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617화 (617/648)

617장: 악몽 대제의 에너지

악몽 대제가 말했다.

“집어삼키며 진화하는 건 우리처럼 수련해서 진화하는 것보다 백 배, 천 배의 속도로 이뤄지지. 그러니 내가 노력해서 수백 년이나 수련했지만 여전히 조언평이라는 운명 대마주가 15년 간 집어삼킨 경지에 못 미치는 것이다.”

“행성의 생기 에너지를 집어삼키는 겁니까?”

“그렇다. 이 속도로 집어삼킨다면 50년이 더 지나면 지구는 모든 생기를 잃어버리고 완전히 죽음의 행성으로 전락하지. 그런 뒤 악마들은 또 다른 차원으로, 다른 행성으로 밀려들어서 계속 집어삼키겠지.”

“그들은 문명의 파멸자나 마찬가지군요. 그들을 막지 않으면 그 악마들이 모든 걸 집어삼켜 버릴 겁니다.”

“그들은 이미 많은 차원과 행성을 집어삼켰다. 용혈대륙은 그들이 만난 최강의 적수였지. 또 최고로 강한 에너지를 가진 세계였고.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우리 용혈대륙도 고작 천여 년을 저항하다가 완전히 함락되었다.”

용혈대륙은 천여 년을 저항한 반면, 현대 지구는 반 년도 넘기지 않고 완전히 함락된 셈이다.

“우선, 단독으로 결투를 치를 때 내가 조언평을 이길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어. 설령 내가 조언평을 이긴다고 한들, 이어서 서반구에 있는 꿈속 마왕은? 또 현대 지구를 주재하고 있는 운명 마왕은? 또 두 마왕이 충성을 바친 마제(魔帝)는?”

조언평은 악마 공작이지만 꿈속 마왕은 악마 친왕이었다.

악몽 대제가 말했다.

“우리는 다 한계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소강은 연옥자 정상이었는데 그 위로 올라가면 열반자, 윤회자, 파멸자가 있지. 내 무도 수준은 파멸자 정상이다. 즉 악마 공작에 해당하는 수준이지. 조언평을 상대로 어쩌면 한 번 싸울 힘은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꿈속 마왕을 상대할 때 전혀 반격할 힘이 없지.”

꿈속 마왕이라고?!

바로 예전의 꿈속 시스템이다. 두변은 꿈속 시스템과 은원(恩怨)이 뒤엉켜있었다.

악몽 대제가 말했다.

“우리의 무도 수준은 다 한계가 있지만 자네는 달라. 자네는 한계가 없어.”

이런 말을 두변은 두 번째로 들었다. 저번에는 태강 대제 이소강이 그 말을 했다.

자신에겐 어째서 한계가 없을까?

자신은 대체 어떤 출신이길래? 어떤 종족이길래?

“그래서 나는 죽음과 칩거를 선택해서 자네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임야소는 정토에 갔습니까?”

“그렇다.”

“정토란 무엇입니까?”

“천여 년 전에 용혈대륙과 악마의 전쟁이 극한에 달했을 때, 거의 모든 이는 우리가 반드시 질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용혈대륙의 힘을 모아서 어떤 단독 공간을 개척했지! 그 공간은 몹시 은밀할뿐더러, 몹시 강하고, 극도로 독특한 에너지 속성을 가지고 있다. 악마 일족은 그 독립 공간 안으로 들어갈 방법을 결코 찾을 수 없지. 그렇게 해서 용혈대륙의 문명은 멸절되지 않고 계속 번식해나갈 수 있었다.”

두변은 대충 이해할 수 있었다.

그건 지구가 파멸하려고 하면, 전 인류가 모든 힘을 집결해서 초대형 우주선을 만든 뒤, 모든 뛰어난 인류를 그 초대형 우주선에 태운 다음에, 망망한 우주로 날려 보내서 지구가 파멸되는 걸 피하고, 인류문명이 멸절되는 걸 피하게 하려는 이치와 같을 것이다.

물론 용혈대륙의 방법은 더 고차원적이었다. 그들은 곧바로 새로운 공간 하나를 개척해냈다.

“그 정토 세계는 몹시 강합니까?”

“천여 년 전에 용혈대륙의 수만 명 중에서 가장 뛰어난 후예만 정토 세계에 들어갈 자격이 있었다. 천여 년간 발전을 거쳤으니, 그들은 더욱더 강해졌을 것이다. 몹시 긴 시간 동안 나는 정토를 유일한 희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세상을 구원할 희망으로 말이야.”

“하지만 제가 보기에 그들은 악마 일족과 결전을 치르려는 뜻이 없어 보이고, 도리어 정토 공간 안에 숨어서 평화롭고 행복한 생활을 보내고 있습니다. 정토 바깥의 차원과 행성이 하나씩 연달아 파멸되는 걸 상관하지 않고서요.”

“그러니 누군가 그들을 일깨워 줄 사람이 필요하다. 가서 그들을 데리고 나와서 이번 수천 년을 뛰어넘는 정의로운 전쟁에 참가시켜야 한다. 두변, 나는 자네가 운명 대마주 조언평을 격파해서 동반구를 완전히 해방시키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서반구의 꿈속 마왕은 자네 자신에게만 맡겨야겠구나.”

두변과 가장 깊은 갈등이 있는 꿈속 마왕이라는 적은 아직까지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두변만 그를 보지 못했을뿐더러, 악몽 제국의 태자비, 심지어 막한 여왕도 꿈속 마왕을 본 적이 없었다.

“두변, 시간이 급박하니, 우리는 즉시 에너지 전승을 진행해야 한다!”

악몽 대제의 무공 수준은 하늘을 거스를 정도였다. 태강 대제 이소강과 견줘도 얼마나 강한지 모른다. 그러니 두변과 견주면 더욱더 천양지차였다.

악몽 대제의 무도 수준은 두변보다 네 경지나 높으니, 이런 등급의 에너지 전승은 몹시 두려울 정도로 진행될 것이다.

만약 흡성대법을 사용해서 악몽 대제의 모든 에너지를 집어삼키고 소화시키려면 적어도 한 달이 필요했다.

또 악몽 대제의 에너지를 억지로 두변의 체내에 주입시키려 해도 며칠 밤낮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두변과 운명 대마주 조언평의 결투까지는 고작 43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악몽 대제가 말했다.

“두변, 우리가 전승해야 할 힘이 지나치게 강력하니 생각을 바꿔야 한다. 바로 탈사(奪舍)지!”

탈사라고(보통은 다른 혼백이 들어와서 남의 몸을 빼앗는 술수를 가리킨다.)?!

그건 전율적이고 공포스러운 단어였다. 특히 두변처럼 의심이 몹시 많은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러하고.

“나는 이미 몸을 잃어서 혼백과 에너지만 남았다. 만약 내가 내 혼백을 압살해서 순식간에 연기로 사라지게 하면 내 강력한 에너지는 순식간에 텅 비어버리지. 자네는 그 틈을 타서 에너지를 차지하는 거야. 바로 자네가 나를 빼앗는 거라네!”

두변은 그 말을 듣고 당황했다.

그런 탈사가 있다니. 악몽 대제가 두변의 몸을 빼앗는 게 아니라, 두변이 악몽 대제의 에너지를 빼앗게 만드는 거라니.

두변이 말했다.

“그렇게 되면 당신은 정말 완전히 죽어버립니다. 당신의 혼백은 곧바로 사라집니다.”

“나는 이미 너무 오래 살았다. 게다가 절망과 고통 속에서 너무 오래 살았지. 죽음이야말로 내게는 해탈인 셈이야.”

두변은 즉시 한 사람이 떠올랐다. 성화교의 교황 그레시스였다.

그도 모든 걸 두변에게 맡긴 뒤, 담담하게 혼백이 흩어져버렸다.

“악몽 대제 폐하께서는 점술사십니까?”

“그렇다.”

“제가 이곳에 왔으니, 그럼 당신은 미래의 형세에 낙관하십니까?”

악몽 대제는 잠시 침묵한 뒤 답했다.

“낙관적이지 않아. 심지어 절망이 가득하지.”

“어째서입니까? 적이 지나치게 강해서입니까?”

악몽 대제가 더 오래 침묵했다가 입을 열었다.

“아니, 자네 그 자체 때문이지.”

바로 그때, 주변의 공간이 갑자기 뒤틀리며 출렁였다.

“나는 더 이상 말해서는 안 되네. 내가 방금 자네에게 그 말을 한 탓에,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이 더욱더 복잡하게 뒤섞여버렸어.

두변, 내 자네에게 한마디만 알려주겠네. 자네는 이 세계에 빚진 게 없으니, 어떤 선택을 하든지, 다 마음 편히 해야만 하네. 그 외에 설령 자네가 내 모든 힘을 전승 받게 되더라도 여전히 운명 대마주의 적수가 되지 못할지도 몰라. 자네가 그를 철저히 이기고, 일격필살하고 싶다면 어쩌면 그의 집에 다녀와야 할지 모르네. 그의 집 주소는 서랍 안에 있는 종이에 적혀 있어. 그의 집에서 자네는 어쩌면 조언평의 운명의 궤적을 발견할지도몰라. 그걸로 말미암아 그에게 운명적인 일격필살을 가할 수 있을 걸세.”

“알겠습니다.”

“그럼 자네는 준비하게나. 나는 내 혼백을 압살하기 시작할 것이네. 내가 내 혼백을 압살하고 나면 내 에너지는 주인을 잃고 흩어지기 시작할 거야. 자네는 최단 시간 안에 내 에너지를 빼앗고 차지해서 자네에게 융합시켜야 하네.”

그때가 되면 1초만 늦어도 천문학적인 에너지가 흩어져버릴 것이다.

그러니 샐 틈 없이 이어받아야 했다.

악몽 대제는 너무나 강한 나머지, 신체를 잃어도 그의 강력한 에너지는 여전히 하나의 실체 같은 걸 구성할 수 있었다.

이게 바로 파멸자 등급이 가진 힘이었다.

“3!”

“2!”

“1!”

카운트다운이 끝이 났다.

악몽 대제는 순식간에 자신의 혼백을 압살해서 혼백을 흐트려 버렸다.

그의 더할 나위 없이 강한 에너지가 순식간에 주인을 잃었다.

0.01초도 안 되는 시간 만에 두변의 혼백과 신체가 곧바로 그 강력한 에너지를 차지해버렸다.

순식간에 그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한 에너지가 두변의 혼백 및 신체와 융합해버렸다.

콰과과광.

두변의 신체 내부에서 수많은 기운이 대폭발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바깥의 세계에서도 연달아 대폭발이 일어났다.

소리 없는 대폭발이었다.

이 교실을 원의 중심으로 볼 때, 반경 수십 킬로미터 안의 구역 안에서 끊임없이 밝은 빛이 터져 나오는 걸 볼 수 있었다.

한 번씩 연달아 하늘이 밝게 빛났다.

이윽고 먼저 교실 안의 모든 책상과 의자가 연기로 사라진 뒤에, 벽과 지면이 전부 가루가 되어버렸다.

최후에는 영해고등학교의 모든 건축물이 전부 가루가 되어버렸을 뿐 아니라, 근처 땅 위의 모든 건축물이 연기로 사라졌다.

모든 과정은 소리 소문도 없이 이루어졌지만, 그 장면은 더할 나위 없이 충격적이면서도 아름다웠다.

그때 두변은 머릿속이 완전히 텅 비어버리고서, 진작부터 모든 의식을 잃어버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두변은 의식을 회복하고 깨어났다.

이윽고 그는 놀랍게도 사방 천 미터 안의 모든 물건과 건물이 죄다 사라진 걸 발견했다.

텅 비어버렸을뿐더러, 완전히 평탄했다.

이윽고 그의 초월적인 의식이 제 몸을 떠나서 공중에서 자신의 몸을 바라봤다.

큰 변화는 없었다.

악몽 대제 같은 모습으로 변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용혈대륙 인류의 윤곽도 없었다.

두변은 여전히 두변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악몽 대제의 무도 수준을 9할이나 가지게 되었다.

무성 육계에서 연옥자, 열반자, 윤회자를 뛰어넘고 곧바로 파멸자의 경지에 이르렀다.

두변은 텅 빈 지면을 바라보며 손을 내밀어서 강력한 힘을 모았다. 순식간에 땅 위의 수많은 흙이 모여서 재조합되기 시작했다.

이윽고 5층 높이의 교실 건물이 다시 지면에 우뚝 섰다. 겉보기에는 구조가 이전의 건물과 거의 똑같았다.

단지 이것은 철근과 콘크리트로 만든 게 아니었다. 수많은 흙과 먼지로 만들어졌는데 전적으로 두변의 힘으로 장력(張力)을 만들어서 지탱하게끔 만든 것이다.

두변이 손을 휘두르자, 5층 높이의 교실 건물이 또다시 무너지며 가루가 되어서 땅위의 흙먼지가 되어버렸다.

이런 무도 수준과 힘이라니, 너무나 대단했다.

하지만 이제 악몽 대제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의 신체와 혼백 모두 영원히 이 세계에서 사라졌다.

두변이 네 방향을 향해 허리를 굽히고 고개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악몽 대제 폐하, 편히 가십시오!”

사실, 악몽 대제는 편히 갈 수도 없을 것이다. 혼백도 존재하지 않으니 명계에도 갈 수 없지 않나.

두변이 말했다.

“당신의 유지를 계승해서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이 세계와 이 문명을 구하겠습니다!”

한참이 지나서 막한 여왕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세상은 참 불공평하지. 나는 장장 십여 년의 시간이나 무도를 수련해서 비로소 악마 준후작에 이르렀는데, 너는 몇 시진만에 내 지금의 무도 수준을 훨씬 넘어서다니.”

두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나는 지금 모든 무도 수준을 잃어버렸는데 너는 도리어 이토록 강해졌지. 이 세상에는 정당한 도리라는 건 없나 봐. 악몽 대제는 어째서 강력한 무도 수준을 내가 아닌 너에게 준 거지?”

두변이 손을 휘두르자, 땅에 있는 수많은 흙이 모여서 아름다운 형체가 되었다. 바로 막한의 몸이었다.

두변이 그녀에게 말했다.

“막한, 너에게 두 가지를 알려주지. 첫째, 하늘은 공짜로 떡을 내려주지 않아. 모든 일에는 다 대가가 있는 법이야. 둘째, 어느 날, 너는 몹시 강하게 변할 거야. 너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강해질 거야.”

“정말이야? 그럼 난 그 말을 믿겠어. 네가 날 속인 거면 너를 죽여버리겠어.”

두변이 웃었다.

때는 운명 대마주와 약속한 48시간에서 아직 21시간 정도가 남아 있었다.

“후우!”

두변이 생각을 하는 순간, 등 뒤에 순식간에 날개 한 쌍이 펼쳐졌다. 보일락말락한 날개였다.

그는 악몽 대제의 무도 수준을 9할이나 이어받았을 뿐 아니라, 날개까지 이어받았다.

두변이 힘차게 하늘로 날아올랐는데 속도가 더할 나위 없이 빨랐다.

“막한, 내 지금의 무도 수준을 운명 대마주와 비교하면 어떻지?”

“아직도 그보다 떨어져.”

두변은 무도 수준이 아니라, 자신의 지혜를 의지해야만 운명 대마주 조언평을 격파하고 죽여버릴 수 있을 것이다.

두변은 곧바로 동태평양 깊은 곳으로 가지 않고, 먼저 운명 대마주 조언평의 집으로 갔다.

조언평의 아버지는 의사, 어머니는 교사였다. 부자라고 할 수 없지만 제법 체면을 차린 집안이었다.

두변은 조언평의 집에 들어가서 장장 두 시간이나 머물렀다.

그곳에서 그는 조언평의 운명을 읽었다.

전율할 만한 운명, 완전히 모골을 송연하게 만드는 운명이었다.

그렇지만 바로 조언평의 그 운명의 궤적 덕분에 그를 녹다운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두변은 낡은 방문을 닫아서 조언평의 운명을 거실 하나에 방 두 개짜리 낡은 집 안에 가둬버렸다.

이윽고 그는 날개를 펼쳐서 허공으로 올라 동태평양 깊숙한 곳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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