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장: 불사족 군단
전투는 잠시 끝이 났고, 또 대승을 거두었다.
하지만 반효 이 아이 외에 나머지는 아무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다들 진정한 전쟁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약탈자 연맹이든, 꼭두각시 부족이든, 그저 애피타이저라고도 할 수 없었다.
막한 여왕 휘하의 불사족 군단과 비교하면 그들은 불쌍할 정도로 약한 존재일 뿐이다.
이어질 막한 여왕과의 전쟁이야말로 인류의 생사가 달려 있는 셈이었다.
게다가 이번 전투는 막한 여왕이라는 엽기적인 여인과 두변의 생사를 건 결전이었다.
이번에는 두 사람 중 단 한 사람만 살아남을 것이다.
태강 제국 도성의 밤은 특히 더 조용해 보였다.
큰언니 두효는 여전히 일가족을 위해 식사 준비를 했다. 그녀는 완전히 큰언니라는 역할에 몰입해서 온 마음을 다해 동생들을 보살폈다.
반효는 양심 없이 광장에서 화염 이수를 놀리면서 놀았다.
막한 여왕의 불사족 대군 3천 5백만이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길게 이어져 있었다.
이 놀라운 군단이 넓게 펼쳐지니 장장 수천 제곱킬로미터에 달했다.
불사족 군단의 눈은 핏빛이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수많은 붉은 눈으로 이뤄진 바다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지난번에 태강 제국의 수도에 나타났던 불사족 대영주는 130미터 높이였다. 창칼도 들어가지 않았고, 미사일이나 전투기로도 조금도 다치게 할 수 없었다.
바로 그 불사족 대영주가 혼자만의 힘으로 태강 제국 도성의 성벽을 무너뜨리며, 수천 내지 만여 명을 죽여버렸다.
그런데 지금 그런 불사족 대영주가 무려 5백이나 되었다.
130미터 높이의 거대한 불사족 5백 명은 40층 건물 높이였다.
이 외에도 260미터 높이의 불사족 군주가 삼십 명이 있었는데 그들은 불사족 대영주보다 열 배는 강했다.
게다가 더욱더 무시무시한 일은 불사족 패주까지 하나 있었다.
그것은 산천이나 하류를 합친 것처럼 거대했다.
게다가 그건 더 이상 사람 형체를 한 동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더할 나위 없이 거대한 두뇌를 가졌는데 사람의 머리와 유사했지만 눈이 세 개나 있었다.
그런데 신체가 없이 수많은 촉수만 가지고 있었다.
촉수를 쫙 펴면 5, 600미터가 넘도록 거대했다.
불사족 패주의 강력함은 불사족 군주의 열 배, 불사족 대영주의 백 배를 넘었다.
대단한 전투력을 가진 걸 제외하면 최고로 무시무시한 건 그것의 눈이었다. 그 눈에는 견줄 수 없는 정신 파괴력이 가득했다.
그것의 눈이 어떤 사람을 주시한다면 유일하게 맞는 결말은 그 사람의 뇌 영역이 폭발한 뒤, 머리까지 폭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대뇌 안에 있는 모든 혈관이 순식간에 터져버리는데 예외라고는 없었다.
태강 대제나 꼭두각시 부족의 대추장, 약탈자 연맹의 대원수 같은 연옥자 정상의 고수들도 차마 불사족 패주와 시선을 마주칠 수 없었다.
그것이 거대한 눈을 뜨면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을 죽여버린다.
그러니 이 3천 5백만의 불사족 군단은 인간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강했다.
심지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불사족 대영주 5백만으로도 약탈자 백만 대군과 꼭두각시 부족의 모든 이를 쉽게 죽여버릴 수 있다고.
지금, 막한 여왕은 날개를 펼치고 불사족 패주의 머리 위에서 날고 있었다.
지금은 마침 자정 무렵이었다.
막한 여왕이 냉랭하게 말했다.
“두변, 나는 절대로 너를 날이 밝을 때까지 살려두지 않겠다!”
그와 같은 시각, 두변도 먼 하늘을 바라보며 냉랭하게 말했다.
“머저리 막한, 나는 절대로 너를 날이 밝을 때까지 살려두지 않겠다!”
이윽고 대형 비행선 십여 척이 갑자기 나타났다.
하지만 그것들이 쏘는 건 에너지포가 아니었다.
대형 비행선 십여 척이 고공에서 극도로 무시무시한 에너지 진을 가동했다.
두변은 에너지 문명의 최고봉인 죽음의 진형을 펼치려 하고 있었다.
“머저리 여왕 막한, 나는 절대로 너를 날이 밝을 때까지 살려두지 않겠다!”
하늘에서 두변의 노성이 힘차게 울려 퍼져서 천지를 뒤흔들었다.
두변이 주도적으로 출격을 결정한 건 막한 여왕의 불사족 군단이 3천 5백만이나 되는 너무나 많은 병력이었기 때문이다.
3천 5백이 아니라, 3천 5백만이었다.
그것들이 태강 제국 도성에 도착한다면 분명히 성벽 네 면을 포위할 테고, 그렇게 되면 성벽을 지키는 병력은 너무 큰 압박감을 받게 된다.
성벽 네 면 중에 어느 한 면의 방어가 조금이라도 취약해지면 전체가 와해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
가장 관건은 정석 마포든, 에너지 마포든 쉽게 3백 리 밖까지 공격할 수 있었다.
그래서 태강 제국의 도성에서 멀리 떨어진 3백 리 밖에서 전투를 시작하는 게 더 합리적이었다.
그런데 3백 리 거리를 두었는데 조준하기가 쉬울까?
중요한 건 조준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불사족 군단 3천 5백만이면 망망대해처럼 빼곡하게 모여있는 것이다. 산이든, 길이든, 하류든 도처에 불사족 군단이 있으니 아무렇게나 한 번 쏴도 적중시킬 수 있었다.
물론 공중 비행선 십여 척을 모두 내보내는 건 몹시 위험했다.
아무래도 불사족 군단은 극도로 강하기 때문이다. 불사족 군단 3천 5백만 중에 날 수 있는 것만 해도 백만이나 되었다.
이 공중 비행선 십여 척이 비록 강하다고 해도 비행하는 불사족 군단 백만 명을 상대로는 망망대해 속에 있는 나룻배처럼 위험했다.
그래서 두변은 비행선 안의 정석 핵심 동력을 과도하게 사용해서라도 비행선 열여섯 척으로 비길 데 없는 에너지 진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막한 여왕은 공중에 있는 대형 공중 비행선 열여섯 척을 보고 절로 놀라서는 조금 믿을 수가 없었다.
‘저 물건은 대체 뭐지?
지구에 저런 비행선이 어디에 있었던 거지? 저 비행선들은 전부 지구에 있는 가장 큰 비행기보다 더 크잖아. 특히 가장 큰 저 비행선은 완전히 산처럼 크고, 심지어 바다에 있는 항공모함보다 더 커.’
그런데 그때, 하늘에서 두변의 대단히 위엄이 넘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머저리 여왕 막한, 나는 절대로 너를 날이 밝을 때까지 살려두지 않겠다!”
두변의 그 목소리는 강대한 에너지 진을 통해서 확대되면서, 온 천지에 울려퍼졌다.
머저리 여왕 막한은 순식간에 분노했다.
‘두변이 저 공중 비행선들 속에 있는 거지?’
그녀는 결정했다. 태강 제국의 도성으로 가지 않고, 먼저 저 비행선 열여섯 척을 없애버리고 나서 두변을 갈기갈기 찢어버리자고.
“공격하라!”
머저리 여왕 막한의 명령이 떨어지자, 비행하는 불사족 백만이 순식간에 비행선 열여섯 척을 향해 돌진했다.
지면에 있는 셀 수 없을 만큼의 불사족 군단도 비행선 열여섯 척의 아래에서 모이기 시작했다.
원래도 몹시 밀집한 불사족 군단이 지금 더욱더 발 디딜 틈이 없이 붐볐다.
“으드득, 아오!”
이어서 비행선들에서 더할 나위 없이 귀를 찌르는 큰소리가 울려 퍼졌다.
불사족들은 소리에 자극받기 쉬운데 이런 큰소리를 들으니, 모든 불사족이 더할 나위 없이 날뛰었다.
그것들은 더욱더 미친 듯이 비행선이 있는 위치로 모여서 점점 더 많이 한 곳에 모여 들었다.
하지만 두변은 아직 만족하지 않고 계속 미친 듯이 그것들을 자극했다.
몇 분 뒤.
그 비행선 아래에 있는 공간에 장장 수백만의 불사족 군단이 모였다.
불사족 수백만이 수백만 제곱미터의 지면에 모여 있으니 1제곱미터마다 불사족 하나가 서 있는 셈이었다. 그런데 관건은 불사족들이 체형이 워낙 거대하니 완전히 겹겹이 쌓여서 한계치까지 압축되었다는 점이다.
시간이 되었다.
두변이 힘차게 명령을 내렸다.
“모든 에너지 마포는 발포하라!”
“모든 정석 동력 미사일은 발포하라!”
두변이 가진 가장 무시무시한 화력이 순식간에 폭발했다.
태강 제국의 도성 안에서 천 대가 넘는 에너지 마포가 힘차게 포화를 퍼부었다.
정석 미사일 천 발이 휙, 휙, 휙, 휙, 소리를 내며 마구 쏘아져서, 순식간에 푸른 빛이 터져나오며 온 밤하늘을 환하게 비추었다.
약탈자 군단이든 꼭두각시 부족 군단을 상대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모든 걸 쏟아부었다.
180킬로미터라는 거리는 에너지 마포에게는 고작 20초도 안 돼서 도착할 거리였다.
십여 초 뒤.
에너지 구체 2천 개가 힘차게 떨어졌다.
그것들은 불사족 군단이 가장 밀집한 곳에, 몇 제곱킬로미터의 지면에 떨어졌다.
순식간에 에너지 구체 수천 개가 힘차게 폭발했고, 정석 미사일 천 발도 힘차게 폭발했다.
가장 찬란하면서도 화려한 장면이 나타났다.
수천 제곱킬로미터의 지면에서 순식간에 태양보다도 훨씬 빛나는 빛이 터져 나왔다.
아무리 수백 킬로미터 너머에서라도 그 장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이 에너지 구체들에서 터져 나온 건 원래 푸른 빛이었지만 이제 한계치에 이르자 곧바로 하얀 빛으로 변했다.
지면에 갑자기 새로운 백색 태양이 터져 나온 것 같았다.
그런 뒤 불사족 군단 수백만이 완전히 연기로 사라졌다.
산산조각이 난 게 아니라 곧바로 연기로 사라지며 기화(氣化)되어 버렸다.
불사족 군단은 몹시 대단해서 심지어 가우스 라이플로도 죽일 수 없었다.
하지만 두변 쪽 에너지 마포가 발사하는 건 에너지 구체라서 순식간에 폭발할 때 더할 나위 없이 놀라운 에너지를 내뿜었다.
놀라울 정도의 전류일 뿐 아니라, 놀라운 고온이 뿜어져 나왔다. 폭발하는 핵심 부분의 온도는 수백만 도가 넘었고, 아무리 가장자리라고 해도 섭씨 몇만 도가 넘어갔다.
에너지 구체 수천 개, 정석 미사일 수천 개가 사각지대 없이 지면을 빼곡하게 뒤덮었다.
그래서 이렇게 대단한 장면이 펼쳐진 것이다.
불사군단 수백만이 순식간에 연기로 사라졌다.
약탈자 연맹의 대원수는 3백여 킬로미터나 철수한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그곳에서 놀라운 빛이 터져 나오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는 온몸의 솜털이 꼿꼿이 설 뿐 아니라, 심장까지 힘껏 떨려왔다.
꼭두각시 부족의 대추장 소탑도 그 장면을 보고 온몸이 떨린 뒤, 차가운 기운이 머리끝까지 치솟는 걸 느꼈다.
이렇게 먼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그는 이 놀라운 빛이 대체 얼마나 대단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왜냐하면 수백 킬로미터를 두고서도 하늘이 순식간에 밝아진 걸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얼마나 대단한 대량 살상 무기인가.
방금 전에 그걸 꼭두각시 부족 군단이나, 약탈자 군단에게 사용했다면 그들은 진작 전멸했을 것이다.
이게 바로 두변의 전술이었다.
불사족 군단은 인류 군단과 달랐다.
인류 군단은 협력해서 전투를 치르기 때문에 한 전장에서 백만이 넘는 군단을 투입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불사족 군단은 달랐다. 그것들은 아무런 지능이 없고, 살육의 본능만 남아있었다.
그들은 모일 장소만 있으면 수백만, 수천만이 아니라 더욱 많은 수가 그 전장에 밀려들 것이다.
그건 어쩔 수 없었지만 그들의 치명적인 단점이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도 이런 장면이 종종 나온다. 인간이 소리로 좀비들을 유인해서 수많은 좀비를 한곳에 모은 다음에 그것들을 단체로 폭발시켜서 섬멸해버리는 장면 말이다.
하지만 영화나 텔레비전 안에서는 두변처럼 대단한 무기가 없었다.
두변의 대단한 에너지 마포와 정석 미사일은 크나큰 결함이 있는데 그건 수백 리의 거리에서는 조준이 어렵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아예 모든 불사족을 한 방향으로 유인한 다음에 대단한 포화를 퍼부으며 그 지점을 뒤덮어야 했다.
막한도 그 장면을 보고 놀라서 넋이 나갔다.
‘두변이 가진 화력이 이렇게 대단해?’
‘순식간에 불사족 수백만을 연기로 사라지게 만들었어?!’
게다가 평범한 불사족뿐 아니라, 불사족 만부장 수백 마리도 전부 연기로 사라졌다.
또 불사족 영주 수십 마리도 연기로 사라졌다.
다만 폭발의 중심에 불사족 대영주가 다섯 마리나 있었다.
그것들의 몸은 순식간에 고온에 붉게 구워져서 완전히 투명해지더니, 체형이 급격하게 축소되었지만…… 여전히 살아 있었다.
두변은 할 말이 없었다. 이렇게 대단한 폭발에서도 불사족 대영주들이 아직도 살아 있다니.
그렇다면 불사족 군주는 더 말할 나위 없었다. 폭발의 중심에 있는 그 불사족 군주는 장장 2백여 미터 높이로 거대한 몸이 새빨갛게 변했을 뿐이었다.
그 장면을 본 두변은 머리가 쭈뼛 섰다.
이 고위 불사족들은 너무나 대단했다. 아무리 터뜨려도 죽일 수 없었다.
막한 여왕은 충격을 받았지만 곧 침착함을 되찾아서 냉소하며 말했다.
“두변, 네 화력이 아무리 강하면 어떠냐? 내 불사족 대영주도 터뜨려 죽이지 못하는데. 나는 이런 불사족 대영주를 장장 수백 마리나 가지고 있다. 또 불사족 군주와 불사족 패주까지 있지. 너는 끝장이다! 날이 밝을 때까지 살 수 없는 사람은 바로 너야!”
이윽고 그녀가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모든 불사족 가운데 비행하는 자는 돌진해서 두변의 비행선을 전부 망가뜨려라!”
명령이 떨어지자 불사족 비행자 백만 마리가 두변의 비행선 십여 척을 겹겹이 포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