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613화 (613/648)

613장: 죽지 않은 막한

조언평이 냉랭한 말투로 물었다.

“너희 중에 누가 봤지? 누가 봤어?”

이윽고 그는 그곳에 있는 모든 이를 모조리 죽여버렸다.

그의 노예들, 또 막한 여왕의 몸에 붙어있던 매마, 그 더할 나위 없이 강한 악마도 심지어 반응할 새도 없이 조언평에 의해 연기로 사라졌다.

여완완은 바닥에 엎드려 있었기 때문에 그 사진을 볼 수 없어서, 이번 겁난을 피해갔다.

두변이 말했다.

“조언평, 네가 지금 여완완을 놔주면 나는 이 사진을 완전히 소각해버리겠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이걸 영상 자료로 만들어서 모든 인류가 보게 할 뿐 아니라, 네 휘하에 있는 모든 악마까지 다 보게 만들겠어.”

“이 사진을 어디에서 가져왔지? 임야소가 남겨둔 거냐? 두효가 가지고 있던 거야?”

“지금 여완완을 놔줘.”

“문제없지, 문제없어…….”

이윽고 조언평은 좀더 신사적인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두변, 나를 기다려라. 내가 금방 가겠다. 백만 악마군단을 거느리고 너희 비천한 개미떼 같은 인류를 모조리 도살해버리겠다.

원래 인간을 한 무더기쯤 남겨놔서 새로 부화한 악마에게 먹이려고 했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구나. 완전히 죽여버릴 수밖에. 두변, 너 때문에 인류는 멸종되는 것이다.”

두변이 말했다.

“널 기다리마.”

이윽고 두변의 형체가 조언평 앞에서 사라졌다.

태강 제국의 도성 안.

두변은 운명 대마주 조언평과의 에너지 통신을 끝냈다.

방청의가 소리쳤다.

“두변, 당신은 미쳤어요! 이 세상도 미쳤고요!”

방청의뿐 아니라, 그곳의 모든 이는 절망적인 눈빛이었다.

특히 살아남은 악몽 제국의 무사들은 극심한 절망에 휩싸였다.

두변이 모든 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운명 대마주가 악마 사자보다 백 배 이상 강한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전투에서 우리는 대승을 거둘 것이다. 게다가 아주 손쉽게 승리를 거둘 것이다!

조언평의 백만 악마군단을 상대로, 이번 전투는 우여곡절이나 희생 없이, 순식간에 압도적인 승리만 있을 뿐이다!”

그 말을 듣고 모든 이가 놀라서 얼이 빠졌다.

운명 대마주의 백만 악마군단이 얼마나 강한가?

그런데 두변이 그들을 순식간에 격파한다고 말하다니!

이 얼마나 실성한 듯한 말이란 말인가?

하지만 두변은 한 번도 허언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는 말한 일은 반드시 성사시켰다.

두변이 말했다.

“우리는 저번 전투를 몹시 험난하고 절망적으로 치렀으며, 크나큰 희생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안 좋은 상황에서도 나는 비장의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건 조언평의 백만 악마군단을 상대하기 위해서였다.

내 목표는 단 하나, 조언평 휘하의 모든 악마군단을 전부 섬멸시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그곳에 있는 모든 이는 사기가 완전히 고조되면서도 너무나 호기심이 일었다.

‘두변은 대체 어떤 비장의 무기가 있어서 순식간에 운명 대마주의 백만 악마군단을 전멸시킬 수 있을까?’

방청의가 물었다.

“약속할 수 있어요?”

두변이 말했다.

“약속하지.”

방청의가 단숨에 두변을 다른 방 안으로 잡아끌었다.

“당신이 기왕 약속한다니, 그럼 나도 내가 했던 말을 지켜야겠어요. 당신이 약속을 지키면, 나도 당신이 죽었다가도 살아날 정도로 그 짓을 하겠어요.”

그러더니 제 옷을 벗고는 두변 몸 위에 걸터앉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공기 중에 냉랭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두변, 너는 확실히 운명 대마주 조언평의 백만 악마군단을 격파할 수 있나? 만약 네가 그 일을 해낸다면 우리 둘의 원한은 없던 셈 치겠다.”

두변은 흠칫하며 몸을 떨며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너, 넌 어떻게 아직 안 죽었지?”

방청의가 놀라서는 급히 제 몸을 가렸다.

그 냉랭한 목소리가 말했다.

“다 같은 여자끼린데 누가 네 몸을 보고 싶다고 그래? 내 혼백이 왜 아무리 죽어도 죽지 않는지 모르겠어. 게다가 많은 엉망진창인 기억까지 각성되었던데? 더 귀신이 곡할 노릇인 건 기억나는 많은 장면 중에 네가 내 몸에 올라타고 있었다는 거야.”

두변은 정말 놀라서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

막한 여왕이 처음에 죽지 않은 건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니까.

두변이 당시 이 머저리 여왕에게 정신 신호를 수백 번도 넘게 보내서 악마 사자가 그녀를 죽이려 한다고 일깨웠었다. 그래서 그녀는 죽기 전에 중첩되어 있던 두 개 심장을 분리했다. 비록 인간에 속한 심장은 관통되었지만 변색용의 심장은 아직 뛰고 있었다.

그녀가 악마 사자를 향해 자살 공격을 퍼부은 뒤에도 그녀는 완전히 죽지 않았다. 두변이 수많은 망령을 소환했을 때, 그녀의 원령이 뜻밖에 다시 나타나면서 두변도 조금 당황했다.

그런데 그녀의 원령이 악마 사자의 몸에 붙은 뒤, 대형 자외선 폭탄을 터뜨려서 모든 망령을 악마 사자와 함께 폭발시켜 사라지게 만들었지 않나.

그러니 지금 막한 여왕은 완전히 혼백이 흩어져야 마땅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녀의 혼백이 아직도 완전히 죽지 않았다니!

그녀는 영원히 죽지 않을 것 같았다. 그 점이 두변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건 두변의 계획에 전혀 없는 일이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두변이 물었다.

“전에 없던 많은 기억이 각성되었다고?”

“그래.”

막한 여왕은 여전히 몹시 냉랭한 말투로 말했다.

“게다가 그 기억 속에서 내가 뜻밖에 네 몸에 올라타고 있었다고?”

“맞아.”

막한 여왕의 말투가 더 무뚝뚝해졌다.

“올라탄다는 말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는데 네 기억 속에서 내가 올라탔다는 건 어떤 의미지?”

두변의 물음에 막한 여왕이 답했다.

“바로 너희가 지금 그러고 있는 것처럼.”

두변은 당황했지만 곧 깨달았다. 방청의는 지금 두변에 걸터앉아 있었다.

두변이 물었다.

“바로 남녀 간에 가장 친밀한 관계에서 올라탔다는 뜻이야?”

막한 여왕이 성을 내며 말했다.

“네 생각은 어쩜 그리 추잡한 거지? 말을 탄 것처럼 올라탔다고. 이 시체 같은 여자도 지금 네 몸 위에 올라탔잖아?”

그 말에 방청의가 성을 냈다.

“당신 지금 누구더러 시체 같은 여자래?”

하지만 두변은 그 말이 더욱더 의외라고 생각했다.

만약 남녀관계에서 올라타는 것 같다면 두변도 도리어 그다지 놀랍지 않았을 것이다. 여완완도 제 꿈속에서 자신과 부부 사이였다고 했으니까.

어쩌면 머저리 여왕 막한도 같은 상황을 겪을 수도 있고.

하지만 눈앞의 국면은 명백히 달라 보였다.

말처럼 올라탔다고 하니, 그건 정말이지 이상한 일이었다.

자신이 막한의 몸에 올라탔다고? 그건 대체 무슨 귀신이 곡할 일이지?

두변은 의혹에 빠진 채 물었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해줄 수 없나? 너는 대체 무엇이었는데 내가 네 몸에 올라탔다는 거지?”

막한 여왕이 말했다.

“몰라. 그건 일종의 느낌이라서 구체적이고 뚜렷한 장면이 없어.”

“그럼 즉시 몸을 드러내봐.”

“나는 몸이 없는데 어떻게 몸을 드러낼 수 있어?”

“그럼 혼백이라도 드러내봐.”

“나는 몸을 숨기지 않았어. 지금이 바로 내 형태야.”

두변은 완전히 당황했다.

우선 그는 막한 여왕의 어떠한 형체도 볼 수 없었다. 혼백의 빛도 볼 수 없었다.

둘째로 그의 정신력은 몹시 강한 편이라서 옆에 혼백이라도 있다면 감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에너지 파동도 느낄 수 없었다.

그건 무엇을 뜻하나?

지금 막한의 혼백은 대단히 고차원의 상태라서 두변이 정신력으로 감지할 차원을 훨씬 넘어섰다는 의미였다.

“그럼 너는 조용히 내 옆에 잠복해서 무엇을 할 작정이었지?”

“너에게 복수하려고.”

두변은 놀라서 할 말을 잃었다.

‘너라는 머저리 여왕은 복수심이 얼마나 강한 거냐?

이런 지경이 되었는데도 나한테 복수할 생각을 해? 네 원한은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진 것 아니었어?’

머저리 여왕 막한이 말했다.

“그런데 나는 너보다 조언평을 더 원망해. 만약 네가 조언평의 악마군단을 격파할 수 있다면 나와 너 사이의 원한은 없던 셈 쳐주겠어. 네가 조언평을 죽일 수 있다면 나는 너를 도와줄 뿐 아니라, 심지어 네 편에 설 것이다. 대신 너는 내 요구 하나를 들어줘야 해.”

“말해.”

“안남왕국, 백색부, 문산부, 홍하부는 다 내 영지야. 나는 그곳에서 왕으로 불려야 해.”

두변은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

‘머저리 여왕, 너의 집착은 정말이지…….

이제 몸도 없고, 혼백의 모습마저 없는데도 아직도 여왕 노릇을 할 생각을 하다니.’

두변이 말했다.

“이 세계에는 안남왕국도 없고, 백색부, 문산부, 홍하부는 더더욱 없다. 이곳은 21세기의 지구이자, 또 다른 차원의 세계라고. 게다가 지금 그 땅에는 아무것도 없어. 불사족과 역귀도 다 사라졌을 것이다.”

막한 여왕이 말했다.

“난 그런 것들은 상관 안 해.”

방청의가 손가락으로 두변을 쿡, 하고 찔렀다. 바보랑 똑같이 굴지 말고 우선 승낙하라는 뜻이었다.

“좋아. 승낙하지.”

이 여인은 정말이지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괴짜였다. 누가 여왕 노릇을 하게 해준다고 하면 그 누가 되든 동맹을 맺지 않나.

애초에 생각하고 따지는 과정이 없었다.

처음에는 소군 방진, 나중에는 운명 대마주 조언평, 지금은 두변 편에 섰다. 그녀는 진영을 바꾸는 걸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두변이 운명 대마주를 없애버릴 비밀이 비장의 무기는 무엇일까?

바로 에너지 진이었다.

대녕 제국이 있는 파생된 지구 차원에는 무도의 성지가 세 군데 있었다. 북명검파, 성화교, 혈색십자회.

이 세 세력에 각각 거대한 진이 있었고, 그것들은 각각 핵우산처럼 강력했다.

두변은 대녕 제국 차원에 있는 무도 성지 세 군데에서 진을 구성하는 운석 33개를 전부 운반해서 가져왔다.

물론 이 운석은 더할 나위 없이 거대해서 작은 건 산 크기 정도, 큰 건 완전 섬 정도의 크기라서 이 세계로 옮겨오는 게 사실 불가능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운석이 갖고 있는 에너지의 99퍼센트는 모두 운석의 핵심에 있고, 운석의 핵심은 고작 수십만 근에 불과했다.

두변은 상고시대 거룡의 기억과 마염 봉황의 화염을 동원해서 운석의 핵심을 추출한 뒤, 그것들을 비행선에 실어 지구로 가져왔다.

누군가는 말세 지구에 더 많은 이세계 에너지와 이세계 물질들이 널려 있는데 어째서 말세 지구에서 이 운석을 채집하지 않는 거냐고 물을 것이다.

이유는 몹시 간단했다.

대녕 제국에 있는 운석 33개는 1600년 전의 것이라서 수량은 몹시 적지만 에너지 등급이나 에너지 순도가 매우 높았다.

북명검파의 오성 진은 운석이 11개밖에 없는데도 그토록 강했다.

그렇다면 두변이 가져온 운석 33개로 만들어진 진은 얼마나 강할까?

절대로 오성 진의 세 배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두변은 그것들을 사용해서 완전히 새로운 진을 구축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상고 거룡의 기억에 근거해서 구축하는 에너지 진이 대녕 제국보다 몇 배는 더 높은 등급인지 모른다.

더군다나 이 에너지 진은 전적으로 악마를 대적하기 위한 용도였다. 아무래도 악마 일족을 진정으로 상극하는 건 용족이기 때문이다.

상고 거룡의 정신적 보고(寶庫)에는 건곤멸마(乾坤滅魔) 진에 대한 기억이 담아 있었다.

에너지 운석 33개만으로는 부족해서 더 고귀하고, 더 강렬한 핵심 에너지 하나가 있어야만 이 건곤멸마 진을 가동시킬 수 있었다.

이윽고 두변은 황금 지팡이를 얻었고, 거룡의 혼백이 응축되서 에너지 정체가 되었다.

두변이 거룡의 혼백과 운석 33개로 만든 건곤멸마 진이 얼마나 강할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니 두변이 운명 대마주 조언평의 백만 악마군단을 눈 깜짝할 사이에 죽일 수 있다고 큰소리친 것이다.

저번 전투에서 악마 사자와 상대할 때, 최고로 험난하고 절망스러운 순간이 왔어도 그는 이 대단한 멸마 진을 꺼내지 않았다.

악마 사자에게는 이 멸마 진이 걸맞지 않기 때문이다.

악마 사자가 원자 폭탄이라면 운명 대마주의 백만 악마 군단은 수소 폭탄과 같았다.

수소 폭탄은 원자폭탄이 기폭제가 되어야 한다.

두변이 하려는 건 모든 악마 군단을 모조리 없애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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