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0장: 조언평의 운명 三
조언평이 진작부터 운명 마왕의 눈에 들었기 때문이다. 운명 마왕에게는 미치광이 꼭두각시가 필요했다. 그러니 조언평의 모든 운명은 다 운명 마왕의 손아귀에 있었을 뿐 아니라, 그의 인생은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는 게 진작부터 예정되어 있었다.
두변은 조언평 앞에 와서 웅크려 앉아 사진 한 장을 건넸다.
그건 어떤 소년이었다. 한쪽 눈이 없고, 입가에도 무시무시한 상처가 있었다. 한쪽 손이 절단되었고 다리도 절었다.
그 사진을 보더니 조언평이 몸을 떨기 시작했다.
두변이 말했다.
“이건 네 아들이야. 그 아이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지만 결국 구할 수 있었어. 단지 이후에 운명 마왕이 너의 모든 고통스러운 기억을 잘라냈기 때문에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던 거야.”
조언평은 몸을 계속 떨고 있었지만 그의 눈에서는 너무나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그는 사진을 죽을 듯이 노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 맞아. 이건 내 아들이야. 이 눈빛, 이 코는 내 예전의 모습과 많이 닮았어! 이 아이는 어디에 있어? 이 애는 어디에 있지?”
두변이 말했다.
“악몽 대제가 온힘을 다해 그 애를 찾았어. 지금 그 애는 태강 제국의 도성 안에 있을 거야. 제1 원수 이사사가 양자로 거둬서 키우고 있어.”
조언평이 말했다.
“좋아, 좋아, 이사사 좋지. 그녀는 좋은 사람이니까. 고귀하고 용감한 사람이야.
내 아가, 내 보물이야…….”
조언평은 필사적으로 그 사진을 자신의 가슴에 붙이며 잠꼬대를 하듯 중얼거렸다.
아이는 상처투성이가 된 데다 못생겼지만, 그의 눈에는 너무나 잘생기고 예쁘게 보였다.
두변이 말했다.
“그만해, 나는 널 죽일 거야. 나는 네 아들이 가능하면 네 존재를 몰라야 한다고 생각해.”
조언평이 놀라 소리쳤다.
“그 애에게 알리지 마, 절대로 그 애가 알게 해서는 안 돼. 나는 짐승이야. 그 애는 아빠가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야 해. 나는 이미 죽었다고…….”
“그럼 넌 마음의 준비를 해. 나는 널 죽일 거야.”
이윽고 두변의 손에서 검이 만들어져서 조언평의 목에 겨누었다.
조언평이 말했다.
“두변, 고맙다. 비록 네가 크나큰 고통을 겪게 했지만 나를 더는 미치광이가 아니게 해줬어. 나를 깨워줬어.
두변, 꿈속 마왕을 조심해. 그는 네 손을 이용해서 나를 죽이는 거야. 그는 이미 네 곁에 있어.”
죽기 직전에 조언평이 그렇게 말했다.
“나도 알고 있어!”
두변은 곧바로 운명 대마주 조언평의 목을 잘라버렸다.
그와 동시에 두변의 귓가에 익숙하면서도 오랫만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녕 제국에서 두변과 쉼 없이 뒤얽힌 그 원수 말이다.
꿈속 마왕이 천천히 말했다.
“내 숙주 두변, 그동안 별일 없었나!”
오랜만이었다.
수많은 바닷물이 솟구쳐서 하나의 거대한 형체로 모였다.
꿈속 마왕!
마침내 그를 다시 만나는 순간이었다.
다만 이번의 꿈속 마왕은 천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형체가 아니라, 고작 5미터 크기일 뿐이다.
두변은 이게 고작 꿈속 마왕의 분신에 불과하단 걸 알고 있었다.
그의 본체는 만 리 밖의 먼 서반구에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그의 형체가 지나치게 거대해서 두변은 그의 얼굴을 잘 볼 수 없었다면, 이번에는 똑똑히 보는 셈이었다. 그는 극도로 냉혹한 남자 악마였다.
꿈속 마왕이 바닥에 놓인 조언평의 시체를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런 놈이 나와 지구를 분할 통치할 망상을 하다니!”
두변이 물었다.
“너희가 숙주를 찾을 때는 항상 이렇게 비참한 인생을 고르는 걸 좋아하나?”
“낡은 것을 파괴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것을 세울 수가 없지. 두변, 너는 줄곧 어떤 말을 굳게 믿었지 않나?”
“그래! 하늘에서 공짜로 떡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을 믿지.”
“그런데 너는 최근에 큰 떡 한 조각을 먹은 것 같은데? 악몽 대제가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서 혼백과 에너지를 어느 곳에 숨기고 네가 발견하길 기다렸지. 나중에 너는 진짜로 그걸 발견해서 악몽 대제의 9할의 힘을 얻었고 말이야.”
두변이 대답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건 너의 음모에 지나지 않았지. 조언평은 운명 마왕의 꼭두각시라서 네가 곧바로 그를 죽일 수 없었겠지. 그래서 내 손을 빌려서 그를 죽인 거야.”
악몽 대제가 자신을 희생하려고 선택한 건 사실이며, 악몽 제국의 태자에게 항복하게 만든 것도 사실이었다. 그의 혼백이 조언평이 다닌 영해고등학교에 숨어있었던 것도, 자신의 힘을 두변에게 전승해주려 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두변은 어째서 조언평의 집에서 이렇게 상세한 자료를 얻었을까?
고등학교 시절, 조언평이 모두 앞에서 설사를 한 일을 발견한 건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언평이 실수로 자신의 아버지를 5층에서 떨어뜨려 죽게 만든 일, 조언평이 전처와 정부를 살해하려고 하다가, 자신의 아이를 해친 일이 남아 있는 건 이상했다.
조언평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만들 수 있는 정신 기억이 어째서 이토록 상세하게 남아 있던 걸까? 두변이 발굴해주길 기다렸던 것처럼?
그 모든 건 당연히 꿈속 마왕이 두변을 위해 준비했던 것이다.
꿈속 마왕이 말했다.
“네가 조언평을 이기게 만들기 위해서 나는 정말이지 별의별 궁리를 다 했단 말이지. 네가 깨어날 때 가장 먼저 조언평이 그 일을 알고, 널 위해 대규모 연극을 준비해뒀지. 그렇다면 네가 깨어났을 때 나는 어째서 그 일을 몰랐을 거라고 생각하나?
너의 일거수일투족은 정말 특수한 유리 집 속에 있는 개미 같았거든. 너는 바깥을 볼 수 없지만 바깥에서는 안을 볼 수 있었지.”
유리 집 속의 개미보다는 《트루먼쇼》와 같다는 게 더 정확하지 않을까.
“내 어머니는 누구지?”
“말해줄 수 없다.”
“너희의 목적은 무엇이지? 운명 마왕은 어디에 있나?”
“말해줄 수 없다! 나는 몹시 바쁘고 급박하다는 것만 말해줄 수 있구나. 나는 꼭두각시 조언평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야. 그는 너를 가지고 놀 한가한 시간이라도 있지, 나는 전혀 그런 시간이 없다! 나에게 너의 유일한 가치는 대신 사람을 죽여줄 수 있다는 것뿐이었어. 이제 네가 조언평을 죽이는 데에 성공했으니, 나는 너를 때려죽일 수 있겠어!
내 대신 조언평을 죽여줬으니, 정식으로 너에게 고맙다고 말해야겠구나!”
두변의 손바닥에서 검이 만들어지더니, 그는 꿈속 마왕과 전투를 치를 준비를 했다.
꿈속 마왕이 웃으며 말했다.
“조언평은 너에게 48시간을 줬지만 나는 1분도 주지 않을 거다!”
이어서 바닷물로 이루어진 꿈속 마왕의 분신이 힘차게 두변에게 일장을 때렸다.
“안 돼!”
여완완 등이 갑자기 달려나와서 처참하게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들은 두변이 곧바로 연기처럼 사라지는 걸 목도했다.
이게 바로 꿈속 마왕의 힘이었다.
두변의 무도 수준은 조언평보다 못 해도 그와 가까스로 백 합은 겨룰 수 있었고, 최후에는 정신 공격술로 그를 격파했다.
그에 비해 꿈속 마왕은 분신이 고작 한 대 내려쳤을 뿐인데, 곧바로 두변을 연기로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걸 봐도 그가 조언평을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였지만, 직접 죽일 수 없었던 나머지, 두변의 손을 빌려 죽였다는 걸 알 수 있지 않나.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자 즉시 두변을 죽였다. 그는 대단히 살벌한 데다, 결단력도 갖췄다.
꿈속 마왕이 냉소를 짓더니, 곧 형체를 바꿔서 두변의 모습으로 바뀐 뒤, 태강 제국 도성을 향해 날아갔다.
그런데 두변은 연기로 사라지기 일각 전에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내가 말했었지. 기왕에 모든 걸 예견한 이상, 그걸 위해서는 어떤 대가든 치르겠다고 말이야!”
십여 시간 뒤.
태강 제국의 도성에서는 모든 이가 두변의 귀환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다들 두변과 조언평의 이번 전투에 지구 동반구의 운명이 걸려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두변이 실패하고 죽는다면 그건 인류가 모든 희망을 잃는다는 뜻이다.
그러니 두변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모든 이가 다 집 밖으로 나와 동쪽 방향을 쳐다보며 두변의 귀환을 기다렸다.
미소녀 반효는 게임도 하지 않고 아빠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수십만 명의 시선이 일제히 동쪽을 향하고 있었다.
하늘이 어슴푸레 밝아졌을 때, 동쪽에 어떤 인영이 나타났다.
하늘을 날고 있는 두변이 모든 이의 눈에 나타났다.
그 순간, 군중은 환호성을 질렀다.
모든 이가 다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는 머리를 조아렸다.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반효는 살짝 놀라더니, 아름답고 큰 눈에 한 가닥 공포가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순식간에 사라지고, 대신 기쁜 얼굴이 나타났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손을 흔들며 외쳤다.
“아빠, 아빠!”
수많은 이가 무릎을 꿇고 엎드려 절하는 와중에, 날개가 달린 두변이 천천히 착지했다. 손을 내밀어 반효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 황궁으로 걸어갔다.
사람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환호성을 질렀고, 두변 대제의 위대한 승리를 축하했다.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두변 대제는 황궁 안으로 걸어가서, 황궁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그가 꿈에도 그리는 물건이 우뚝 서 있었다.
황금 지팡이, 꼭대기에는 거룡의 혼백 결정체가 끼워져 있었다.
이 두변 대제는 당연히 꿈속 마왕의 분신이었다.
그가 천천히 황궁 중심에 있는 꼭대기 위치로 날아간 뒤, 손을 뻗어서 그 황금 지팡이를 쥐었다.
그 순간 거룡의 혼백 결정체가 미친 듯이 포효했다.
꿈속 마왕이 속삭였다.
“소용없다. 네가 저번에 악마군단 190만을 죽여버렸을 때, 이미 너의 모든 남은 힘을 다 소진해버렸어. 거룡, 네가 마침내 내 손에 떨어졌구나! 물론 이 모든 건 내 예전의 숙주에게 감사해야겠지. 그 아이가 정말로 날 위해 수많은 공을 세워줬단 말이야.”
꿈속 마왕의 분신이 두변으로 변해서 천천히 태강 제국 황궁의 보좌에 앉았다.
수많은 이가 일제히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신들은 폐하께서 개선하여 돌아오신 것을 경하드립니다. 만세, 만세!”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두변이 또다시 눈을 뜨니, 완전히 다른 세계가 보였다.
낡은 것을 깨뜨리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세울 수 없다. 어쩌면 이 말은 영고불변의 진리일 것이다.
그는 대단히 아름다운 얼굴을 보게 되었다.
그의 아내, 임야소였다!
임야소에게 큰 변화가 생겼다. 그녀는 순수한 인간에서 용혈대륙의 종족인 용예족으로 변했다.
우선, 그녀는 커졌다. 원래보다 머리가 하나 더 커졌다.
다음으로 몸매가 더 좋아졌다. 물론 그녀는 원래도 몸매가 몹시 좋아서 성숙하고 우아한 곡선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녀의 몸매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어 버렸다.
또다른 변화가 있다면 그녀의 귀와 눈이었다.
임야소의 눈은 용예족처럼 날카로워졌고 눈동자가 더 밝게 변해서 푸른색 보석처럼 찬란하고 매혹적이었다.
그녀의 얼굴 윤곽은 전보다 더 입체적으로 변했다. 하지만 용예처럼 각이 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용예와 인간의 장점을 합쳐 놓은 모습이었다.
두변은 마침내 에인젤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다.
임야소에게 몹시 큰 변화가 생겼지만 두변은 한눈에 그녀를 알아볼 수 있었다.
한순간 그는 더할 나위 없이 감격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온몸에 옅은 금빛을 발산하고 있는 막한이 보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연기로 사라진 뒤에 막한 여왕은 눈에 안 보이는 게 아니었나?
아무도 그녀의 형체를 볼 수 없었다. 그런데 두변은 어째서 지금 그녀를 볼 수 있는 걸까?
게다가 그녀는 아무런 옷도 입지 않았다. 가늘고 부드러운 몸이 완전히 발가벗고 있는 것 같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녀의 신체 표면에 무언가가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세밀한 비늘 한 겹이 그녀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막한 여왕이 말했다.
“이 불량배, 뭘 보고 있는 거야? 계속 보면 네 눈깔을 파버릴 테니 조심해.”
그런데 그 말을 할 때, 그녀의 눈은 두변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두변이 고개를 숙이자, 자신도 몸에 실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채, 빛에 감싸인 걸 깨달았다.
막한 여왕이 냉소하며 말했다.
“두변, 너는 나와 똑같이 변했어. 이제 아무도 널 볼 수 없고, 심지어 너의 혼백을 느낄 수도 없어. 이 세계에서 너는 이미 죽었어.”
역시나 그렇구나.
악몽 대제가 모든 힘과 무도 수준을 두변에게 줄 때 거듭 강조했다. 그는 두변이 조언평을 격파하는 걸 도와줄 수 있지만 꿈속 마왕은 전혀 손쓸 수 없다고 말이다.
악몽 대제는 또 이 말을 거듭 반복했다. 그의 무도 수준은 한계가 있지만 두변은 한계가 없다고 말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계속 강조했다. 그가 두변을 기다리는 일에 성공을 했지만 미래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관과 절망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부터, 두변은 자신의 뒤를 노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대충 알아차렸다.
조언평의 집에 들어가서 그 세 가지 기억에 관한 상세한 자료를 본 뒤에는 그 생각이 더욱더 명확해졌다. 꿈속 마왕이 암암리에 이 모든 걸 조종하고 있으며, 두변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걸 알아차리자, 두변 앞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놓였다.
첫째, 전심전력을 다해 조언평과 결투를 한 뒤, 그를 죽여버리는 것이다.
둘째, 조언평을 죽이지 않고 이번 결투를 포기하는 것이다. 어차피 조언평을 죽여봤자, 기껏해야 인간끼리 내전을 벌인 데 불과했다. 그건 공연히 꿈속 마왕에게만 좋은 일을 시켜줄뿐더러, 두변이 그의 도살용 칼이 되어버리는 일이다.
하지만 두변은 역시 전력을 다해 맞서 싸우며 조언평을 죽였다.
그렇다면 꿈속 마왕의 일장에 맞아서 연기로 사라진 건?
낡은 걸 부수지 않으면 새로운 걸 세울 수 없다고 했다.
악몽 대제는 두변의 무도 수준이 한계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그 말과 달리 두변의 본래 신체가 가진 무도 수준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한계가 없어질까? 어쩌면 본래의 육체를 벗어버리고, 새로운 탈바꿈을 완성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는 막한 여왕처럼 변했다. 신체가 없어졌을 뿐 아니라, 심지어 혼백까지 흩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살아있었다. 단지 아무도 그를 볼 수 없고, 오직 그와 막한 여왕만 서로를 볼 수 있었다.
두변은 지금 여전히 운명대마궁이라는 해역에 있었다. 그가 꿈속 마왕 분신의 일장에 맞아서 연기로 사라진 그곳 말이다.
단지 그의 눈에 보이는 세계가 달라졌다.
본래 그의 시야로 본 세상은 사방이 잿빛이었다.
그에 비해 지금 그가 보는 세상은 얇은 한 겹의 그림자에 불과할 뿐 아니라, 허구적인 세상을 보는 것 같았다.
물론 이 세계가 허구적이고 투명한 게 아니라 두변이 허구적이고 투명한 존재로 변했기 때문이다.
해수면에서 임야소는 은빛 에너지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녀의 긴 다리는 제대로 응시하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녀 옆에는 용예족 남자가 한 명 있었다. 악몽 대제처럼 크지 않지만 임야소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컸다.
두 사람은 정신력을 내뿜으며 해수면 위에 있는 모든 걸 수색했다.
용예족 남자가 냉랭하게 말했다.
“이곳에서 방금 전에 두 차례 격전을 치른 건 같군요.”
이윽고 임야소의 형체가 번쩍이며 이동해서 갑자기 수천 미터의 해수면 위에 착지했다.
운명 대마주 조언평의 시체가 해수면 위에 떠있었다. 그의 시체와 머리가 분리되어 있었다.
임야소가 말했다.
“운명 대마주 조언평은 이미 죽었어요. 죽기 전에 그의 혼백이 무너진 상태였으니, 두변이 정신술을 사용해서 그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가했을 거예요.”
두변은 임야소에 대해 진작 예측한 바가 있었다. 예를 들면 그녀가 이미 기억을 잃었다는 가정 말이다.
악몽 대제가 임야소를 구해준 뒤, 그녀의 혈맥을 개조했다. 그때 딸과 남편에 대한 걱정이 임야소의 모든 정력을 빼앗아가서 그녀가 항상 고통과 공포 속에서 살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그녀의 혈맥 개조를 실패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악몽 대제는 곧바로 그녀의 그 기억을 차단해서 그녀가 다시 살 수 있게 만들었다.
이윽고 악몽 제국의 공주가 된 임야소는 무도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런 그녀가 지금 두변의 이름을 부른 것이다.
“두변, 당신 여기 있어요?”
임야소가 외치자, 잠시 조용히 있다가 두변이 말했다.
“여기 있어요!”
임야소와 그 용예족 남자가 두변이 소리 낸 곳을 쳐다봤다. 두 사람은 품속에서 결정체 하나를 꺼내서 살짝 비틀더니, 에너지 액체 두 방울을 자신의 두 눈에 떨어뜨렸다.
그런 뒤 임야소와 용예족 남자는 두변의 형체를 볼 수 있었다.
이어서 그들은 막한 여왕의 형체까지 보고 살짝 놀랐다.
용예족 남자가 말했다.
“용혼(龍魂)이 두 개나 있어?”
임야소가 말했다.
“그럼 둘 다 같이 데리고 돌아가 여황 폐하를 뵈어요.”
용예족 남자가 말했다.
“두변, 우리를 따라오시오. 우리가 당신을 정토로 데려가겠습니다.”
이윽고 임야소와 용예족 남자는 곧바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두변과 막한 여왕이 서로 시선을 교환하더니, 그들도 북쪽 하늘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