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604화 (604/648)

604장: 귀신이 곡할 노릇

태강 제국의 도성 안.

북부 전선의 통솔자 기세 공작이 큰소리로 외쳤다.

“기억해라. 이건 고작 적의 첫 번째 군대일 뿐이다. 그러니 에너지포도, 레이저포도, 자외선포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 무기들은 다 뒤에 오는 더 강한 적군에게 사용해야 한다. 적군의 허를 찌르는 공격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희가 유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건 정석 마포 9백 대뿐이다.

이 정석 마포 9백 대로 적의 화포 수천 대, 미사일 발사 장치 수백 대, 로켓이 장착된 차 수백 대를 철저히 제압하고 없애버려야 한다. 어쨌든 적군의 원거리 화력 진지를 완전히 밀어버려야 한다. 그럴 자신이 있나?”

기세 공작이 외치자, 정석 마포를 담당하는 포수 수천 명이 큰소리로 응답했다.

“자신 있습니다!”

기세 공작이 말했다.

“황제 폐하께서는 황궁 안에서 너희를 지켜보고 계신다. 장공주 두효 전하는 식사를 준비하시고, 소공주 두효 전하는 만화영화를 보고 계신다. 적의 포탄이 한 발이라도 황궁 주변에 떨어져서 공주 전하들을 방해한다면 내가 폐하를 뵈러 갈 낯이 서겠냔 말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곧바로 성벽 위에서 스스로 목을 베고 죽을 것이다!”

소공주 두효가 만화영화를 보고 있단 말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전투기의 터빈 엔진을 분해하고 열심히 작업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만화영화를 보았다. 만화영화를 보는 동시에 작업을 해도 전혀 방해되지 않았다.

그녀는 초특급 천재 정신술사였다.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일을 해도 문제없었다. 그녀는 심지어 정신술을 사용해서 자신의 뇌 영역을 독립적인 몇몇 영역으로 나눈 다음에 각자 작업을 해도 서로 방해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에 두변이 가져온 정석 마포 9백 대는 십여 년 전과 완전히 달라서, 놀라운 발전이 있었다.

우선 정석 마포의 유효 사정거리가 백여 킬로미터였다.

정확도도 대대적으로 향상된 데다, 포탄이 발사되는 속도는 놀랍게도 음속의 12배 정도에 달했다.

기세 공작이 큰소리로 외쳤다.

“모든 정석 마포는 조준을 시작하라!”

태강 제국의 성 밖, 북쪽에서 1만 3천 미터 지점.

약탈자 연맹의 화포 2천 대, 미사일 수백 개,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차량 수백 대가 전부 조준을 마쳤다.

모든 미사일 방어 시스템도 항시 경계 태세를 갖췄다.

약탈자 대원수 염타는 흥분된 마음을 조금 자제하고 있어다.

2시간, 2시간이면 두변의 수도를 밀어버릴 수 있다. 포화의 세례를 퍼부어 그들을 절망에 빠뜨릴 뿐 아니라, 자신은 인류 제국의 황제라는 황관을 쉽게 얻을 수 있으리라.

“발포하라! 두변의 수도를 평지로 밀어버려라!”

염타 대원수가 힘차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대단히 놀라운 장면이 연출되었다.

휙, 휙, 휙, 휙, 휙, 휙.

백 킬로미터 밖에 있는 미사일 진지에서 단거리 미사일 수백 발이 휙, 휙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이런 사거리에서는 사실 미사일을 쓰지 않아도 되지만 미사일이 거두는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가.

이어서 로켓탄이 장착된 차량 수백 대가 미친 듯이 로켓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로켓탄 천 발이 기나긴 꼬리 화염을 끌고 태강 제국의 수도로 쏘아졌다.

마지막으로 각양각색의 화포 2천 대 정도가 일제히 발포했다.

이 순간, 정말 하늘과 땅마저 흔들리는 것 같았다.

포탄 2천 발, 미사일 수백 발, 로켓탄 천 발이 태강 제국의 수도로 날아갔다.

기세 공작은 적군이 먼저 발포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이건 위험을 무릅쓰는 행동이 아니라, 안전할 수 있다는 절대적인 확신이 있는 데다가, 적군의 무기를 테스트해보기 위함이었다.

만약 정석 방공포 그룹으로 안 된다면 레이저 방공포를 쓸 수 있고, 레이저 방공포로도 안 된다면 더 대단한 무기가 있으니까. 그걸로 이 포탄들을 도시의 천 미터 밖에서 충분히 가로막을 수 있었다.

수많은 포탄과 로켓탄, 미사일이 폭풍우처럼 두변의 수도로 날아가는 걸 보자, 약탈자 대원수 염타는 온몸이 떨려왔다.

대단한 장면이로구나.

이제 온 도시가 폐허로 전락하기만을 기다리면 되는구나!

‘무너져라! 무너져!

두변! 넌 노약자들과 병든 십여 만 명을 데리고 지옥으로나 가거라. 그러는 김에 인류 제국의 황관을 나에게 넘겨다오!’

그런데, 1초 뒤!

더할 나위 없이 놀라운 장면이 다시 연출되었다.

갑자기 태강 제국의 수도에서 수많은 포탄의 폭우가 마구 터져 나왔다.

약탈자 군단이 두변의 도성으로 쏜 화포와 미사일, 로켓탄을 합치면 3천여 발에 불과했다.

그에 비해 태강 제국에서 발사한 방공탄 폭우는 얼마나 될까?

1초당 십여만 발이었다.

모든 포탄의 발사 속도가 음속의 5배를 넘었을 뿐 아니라, 모든 포탄이 공중에서 눈부신 빛을 터뜨렸다.

그러니 그 한순간, 하늘에 빽빽하게 찬 별들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1초당 십여만 발이나 발사된 포탄의 폭우가 거의 모든 공간에 빽빽하게 들어차서 온 도시의 북쪽 하늘을 완전히 환히 비추었다.

솩, 솩, 솩, 솩.

순식간에 약탈자 연맹에서 태강 제국으로 날아든 미사일, 로켓, 포탄이 8할도 넘게 중간에 포탄 폭우라는 그물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쾅, 쾅, 쾅, 쾅, 쾅.

경천동지할 폭발이 일어났다.

약탈자 연맹의 대군 진지와 태강 제국 수도 사이에 있는 공간이 완전히 불바다로 변했다.

십여 제곱킬로미터가 넘는 불바다였다.

그 장면은 찬란하고 화려할 뿐 아니라, 심지어 현대의 전쟁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백만 대군이 동원된 전쟁은 20세기 중에나 가능했다. 하지만 그때는 무기가 훨씬 떨어졌기 때문에 전쟁을 치른다 해도 이렇게 화려한 장면을 볼 수는 없었다.

정석 방공포 그룹의 위력이 몹시 놀랍다고 해도 여전히 그물에서 빠져나온 고기들이 2할이나 있었다. 적군의 수많은 로켓탄, 포탄, 미사일이 여전히 도시로 날아왔다.

이어서 태강 제국의 도성에서 두 번째 방공 포탄이 발사되었다.

정석 자력탄(磁力彈)이었다.

다들 알다시피, 전기와 자력은 서로 전환될 수 있다. 정석 자력탄은 파란색 정석 핵심 동력의 에너지를 순식간에 폭발시킬 뿐 아니라, 전기 에너지를 자력으로 전환시킨다.

정석 자력탄 수백 발이 발사된 뒤 공중에서 폭발했다. 순간, 더할 나위 없이 크나큰 전자력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약탈자 연맹이 사용하는 로켓탄이든 포탄이든, 그것도 아니면 미사일이든 전부 강철이 들어있었다. 그것들이 순식간에 자력의 망망대해에 빠져서 강한 자력에 의해 튕기듯 끌려가 버렸다.

거의 대부분의 포탄이 갑자기 바닥으로 떨어지는 와중에, 일부 로켓탄과 미사일은 방향을 바꿔서 날아온 쪽으로 다시 되돌아갔다.

포탄은 단 한 발도 도시 안에 떨어지지 않았다.

약탈자 대원수는 그 장면을 보고 놀라서 넋이 나갔다.

그는 심지어 눈앞의 장면이 믿어지지 않았다.

‘이, 이건 비정상이야!

두변이 어떻게 이렇게 대단한 방공 화력을 가지고 있을 수 있지?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지구에는 애초에 이렇게 대단한 방공 화력이 없다고. 하물며 지금은 말세잖아?’

약탈자 대원수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수밖에. 대녕 제국의 차원이 15년 전에 에너지 문명의 길을 개척한 탓이었다.

핵폭탄과 원거리 미사일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화력을 사용하며 전투할 때, 에너지 문명의 무기들은 21세기의 과학 기술 무기에 압도적인 우세를 지녔다.

하지만 약탈자 대원수 염타와 소원수 염축이 놀랄 일은 아직도 남아 있었다.

북쪽 전장에서 기세 공작이 큰소리로 외쳤다.

“모든 정석 마포, 발포하라!”

명령이 떨어지자, 정석 마포 9백 대가 동시에 발포되면서 파란빛이 번쩍였다.

포탄 9백 발이 음속의 12배로 마구 쏘아져 나왔고, 공중에서 혜성처럼 직선에 가까운 선을 그리며 지나갔다.

이 장면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울뿐더러, 어떤 영화에서도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짧디짧은 5초 뒤.

포탄 9백 발이 매섭게 약탈자 군단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콰과과광!

파멸적인 공격, 일방적인 도살이 펼쳐졌다.

휙, 휙, 휙, 휙.

두변 쪽의 정석 마포 9백 대는 발포를 시작한 뒤,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이 정석 마포는 15년 전에 만들어진 것과 견줄 수도 없었다. 발사 속도도 대대적으로 향상된 나머지 1분당 15발 발사가 가능했다.

그러니 1분이면 1만여 발의 포탄을 발사할 수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포화 세례이자, 진정한 융단폭격 공격이 아닌가.

콰과과광.

약탈자 연맹의 화포들이 쉽게 산산조각이 나버렸고, 로켓탄 발사 차량이 모두 장난감처럼 하늘로 솟구쳤다.

염타가 큰소리로 외쳤다.

“우리의 방공 화력은? 미사일 방어 시스템은?”

아무도 그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도 대답이 필요 없었다.

두변 쪽의 요상한 포탄은 속도가 너무나 빨라서 이렇게 근거리에서 애초에 가로막을 수 없었다.

게다가 설령 가로막는다고 한들, 몇 발이나 막을 수 있을까?

십여 제곱킬로미터의 진지에서 사방에 다 폭발이 일어나면서 수많은 화포와 로켓 차량이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다.

염타는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이 화포와 로켓탄들은 다 그의 재산이었다. 장장 십여 년이나 모아서 지금의 규모를 갖췄다.

그가 무기고를 얼마나 많이 털어서 약탈자 부대들을 무장시켰던가?

‘십여 년이다. 십여 년이나 모은 가산이 전부 없어졌구나!’

소원수 염축이 큰소리로 외쳤다.

“반격하라, 반격해! 모든 화포와 로켓을 써서 반격하라!”

반격한다고?

반격은 개뿔!

너는 설마 두변의 방공 화력을 보지 못했냐?

특히 정석 자력탄은 너무나 대단했다. 공중에서 전자력으로 물샐틈없는 그물을 펼치니, 어떤 금속 포탄이 그걸 가로지를 수 있을까.

휙, 휙, 휙, 휙, 휙.

태강 제국 수도 안에 있는 정석 마포 9백 대는 지치지도 않는 듯이 미친 듯이 발사되었다.

약탈자 연맹도 포화로 반격을 시도하기는 했다. 하지만 태강 제국 도성에서 펼쳐지는 놀라운 방어력 앞에서는 그들의 반격은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

전투는 일방적인 도살 상황으로 펼쳐지면서 약탈자 연맹의 백만 대군은 전혀 반격할 힘도 없었다.

15분 뒤.

두변의 정석 마포 9백 대는 장장 15분간 융단폭격식의 포격을 가해서 총 20만 발 정도의 포탄을 발사했다.

약탈자 연맹의 장장 십여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진지가 무참히 한 겹이 벗겨져 버렸다.

그 위에 있던 모든 화포와 로켓이 전부 폭발에 의해 고철이 되어버렸을 뿐 아니라, 모든 게 평지처럼 싹 밀려나갔다.

염타, 염축 부자는 온몸이 차가워졌다.

바로 30분 전만 해도 그들은 자신들이 쉽게 승리할 것이라 생각했다. 인류 제국의 황제 자리가 자신들의 머리 위에 걸려 있는 것처럼 아주 쉽게 손에 잡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렇게 호언장담했었다.

그런데 지금 고작 15분만에 그들의 모든 원거리 화력이 전멸했다.

물론 그에게는 약탈자 대군 백만 정도가 남아 있었다. 그 외에도 탱크 수백 대, 헬기 수백 대, 또 전투기들과 폭격기들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두변의 이렇게 대단한 포화 세례 속에서 이런 군대가 유의미할까?

헬기든 전투기든, 폭격기든, 살아서 태강 제국 도성의 상공까지 날아갈 수 있을까?

의심의 여지 없이 불가능할 것이다.

또 탱크 수백 대는 두변 쪽에서 대단한 포화를 쏟아내면 오히려 자신들을 가두는 관이 되어버릴 것이다.

염타와 염축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의기소침한 채로 병력을 물릴까?

약탈자 연맹의 백만 대군은 지금 전방에서 후방까지 앞뒤로 길게 늘어선 상태였다.

시간이 급박한 데다가 적을 너무 얕봤기 때문에 참호를 팔 새도 없었다.

소원수 염축이 말했다.

“아버지, 안심하세요. 저희 대군의 대부분이 백 리 밖에 있으니, 두변의 화포가 그렇게 멀리까지 맞추지 못할 겁니다!”

그런데 1초 뒤.

휙, 휙, 휙, 휙.

두변의 정석 마포 9백 대가 또다시 발포했다.

포탄 수백 발이 유성우처럼 하늘을 가로지르며 약탈자 연맹 대군의 머리 위를 날아서 지나갔다.

20초 정도 뒤.

콰과과과광.

폭발음이 빼곡하게 울려 퍼졌다.

“대원수, 저희 미사일 진지가 적군의 포화에 습격당해서 크나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그런 뒤 통신기 속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약탈자 연맹의 미사일 진지가 완전히 박살 난 것이다.

가장 귀중한 미사일 부대도 전멸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이 미사일 진지는 백여 킬로미터 밖에 있지 않았나?

약탈자 연맹의 대원수 부자는 얼굴이 다 퍼렇게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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