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장: 용의 시체 一
“거꾸로 셀 필요 없습니다.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럼 네 말은 눈을 빤히 뜨고 두변이 인체 분재가 되는 걸 지켜보겠다는 거로군?”
“그렇습니다!”
정토 태자는 그 말에 놀라서는 빈정거렸다.
“보아하니 너도 생각했던 것만큼 일편단심이 아닌가 보군. 이토록 모질게 자신의 애인이 인간 분재가 되는 걸 지켜보다니 말이야.
좋다. 그럼 네 뜻을 이뤄주마. 여봐라, 두변의 두 손 두 발을 전부 베어버리고, 저 물건도 같이 거세해라. 그를 단지 인간 분재가 아니라, 환관 분재로 만들어야 한다.”
“예!”
용예 무사들이 앞으로 나왔다.
두변을 들고 거대한 탁자 위에 놓아둬서 그를 ‘대(大)’자로, 음, 아니지, ‘태(太)’자로 만들었다.
정토 태자의 명령만 떨어지면 두변의 사지와 물건이 다 썰려 나갈 것이다.
정토 태자가 오른손을 들고 임야소를 바라봤다.
용예 무사들은 정토 태자를 쳐다보며 그가 손을 내리기만 하면 칼을 떨어뜨려서 두변을 베어버리려고 했다.
펑!
갑자기 큰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더니 황궁 중앙에 거대한 틈이 벌어졌다.
이어서 12급 지진이 발생한 것처럼 격렬하게 흔들리고, 폭풍우가 연달아 미친 듯이 불고 지나갔다.
온 하늘이 뒤틀리고 있었다.
누군가가 정토 세계의 용족 에너지 보호막을 건드리고 있었다.
순식간에 정토 태자는 얼굴이 다 파랗게 질렸다.
정토 세계가 어째서 강해질 수 있었나? 어째서 꿈속 마왕은 그에게 더없이 공손했나? 어째서 악마 군단은 수많은 공격 끝에 좌절하고 돌아갔나? 어째서 수많은 악마는 다 하늘에서 갈기갈기 찢어지며 죽었나?
이 모든 게 다 정토 세계에 있는 용족 에너지 보호막 덕분이었다.
이 에너지 보호막이 있으면 정토 세계의 군단이 자발적으로 출격해서 악마 일족을 공격할 뿐, 상대방은 영원히 공격해 들어올 수 없었다.
하지만 에너지 보호막이 없어진다면 그건 치명적인 재난을 맞게 되는 것이다.
용족 에너지 보호막의 통제 센터는 황궁의 핵심 구역에 있었다.
“태자 전하, 하늘을 보십시오.”
용예 무사 한 명이 달려와서 경악하며 말했다.
정토 태자가 뛰어나가서 하늘을 쳐다봤다.
그 순간, 더할 나위 없이 충격적인 장면이 보였다.
정토 세계의 하늘이 크게 어두워졌다. 수많은 악마 군단이 에너지 보호막 밖에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수백만, 천만에 이르는 악마 군단이 거대한 날개를 흔들며 흉악한 얼굴에, 매서운 눈빛으로 아래를 노려보고 있었다.
에너지 보호막이 깨지기만 하면 저 천만이나 되는 악마 군단이 마구 밀려들 것이다. 그때 정토 세계와 용예 문명 전체가 치명적인 재난을 맞게 된다.
“모든 용예 고수는 나를 따라 황궁 핵심 구역에 가서, 용족 에너지 보호막 핵심 통제실을 보호한다.”
정토 태자가 큰소리로 외친 뒤, 흐르는 빛 한 줄기로 변해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용예 고수 수천 내지 만 명이 유성처럼 사라졌다.
임야소도 눈앞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넋이 나갔다. 그녀는 몹시 심란했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았다.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두변 앞으로 걸어가서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이따 봐요, 바보 남편.”
이어서 그녀도 흐르는 빛줄기로 변해서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서 핵심 실험실을 향해 질주했다.
핵심 실험실 밖에서는 술사 우두머리와 술사 수백 명, 무사 수백 명이 불안한 마음으로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그들도 바깥에 펼쳐진 미친 듯한 광경을 보았기 때문이다. 황궁에 크나큰 균열이 갈라졌을 뿐 아니라, 하늘에 있는 에너지 보호막이 무너지려고 했다. 또 수많은 악마 군단이 정토 세계를 포위하고 있어서 에너지 보호막이 깨지기만 하면 그것들은 안으로 밀려들어서 대규모로 살육을 벌일 것이다.
그때, 비길 데 없이 아름다운 임야소가 술사 수백 명과 무사 수백 명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화려한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 작은 왕관을 착용했다.
“나를 들여 보내줘요.”
술사 우두머리가 고개를 저었다.
“안 됩니다. 전하께서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아무도 이 안으로 한 걸음도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꿈속 마왕이 악랄한 계책을 썼어요. 그가 자신의 혼백을 황금 지팡이 안에 숨겨두었어요. 태자 전하께서 왕의 지팡이를 황궁 지하에 놓아두셨는데 지금 꿈속 마왕의 혼백이 이미 왕의 지팡이 속에서 나와서 미친 듯이 용족 에너지 보호막 통제 센터를 공격하고 있어요. 태자 전하께서는 내 안위를 걱정하신 나머지, 나에게 핵심 실험실에 숨어있으라고 하셨어요. 왜냐하면 이곳은 독립적인 공간이라서 강력한 에너지 진을 보유했기 때문이에요. 그분은 내가 꿈속 마왕에게 더럽혀지는 걸 원하지 않으세요!”
술사 우두머리가 다시 임야소를 힐끗 보았다.
정말이지 비길 데 없이 아름다우면서도 애처로운 모습의 여인이었다. 게다가 이토록 화려한 드레스는 다른 태자비들도 입지 못했다.
태자 전하께서 이 임야소를 얼마나 갈망하고 있는지 그는 알고 있었다.
‘태자 전하께서는 너무 편애를 하시는군. 태자 정비(正妃)는 상관하지 않으시고, 임야소를 잘 숨겨두려고 하시다니.’
이윽고 술사 우두머리가 명령을 내려서 핵심 실험실 공간을 열었다.
술사 우두머리가 말했다.
“들어가십시오. 미래의 다섯 번째 태자비시여, 물론 안에 있는 어떤 물건도 건드리면 안 됩니다.”
임야소가 가련한 모습으로 말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 절대 건드리지 않을게요.”
이윽고 그녀가 핵심 실험실 공간 안으로 들어갔다.
순식간에 핵심 실험실의 문이 닫혔다.
“너는 누구야?”
임야소가 들어가자마자, 용녀 막한이 즉시 용의 형체로 변신해서는 경계 태세를 취했다.
그런데 임야소가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걸 보고는 질투심에 휩싸여서 즉시 사람 모습으로 변했다. 바로 눈부신 빛을 내뿜으며 임야소와 아름다움을 다투려고 했다.
이건 막한의 본능이자 용족의 본능이었다.
‘누구도 나보다 더 눈부셔서는 안 돼.’
임야소가 말했다.
“두변이 내게 이곳으로 오라고 했어요. 잠시 후에 내가 당신을 어떤 곳으로 데려가면 당신은 몹시 강하게 변할 뿐 아니라, 여왕으로 변할 수 있을 거예요. 어때요?”
“두변? 여왕?”
용녀 막한은 즉시 그 두 가지 중요한 단어에 흥분해서는 눈이 다 환해졌다.
“좋아. 날 데리고 가.”
임야소가 눈을 감고 몇 초 동안 기억을 떠올린 뒤, 핵심 실험실 공간 안의 실험 기구를 복잡하게 조작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거대한 에너지 진에 빛이 모이기 시작하는 게 보였다.
모이고, 모여서 에너지가 한계치에 이른 뒤에, 에너지가 힘차게 방출되었다.
쾅.
더할 나위 없이 거대한 에너지가 곧바로 핵심 실험실의 벽을 완전히 터뜨려서 거대한 구멍을 냈다.
핵심 실험실 바깥의 무사 수백 명이 순식간에 연기로 사라졌다.
“따라와요.”
이윽고 임야소는 용녀 막한의 손을 잡고 곧바로 핵심 실험실 공간에서 날아서 나간 뒤, 가장 빠른 속도로 용사를 향해 달려갔다.
“두변은?”
용녀 막한이 묻자 임야소가 답했다.
“잠시 후 우리는 아주 큰 집에 갈 거예요. 그 안에는 아주 큰 거룡의 시체가 있어요. 당신이 그 시체 속에 파고 들어가면 몹시 강하게 변해서 여왕이 될 수 있어요.
당신은 두변과 정신 얽힘을 해서 의지와 정신력을 공유하고 있어요. 당신은 용의 시체의 강력한 힘을 차지하면 두변의 혼백을 활성화시키는 걸 잊지 말아요. 당신의 절반의 정신력과 강력한 힘을 공유해서 그를 당신의 용기사로 만들어야 해요.”
임야소의 말은 너무 복잡했다.
‘정신력을 공유하는 게 뭐고, 혼백을 활성화시키는 게 뭐지?
내 지능으로 네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복잡한 조작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임야소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저 용녀 막한을 끌고서 계속 쏜살같이 날아갔다. 용사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잠시 후 큰 용 안으로 파고든 다음에 두변 앞으로 날아가서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춰서 그를 깨워요. 알겠어요?”
“어, 그건 알겠어.”
용녀 막한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정말 즐거웠다. ‘큰 용 속에 파고든 뒤, 두변에게 입을 맞춘다.’ 이거 정도야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
임야소는 용녀 막한을 끌고서 두 가닥 빛으로 변해서 재빨리 용사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와 동시에.
콰과광.
마침내 정토 세계의 에너지 보호막이 격렬하게 뒤틀리더니 완전히 사라졌다. 이윽고 수백만 내지 천만에 이르는 악마 군단이 하늘을 가릴 듯이 안으로 밀려들었다.
정토 태자는 온몸이 덜덜 떨리고 눈앞이 까맣게 변했다.
꿈속 마왕의 혼백 분신이 정토 태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하! 너는 끝장났구나! 용예 문명도 끝장났다!”
파도처럼 밀려드는 악마 군단을 본 정토 태자는 우선 충격을 받은 뒤, 분노가 치밀었다.
‘꿈속 마왕, 네가 감히 나를 가지고 놀아?
예전에 네가 그토록 공손하게 군 건 다 연기였어? 게다가 황금 지팡이를 정토 세계에 넘겨준 것도 악랄한 계책이었고?’
정토 태자는 자신이 조롱당했다고 느꼈다.
“꿈속 마왕, 당신은 이런 말을 들었나 모르겠군.”
정토 태자가 냉랭하게 말하자, 꿈속 마왕의 혼백 분신이 여전히 더없이 공손하게 인사했다.
“전하께 가르침을 듣고자 합니다.”
정토 태자가 말했다.
“절대적인 실력 앞에서는 어떤 음모도 다 소용이 없지. 나는 예전에 개미 두변에게 한마디를 했어. 너는 정토 세계의 강함에 대해 하나도 모른다고 말이야. 지금 난 그 말을 너에게도 전달해주겠다.
너는 우리 정토 세계가 전적으로 에너지 보호막에 의지해서 이토록 강해진 줄 아느냐? 틀렸다. 대단히 틀린 생각이다. 너는 애초에 지나간 천여 년의 시간 동안, 우리의 에너지 문명이 발달한 정도를 알지 못한다. 우리는 용예 후손이지만 우리의 강함은 이미 상고 용족을 넘어섰다!”
정토 태자가 미친 듯이 큰소리로 웃었다.
“너는 용족의 에너지 보호막을 찢어버리고, 수백 내지는 천만 악마가 밀려들면 우리에게 치명적인 재난을 가져다줄 거라고 생각하느냐? 터무니없다. 너는 네 악마 군단이 전멸하는 걸 지켜보거라!”
이윽고 정토 태자가 강력한 정신 명령을 방출했다.
“모든 비행선은 출동하라!”
“모든 에너지포는 모습을 드러내라!”
순식간에 더할 나위 없이 충격적인 장면이 나타났다.
휙, 휙, 휙, 휙, 휙.
수많은 비행선이 메뚜기떼처럼 하늘로 날아오른 뒤, 수많은 에너지포가 고슴도치처럼 드러났다.
모든 비행선이 다 원반 모양인데 비행 속도가 극도로 빨라서 손쉽게 음속의 2, 3배를 뛰어넘었다.
게다가 모든 비행선에 장착된 에너지포의 위력은 두변 대군의 에너지 마포의 위력을 훨씬 뛰어넘었다.
꿈속 마왕도 그 장면에 넋이 나갔다.
정토 태자가 냉소했다.
“꿈속 마왕, 너는 정토 세계의 강함에 대해 하나도 알지 못한다. 나는 확실히 너의 트로이 목마 계책을 생각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너는 어째서 내가 그런 계책을 떠올리지 않았는지 아느냐? 왜냐하면 우리 정토 세계가 충분히 강하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실력 앞에서는 어떤 음모도 아무런 효과가 없다. 꿈속 마왕, 기왕 너의 악마 군단이 여기까지 왔으니, 그럼 가지 말고 전멸되기만을 기다리거라!”
정토 태자가 그 말을 하는 사이, 정토 세계의 비행선 십여만 척이 전부 공중에서 입체적인 대규모 진형으로 배열되었다.
게다가 획일적으로 전부 무인 비행선이었다.
“꿈속 마왕, 전멸하거라! 발포하라, 발포하라!”
정토 태자가 미친 듯이 소리 질렀다.
휙, 휙, 휙, 휙, 휙, 휙.
이루 말할 수 없는 장면이 나타났다.
정토 세계의 비행선이 에너지포를 쾌속으로 발사했다. 에너지 구체 백여만 개가 음속의 오십 배가 넘는 속도로 빠르게 쏘아져 날아갔다.
이렇게 밀집된 무시무시한 포화 속에서라면 수백만 대군이 아니라, 설령 천만 대군이 와도 순식간에 연기로 사라질 것이다.
정토 태자도 그 장면을 보고는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대단한 장면이로구나. 사람을 심취하게 만들 정도구나.
이게 바로 정토 세계의 강함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정토 세계의 백만 에너지 포화가 수백만 내지 천만이나 되는 악마 군단에게 맹렬히 적중했다.
콰과과과광.
순식간에 천 리가 넘는 하늘에 너무나 눈부신 빛이 터져나왔다. 태양보다 수백 배 이상 밝은 빛이었다.
그때 북반구의 하늘 전체에 태양이 하나 더 생긴 것처럼 세상의 절반이 폭발하듯이 밝아졌다.
정토 세계의 태자가 하하 큰소리로 웃었다.
“꿈속 마왕, 나는 정말이지 너에게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해야겠다. 우리 정토 세계가 천 년이란 오랜 시간 동안 발전하고, 우리의 에너지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 우리는 수많이 강한 무기를 갖추게 되었지만 그것들을 사용할 기회가 거의 없었단 말이지. 이 비길 데 없이 대단한 장면을 보게 해주었으니 고맙단 말이지.”
정토 태자는 눈을 감고 잠시 이 기분에 심취한 뒤, 눈을 떠서 텅 빈 하늘을 볼 수 있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곧 눈을 뜨고 바라보니, 모든 악마 군단이 무탈했다.
대군이 전멸하지도 않았을뿐더러, 백만 포화는 악마 한 마리마저 죽이지 못했다.
지금 악마들은 온몸이 새빨개져서 성찬을 먹기라도 한 듯 흥분한 얼굴이었다.
‘이,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정토 태자는 자신이 본 장면이 믿기지 않았다.