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1장: 반전
이윽고 약탈자 연맹의 무도 군단, 꼭두각시 부족의 무도 군단이 미친 듯이 돌진했다.
두변 쪽도 5만 무도 군단이 순식간에 출격해서 상대방의 10만 무도 군단과 뒤엉켜 싸웠다.
하지만 고작 1분만에 열세에 처했다.
방청의는 연옥자 정상의 고수로, 혼자서 염타와 소탑이라는 연옥자 정상의 두 고수와 싸웠다.
1대1이면 그녀가 이길 수도 있겠지만 1대2의 싸움에서는 패배가 분명해 보였다.
방청의가 소리쳤다.
“이제 패배는 따놓은 당상이로구나! 이 몸이 이젠 정말 죽을 운명이라고요! 두변, 당신을 믿다 죽게 된 거라고!”
그런데 바로 그때, 거대한 형체가 갑자기 달려와서 냉랭하게 말했다.
“염타, 소탑, 저 여인은 내 차지다.”
악몽 제국의 태자였다.
4미터에 가까운 거인, 악몽 대제의 후계자였다.
방청의는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악몽 제국의 태자는 염타와 소탑 두 사람을 합친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걸 말이다.
그녀는 애초에 저 태자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결국 방청의는 정말 달갑지 않아 하면서 곧바로 자결하려 했다.
그런데 1초 뒤.
악몽 제국의 태자가 대검을 힘차게 휘둘렀고, 약탈자 연맹의 대원수 염타와 꼭두각시 부족 대추장의 머리가 곧바로 굴러떨어졌다.
이윽고 그는 힘차게 대검을 올려들면서 소리쳤다.
“악몽 제국의 모든 무사들이여, 대제를 위해, 두변 폐하를 위해 악마를 참살하고, 인류의 반역자를 참살하라!”
순식간에 악몽 제국의 무사 30만 명이 방향을 바꾸더니 악마 군단, 약탈자 무도 군단, 꼭두각시 부족의 무도 군단을 향해 돌진했다.
악몽 제국의 태자는 미친 듯이 자신의 모든 힘을 모았고, 순식간에 그의 무도 수준이 배나 향상되었다.
“너희는 내가 진짜로 투항한 줄 알았냐? 너희는 내가 진짜로 조언평 그 미치광이의 개가 되길 바란다고 생각했냐?!
내가 한 모든 건 다 악몽 대제 폐하의 뜻이다!
줄곧 당신의 귀환을 기다렸습니다. 두변 폐하! 이제야 나도 마침내 해탈할 수 있겠군요!
두변 폐하, 당신의 아내 임야소는 정토에 있습니다!
동귀어진하자, 이 악마야!”
악몽 제국의 태자는 불타는 별처럼 악마 사자의 몸에 사납게 부딪쳤다.
콰쾅!
혜성이 지구와 충돌한 것 같은 큰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지가 흔들리고 찬란하고 눈부신 빛이 터져 나오더니, 몇 초 뒤 빛이 사라졌다.
강대한 악마 사자가 고개를 숙여서 자신의 가슴 부위를 보니, 크나큰 구멍이 생겨버렸다. 그건 악몽 제국의 태자가 충돌해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악마 사자는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악몽 태자가 갑자기 자살 방식의 공격을 가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인간은 다 이렇게 우둔한 건가?
남을 위해서 기꺼이 희생할 정도로?
악마 사자가 요란하게 큰소리로 웃었다.
“하하하하! 정말이지 감동스럽구나. 악몽 태자의 행위는 비장하기까지 하구나. 그렇지만 모든 건 다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의 희생도 아무런 의미가 없고, 나는 고작 조그마한 부상을 입었을 뿐이다. 자살 방식의 공격으로 나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니, 바보의 잠꼬대 같은 소리지!”
“그럼 나까지 더해지면 어떨까?”
갑자기 공기 중에서 막한 여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악마 사자, 너는 조언평의 주구에 불과하건만, 감히 나에게 불경하게 굴었지.
나는 여왕이다, 나는 여왕이야! 감히 내게 불경하게 대했으니, 너는 죽어야 한다!”
이윽고 머저리 여왕 막한도 악몽 태자와 마찬가지로 파멸하는 별처럼 매섭게 악몽 사자의 몸에 충돌했다.
머저리 여왕 막한은 한평생 두 가지 목표를 위해서 살았다.
여왕이 되어 막씨 선조의 강산을 되찾겠다는 것. 어차피 막씨의 땅만 있으면 그 땅에 있는 백성이 사람이든, 귀신이든 다 상관없었다.
두 번째 목표는 여왕의 존귀함은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누구도 여왕인 자신을 건드릴 수 없었다. 누가 감히 건드린다면 자신이 그자를 죽여버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니 그녀의 원한 게이지는 몹시 불안정했다.
예전에는 두변이 그녀의 모든 원한을 끌어갔으니, 그녀는 항상 두변을 죽여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 운명 대마주가 완전히 그녀를 버렸고, 자신을 죽이라고 했다. 더군다나 악마 사자는 감히 자신을 모욕하는 말을 했다.
그러니 그녀의 원한 게이지가 순식간에 타겟을 바꾸었다.
그녀는 악마 사자를 죽여야 했다.
매마가 그녀의 육체에서 떠나면서 그녀의 무도 수준이 조금 낮아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몹시 강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매마가 그녀의 육체를 떠나면서 그녀의 정신이 흐리멍덩해지며 텅 비게 되어버렸다. 그 때문에 악마 사자가 쉽게 칼로 그녀를 찌를 수 있었다.
물론 그녀가 죽지 않은 건 두변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이었다.
그녀의 정신이 붕괴되고 두 눈이 멀어버릴 때, 두변이 끊임없이 정신력으로 그녀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운명 대마주가 널 죽이러 사람을 보냈어!’
그 말을 적어도 백 번 이상을 반복했다.
물론 그녀의 정신이 이미 붕괴했기 때문에 두변이 전달한 정신 신호를 제대로 받는 건 불가능했다.
게다가 그녀는 지능이 딸리는 고집불통이라서 그 당시 두변에게 당한 뒤, 두변을 죽여서 갈기갈기 찢어버릴 생각만 했고, 두변의 말은 어차피 들을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두변은 같은 말을 백번이나 반복했다.
아무리 지능이 딸리더라도, 본능적인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악마 사자가 일검에 그녀를 찔러버렸을 때, 그녀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심장 두 개를 분리시켰다.
그렇다. 그녀는 심장이 두 개나 있었다.
사실 예전에 그녀는 심장이 무려 세 개나 있었다.
하나는 막한 본인 것이고, 하나는 매마의 심장, 하나는 변색(變色) 용의 에너지 심장이었다.
본래 심장 세 개가 한 곳에 중첩되어 있었는데 매마가 그녀를 버려서 심장이 하나 줄어들어서 이제 두 개만 남았다.
악마 사자의 암흑검에 심장이 찔렸을 때, 그녀는 본능적으로 변색 용의 에너지 심장을 분리시켰다.
물론 그 당시 막한은 정말로 죽었다.
지능이 딸리며 고집불통인 그녀의 성격으로는 죽은 척하는 고단수의 일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에게 심장이 하나 더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부활했다.
이윽고 그녀의 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 생각만 떠올랐다.
‘악마 사자, 널 죽여버리겠어!’
쾅.
막한 여왕은 유성처럼 매섭게 악마 사자의 몸에 부딪쳤다. 또다시 놀라운 빛이 터지면서 어두운 밤을 밝게 비췄다.
몇 초 뒤, 빛이 사그라들었다.
악마 사자는 놀랍게도 자신의 에너지 심장이 보이지 않는 걸 발견했다.
악마 사자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가슴에 있는 큰 구멍을 바라보더니 저절로 화가 치밀어서 욕을 퍼부었다.
“빌어먹을, 막한!, 너는 이런 때는 머리가 나쁘지 않군? 제법 정확하게 부딪쳤잖아!”
방청의는 그 장면에 놀라서 얼이 빠졌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물었다.
“이게 바로 당신이 전쟁이 나서기 전에 모의 실험한 모습이에요?”
두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악몽 제국의 태자가 당신에게 미리 알려준 거예요? 자신이 악몽 대제의 명령을 받들어서 운명 대마주 밑에서 치욕을 참고 가짜로 투항한 거라고요?”
두변이 고개를 저었다.
“그는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어.”
“그럼 당신은 어떻게 예측한 건데요?”
“결코 그가 말해주지 않았지. 나는 악몽 대제의 심마 분신과 몹시 깊은 교류를 나눴거든. 그자는 이 양자를 절대적으로 신임했어. 그가 묘사한 바로는 악몽 태자는 품행이 몹시 고귀한 사람이고, 그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제자라고 하더군. 난 그의 안목을 믿었지. 그래서 그런 악몽 제국의 태자는 진짜로 투항할 리가 없다고 생각한 거야. 그뿐 아니라, 나와 교류하는 가운데 악몽 대제의 심마 분신은 이 형세를 극도로 비관하고 절망하는 마음을 드러냈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그에게 커다한 심마가 만들어진 거겠지.”
“그런 악몽 대제가 태강 대제, 염타, 소탑까지 제자로 받았잖아요. 나는 그의 안목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은데요.”
“만약 태강 대제가 열등감이 없고 나약하지 않았더라면, 염타와 소탑이 비열하고 몰염치한 사람이 아니었다면, 인류가 어쩌면 일찌감치 멸망했을지도 모르지.”
두변의 말에 방청의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이 세계에서 모든 이가 다 위대하고 떳떳한 영웅이 될 수 없겠죠. 언제나 비열하고 찌질한 일부 사람들이 반대 역할을 맡아야 하는 건가요?”
두변은 침묵했다.
그 말은 몹시 잔인했지만, 변함 없는 사실이었다.
악마 사자가 고개를 들고 천천히 말했다.
“두변, 너는 네가 이미 이겼다고 생각하는 거냐? 네가 기뻐하기에는 너무 이른 것 같다.”
그는 아직 죽지 않았다. 설령 에너지 심장이 사라졌다고 해도, 그는 단숨에 죽지 않았다.
하지만 두변은 악마 사자의 에너지가 끊임없이 흩어지고 있는 중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악마 사자가 말했다.
“내가 비록 에너지 심장을 잃고, 상당한 힘을 잃었지만 여전히 널 개미 한 마리 죽이듯이 눌러 죽일 수 있다. 너희 지구에서처럼, 호랑이는 다리 한쪽을 잃어도 여전히 호랑이라서 토끼를 찢어 죽일 수 있지.”
악마 사자가 계속해서 두변을 향해 걸어왔다.
그와 동시에 악몽 제국의 강대한 무사 30만이 미친 듯이 악마 5만과 한데 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두변 휘하의 5만 무사 군단도 피투성이가 되며 싸웠다.
약탈자 무사 군단, 꼭두각시 부족의 무사 군단, 이 10만 명은 이미 무기를 내려놓고 옆에서 방관하는 중이었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우두머리는 이미 죽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도 눈앞의 장면에 충격을 받았다.
악몽 제국과 두변 휘하의 35만 무사가 5만 악마군단과 대적했는데 가까스로 필적하는 듯하다가, 곧 열세에 처했다.
저 악마들은 너무나 강했다.
악마 사자는 경멸하는 눈빛을 드러내며 냉랭하게 말했다.
“악몽 어릿광대와 머저리 여왕의 배반도 네 운명을 구해주지 못한다. 나는 여전히 성 안의 모든 인류를 모조리 죽여버릴 거다. 너의 아내와 자식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그런 뒤 이 악마 사자가 두 팔을 펼치고 크게 고함을 쳤다.
사방 수백 리 안의 모든 암흑이 또다시 그의 손에 모이더니 놀라운 암흑 대검이 되었다.
솩.
힘차게 일검을 벤 순간, 태강 제국 도성 안의 몇 제곱킬로미터의 지면이 순식간에 연기처럼 사라졌다.
모든 집, 모든 사람이 전부 파멸했다.
후욱! 악몽 사자가 또다시 태강 제국의 도성에 바람을 불었다.
온 도시 상공에 12급 태풍 같은 바람이 불어닥쳤다.
모든 집이 뿌리채 날라갔고, 블록 장난감처럼 무너져 버렸다.
수많은 사람이 바람에 휘말려서 하늘로 솟구치더니 산산조각이 나서 죽었다.
악마 사자가 외쳤다.
“두변, 이 어릿광대야. 설령 내게 남은 1할의 에너지를 사용해도 쉽게 너희를 모조리 죽여버릴 수 있다. 어떤 사람도, 어떤 일도 네가 멸망하는 운명을 바꿀 수 없다. 너의 아내와 자식들은 전부 갈기갈기 찢겨 죽을 것이다!”
이윽고 그 악마 사자의 더할 나위 없이 거대한 몸이 힘차게 태강 제국의 도성 안에 발을 디디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방청의는 두변과 나란히 미친 듯이 악마군단과 싸우는 중이었다. 그녀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두변, 당신의 비장의 무기를 즉시 꺼내놓으라고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곧 멸망하고, 당신 부인들도 전부 끝장날 거라고요!”
두변이 서슬 퍼런 얼굴로 말했다.
“아니, 내 비장의 무기는 운명 대마주에게만 사용해.”
방청의가 말했다.
“저 미치광이! 그럼 이제 이 몸의 임종이나 지켜봐!”
그런데 바로 그때.
악몽 제국의 고수 수천 명이 무슨 부름이라도 들은 듯이 갑자기 전투를 멈췄다.
이윽고 그들은 한 명씩 연달아서 유성처럼 악마 사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대종사급 고수 수천 명이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고, 전부 악마 사자를 향해 자살 공격을 퍼부었다.
콰과과과광.
악몽 제국의 대종사급 무사 수천 명은 악몽 태자와 막한 여왕처럼 대단히 강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악마 사자의 거대한 몸이 한순간 그들의 충돌에 의해 구멍투성이가 되어버렸다.
그의 몸에서 자잘한 폭발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폭발의 빛이 그의 몸을 완전히 뒤덮혔다.
이어서 대종사 수천 명뿐 아니라, 점점 더 많은 악몽 제국의 무사들이 악마 사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폭발한 뒤 그들은 곧바로 연기로 사라지고, 혼백이 흩어졌다.
미약한 빛만 남아서 수많은 반딧불이처럼 추락했다.
방청의는 그 장면에 놀라서 넋이 나가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방금 전 그 말을 취소해야겠군요. 악몽 대제는 몹시 대단한 사람이었어.”
확실히 그는 몹시 대단한 사람이었다.
수많은 악몽 제국의 무사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등불에 달려드는 나방처럼 자살 공격을 했다. 그들이 미친 듯이 자신을 희생해서 인류 문명을 구원하는 건 전부 악몽 대제의 가르침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굴욕을 참으며 항복한 척하느라 그동안 엄청난 분노를 참고 있었다.
방금 전, 악몽 제국의 태자가 악몽 사자를 향해 자살 공격을 가할 때, 두변을 향해 끊임없이 정신 신호 하나를 전달했다.
‘내 의부 악몽 대제는 위대한 점술사입니다. 그분은 당신이 세계를 구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럼, 나는 인류의 미래를 당신에게 맡기겠습니다!’
그는 자신이 산산이 부숴질 때까지 두변에게 그 말을 연달아 반복했다.
두변은 가만히 그 장면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장장 일각 뒤.
빛이 모조리 흩어졌고, 악마 사자의 몸도 흔들흔들 곧 무너질 것 같았다. 그의 거대한 몸에 자잘한 구멍이 적어도 만 개는 나 있었다.
그의 생기와 에너지가 구멍을 통해 미친 듯이 새어나갔다.
악마 사자가 허약한 상태로 마구 비명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