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9장: 불사족 패주
두변이 말했다.
“너는 네 어머니의 양아들이 이름이 뭐였는지 기억하기나 하냐? 그 당시 잔혈방에서 널 위해 모든 일을 하고, 네가 마음 놓고 여왕 역할을 하게 해준 그 사람 말이다.”
막한 여왕이 말했다.
“나는 본래 여왕이다. 태어날 때부터 여왕이었어. 한데 그 사람이 무슨 이름인지 내가 알아야 하나?”
막야든 소목지든, 막한 여왕에게 원한을 준 일도 없고 은혜만 베푼 사람이 죽을 때도 막한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막한 여왕이 조소하듯이 말을 이었다.
“두변, 저번에 네가 대녕 제국에서 자신을 희생했지만 도리어 지구에서 깨어났었지. 하지만 이번에는 네가 죽으면 더는 다시 깨어나지 못한다.”
두변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두변은 지금 불사족 패주의 정수리 위에 서 있었지만 평지에 서 있는 것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이 불사족 패주가 워낙에 거대했기 때문이다.
이건 아마도 두변이 하는 일 중 최고로 미쳐 날뛰는 일일 것이다.
막한 여왕은 악마 준후작이었고, 불사족 패주도 대단히 강했다. 그는 지금 동시에 그 두 명에게 도전하려 하고 있었다.
두변은 막한 여왕이 이 불사족 패주와 일체라도 되는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패주의 정수리에 서 있음을 눈치챘다.
그녀는 분명히 모종의 방식을 사용해서 이 불사족 패주를 통제하고 있을 것이다.
병력이 1만이 넘으면 한도 끝도 없이 펼쳐지고, 병력이 10만이 넘으면 하늘가와 닿는 듯이 보인다.
뛰어난 통솔자가 10만 대군을 지휘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막한이 3천 5백만을 지휘한다고?
그녀가 천재 통솔자이기 때문일까? 당연히 아니었다. 그녀는 누가 봐도 지능이 딸리는 여인이었다.
그리고 불사족 패주는 머리와 촉수만 있지 몸이 없었다.
그건 무엇을 의미할까?
이 불사족 패주에게는 정신력만 있다는 의미이다. 그것은 대형 중앙 처리 장치처럼 동시에 3천 5백만 개의 목표를 관리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막한 여왕은 이 불사족 패주를 통제함으로써, 나아가서 3천 5백만 불사족 군단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두변이 물었다.
“막한, 듣자니 너의 이 불사족 패주는 비길 데 없는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며?”
“물론이지. 이것의 정신력은 너의 천 배 이상이지!”
“듣자니 아무도 차마 이것과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고 하지? 이것의 눈빛을 받으면 뇌 전체가 터진다지?”
“물론이지. 너처럼 언급하기도 하찮은 무성 수준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태강 대제와 꼭두각시 부족의 대추장 같은 연옥자 정상의 고수라도 이것의 시선을 한 번 받으면 뇌 영역 전체가 터지게 되거든.”
그 점은 절대적인 사실이었다.
태강 제국의 수도로 날아올 때, 태강 대제도 두변과 그 얘기를 나눴었다. 자신의 무도 수준으로도 차마 불사적 패주의 눈은 보지도 못한다고 말이다.
그러니 이 불사족 패주의 정신력이 두변의 백 배, 천 배나 된다는 말은 거짓이 아닐 것이다.
불사족 패주의 정신력 수준이 두변보다 몹시 높은 건 사실이지만, 더 중요한 건 정신력의 총량이었다.
정신력의 등급은 물의 온도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섭씨 80도의 물은 40도라는 등급보다는 높다. 이건 등급이다.
눈앞의 이 불사족 패주의 정신력 총합이 저수지에 해당하는 반면, 두변의 정신력은 수영장에 해당했다. 이건 총량의 차이였다.
그러니 두변이 그것과 시선을 마주하면 반드시 머리 전체가 곧바로 터져버릴 것이다.
그런데 두변은 도리어 웃으며 말했다.
“바보녀, 내 정신력이 네 불사족 패주보다 더 높다면 믿겠냐?”
막한은 순간, 반응을 하지 못했다. 두변이 허세를 떤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불사족 패주는 도리어 부아가 치밀었다. 토끼가 사자를 도발했다고 해야 할까.
불사족 패주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보잘것없는 인간아, 네가 감히 나를 상대하려고?”
그제야 머저리 여왕 막한도 정신이 들어서 냉소하며 비웃었다.
“두변, 죽을 처지가 되었는데도 그런 말을 하면 재밌나? 그런 말을 한다고 네 운명을 바꾸지 못한다. 내가 널 더욱더 싫어하게 만들어서 네가 더 처참히 죽게 될 뿐이다.”
두변이 물었다.
“불사족 패주, 어떤 인간도 감히 너와는 시선을 마주보지 못 한다고?”
방금 전까지 이 불사족 패주의 눈은 60미터 길이로, 얼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것의 눈은 더욱더 거대해져서 5, 600미터가 넘었다.
불사족 패주가 말했다.
“물론이다! 내 정신력은 망망대해와도 같다. 그에 비해 너희 인간의 정신력은 작은 냇물과도 같아서 말하기도 하찮을 정도다.”
“어떤 사람이든 너와 시선을 마주 보면 머리가 곧바로 터지나?”
두변이 묻자 불사족 패주가 답했다.
“사람 한 명이 아니라, 백 명, 천 명, 만 명이 다 나와 시선을 맞추면 곧바로 머리가 터져버린다.”
“내 정신력이 너보다 강하니, 나는 너와 시선을 맞추겠다. 하지만 머리가 터지는 건 내가 아니라, 너다!”
두변의 그 말에 불사족 패주가 미친 듯이 성을 냈다.
“터무니없다. 가소롭고, 몰염치한 말이다…….”
막한 여왕도 그 말에 한마디 덧붙였다.
“터무니없고, 가소롭고, 몰염치할 뿐 아니라, 혐오감이 드는 허세지!”
그녀는 두변이 이렇게 큰소리치는 걸 가장 싫어했다.
막한 여왕이 노여워하며 말했다.
“두변, 나는 네가 음모와 계략을 꾸미고 있다는 걸 안다. 너는 죽기 직전까지 이렇게 끝장나는 게 내키지 않겠지. 하지만 내가 네 뜻을 이뤄주마. 네가 머리가 터지며 죽고 싶어 하니, 나는 네 뜻을 이뤄주겠다.
두변, 너에게 알려주마. 나를 화나게 하면 반드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더할 나위 없이 처참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지. 네가 불사족 패주와 응시해서 머리가 터져 죽고 나면 나는 네 시체를 갈기갈기 찢고 토막 낸 다음에 개에게 먹이로 던져줄 것이다!”
두변이 냉소했다.
“내가 이길 거라고 말했지. 내 정신력은 너의 불사족 패주보다 더 강하니까.”
막한 여왕이 날카롭게 소리 질렀다.
“헛소리, 입 닥쳐! 불사족 패주, 너에게 명령한다. 두변, 이 어릿광대의 머리를 터뜨려서 가루로 만들어버려라!”
불사족 패주가 낮게 으르렁거리듯이 말했다.
“인간, 너는 여왕 폐하를 격노하게 했을 뿐 아니라, 나까지 격노하게 했다. 나를 격노하게 만든 것도 마찬가지로 크나큰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너와 내가 응시해서 네가 연기로 사라진 뒤, 나는 너희 인류제국의 인간들을 전부 먹어버려서 네가 날 도발한 죗값을 치르게 할 것이다.”
두변이 말했다.
“내가 말했지, 내가 이길 거다!”
“닥쳐!”
“닥쳐!”
막한 여왕과 불사족 패주는 극도로 분노했다.
이윽고 막한 여왕은 자신의 정신을 불사족 패주와 한데 융합해서 패주의 정신력을 통제했다.
두변이 너무너무 가증스러워서 자신이 직접 두변의 뇌 영역을 연기로 만들어 버릴 생각이었다.
이 순간 막한 여왕의 정신은 불사족 패주와 일체가 되었다.
막한 여왕은 두 눈을 감고 자신의 정신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불사족 패주도 더할 나위 없이 거대한 눈을 굳게 감았다.
불사족 패주가 말했다.
“인간, 너는 너무 보잘것없다. 심지어 너는 날지도 못한다. 그러니 너는 지금 내 눈앞에 나타나서 나와 시선을 마주할 수도 없다!”
이윽고 대단히 거대한 촉수 하나가 정수리로 다가와서는 곧바로 두변의 몸을 움켜쥐었다.
더할 나위 없이 거대한 촉수 위의 두변은 벼룩처럼 보였다.
이윽고 불사족 패주는 손을 자신의 눈앞 대략 50미터 지점으로 가져온 뒤 촉수를 폈다.
“비천한 인간, 이제 수 다섯을 거꾸로 세겠다. 수를 다 세고 나면 나는 눈을 떠서 너를 연기로 만들겠다!”
불사족 패주와 막한이 동시에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5!”
“4!”
“3!”
“2!”
“1!”
막한 여왕이 그녀의 아름다우면서도 냉혹한 두 눈을 힘껏 뜨자, 불사족 패주도 거대한 눈을 힘껏 떴다.
어떤 말로도 패주가 눈을 뜬 그 찰나를 묘사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순간 강한 정신력이 정말로 놀라운 해일처럼 휘몰아쳤다.
두변 한 명이 아니라, 백 명, 천 명이 있더라도 모두 뇌 전체가 순식간에 터져버리고, 뇌 영역이 다 연기로 사라질 정도였다.
이건 애초에 같은 등급 간의 대결이 아니라, 시냇물과 망망대해와의 대결이었다.
그런데 막한과 불사족 패주는 눈을 뜬 뒤에 두변이 눈을 감고 있을 뿐 아니라, 손바닥으로 자신의 이마를 가리고 있는 걸 발견했다.
‘어이구! 저 우둔한 인간 같으니! 너는 눈을 감고 있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나? 그럼에도 네 머리는 터져버리고, 네 정신도 연기로 사라져버릴 것이다!’
왜냐하면 눈은 정신력 공격이 가해지는 입구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욱더 큰 공격이 가해지는 또 다른 입구는 이마 중간에 있는 송과체였다.
송과체는 인체의 정신을 관장하는 출입구 역할을 한다.
그곳은 사람이 닫으려고 해도 소용없는 곳이다. 강력한 정신력 공격은 여전히 그곳을 통해서 쉽게 상대의 뇌 영역을 망가뜨릴 것이다.
막한 여왕이 소리쳤다.
“두변, 너는 역시 어릿광대로구나. 그렇게 터무니없는 잔재주를 부리면 소용 있을 줄 알았더냐? 눈을 감으면 소용 있을 줄 알았냐? 네 우둔하면서도 추한 머리를 바로 터뜨려주겠다!”
이윽고 두변이 이마를 가리고 있던 손바닥을 치웠다.
무언가가 그의 이마 중간, 머릿속의 송과체가 있는 위치를 막고 있었다.
그건 보석 같기도 하고, 에너지체 같기도 했다.
그건 무엇일까?
당연히 거룡의 혼백이 모여서 만들어진 대단히 강력한 결정체였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이것이 더할 나위 없이 순수한 데다, 극도로 귀중한 결정체라는 점이다.
큰 눈을 뜬 순간, 불사족 패주의 해일처럼 솟구친 정신력 공격이 두변의 송과체 위치를 통해 그의 머릿속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순간, 거룡의 혼백 결정체가 패주의 정신력을 막은 뒤, 이어서 그대로 반사해서 돌려보냈다.
그렇다, 반사! 거울처럼 반사되었다.
불사족 패주의 응축된 대단히 강한 정신력이 자신의 거대한 눈 속으로 그대로 반사되어 돌아왔다.
한순간 그의 눈이 비수에 찔린 것 같았다.
“으악!”
더할 나위 없이 처참한 비명소리와 함께, 불사족 패주의 거대하면서도 무시무시한 큰 눈이 가장 깊숙한 내부부터 힘차게 터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막한 여왕이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뇌 영역 전체가 힘차게 터지는 것 같았다.
그녀의 몸이 바람에 날리는 연처럼 날아가 버렸다.
아우! 아우!
거대한 눈이 터져버린 불사족 패주는 극도로 난폭해지면서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두변은 극도로 빠른 속도로 움직여서 패주의 손바닥 위에서 뛰어내렸다.
쿵!
두변이 지면에 떨어지는 순간, 소리는 거의 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면에 곧 떨어지는 순간, 곧바로 내력 현기를 방출해서 반대 방향으로 힘을 완충시켰기 때문이다.
지금 그 불사족 패주는 심지어 두변이 뛰어내린지도 알지 못했다.
그것의 수많은 촉수가 미친 듯이 지면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순간, 사방 백 리 안의 천지가 다 흔들리며 강렬한 지진이 발생한 것 같았다.
촉수로 두드리는 순간 지면이 갈라져서 수많은 균열이 생기고, 산봉우리가 다 평지로 밀려버렸다.
한참이나 분풀이를 하고서야 불사족 패주는 두변이 도망쳤다는 걸 발견했다. 그러자 그것은 더욱더 격노했다.
“비천한 인간, 비열한 인간, 죽어 마땅한 놈! 내가 너를 찢어버리고, 너를 내려쳐서 먼지로 만들 거다!”
하지만 불사족 패주는 눈만 터져버린 게 아니라 강력한 정신력까지 터져버렸다.
큰 눈이 손상 없이 온전할 때에는 쉽게 두변을 잡을 수 있었다. 두변이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두변을 쉽게 고정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눈이 멀어버렸다.
애초에 두변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어서 미친 듯이 분풀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아아악!”
지금은 막한도 자신의 두 눈을 움켜쥐고 바닥에서 뒹굴며 울부짖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정신은 불사족 패주과 한데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불사족 패주가 크나큰 중상을 입게 되었으니, 그녀도 피할 수 없이 그녀의 눈과 뇌 영역에 대단히 격렬한 충격을 받게 되었다.
심지어 곧바로 실명이 되었다.
“두변, 몰염치한 두변 놈아. 나는 너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겠다!”
막한 여왕은 눈을 가리고 필사적으로 두변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아아악! 두변, 나오거라. 나와! 널 죽이겠다. 널 죽이겠어!”
하지만 그녀도 불사족 패주처럼 정신력이 완전히 터져버린 데가, 눈까지 멀어버려서 애초에 두변을 찾을 수 없었다.
이렇게 크고 작은 두 대단한 강자들이 허공에 마구 공격을 퍼부었다. 그들의 공격 범위인 100미터 안에 다가서기만 해도 곧바로 피를 토하며 내상을 입을 정도의 강력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두변은 곧바로 떠났다. 두 괴물로부터 멀리 떠나서 곧바로 태강 제국의 도성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불사족 패주와 막한, 이 대단한 강자들은 무려 반 시진 동안 여전히 미친 듯이 분풀이를 하며, 사방 백 리 안의 모든 걸 다 망가뜨렸다.
잠시 후, 운명 대마주의 사자가 날아와서 그 장면을 보았다.
그는 놀라서 넋이 나갔을 뿐 아니라, 그 장면이 믿어지지 않았다.
‘지금 두변이 도망쳤을 뿐 아니라, 불사족 군단 3천 5백만이 전멸했다니!
막한, 너라는 바보는 정말 너무나, 너무나 바보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