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6장: 추측
날지 못하는 두변은 능파미보 경공을 이용해서 시간당 3, 400킬로미터의 속도로 날 듯이 달렸다.
이번에 동쪽으로 가는 길은 죽은 듯이 고요했다.
살아있는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전부 조언평 휘하의 백만 악마 군단에게 먹혔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사람만 없는 게 아니라, 불사족도 깨끗이 사라졌다.
두변은 갑자기 멈춰서 지퍼를 열고 물건을 꺼내 소변을 보았다.
조심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이곳은 사람 그림자뿐 아니라, 귀신 그림자 하나도 보이지 않으니까.
갑자기 허공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들렸다.
“너 변태냐? 소변을 볼 거면 내게 한마디 알려줄 수는 없냐? 나한테 네 그 못생긴 물건을 보게 해?”
두변이 웃으며 말했다.
“네가 소리도 없이 내 뒤를 따라다니고 있는 걸 내가 어떻게 알겠어? 너는 귀신도 아니라서 난 너의 존재를 느끼지도 못한다고.”
막한 여왕이 말했다.
“난 안 믿어. 넌 나를 희롱하고 싶은 거야.”
“네 마음대로 생각해라.”
두변은 말을 하고는 계속 소변을 봤다.
한참이 지나서 막한 여왕이 말했다.
“남자의 그것 모양을 보는 건 처음인데 참 못생기고 구역질이 나는군.”
두변은 대꾸하지 않고 거칠게 몇 번 털더니 다시 바지 안에 집어넣었다.
“나를 따라와서 뭘 하려고? 설마 나와 연합해서 조언평과 전투라도 치르려고?”
“아니, 나는 네가 조언평을 이긴다는 걸 믿을 수 없을 뿐이야. 하지만 네가 만약 조언평 손에 죽는다면 나는 그 장면도 보고 싶어.”
“넌 옆에서 방관만 하겠다는 거냐?”
“나는 너를 도울 수 없어. 지금 내겐 아무런 공격력이 없어. 나는 존재하고 있을 뿐, 이미 모든 걸 잃어버렸어. 혼백의 그림자도 없어지고, 아주 조그마한 정신력도 존재하지 않아.”
“하늘이 너에게 모든 걸 잃게 만든 건 분명히 뭔가 아주 깊은 계획이 있을 텐데.”
“무슨 계획?”
“나도 모르지.”
“내게 아직 무도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조언평이 널 죽일 순서가 오기도 전에 내가 널 칼로 찍어 죽였을 거다.”
두변은 대꾸도 하지 않고 계속 동쪽으로 질주했다.
한참이 지난 뒤 막한이 입을 열었다.
“내가 최근에 생각해봤는데 내가 너에 대해 원한을 품는 건 이치에 안 맞는 것 같아.”
“봐라, 하늘이 너에게 모든 걸 잃게 한 건 역시나 계획이 있는 거다. 적어도 넌 지금 예전처럼 바보가 아니야.”
막한이 더할 나위 없이 분노하며 말했다.
“두변, 내가 또 너와 이야기를 하면 난 개돼지만도 못한 사람이다!”
두변은 대꾸하지 않고 계속 동쪽으로 질주했다.
그런데 십여 분 뒤에 막한 여왕이 또 한 번 불렀다.
“이봐!”
“왜? 개돼지만도 못한 사람아?”
“꼭 내 화를 돋궈야겠어?”
“너는 예전에 항상 남들을 신경 쓰지 않았잖아. 너는 줄곧 자신의 세계에서 살지 않았어? 어째서 지금은 이렇게 적막함을 못 참게 된 거지?”
막한이 한참을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내 몸이 없어지니 혼백의 빛도 없어진 것 같아. 말을 하지 않으면 내가 완전히 사라진 것 같단 말이야. 이제 나는 모든 게 사라져서 유일하게 남은 건 말할 수 있다는 거야.”
일리 있는 말이긴 했다.
“두변, 너는 분명히 조언평을 이기지 못하는데 어째서 죽으러 가는 거지? 심지어 내가 무도 수준을 잃지 않고, 악마 준후작의 최고의 힘을 지녔다고 해도, 너와 내가 합세해도 여전히 조언평의 손가락 하나 당해내지 못한다고. 물론 네 무공은 계산에도 넣지 않았어.”
“막한, 너는 비록 바보지만 네 직감은 어때?”
막한이 씩씩대며 말했다.
“내 직감은 너를 베어 죽이고 싶다는 것뿐이야.”
“나는 진지하게 묻는 거라고.”
“묻고 싶은 말이 있으면 단도직입적으로 해. 너 한 번 더 말끝마다 바보라고 하면 내가 다시 너에게 원한을 품을 거라고.”
두변이 한참을 침묵하다가 물었다.
“넌 악몽 대제를 만나봤어?”
“당연히 만났지. 조언평이 악몽 대제를 베어 죽일 때 내가 옆에 있었거든. 그자의 머리가 떨어지는 것도 목격했고.”
“그때 악몽 대제가 저항했어?”
“아니, 조언평이 악몽 제국의 에너지 보호막을 망가뜨린 뒤로 악몽 대제는 곧바로 저항하는 걸 포기했어. 바로 죽임을 당해서 아무런 전투나 반항도 없었지.”
“그럼 넌 악몽 대제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
“허세만 떠는 폐물.”
막한 여왕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생각을 좀만 더 해봐. 그렇게 바보처럼 생각하지 말고.”
두변의 말에 막한이 소리쳤다.
“두변, 내가 정말 화가 나려고 하거든? 내가 이렇게 잘 대해주는데 너는 계속 나를 욕해?”
“그러니까 머리를 아주 조금만 써서 더 생각해봐.”
막한 여왕은 침묵한 뒤, 진짜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한평생 그녀는 머리를 써본 적이 없었다. 늘, 항상, 전적으로 본능에 따라 일을 처리하고 결정했다. 머리를 써서 생각하는 건 너무 피곤했다.
한참이 지나서 그녀가 말했다.
“그는 아마도 비교적 대단한 사람이겠지. 이 말세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인류가 멸망하지 않은 건 전부 그자의 공이야. 게다가 연옥탑도 그가 장악하고 있었고.”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무런 저항 없이 조언평에게 죽임을 당한 게 정상일까?”
“그게 비정상일 게 뭐가 있어? 조언평이 대단해서 그런 거잖아.”
“그 바보 같지 않은 머리로 생각해보라고. 그게 정상이야?”
“두변! 적당히 하라고!”
두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가 말했다.
“조금 비정상적이긴 하네. 너 같은 사람도 한참을 저항하잖아. 하물며 악몽 대제처럼 대단한 사람은 어떻겠어.”
그래서 두변은 악몽 대제가 죽지 않았다고 의심하고 있었다.
물론 악몽 대제의 몸은 이미 죽었을 뿐 아니라 목이 베였다. 하지만 그의 정신과 무도 수준은 도리어 손상 없이 온전할 것이다.
두변은 악몽 대제의 죽음, 또 태강 제국 태자의 항복은 다 성동격서를 위한 계책이라고 의심했다.
악몽 대제가 위대한 점술사인 만큼, 미래의 일을 봤을 것이다.
그는 악몽 제국이 조언평의 백만 악마 군단을 막아내지 못할 거라는 걸 절절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예 사지(死地)에 들어간 뒤 살아나는 방법을 생각한 것이다. 자신의 몸을 희생하고, 악몽 제국을 항복하게 만든 뒤, 두변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지금을 희생해서 미래를 도모한 것이다.
이것이 어쩌면 그 당시 악몽 대제의 생각인지도 모른다.
갑자기 막한 여왕이 큰소리로 말했다.
“네 말은 악몽 대제가 진짜 죽은 게 아니라 어떤 곳에서 널 기다리고 있다는 거야? 네가 그를 찾으면 그는 즉시 대단한 무공을 너에게 전수해주는 거야?”
“이거 봐. 머리를 많이 쓰라고. 너도 그렇게 바보는 아니야.”
옆에서 막한 여왕이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악몽 대제가 죽기 전에 너에게 이 일을 알려줬어?”
“아니.”
“그럼 악몽 태자가 너에게 이 일을 알려줬어?”
“당연히 더더욱 아니지. 심지어 연옥탑 제5층에 있던 악몽 대제의 심마 분신도 나에게 아무런 신호도 주지 않았다고. 이 모든 건 내 추측이자 추론이야.”
“그 말은 모두 다 네 억측이자 네 욕구가 반영된 상상이라는 거네?”
“맞아. 그게 바로 내가 바라는 욕구지.”
막한 여왕이 하찮다는 듯이 실소했다.
“대낮에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하고 있네. 너희 남자들은 항상 머릿속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상상하고 있잖아.”
“네가 매일 여왕이 되는 걸 상상하는 것처럼?”
“나는 여왕이야.”
“내가 올라탄 여왕?”
막한이 매섭게 소리쳤다.
“약속하지. 내가 무공을 회복하면 가장 먼저 널 때려죽이겠어.”
한참이 지나서 막한 여왕이 다시 말을 걸었다.
“악몽 대제가 죽지 않았다면 그가 어디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너는 본능적으로 그가 어디에 있을 것 같지?”
“악몽의 균열.”
“바보! 악몽 제국은 조언평에게 점령당했어. 악몽의 균열도 조언평의 영토라고. 악몽 대제가 자신의 혼백과 힘을 악몽의 균열에 숨겨뒀을 리 있겠어? 조언평에게 발각되어서 집어삼켜지려고?”
“네 말은 악몽 대제의 혼백은 조언평이 영원히 가지 않을 곳에 숨어있을 거라는 말이야?”
“그렇지.”
그렇다면 어떤 곳이 운명 대마주 조언평이 영원히 가지 않을 곳일까?
그건 바다에 빠진 바늘 찾기 같은 문제였다.
하지만 조언평을 충분히 이해한다면 이 답은 어쩌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조언평에게 고교 시절은 악몽과도 같았다.
운명 시스템의 숙주가 된 뒤, 그는 생김새가 완전히 바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고등학교 시절은 여전히 그에게 금기와도 같았다.
심지어 그는 고등학교 졸업사진을 마주할 용기도 없어서 그가 예전에 존재했던 모든 궤적을 없애버렸다.
그러니 그가 다닌 고등학교인 영해고등학교는 어쩌면 그의 마음속의 금지구역이라서 영원히 다시는 가지 않을 곳일 경이다.
지금 두변이 미친 듯이 질주하며 향하는 목적지가 바로 영해고등학교였다.
2시간 뒤.
두변은 조언평과 임야소가 다니던 고등학교인 영해고등학교에 도착했다.
온 학교가 텅 비어서 사람뿐 아니라 귀신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불사족도, 심지어 쥐새끼 한 마리도 없었다.
그곳은 죽은 듯이 고요했다.
막한이 냉소하며 말했다.
“흥, 귀신 그림자 하나 없잖아. 네가 잘못 추측한 거야.”
두변이 계단을 올라서 3학년 7반으로 향했다.
그곳이 조언평과 임야소가 다니던 반이었다. 이곳은 아마도 조언평의 마음속에서 가장 금기가 된 장소라서 그는 영원히 이곳에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깊이 심호흡을 한 뒤, 두변은 교실의 문을 밀었다.
그렇다. 이 모든 건 그저 두변의 추측이었다. 일단 이 추측이 틀려서 악몽 대제는 이미 죽었거나 애초에 이곳에 없으면 조언평에게서 승리할 아무런 가망이 없게 된다.
두변은 고작 무성 육계라서 조언평의 손가락 하나도 당해내지 못한다.
그런데 문을 밀고 들어가자,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악몽 대제의 혼백 같은 건 없었다.
막한 여왕이 소리쳤다.
“봐, 아무것도 없잖아!”
두변의 눈매가 조금 가늘어졌다.
‘설마 내 추측이 정말 틀렸을까? 악몽 대제는 정말 내가 상상한 것과 다를까? 그럴 리 없는데.’
두변은 조언평의 학번에 따라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이 자리가 조언평이 예전에 앉았던 책상일 것이다.
“악몽 대제 폐하, 계십니까?”
두변이 묻자 두변의 귓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 있다!”
이윽고 빛 한 가닥이 책상 서랍 속에서 떠올랐다.
“두변, 드디어 왔구나. 나는 너를 아주, 아주 오래 기다렸다.”
악몽 대제였다.
5, 6미터의 거대한 키에, 뾰족한 귀, 게다가 얼굴이 너무나 분명하게 각이 져 있었다.
더할 나위 없이 강한 악몽 대제, 그의 혼백은 역시나 죽지 않았다.
게다가 두변은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한 힘이 공간 전체에 가득 차 있는 걸 느꼈다.
이게 바로 두변이 운명 대마주 조언평을 죽일 계획이었다. 그 계획은 그와 악몽 대제라는 절세 강자와의 감응에서 세워졌다.
악몽 대제는 두변을 한참을 바라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두변, 내가 마침내 진짜로 너를 만났구나.”
두변은 일어서서 그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한 뒤 말했다.
“악몽 대제 폐하, 예전에 제 아내 임야소를 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악몽 대제가 여전히 두변을 바라보며 말했다.
“예전에 수없이 많은 점괘에서 자네의 모습을 봤지만 진짜로 만나게 되니 여전히 특별한 느낌이 드는군.”
“폐하를 만나 뵈니, 저도 특별한 느낌이 듭니다. 악몽 대제 폐하, 당신은 제 어머니를 아십니까? 제 출신을 아십니까?”
악몽 대제가 고개를 저었다.
“몹시 미안하네만 나는 결코 알지 못한다.”
악몽 대제마저 두변 친모의 행방을 모른다?
두변은 예전에 자신의 친모가 용혈대륙의 후손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악몽 대제가 모른다면 그 추측은 틀렸다는 뜻이다.
두변이 물었다.
“악몽 대제 폐하께서는 조언평에게 죽임을 당한 걸 가장했을뿐더러, 악몽 태자에게 가짜로 항복해서 굴욕을 견디라고 하셨습니다. 그건 제가 도착하는 걸 기다리기 위해서였습니까?”
“그렇다. 그건 도박이었지. 크나큰 도박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아직까지 나는 지지 않았어. 자네가 이곳에 와서 날 찾으러 온 것도 자네가 이미 조언평에게 한 번 이겼다는 뜻이 아닌가? 그러니 자네는 이제 그자와 생사를 건 결전을 준비하는 것이고 말이야.”
“예, 그런데 폐하가 이토록 강한데도 조언평을 격파할 방법이 없었던 겁니까?”
“악마는 우리와 전혀 다르다. 어느 차원의 인간이든 상관없이 말이야. 자네의 대녕 제국의 차원에서도, 우리 용혈대륙에서도, 우리가 수련하는 건 다 대자연의 선물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게다가 죽으면 모든 걸 세상에 되돌려주지. 이건 좋은 쪽으로 문명을 지속시킬 수 있는 발전 방식이지. 하지만 악마는 곧바로 집어삼켜버려. 그래서 그들의 수련 진도는 우리보다 훨씬 빠르다.”
수련해서 진화하는 것과 집어삼키며 진화하는 건 전혀 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