15년 전에 두변이 세상의 균열을 없애면서 수많은 악마와 동귀어진할 때, 소군 방진의 시신은 행적이 묘연해졌을 뿐 아니라, 그가 머리에 썼던 암흑 왕관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기음음과 예상이 찾으려 했지만 끝내 찾을 수 없었다.

나중에 방청의가 자신의 미모를 되찾기 위해, 명계의 땅으로 깊숙이 들어갔다가 대지의 균열 속에서 이 암흑 왕관과 황금 지팡이를 찾았다.

하지만 그때 그녀는 두려움이 생긴 나머지, 그 두 가지 물건을 몹시 은밀한 곳에 숨겨두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허약해진 악마들의 혼백과 모종의 계약을 맺었고, 그로부터 그녀는 유명여왕이 되며, 악마들과 서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제 두변이 암흑 왕관을 쓰는 순간, 그는 순식간에 명계의 땅 전체에서 악마들의 최고 수령이 되어버렸다.

“모든 악마의 혼백은 전부 내 왕관의 보석 속으로 돌아가서 내가 힘을 회복하도록 도와라!”

암흑 왕관을 착용한 두변이 더할 나위 없이 웅장한 목소리를 냈다. 그건 꿈속 마왕의 목소리와 완전히 유사했다.

물론 그는 말을 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내려진 정신의 명령이었다.

악마 백작이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안 돼! 너는 암흑 왕관을 쓸 권한이 없어. 나도 그럴 권한이 없는데 네가 그런 권한이 있을 리는 없다고.”

두변은 당연히 그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소군 방진은 어째서 예전에 이 암흑 왕관을 쓸 수 있는 권한이 있었을까?

그가 꿈속 시스템의 숙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두변도 마찬가지 아닌가.

비록 지금 꿈속 마왕은 그의 몸을 완전히 떠났지만 예전에 꿈속 시스템의 숙주였던 그 신분의 흔적은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그는 암흑 왕관을 착용하며 모든 악마를 호령할 수 있었다.

두변의 명령을 들은 악마의 혼백들은 아무리 자신이 원하지 않더라도,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전부 한 줄기씩 연달아 빛으로 변해서 미친 듯이 암흑 왕관의 보석 속으로 밀려들었다.

휙, 휙, 휙, 휙, 휙.

우선 북명검파의 제자 2만여 명 몸에 있던 악마들의 혼백도 수많은 유성처럼 암흑 왕관의 보석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어서 거룡의 표면을 휘감고 있던 악마의 혼백들이 수많은 빛으로 변해서 암흑 왕관의 보석 속으로 파고들었다.

최후에는 악마 백작만 남았다.

그는 미친 듯이 발버둥치며 날카롭게 소리 질렀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혼백을 통제할 수 없어서 결국 빛으로 변해 한 가닥씩 암흑 왕관의 보석 속으로 들어갔다.

“두변, 두변, 너는 구원자잖아!”

악마 백작의 목소리가 귓가에 휘감겼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소년의 목소리가 아니라, 진정한 악마 백작의 목소리로 변했다. 늙고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였다.

“너는 구원자잖아! 하지만 네가 암흑 왕관을 착용하면 너는 완전히 마왕 폐하의 꼭두각시가 된다는 걸 의미한다. 영원히 발버둥칠 수 없고, 너는 구원자에서 멸세(滅世) 마왕이 되는 거라고!

이 세계는 내 손에서 없어지지 않고, 두변 너의 손에서 없어지겠구나. 구원자에서 멸세마왕으로 변하다니, 비극이로구나……”

이윽고 악마 백작의 목소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자의 혼백은 완전히 암흑 왕관의 보석에 집어 삼켜졌다.

비교적 길게 묘사했지만 이 모든 일은 매우 빠르게 일어나서 찰나에 끝나버렸다.

모든 악마의 혼백이 사라지고 전부 암흑 왕관에 집어삼켜져서 주변의 모든 게 조용해졌다.

그런데 악마 백작의 말 한마디는 맞았다.

암흑 왕관을 쓰면, 그 왕관을 쓴 자는 철저히 꿈속 마왕의 꼭두각시로 전락해 버린다.

두변의 정신과 무도 수준으로는 애초에 발버둥칠 수도 없었다.

지난번 유명여왕 방청의도 말했듯이 이들 수만 악마의 혼백을 없애는 건 어렵지 않지만 두변이 새로운 마왕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그렇다면 두변은 어떻게 꿈속 마왕의 숙주라는 결과에서 벗어날까?

암흑 왕관을 쓰는 순간, 모든 악마의 혼백을 집어삼키는 동시에 두변의 얼굴도 완전히 변하고 말았다.

인간의 얼굴에서 악마의 얼굴로 변한 것이다.

온몸이 끊임없이 팽창하며 점점 더 커져서 3미터 높이, 5미터, 10미터, 수십 미터 높이에 이르렀다.

그의 형체가 계속 크게 변하려고 할 때, 갑자기 그의 몸이 순식간에 연기로 사라져버렸다.

마찬가지로, 여전히, 또 한 번 분신술을 쓴 것이다.

두변은 이번 무시무시한 모험에 극도로 정밀한 작전을 세워두었다.

암흑 왕관을 착용하는 순간, 정신 지령을 내려서 동시에 분신술을 펼치는 것이다.

자신의 환영 분신이 암흑 왕관을 착용하게 만들고 자신의 몸과 혼백은 왕관에서 순식간에 벗어나게 했다.

성공을 거두면 크나큰 기적일 것이다.

하지만 벗어나는 데에 성공하지 않았다면 극도로 무시무시한 결말을 맞았을 것이다.

그는 순식간에 꿈속 마왕의 꼭두각시가 되었을뿐더러, 구원자에서 새로운 마왕으로 변해버렸을 것이다.

다행히도 그는 성공했다.

모든 악마의 혼백이 사라진 뒤, 거룡의 몸이 끊임없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천오백여 미터 몸이 3백여 미터 길이의 빛덩어리로 변했다.

그것은 몸이 없는 데다가, 여전히 깊은 잠에 빠진 상태였다.

15년 전 이 거룡은 비록 피와 살은 잃었지만, 여전히 골격과 혼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골격까지 없어지고, 깊은 잠에 빠진 혼백만 남았다.

두변은 눈을 감고서 머릿속에서 용족의 주문을 되풀이해서 읊었다. 확실히 오류가 없는 걸 확인한 뒤, 상고 시대 용왕의 정신 에너지를 아주 조금 방출해서 상고시대 용족의 주문을 읊기 시작했다.

“깨어나라! 요원한 명계에서 깨어나라!”

그 목소리는 대지의 깊숙한 곳으로부터 울려 퍼지는 것도 같았고, 요원한 하늘가로부터 울려 퍼지는 것도 같았다.

고귀할 뿐 아니라, 강대하고, 웅장한 목소리였다.

고작 주문 한마디를 읊는 일에 두변이 가진 모든 내력 현기가 순식간에 소진되었다.

잠시 후, 그 거룡이 눈을 천천히 떴다.

처음에는 몹시 느릿느릿 떴지만 결국에는 힘껏 눈을 떴다.

그 눈에서 금빛이 가득했다. 용족 특유의 고귀한 빛이었다.

두변이 황금 지팡이를 높이 들고 큰소리로 외쳤다.

“내 고귀하고 용감한 전우여, 아직 네가 깊은 잠을 잘 때가 아니다. 나와 함께 전투를 치르러 가자. 나와 함께 또 다른 세계에 가서 전투를 치르자. 우리는 또 다른 세계를 구하고, 그곳에 있는 마족을 소멸하러 갈 것이다!”

그 거룡의 혼백이 두변을 쳐다보며 천천히 말했다.

“내 전우여, 나는 몸을 잃고, 뼈대를 잃고, 대부분의 에너지도 잃고, 고작 혼백 하나만 남았다. 하지만 내 노여움의 불길과 전투를 하고자 하는 의지는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이다!

오늘부터 우리는 계속 함께 전투를 치를 것이다!”

거룡의 혼백이 소리쳤다.

이윽고 거룡의 혼백이 빛 한 줄기로 변해서 두변이 손에 든 황금 지팡이 꼭대기로 파고들었다. 빛줄기는 곧 에너지 정체 한 알로 변해서 보석처럼 황금 지팡이에 박혔다.

“열려라!”

두변이 힘차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황금 지팡이에서 금빛이 만 미터 길이나 터져 나와서 명계의 땅의 하늘을 찢어놓았다.

햇빛이 하늘의 균열을 뚫고 나와서 대지를 비췄다.

모든 악마의 혼백이 사라졌으니, 명계 땅의 기운도 더는 존재할 수 없었다.

햇빛이 두루 비치는 가운데 명계의 땅이 재빨리 소멸되기 시작했다.

대략 몇 달 안에 이 명계의 땅은 모조리 사라질 것이다. 이번에 그것은 다시 생기지 않고, 더 이상 권토중래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설령 햇빛이 대지를 비추고 있어도 여전히 잿빛이었다. 푸르른 나무나 갖가지 꽃들, 푸른 산과 강물은 전혀 찾아볼 수 없어서 이곳은 여전히 죽어버린 대지처럼 보였다.

이 차원의 세계에서 남미주의 육지가 생기를 회복하려면 적어도 백 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두변은 바닥에 있는 암흑 왕관을 바라봤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 반지는 착용한 뒤 크나큰 유혹을 느끼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야 착용자의 의지가 완전히 무너지고 타락한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이 암흑 왕관은 착용하자마자 모든 이성이 순식간에 함락된다.

게다가 이 암흑 왕관 속에 악마 몇만 마리의 혼백이 봉인되어 있으니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졌단 말인가.

그러니 이 암흑 왕관을 착용하기만 하면 순식간에 더할 나위 없이 강해진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두변은 앞으로 이걸 다시 쓰거나, 심지어 건드릴 생각도 없었다.

그것은 아마도 이 세계에서 최고로 위험한 물건이리라!

두변은 암흑 왕관을 정석으로 만든 허무 상자 안에 집어넣었다. 이제 그는 이 암흑 왕관을 아무도 찾을 수 없는 최고로 은밀한 곳에 숨겨둘 것이다.

암흑 왕관과 달리, 손에 든 이 황금 지팡이는 말세 지구에 가져가야 했다.

그는 햇빛에 비춰가며 지팡이 꼭대기에 있는 어두운 금빛 보석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이것은 아마도 유사 이래 최강의 무기가 될 것이다. 심지어 단순히 무기만인 게 아니라, 전략적으로 귀중한 기물이었다.

이 황금 지팡이는 그가 운명 대마주를 이기는 관건이 될 것이다.

바로 그때, 예상, 기음음 등 최강의 무공을 가진 몇 명이 깨어났다.

눈을 뜬 그녀들은 가장 먼저 두변을 쳐다봤다. 곧바로 그에게 달려가고 싶었지만 조금 망설인 뒤, 그 자리에 멈춰 서버렸다.

이어서 계표표, 혈관음, 계청주 등 인류 무도 군단 수천 명이 전부 깨어났다.

마지막으로 병사 수십만 명도 깨어났다.

모든 이가 일어서서 소리 없이 가만히 두변을 바라봤다.

두변이 또 한 번 이 세계를 구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이 수십만 명은 일제히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한쪽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자신의 무릎에 짚었다.

그건 충성을 바친다는 뜻이었다.

이곳에 있는 수십만 명은 자신의 입장도 따지지 않고 국적을 가리지 않고, 전부 두변에게 충성을 바치길 원했다.

계표표는 딸 하나를 낳았고, 혈관음은 아들 하나를 낳았다. 송옥진, 이도진도 아들 하나를 낳았다.

거기에 미소녀 두효와 기염염의 아들 두백, 영설의 아들 두엽까지 합치면 이 차원의 체계에서 두변은 아이가 일곱 명이나 있는 셈이었다.

두변호 공중 전투함에서 두변은 자신의 일곱 아이에게 수업을 하는 중이었다.

차원, 우주, 별들에 관한 수업이었다.

여섯 아이들은 몹시 진지하게 들으면서 두변을 향해 애틋한 눈빛을 보냈다.

두효를 제외하면 이 여섯 아이들은 아무도 전에 두변을 보지 못했다. 아버지에 대한 아이들의 인상은 단 하나, 침범할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한 사람이라는 것뿐이었다.

그들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에 관한 전설을 들으며 성장했다. 아버지가 자신을 희생해서 온 세상을 구한 이야기를 듣고 커왔다.

때문에, 그들은 내심 다른 사람들처럼, 두변이라는 아버지는 항상 신처럼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진짜로 아버지를 만나고 나니, 그는 다정할 뿐 아니라, 인내심으로 가득했고, 박애적이며, 재미있는 아버지였다.

이 아이들 중에서 두 아이만 아버지를 따라 또 다른 세계에 갈 수 있고, 나머지는 이곳에 남아야 했다.

그러니 남은 48시간 동안 두변은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에게 여러 가지 재미있는 수업을 해주었다.

공중 비행선 16척이 북명검파 해역의 상공에 떠 있었다.

그중 12척은 전투 비행선이고, 나머지 4척은 대형 운송 비행선이었다. 그 안에 수많은 병사와 에너지포, 방공 레이저포 및 천문학적인 물자가 담겨 있었다.

이 공중 비행선 16척이 모두 두변을 따라 말세 지구로 향할 것이다.

이 외에 3만이 넘는 무사 군단이 두변을 따라 차원을 가로지르는 원정을 떠나기로 했다. 그중 2만은 북명검파의 제자, 5천은 성화교의 고수, 5천은 십자회의 무사들이었다.

방금 전 두변호 공중 전투함에서 두변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십자회의 주인과 차원 동맹 협정에 서명을 했다.

여담, 완안영도, 부홍빙, 기세, 계청주 등 직계 부하들도 15만 정예를 거느리고 두변을 따라 차원을 가로지르는 원정을 떠나기로 했다.

예상, 기음음, 이도진, 세 여인은 진작 무공이 대종사를 돌파했지만 계표표는 십여 년의 필사적인 수련을 거쳐서 8년 전에야 대종사를 돌파했다.

그러니 이 네 여인도 두변을 따라 원정에 나섰다.

나머지 혈관음, 옥진 군주, 영설, 두평아 등 여인들은 무공이 부족했던 까닭에 여전히 대녕 제국에 남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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