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2장: 정토 세계의 태자
두변은 놀라서 넋이 나갈 정도였다.
용예의 후손이 상고 거룡에게 그런 태도로 대한다고? 그들의 몸에 용의 피가 흐르고 있는데?
그런데도 눈앞의 정토 여황은 용족을 인류의 원숭이처럼 취급한다?
“당신들은 거룡을 깔보면서 어째서 또 용족을 부활시키려는 겁니까?”
“너희 인류의 영화 중에 《쥬라기 공원》과, 또 《킹콩》이라는 영화도 있었지?”
여황은 반만 말했지만 그 의미는 몹시 분명하게 드러냈다.
정토 세계에서 용족을 부활시키는 건 그걸 신앙으로 여기는 게 아니라, 단지 무기나 도구로 쓰기 위해서였다.
정토 여황이 말했다.
“두변, 네 표정으로 보건대, 넌 우리에게 몹시 놀란 것 같군. 넌 우리가 용족에게 예를 갖춰 공경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점술사들의 허튼소리대로 너라는 전설 속의 구원자에게 공손히 예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는군?”
“나는 단지 당신들이 경외심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것뿐입니다. 당신들은 용족이 만든 최고의 에너지 법칙 안에서 너무 오랫동안 평화롭고 안일하게 살았군요. 당신들은 이미 악마 일족의 강함을 잊었습니다.”
정토 여황이 그 말에 냉소했다.
“우선, 너희는 우리 정토 세계의 강함에 대해 하나도 모른다. 우리를 그저 용혈 대륙의 평범한 후예라고 여기지 말도록 하면 좋겠군. 우리는 수많은 용예족 중에서 선발된 자들이다. 그뿐 아니라, 우리는 가장 우수한 유전자에 따라 교배하고 번식해서 세대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우수하다.
너는 우리가 용족에게 불경하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너희의 일부 신화에서도 인류는 최후에 항상 신에게 선전포고하지. 신과 전투해서 승리할뿐더러 여러 신을 멸망시킨다. 더군다나 점술사 입에서 나온 너라는 구원자는 더욱더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쓸어 넣어야 마땅해. 무슨 구원자라고. 구원자를 믿는 것 자체가 운명에게 조롱당한다는 뜻이다. 진정한 강자는 자신의 운명을 장악해야 하지. 그러니 점술사 입에서 나온 너라는 구원자는 정토 세계에서 한 푼의 값어치도 없다.”
두변이 한참을 침묵한 뒤 입을 열었다.
“이제 마지막 이야기를 할 겁니다.”
“마침 내 인내심도 떨어지려던 참이다.”
“꿈속 마왕의 화신이 내 모습을 하고 태강 제국 도성에 진입했습니다. 그가 이미 황금 지팡이를 손에 넣었습니다. 왕의 지팡이 끝부분에는 거룡 혼백의 결정체가 있는데 그는 황금 지팡이를 이용해서 정토 세계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악마 일족은 영원히 정토 세계에 들어올 수 없다. 악마 친왕이라도 불가능해. 과거의 더할 나위 없이 기나긴 역사에서 얼마나 많은 악마가 정토 에너지 보호막에 강한 공격을 펼쳤는지 몰라. 하지만 예외 없이 전부 실패했지. 너는 정토 세계의 강함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거다.”
“당신들이 그토록 강하다면 어째서 용혈대륙을 구하지 않고, 악마들이 그곳을 완전히 망가뜨리도록 내버려뒀습니까? 지구야 당신들과 무관하다고 말하지만 용혈대륙은 당신들의 고향이 아닙니까?”
“완전히 썩어서 죽은 듯이 변한 행성을 위해서? 그럴 가치가 없지.”
두변이 그 말에 냉소했다.
“하지만 그 당시에 용혈대륙의 수많은 다른 용예족이 희생하지 않았다면 어디 정토 세계가 있었겠습니까? 어디 그 뛰어나다는 당신들 3만 명이 살 수나 있었겠습니까? 그들의 희생이 당신들의 강함을 이루어준 겁니다.”
정토 여황이 담담하게 말했다.
“북송(北宋)이 멸망했지만 남송(南宋)의 경제는 이상할 정도로 번화했지. 어째서 악비(岳飛)가 북벌하려 할 때, 황제와 대신들은 동의하지 않았고, 심지어 수많은 백성까지 동의하지 않았지?”
그건 사람들의 악함을 책망하는 말이었다.
정토 세계는 이미 극도로 자만심을 가지고 자신들 외에는 안중에 두지 않았다.
두변이 일어서서 곧바로 떠나려고 했다.
정토 여황이 말했다.
“미안하군, 두변. 당신이 얻고 싶어 하는 걸 얻지 못하게 해서.”
“아닙니다. 나는 이미 얻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당신들에게 경고하겠습니다. 꿈속 마왕을 조심하세요. 그는 이미 거룡의 황금 지팡이를 얻었습니다.”
정토 여황이 하찮다는 듯이 말했다.
“두변, 넌 정말 정토 세계의 강함에 대해 하나도 알지 못하는 거다. 너에게 하나 알려주지. 안타까우니 말이야. 꿈속 마왕은 태강 제국에 들어가는 것에도 우리의 동의를 얻었다.”
두변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
정토 여황이 냉랭하게 말을 이었다.
“넌 너의 무지함으로 인해서 정토 세계의 강함에 대해 오판을 했군. 그 외에 어제 우리는 꿈속 마왕에게 요구를 제시했다. 용족과 관련된 모든 물품은 다 우리 재산이니, 아무 조건 없이 그것들을 넘겨야 한다고 말이야. 그러니 꿈속 마왕은 막 손에 넣은 용족의 황금 지팡이도 반드시 조건 없이 우리에게 넘겨줘야 한다. 그는 이미 그 제안에 승낙했어.
자, 이제 두변을 배웅해라. 실험실로 보내서 실험할 때를 기다리라고 해라.”
이윽고 용예족 무사 두 명이 앞으로 나와서 에너지장을 사용해서 두변을 실험실로 압송했다.
정토 여황이 갑자기 말했다.
“두변, 용족은 우리를 배신한 적이 있단다.”
정토 세계의 실험실 안.
두변과 막한 여왕은 실험실 안에 구금되었다.
이 실험실 안에는 특수한 에너지장이 가득 차 있어서 신체가 없는 두변과 막한 여왕이라도 그곳에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었다.
막한 여왕이 벗어나려고 시도했지만 에너지 결계에 닿자마자 즉시 무시무시한 공격을 받았다. 그녀의 몸이 고통스럽게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켰다.
두변은 그녀의 등을 가볍게 쓰다듬어주면서 그녀의 고통을 완화시키려고 했다.
임야소의 말이 옳긴 했다.
지금 세상에서 다른 이는 두변과 막한을 볼 수 없었다. 설령 특수한 에너지 눈을 사용해도 두변의 빛 형체만을 볼 수 있을 뿐, 그의 몸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변과 막한은 서로가 보일 뿐 아니라, 서로를 만질 수도 있었다.
막한은 고통이 완화되자마자 즉시 독설을 내뱉었다.
“두변, 네 여자에게 버림받았구나! 정말이지 가련하고 슬픈 꼴이로구나!”
두변은 그녀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았다.
“너에게 오늘 같은 날이 있다니! 네가 이렇게 비참한 걸 보니, 난 너무 즐겁구나!
예전에 말끝마다 모든 걸 네가 장악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냐? 그럼 지금 일도 여전히 네가 장악하고 있는 거냐?”
그래, 눈앞의 상황은 여전히 두변의 예상대로일까?
“막한, 이 세상의 모든 건 다 계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알겠어?”
막한 여왕이 자신은 모르겠다는 식으로 고개를 저었다.
“조언평은 미친 사람인가?”
두변이 묻자 막한이 답했다.
“그는 철두철미한 미치광이야.”
“그럼 그의 인생에도 계략이 있었을까?”
막한은 다시 침묵했다.
조언평의 인생은 절대적으로 누군가의 계략대로 움직였다.
어쩌면 이 말을 하면 아무도 믿지 않으며 다들 미친 게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눈앞의 국면은 여전히 두변이 장악하고 있었다.
단지 이런 상황으로 가는 걸 원치 않지만 눈앞의 이 상황이 되는 걸 피할 수 없었을 뿐이다.
그런데 두변이 갑자기 눈을 번득이며 막한을 쳐다봤다.
“뭐 하려고 그래?”
막한 여왕이 그 시선을 피했다.
“막한, 넌 나를 믿어?”
“너 같은 개자식을 믿겠어?”
두변이 재차 물었다.
“넌 나를 믿어?”
“난 널 매우 싫어하지만…… 아마도 지금 상황에서는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이겠지. 적어도 네가 떤 허세는 다 실현되었으니까. 너는 적어도 두 번은 나를 없애버리겠다고 말했는데 진짜로 나를 없애버렸잖아.”
“앞으로 매우 미쳐 날뛰는 듯한 상황이 펼쳐질 거다. 모든 걸 파멸시킬 정도로 미쳐 날뛰는 상황 말이야.”
두변의 말에 막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꿈속 마왕과 싸워 이기고, 꿈속 마왕을 없애버려야 해.”
막한은 긴장하며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날 믿어야 해. 앞으로 극도로 미쳐 날뛰는 상황을 맞닥뜨려야 하기 때문에 내가 어떤 일을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어.”
막한이 뒤로 한걸음 물러나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너, 너 그렇게 많은 말을 하는 건, 나와 자려고 그러는 거 아니야?”
두변은 당황했다.
‘이 여자의 직감이 이렇게나 정확하다고?’
“그런 잠자리가 아니라 다른 종류로 자는 거야.”
두변의 말에 막한 여왕이 재빨리 몸을 피하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안 돼, 안 돼. 난 진짜로 토할 거라고. 두변, 너에게 알려줄게. 나는 진짜 토할 거야. 네가 임야소에게 버림받은 걸 알지만 그렇다고 날 찾으면 안 되지. 나는 남녀 간에 그런 일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난다고.”
두변의 체내에서 황금색 에너지 한 줄기 가볍게 떠나와서 막한 여왕을 휘감았다.
막한은 놀라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건 이상한 느낌이었다. 온몸에 닭살이 솟고 마음속 깊숙한 곳으로부터 찌르르하고 저릿한 느낌이 솟구쳤다.
이윽고 두변의 몸이 막한 여왕의 위로 둥둥 떠서 올라갔다.
두 사람 몸에 있는 비늘들이 완전히 사라졌다.
금황색 에너지 한 줄기가 두 사람을 하나로 휘감아버렸다.
몹시 미친 것 같은 행동이지만, 두변으로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정토 세계의 태자는 냉혹하고 준수한 용모에 고귀한 용예족이었다.
그는 높디높은 왕좌 위에 앉아서 아래에 있는 너무나 아름다운 임야소를 내려다봤다.
임야소가 인사를 올린 뒤에 물었다.
“태자 전하께서는 꿈속 마왕과 만나러 가십니까?”
“그래!”
정확히 말하면 그는 꿈속 마왕이 바치는 선물을 받으러 가려는 것이었다.
꿈속 마왕이 황금 지팡이를 조건 없이 정토 세계에 내어준다고 약속하면서 자신은 정토에 대항할 의사가 없다고 표명했다.
임야소가 말했다.
“청컨대 전하께서 제 딸 두효를 정토 세계로 건너오도록 인도해주시면, 수하, 감사하기 그지없을 겁니다.”
정토 세계의 태자가 말했다.
“알겠다.”
임야소의 아름다운 얼굴이 살짝 떨렸다.
“전하, 저는 이미 두변과의 감정을 끊어버렸습니다. 청컨대 전하께서 나서서 그를 도와주십시오. 그에게 몸 하나를 주시어 그가 용족의 힘을 회복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정토 세계의 태자는 서늘한 표정이 되었다.
임야소는 두 무릎을 꿇으며 머리를 조아렸다.
“청컨대 전하께서 은혜를 베풀어주시어 두변을 구해주십시오. 전하께서 은혜를 베풀어주십시오. 약속드리겠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다시는 그와 만나지도 않고, 그와 한마디 하지도 않을 겁니다. 저는 자신을 철저히 단속하겠습니다. 예전처럼 용사(龍寺) 안에서 갇혀 있겠습니다.”
정토 세계의 태자가 담담하게 말했다.
“임야소, 이제 보니 너는 그에게 아직 정이 남은 것 같구나?! 그를 구해달라고? 그래야 할 이유를 말해 봐라!”
“제 의부 악몽 대제는 위대한 점술사셨습니다. 두변은 모든 세계를 구할 중요한 인물입니다. 중생을 위해서, 차원 문명이 지속되기 위해서, 전하께서 두변을 구해주시고 그에게 속한 힘을 돌려주십시오.”
정토 세계의 태자가 냉랭하게 말했다.
“구원자라고? 얼마나 가소로운 말이더냐? 진정한 구원자는 우리 정토 세계고, 두변은 단지 화근에 불과하다. 애초에 이 세계로 오지 말았어야 할 화근 말이다.”
임야소의 아름다운 얼굴이 확 바뀌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일전에 전하께서 제게 약조하셨습니다. 제가 그와 관계를 끊기만 하면 정토 세계는 그를 구해주고, 그에게 속한 힘을 돌려주겠다고요.”
“지금 조건이 바뀌었다. 너는 내 왕비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네가 승낙한다면 나는 두변을 구하고, 그에게 몸을 줄 뿐 아니라, 심지어 그에게 속한 힘을 그에게 돌려주는 걸 고려할 수도 있다.”
임야소가 눈물을 쏟으며 머리를 조아렸다.
“전하, 은혜를 베풀어주십시오. 저는 인간과 용예의 혼혈에 불과합니다. 저는 애초에 특별한 사람이 아닌데 전하께서는 어째서 반드시 저를 얻으려고 하십니까?”
“네가 나를 거절했기 때문이지. 내가 얻으려고 한 여자를 얻지 못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두변이 꿈속 마왕의 일장에 맞고 연기로 사라졌지만 죽지 않은 이유는 그의 체내에 상고 용왕의 정신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 상고 용왕의 정신 에너지를 강제로 벗겨내면 그는 완전히 혼백이 흩어져서 모든 차원에서 다 완전히 죽어버리지. 너는 눈을 빤히 뜨고 그가 죽는 걸 지켜보든지, 얌전히 내 여자가 되든지 선택을 하거라.
매우 쉬운 선택 아니냐? 네가 내 여인이 되면 나는 두변을 살리고, 그에게 육체를 줄 거다. 네가 내 여인이 되지 않으면 나는 그에게 있는 상고 용왕의 정신을 벗겨내서 그를 완전히 사라지게 할 것이다.”
임야소는 이를 악물었다. 진주 같은 눈물이 눈에서 떨어져 내렸다.
“잘 고려해 보거라. 나는 한 번도 여인에게 강요를 하지 않는다.”
임야소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저는 당신이 가두어 키우는 카나리아가 될 수 있고, 당신을 위해 피아노를 치고, 춤을 출 수 있습니다. 당신을 위해 주연을 베풀어 손님들을 대접할 수도 있지만 당신의 침상에 오를 수는 없습니다.”
정토 세계의 태자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드러났다.
그에게 여자란 정복하기 위한 존재였다.
물론 정토 세계의 태자는 그런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을 것이다.
그가 보기에 임야소가 완전히 투항할 시간이 머지않았다.
얼마 되지 않아서 이 여인은 자발적으로 그의 침상에 올라올 것이다.
정토 세계의 태자가 말했다.
“춤이라고? 난 춤을 좋아하니, 한 번 춰봐라.”
“예.”
이윽고 그녀는 얼굴에 흐른 눈물을 가볍게 닦고서 전당 안에서 나풀나풀 춤추기 시작했다.
“앞으로 네 춤은 나 한 사람만의 것이다.”
그 말에 임야소가 허리를 굽히며 청했다.
“전하, 두변을 구해주십시오.”
“하하, 내 그에게 에너지 몸을 하나 주마.”
이윽고 태자가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