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626화 (626/648)

626장: 용족 재생 계획 四

정신의 얽힘은 몹시 고차원 정신술이라서 아무리 정토라고 해도 거의 사라진 지 오래된 비술이었다.

물론 정토의 태자인 그는 여전히 이 상고 시대 용족의 정신 비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는 눈을 감고 모든 정신력을 자신의 용의 혈맥 안에 모았다.

금황색 정신 에너지가 수많은 신비한 주문(符文)으로 변해서 용녀 막한을 휘감았다.

순식간에 막한의 온몸이 정토 태자의 강력한 금황색 정신력에 휘감겨서 공중으로 떠올랐다.

익숙한 사악한 미소가 또다시 정토 태자의 얼굴에 나타났다.

이윽고 그의 몸도 중력을 잃은 것처럼 천천히 용녀 막한을 향해 떠올라서 다가갔다.

이른바 정신의 얽힘이란 상대방의 혼백 안에 서로를 새기는 것이다. 그건 영구적인 각인이었다.

정토 태자의 몸이 용녀 막한의 위에 떠서 점점 더 가까워졌다.

금황색 정신 에너지가 두 사람을 휘감아서 연결시키려고 했다.

그런데 금황색 정신 에너지가 두 사람을 막 연결하는 순간, 갑자기 격렬한 배척이 일어났다.

강한 에너지 한 가닥이 두 사람을 날려버렸다.

“악!”

정토 태자는 머리가 깨질 것 같고 혼백이 완전히 터져버릴 것 같았다.

그에 비해 용녀 막한은 별 탈이 없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정토 태자는 상태가 회복될 수 있었다.

비길 데 없이 잘생긴 그의 얼굴이 조금 뒤틀렸다.

‘어째서 실패한 거지? 이 용녀 막한의 혼백은 분명히 텅 비었는데 정신의 얽힘이 어째서 실패한 거지?’

정토 태자는 두 번째 시도를 해보았다.

파박!

또 격렬한 배척이 일어났다.

첫 번째 실패는 의외의 사고라고 말할 수 있지만 두 번째는 더 이상 의외의 사고라고 할 수 없었다.

이건 한 가지 일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용녀 막한이 이미 정신 얽힘을 당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정신 얽힘은 몹시 오래된 비술이라서 정토의 황족 외에는 애초에 아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뿐만 아니라, 두 번이나 정신의 얽힘이 실패한 뒤, 용녀 막한은 별 탈이 없었지만 그녀 머릿속에서 기억이 활성화된 것 같았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기억을 떠올렸다.

그녀의 모든 지능과 기억력을 다 쏟아부어서 마침내 두 글자를 기억해냈다.

‘두변!’

그런 뒤 그녀는 곧바로 그 글자를 입 밖에 냈다.

“두변!”

정토 태자의 안색이 확 변했다.

이 용녀 막한은 정신 기억이 텅 비어야 마땅했다.

그런데 어째서 ‘두변’ 두 글자가 나타난 걸까?

그건 한 가지 사실을 증명했다. 막한이 정신 얽힘을 당했고, 그것도 두변에게 정신 얽힘을 당한 거라고 말이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두변은 단지 비천한 인간, 그것도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원숭이에 불과한데?

정신 얽힘이라는 고차원 비술을 그가 어떻게 할 줄 알지?’

정토 태자가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

“두변을 기억하나?”

용녀 막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너에게 입술을 맞췄나?”

용녀 막한은 얼굴이 붉어져서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느낌이 또 찾아왔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찌르르하는 게 솟구치는 느낌이었다.

이윽고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보 용녀로구나.

이토록 아름답고, 고귀하고, 강한 용족으로 변했지만 여전히 지능이 딸려서 거짓말도 할 줄 모르고.

정토 태자는 안색이 완전히 변했다.

그가 얼마나 큰 대가를 들여서 겨우 눈앞의 이 아름답고 고귀한 용녀를 만들어냈던가.

에너지 파이프를 만들기 위해 정토 세계는 몇 년 치 에너지 예산을 쏟아부었다.

천문학적인 대가를 들여서 유사 이래 최고로 아름답고, 고귀한 걸작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이 모든 게 결국 두변에게 좋은 일을 시켰을 줄이야.

정토 태자는 미칠 것 같았다. 더는 평소의 온화하고 우아한 표정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가 소리를 질렀다.

“이런 제기랄! 여봐라, 두변을 데려와라!”

잠시 후, 두변이 끌려왔다.

술사 우두머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전하의 뜻에 따라 두변에게 정토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고차원의 몸을 만들어주었습니다. 게다가 그의 혼백 및 유전자와 딱 맞을 뿐 아니라, 심지어 DNA조차 본래 그의 신체와 똑같은 몸입니다. 하지만 그 몸은 완전히 걸어다니는 시체로 변했습니다.”

그렇다. 끌려온 두변은 살아있고 숨을 쉬며 대단히 강인한 몸을 가졌다.

온몸이 더할 나위 없이 건강할 뿐 아니라 얼굴도 대단히 잘생겼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반응이 없으며, 눈빛도 어눌하고 흐리멍덩했다.

비록 입과 눈이 비뚤어지고 침을 흘리지 않았으나 외부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정토 태자가 다가가서 두변의 턱을 당겼다.

두변의 입이 강제로 열리더니 입가에서 침이 떨어졌다.

정토 태자가 큰소리로 웃으며 용녀 막한을 보고 말했다.

“하하, 보았냐? 너와 정신 얽힘을 한 반려가 이미 침이나 흘리는 폐인이 되어버렸다. 너는 즉시 그와의 정신 얽힘 상태를 해제하고, 다시 나와 정신 얽힘을 진행하거라.”

“두변!”

용녀 막한이 환희에 차서 달려와 곧바로 두변의 몸을 껴안았다.

그 익숙한 느낌이 다시 찾아왔다.

이윽고 그녀는 한시도 기다리지 못하고 두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역시 익숙한 냄새에 익숙한 기분이었다.

정토 태자는 실성할 지경이었다.

‘두변이 저런 모양이 되고, 걸어다니는 시체가 되었는데도 저자가 싫지 않은 거냐?’

정토 태자는 인내심을 완전히 잃어버리고는 얼음장 같은 얼굴로 말했다.

“여봐라, 두변을 데려가서 그의 두 손 두 발을 자르고 몸만 남긴 뒤, 큰 항아리 안에 넣어 키워서 인간 분재로 만들어라.”

“예!”

술사들이 두변을 끌고 나가려고 했다.

정토 태자가 잔인한 눈빛으로 용녀 막한을 쳐다보며 악랄하게 말했다.

“나는 너에게 기회를 주고, 다정하게 대우할 기회를 줬다. 하지만 이제 그 기회는 없어졌다! 나는 크나큰 대가를 들여서 너를 만들어냈으니, 어떻게 되든 너와 잠자리를 해야겠다.”

정토 태자가 용녀 막한을 향해 달려들었다.

바로 그때, 용녀 막한의 아름다운 눈에 금빛이 번쩍이더니, 더할 나위 없이 찬란하고 고귀한 빛이 터져 나왔다.

그와 같은 시각.

정토 세계 황궁의 깊숙한 곳에서 그 황금 지팡이 꼭대기에 달린 결정도 힘차게 폭발했다.

고통스러운 비명, 거룡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갑자기 거룡의 혼백을 찢고, 꿈속 마왕의 혼백이 나왔다.

‘트로이의 목마’! 교과서적인 완벽한 트로이 목마 계책이었다.

꿈속 마왕이 뜻밖에 자신의 혼백 분신을 거룡의 혼백 내부에 주입해서 황금 지팡이 꼭대기에 있는 결정 안에 파고들었다.

그런 뒤 그는 황금 지팡이를 정토 태자에게 바쳤다. 그렇게 해서 그는 쉽게 용족의 에너지 보호막을 통과해서 정토 세계 내부에 진입했다.

“하하! 우둔하고 자만한 정토 세계여, 파멸해라! 모든 용예족이여, 전부 죽어버려라! 하하하하!”

정토 태자가 달려드는 걸 보는 순간, 용녀 막한은 눈동자가 금빛으로 번쩍이더니 인간의 외형에서 곧바로 용족의 외형으로 변했다.

그녀의 두 눈도 순진무구한 눈빛에서 냉랭하면서 격노하는 눈빛으로 변했다.

정토 태자는 당황했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상대방이 곧바로 용족의 형태로 변했는데 어떻게 잠자리를 하겠는가?

용족 막한이 원형의 모습을 드러내니, 고작 7, 8미터 길이에 불과했다. 즉 평범한 큰 뱀 크기였다. 용족에게 이 크기는 몹시 소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녀가 이를 드러내고 발톱을 치켜세운 모습은 귀엽다는 느낌을 줄 뿐, 조금도 무섭지 않았다.

정토 태자는 아주 오래 망설인 끝에 용족과 강제로 잠자리를 할 생각을 버렸다.

그렇다 해도 두변에게는 복수해야 했다.

두변을 인간 분재로 만든다고 해도 화가 풀리지 않을 듯했다.

반드시 이 분을 풀어야 했다. 용예 황족인 그가 어떻게 분노를 가슴속에 담아두고 살 수 있을까.

정토 태자가 말했다.

“이 용족을 핵심 실험실 공간 안에 가두고, 어떤 이도 출입하지 못하게 하라. 그녀가 이곳을 한 발짝도 떠나서는 안 된다. 그 외에 그녀를 며칠 밤낮을 굶기고, 정석도 먹이지 말아라.”

술사 우두머리가 답했다.

“예!”

정토 태자는 또다시 임야소의 앞에 도착했다.

정토 태자는 위아래로 그녀를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날 따라와라.”

“예!”

임야소는 대답한 뒤 유순하게 정토 태자의 뒤를 따랐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몹시 차분했지만 내심 마음속은 요동치고 있었다.

우선 그녀는 정토 세계가 이미 용족 재생 계획을 시작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몇 시간 전에 정토 세계의 모든 등불이 다 꺼지고, 모든 비행선이 공중에서 정지되었었다.

에너지 대충돌만이 이런 상황을 초래한다.

그래서 몇 시간 동안 임야소는 내심 몹시 초조했다.

용족 재생 계획의 성공 여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선 그녀는 한 가지를 확신했다. 정토 태자는 용족 재생 계획의 대상을 두변이 아닌 막한으로 할 것이다.

그래서 임야소는 하늘 높이 치솟는 질투심을 억지로 견디며 두변에게 미리 막한을 정복하라고 알려줬다.

그런데 지금 정토 태자의 반응으로 미루어보건대 용족 재생 계획이 성공한 모양이었다.

만약 실험이 실패했으면 정토 태자는 미간을 한 번 찌푸리고 말았을 것이다.

한 가지 상황에서만 태자가 분노할 것이다. 바로 용족 재생 계획이 성공했지만 정토 태자가 그녀를 정복하는 데에 실패한 경우 말이다.

계획이 성공한 걸 확신했지만 임야소는 도리어 더욱더 초조해졌다. 두변은 어떻게 되었을까? 또 어떻게 다음 단계를 진행해야 할까?

위대한 술사의 대충돌 이론에 따르면 용족 재생 계획이란 강력한 에너지 충돌을 사용해서 순식간에 용의 혼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창조된 용족은 신생아 같을 것이다. 몹시 약소한 용이라서 용족 갓난아이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이어질 중요한 단계는 용사(龍寺) 안에 있는 용의 시체였다.

그렇다, 용의 시체!

아무런 혼백이나 망령이 들어있지 않은 성년 용의 시체다.

용사가 만들어진 건 이 용의 시체를 제압하기 위해서였다.

뿐만 아니라, 이 용의 시체가 심지어 정토 세계 전체의 핵심 에너지이자, 핵심 에너지 보호막이었다.

정토 태자가 말했다.

“도착했다!”

그곳은 새하얀 대전이었다.

임야소가 고개를 들자 남편 두변이 보였다. 그녀는 입을 틀어막고 눈물을 흘렸다.

저번에 그녀가 두변을 봤을 때는 고작 빛의 형체만 있을 뿐 몸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두변은 신체가 있는 데다가 완벽한 육체를 가졌다. 하지만 그건 걸어다니는 시체였다.

십여 년 전의 식물인간과 똑같았다.

정토 태자가 말했다.

“네 남편 두변은 몹시 위대하더구나. 그는 용족 재생 계획이 성공하지 않을까 봐, 체내에 있는 용왕의 정신 에너지를 전부 막한에게 주었다. 그래서 이렇게 걸어다니는 시체가 되었지.

너에게는 이 장면이 낯설지 않을 거다. 네가 매일 오줌똥을 치워가며 그를 보살폈으니 말이다.”

임야소는 계속 입을 틀어막고 울었다.

정토 태자가 앞으로 다가가 두변의 턱을 잡아당겼다.

두변은 턱을 닫을 수 없어서 그대로 벌리고 있었다. 침이 다시 입가에서 흘러나왔다.

“지금 네 남편은 식물인간이라기보다는 바보 같아 보이는구나.”

임야소는 전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임야소, 너는 지금 내 심정이 몹시 안 좋다는 걸 알 수 있을 거다. 나는 이미 인내심을 잃어버렸다. 내 다시 너에게 물으마. 내 다섯 번째 태자비가 되겠느냐? 지금 당장!”

임야소가 눈을 감고 얼굴의 눈물을 닦았다.

“태자 전하, 저는 이미 매우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저는 당신의 카나리아가 돼서 매일 새장 안에 갇혀 있겠습니다. 저는 당신을 위해 춤을 추고, 노래를 하고, 피아노를 칠 수 있지만 당신의 침상에 올라갈 수는 없습니다.”

“침상에 올리지 못하는 여자를 가져서 무슨 쓸모가 있지?

너는 인간 분재라는 걸 알고 있나? 사람의 두 손, 두 발을 전부 베어버리고, 머리와 몸통만 남겨둔 뒤 항아리 안에 놓고 키우는 것이다. 쭉 그렇게 키워나가는 것이지.”

임야소가 몸을 떨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기분이 매우 안 좋다. 네 남편이 막대한 가치를 지닌 내 물건을 망가뜨렸기 때문이지. 한 사람이 미워지면 그의 주변까지 미움이 미친다고 하지. 난 인내심이 없다.

다시 한 번 물어보지. 내 다섯 번째 태자비가 돼서 침대 시중을 들기를 원하나? 네가 원한다면 두변은 사지를 보전할 수는 있다.

내가 수 다섯을 거꾸로 세겠다…….

다섯, 넷,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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