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8장: 막한 여왕의 조소
정말로 물 샐 틈 없이, 입체적으로 포위한 상태였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불사족 백만 마리가 공중에서 거대한 검은 구형을 만들어서 두변의 비행선 열여섯 척을 중간에 에워싼 모습이었다.
막한 여왕이 냉랭하게 말했다.
“두변, 네가 어떻게 이 물 샐 틈 없는 그물을 벗어날 수 있는지 두고 보겠다. 널 죽인 뒤에, 나는 네 태강 제국에 있는 사람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고, 네 딸의 거죽을 벗기고, 힘줄을 뽑아버리겠다!
출격하라!”
막한 여왕 휘하의 불사족 백만 마리가 비행선 열여섯 척을 향해 미친 듯이 돌격하기 시작했다. 그건 자살이라도 하는 듯한 돌격 공격이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전혀 방어할 방법이 없는 공격 방식이었다. 그 비행선들이 몹시 강하긴 했지만 너무나 거대해서 이동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저 불사족의 10분의 1, 100분의 1이라도 비행선 안으로 뛰어든다면 그건 전멸을 의미했다.
비록 비행선의 겉이 무척 강한 건 맞지만 불사족은 그보다 더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이 있어서 비행선을 찢는 것 정도야 너무 손쉬운 일이었다.
때문에, 전혀 방어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두변은 이런 방법을 떠올렸다.
비행선 열여섯 척이 공중에서 공 모양의 구형(球形) 진형을 만드는 것이다. 직경 1,500미터가 넘는 구형을 만든 뒤, 구형 전체가 재빨리 회전하면서, 회전하는 동시에 레이저를 끊임없이 발사하는 것이다.
순식간에 더욱더 놀라운 장면이 나타났다.
휙, 휙, 휙, 휙, 휙.
불사족 백만이 등불에 달려드는 나방처럼 미친 듯이 돌진했지만, 순식간에 수많은 레이저에 의해 곧바로 조각조각 절단되어 버렸다.
비행하는 불사족들은 몹시 민첩하고 비행 속도가 극도로 빨랐지만, 그런 점들은 그들의 방어력이 불사족 대영주보다는 떨어진다는 뜻이었다.
레이저의 고온과 파괴력은 놀라울 정도라서 불나방처럼 날아드는 불사족들을 쉽게 두 동강 낼 수 있었다.
지금 비행선 열여섯 척은 사각지대 없는 360도 레이저 선풍기가 되었으니, 놀라운 도륙이 펼쳐질 수밖에.
하늘에서 또다시 시체의 폭우, 새빨간 피의 폭우가 쏟아졌다.
하지만 피의 폭우가 쏟아지는 동시에 셀 수 없을 만큼의 불사족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계속해서 자살적인 공격을 이어갔다.
사방 몇 킬로미터의 공중에서 불사족 시체 조각이 떨어져 내리는데, 빗방울보다 더 밀집된 채 공포스럽게 쏟아졌다.
죽여라, 죽여!
돌진하라, 돌진!
고작 몇 분 만에, 정말로 몇 분뿐이었다. 하늘을 새카맣게 가리고 있던 비행 불사족의 수가 점점 더 줄어들더니, 결국 죄다 사라져버렸다.
온 하늘이 순식간에 텅 비어버렸다.
막한 여왕은 아름다운 눈을 더 이상 뜰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뜨고는, 눈앞의 장면에 완전히 경악해 버렸다.
‘이, 이건 너무 빠르잖아!
너무 두렵잖아!
불사족 백만이 짧디짧은 몇 분 만에 전멸할 수 있다고?’
이어서 두변은 하늘에 있는 비행선에서 또다시 귀를 찌를 듯한 무시무시한 소리를 터뜨렸다.
지면 위의 수많은 불사족 군단이 또다시 날뛰면서 필사적으로 비행선 방향을 향해 마구 밀려들었다.
지금 지면 위에는 방금 전에 두변의 대단한 에너지 포화를 거친 수백만 불사족의 잔해가 새빨갛게 널브러져 있었다.
하지만 이 불사족들은 애초에 두려움이라는 걸 모르는 듯이 또다시 귀를 찌를 듯한 소리에 유인되고 있었다.
이윽고 천지 사이에 다시 두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머저리 여왕 막한, 나는 너를 날이 밝을 때까지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막한 여왕은 또다시 펄쩍 뛰며 노발대발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더 이상 두변과 죽기 살기로 싸우지 않았을 것이다. 불사족 군단에게 하늘에 있는 비행선을 피하라고 하고, 우선 태강 제국의 도성을 덮쳐서 안에 있는 사람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라고 바로 명령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막한 여왕은 다른 사람과 달랐다. 그녀의 뇌는 고집불통이었다.
기왕 두변이 지금 그곳에 있는 데다 끊임없이 자신을 도발하고 있으니, 끝까지 공격해서 반드시 두변을 없애버리고 비행선들을 없애버려야 했다.
하지만 두변의 비행선들은 하늘 높이 있는 데다가, 비행 불사족은 이미 전멸했다. 지상에 있는 불사족들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한들, 공중으로 갈 수 없었다.
이윽고 수많은 불사족이 또다시 두변의 비행선 밑 대지 위로 점점 더 많이 모여들었다. 몇만, 수십만이 모인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무려 불사족 수백만이 그 좁은 지면에 몰려들었다.
불사족 수백만은 공중에 있는 비행선을 향해 마구 소리 지르며 두 손을 휘둘렀다. 마음이야 비행선들을 찢어버리고 싶겠지만 손이 전혀 닿지 않았다.
두변이 냉소하며 말했다.
“역시 머저리 여왕답군. 머리가 저 불사족들이랑 똑같아.”
“자, 이제 발포하라, 발포!”
두변이 명령을 내리자 태강 제국의 도성 방향에서 에너지 마포 수천 대와 정석 미사일 수천 발이 또다시 발포되었다.
휙, 휙, 휙, 휙.
수천 줄기의 빛이 하늘가를 긋고 지나가며 수백 리의 밤하늘을 환히 밝혔다.
고작 십여 초 뒤.
에너지 구체 수천 개와 정석 미사일 수천 발이 또다시 지면 위에 떨어졌다.
콰과과광!
순식간에 태양보다도 밝은 빛이 또다시 터져 나오고, 밤하늘이 백색광에 찢겨버렸다.
이윽고 10제곱킬로미터의 지면에 꽉 차있던 불사족 군단이 또다시 연기로 사라졌다.
더할 나위 없이 붐비던 그 지면이 텅 비면서 아주 깨끗해졌다.
하지만 불사족 대영주 수십 명은 여전히 죽지 않았고, 불사족 군주 여러 명도 여전히 무탈했다.
막한 여왕은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다른 건 다 무시하더라도 비행 불사족이 다 죽어버려서 지면에 있는 불사족 군단이 아무리 대단해도 별 소용이 없었다. 하늘 위의 비행선을 어떻게 할 수도 없었고, 애초에 닿지도 않았다.
그제야 막한은 저 비행선들을 공격할 수 없으니, 할 수 없이 태강 제국 수도를 곧바로 공격해서 안에 있는 사람들을 모조리 죽여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특히 두변의 딸이 아직 그 도시 안에 있을 것 아닌가. 그 아이의 껍질을 벗기고, 힘줄을 뽑아버리면 분풀이하기에 족할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두변의 목소리가 또다시 울려 퍼졌다.
두변이 냉소를 하며 말했다.
“머저리 여왕, 패배를 인정하는 거냐? 너는 불사족 군단을 데리고 의기소침하게 이곳을 떠나서 태강 제국을 공격하러 갈 거냐? 너는 치욕적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나? 대녕 제국에서 지금까지, 너와 나의 전쟁에서 너는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다. 너는 매번 나에게 패배하며 피를 토했지. 너무 치욕스럽지 않냐!”
지능이 딸리는 막한은 다시 분노했다.
두변을 피해서 태강 제국의 도성을 공격한다고?
그건 안 되지! 반드시 저 두변을 갈기갈기 찢어버려야 해! 불사족 군단이 모조리 죽더라도 두변을 능지처참에 처해야 해!
막한이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두변, 오늘 너를 죽이지 않으면, 나 막한은 짐승이다.”
두변이 다시 놀리기 시작했다.
“너는 짐승이 아니라 그냥 지능이 딸리는 거라니까. 나는 하늘에 있다. 나를 공격하러 와라, 공격해보라고…….”
비행선 십여 척에서 또다시 귀를 찌를 듯한 이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막한 여왕처럼 지능이 딸리는 불사족들이 또다시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두변이 이 수법만으로 불사족 군단 3천 5백만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 순간, 상황이 급변했다.
거대한 머리를 단 불사족 패주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거대한 머리에는 아주 작은 두 눈 외에, 더할 나위 없이 거대한 눈, 60미터 길이가 넘는 거대한 눈도 달려있었다.
그러니 얼핏 보면 그것의 거대한 머리에는 큰 눈 하나만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것에게는 몸 대신 5백 미터 길이가 넘는 수많은 촉수가 달려있었다.
“인간, 너는 나를 깔보는 것 같구나!”
불사족 패주가 말했다.
저것이 뜻밖에 말을 할 줄이야!
이윽고 더욱더 괴상하고 무시무시한 장면이 나타났다.
불사족 패주가 촉수 절반을 갑자기 하늘로 들어올리는데, 순식간에 800미터 높이까지 주욱 늘어났다.
수많은 거대한 촉수가 공중에서 꿈틀거리는 모습은 극도로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한들 그것은 5, 6천 미터 높이의 비행선에 닿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불사족 패주가 소리를 지르더니, 주변의 불사족 수백만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수백만, 수천만의 불사족이 전부 하늘로 솟구쳐서 산산조각이 나더니 불사족 패주의 새로운 몸으로 덧붙여졌다.
불사족 패주는 점점 더 커져서 800미터, 900미터, 천 미터, 어느덧 1,500미터까지 커졌다.
두변은 그 장면에 놀라서 넋이 나갔다.
두변이 엄숙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발포하라, 발포해!”
비행선 십여 척에서 불사족 패주를 겨누고 발포를 시작했다.
태강 제국에서도 에너지 마포, 정석 미사일을 불사족 패주를 겨냥해 발포했다.
천문학적인 수량의 에너지 포격이었다.
에너지포, 레이저 대포, 자외선포까지, 모든 화력이 다 동원되었다.
그렇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을뿐더러, 조금도 쓸모가 없었다.
이 불사족 패주는 여전히 무탈했고, 여전히 미친 듯이 주위의 불사족을 집어삼켰다.
결국 지면에 있는 모든 불사족은 사라지고 전부 불사족 패주의 새로운 몸의 일부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놀라울 정도로 거대해졌다.
5천 미터 높이가 넘을 정도로 거대해져서, 절대다수의 산을 넘어서는 높이였다.
“고도를 올려라!”
두변은 진작 명령을 내렸다. 비행선 열여섯 척은 급히 하늘로 더 올라가서, 불사족 패주가 닿을 수 있는 고도를 벗어나려 했다.
그렇지만 이 불사족 패주가 갑자기 큰 입을 벌리더니 미친 듯이 숨을 들이쉬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라운 장면이 나타났다.
태풍이라도 일 듯이 무시무시하고 거대한 소용돌이가 솟구치면서 비행선 십여 척은 무슨 수를 써도 더 이상 하늘로 올라갈 수가 없게 되었다. 비행선 십여 척은 통제를 잃고 빙빙 돌면서 불사족 패주의 큰 입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죽어라. 두변, 죽거라!”
막한 여왕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매우 위급한 상황이었다.
비행선 십여 척은 곧 산산조각이 나서 전멸해버릴 것이다.
비행선 자체는 두변이 갖고 있는 최고로 강력한 무기였다. 비행선들이 전멸하면 치명적인 재난이 닥치며, 하물며 비행선 십여 척 안에는 수만 명이 들어있었다.
바로 그때, 두변이 갑자기 비행선에서 튕겨 나오더니, 곧바로 불사족 패주의 정수리에 착지했다.
막한 여왕이 잠시 놀라더니 큰소리로 웃었다.
“두변, 너 혼자만의 힘으로 나와 불사족 패주를 상대하려는 거냐?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하하하!”
확실히 두변은 죽음을 자초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무공으로는 막한 여왕 한 명도 이길 수 없는데 하물며 대단한 불사족 패주까지 더해지면 어떻겠는가?
막한 여왕이 소리쳤다.
“너는 내가 무슨 등급인지 아느냐? 나는 악마 준후작이다. 두변, 너는 고작 무성이니, 내가 손가락 하나만으로도 너를 열 번은 깔아뭉개며 죽일 수 있다!”
악마 준후작이라고?
그렇다면 대녕 제국 차원에서 상대했던 명계의 땅의 악마 백작보다 더 강하단 말인가?
그 악마 백작만 해도 극도로 강해서 단순히 무력만 가지고는 맞설 수가 없었는데?
그런데 머저리 여왕이 그보다 더 강하다니, 거기에 불사족 패주까지 있지 않나?
그러니 설령 두변 백 명이 있어도 의심할 여지 없이 다 죽게 될 것이다.
하지만 두변은 머저리 여왕을 바라보며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
“나는 여전히 이 말을 할 뿐이다. 너의 최후의 날이 왔다. 너는 날이 밝을 때까지 살지 못한다!”
두변이 이 불사족 패주의 정수리에 막 착지하는 순간, 불사족 패주는 즉시 그 큰 입을 꾹 다물었다.
비행선 열여섯 척은 즉시 속도를 올려서 하늘 위로 올라갔고, 이제 불사족 패주에게 통제를 받는 범위를 벗어났다.
온 산야에 가득 찼던 불사족은 전부 사라진 후였다.
막한 여왕이 말했다.
“두변, 너는 여전히 그렇게 우둔하고, 그렇게 감동스럽구나. 하찮은 개미떼 같은 수하들을 위해서, 또다시 자신을 희생하려 들다니!”
막한 여왕의 아름다운 눈에 조소의 기색이 가득했다.
“사람이 자신을 위해 살지 않으면 온 천지가 그를 없애버린다고 했다. 두변, 너는 어째서 그렇게 하는 거냐?”
막한 여왕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극도로 자기중심적이라서 어떤 이의 존재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
백색부에 있을 때, 그녀의 수하는 몇천뿐이었다. 전부 막씨 토사의 옛 세력인 잔혈방의 잔여 세력이었는데, 그럼에도 그들은 막한의 여왕 놀이에 동참하며 그녀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그렇지만 그녀는 애초에 그들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